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43)
탑 코더-243화(243/303)
***
같은 시각.
북한 백두산.
승호는 그곳에서 남, 북 정부 관계자들과 백두산 천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족의 영산.
그곳은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웠다. 승호의 옆에는 통일전선부 부장 김민철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금강산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올 겁니다.”
“그럴 겁니다. 한국인들에게 백두산은 전설이 숨 쉬는 곳이니까요.”
“그 전설을 잘 느낄 수 있도록 저희 북에서도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하하, 네.”
대화를 나누던 김민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대륙 철도가 이어지는 거점 도시 개발 계획은 혹시 결정하셨습니까? 저희 수령 동지의 기대가 아주 큽니다.”
“스마트 시티 말씀입니까?”
김민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내소프트에서 건설하는 스마트 시티는 전 세계의 화제였다. 부산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은 각국 정부에서 연달아 자신들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자는 요청이 오고 있지만, 디트로이트 뒤이어 있는 프로젝트 네옴까지 소화하기 위해 오히려 거절 하는 상황이었다. 북한도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개발 계획이 뒤로 밀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워낙 바쁘신 분이다 보니.”
“몇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일은 바로 진행될 겁니다.”
“일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면 최대한 협력하겠습니다. 나라가 발전해 인민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수령 동지님의 목표니까요.”
“그럼 제 요구사항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제가 투자한 사유재산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금강산과 같이 50년간 임차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승호는 고개를 저었다.
“50년이 아니라 영구히 인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김민철의 눈이 퉁방울만 해졌다.
“···네?”
“조 단위의 돈이 투입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금강산 시설물이 녹슬고 방치된 것과 같은 사태를 바라지 않습니다.”
“······.”
“일은 확실하게 해 드릴 겁니다. 지난번 남한 방문 당시 부산의 모습을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로 공장도 하나 건설하겠습니다.”
김민철이 턱을 만지작거렸다.
자율주행차 제로.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자동차로 북에서도 몇 대를 수입해 몇 대는 수령 동지의 차고에, 몇 대는 김일성대의 교수들이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였다.
“생산 유발 효과가 엄청날 겁니다. 생산된 자동차들은 바로 대륙 철도를 타고 러시아, 중국, 유럽 등지로 팔려나가게 될 거고요. 북이 무역의 중심이 되는 겁니다.”
귀가 솔깃한 제안이었다.
“이미 스마트 시티 건설 후 인프라 운영에 대한 서비스 요금을 내는 것도 모자라 땅을 팔라는 말입니까?”
“건설비용을 대부분 시내소프트에서 대고 있으니까요. 적자로 사업 할 수는 없습니다.”
“흠······.”
유엔 제재가 풀렸다고 해서 당장 북한에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자력갱생 할 수 있는 생산 수단이 없었다. 1차 산업도 그렇다고 2차나 3차 산업도. 어느 것 하나도 기반이 없었기에 승호의 제안은 구미가 당기는 정도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고민하는 김민철에서 선진 전자의 김희건이 다가왔다.
“만약 사유재산을 인정해 준다면 선진에서는 반도체 공장을 건설 하겠습니다. 중국의 폭스콘 같은 형태로.”
폭스콘.
중국의 대표적인 제조 업체로 망고사의 에이폰을 OEM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자체 상품은 없지만 그렇게 외주를 받아 생산하는 것만으로도 수십조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북한에 아주 딱 맞는 공장이었다.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슬쩍 정상 회담을 나누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서는 한국의 대통령인 홍상훈과 북의 최고 권력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승호가 김민철을 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결정하시게 되면 그 계약서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공증을 서게 될 것입니다. 남, 북의 사이가 틀어졌다고 해서 저희 재산이 침범을 받으면 안 되니까요.”
그 말에 김민철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같은 장난을 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북한 개발
북을 빠져나오는 비행기 안.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주요 인사들을 비롯해 승호를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먼저 운을 띄운 건 홍상훈 대통령이었다.
“김 국무위원장이 한시라도 빨리 개발이 진행하자고 몇 번을 강조하더군요. 그렇게만 된다면 최대한 편의를 보장하겠다면서.”
“네. 저도 김민철 부장에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유재산으로 인정해 달라 하셨다고요.”
북한은 공산주의이자 독재국가.
사유재산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 전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입니까?”
“사유재산을 인정해 준다는 건 곧 현 체재를 포기하겠다는 말인데······.”
“김 위원장이 그걸 승낙할까요.”
“아무리 현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 해도 사유 재산 인정이라니.”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지켜보던 김희건이 한마디 거들었다.
“제로 공장과 OEM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을 제안했습니다. 꽤나 커다란 당근이니 손익을 따지는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비서실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만약 사유재산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게 보장된다는 법이 없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체면 불고하고 정부와의 대화를 끊어버릴 수 있는 게 저들이니까요.”
승호가 비서실장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였습니다.”
그 말에 휙휙 고개가 다시 승호 쪽으로 돌아갔다.
“중국과 러시아를 말입니까? 그들이 왜······.”
“현재 추진 중인 AI-정부를 시연해 주었더니 그쪽에서도 꽤 탐을 내더군요. 그래서 그걸 납품해 주고 북과의 계약에서 공증을 받기로 했습니다.”
실제로는 ONE을 납품한다는 게 중요했지만 굳이 그 사실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북으로써도 말을 바꾸기는 힘들겠군요.”
“결정만 되면 돌아 설 수 없을 겁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척을 지고 싶지 않다면요.”
묵묵히 듣고 있던 김희건이 툭 말을 던졌다.
“그런데 중국이나 러시아가 다른 말을 할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그건 승호도 생각한 가능성이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이 되어 있고요.”
ONE에 의해 돌아가는 정부.
죽 ONE이 멈추면 정부 시스템도 멈춘다는 뜻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승호가 유리해지는 처지였다. 그 사실을 김희건이 가장 먼저 깨달았다.
“설마······.”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할 내용은 아니었다. 승호는 적당히 둘러댔다.
“외부와 연결이 끊어져 있다고 하지만 운영에 시내소프트 쪽 사람이 투입될 겁니다. 만약 그 사람이 철수하게 되면 차질이 빚어지게 되겠죠. 그리고.”
서서히 그 자리의 사람들도 승호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이건 자신들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이었으니까.
“중국이나 러시아 쪽 민간기업들에 오픈된 ONE API 연동을 끊으면 누가 손해일지 명백해지니까요.”
비행기 내부가 침묵에 휩싸였다. 그 모습을 보며 승호가 입을 달싹거렸다.
‘그것 말고도 확실한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건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 둬야지.’
비서실장이 승호를 보며 말했다.
“결국, 공은 다시 김 위원장에게 넘어간 셈이군요.”
“네. 그리고 정말 수락을 한다면 대한민국에도 결코 나쁜 일은 아닙니다. 북에 시장 경제가 도입되고, 자본주의가 파고든다면 통일은 가속화될 테니까요.”
순간.
홍상훈이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역대 대통령들이 전부 꿈꿔왔던 단어를 하나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통일 대통령······.’
비서실장도 같은 생각으로 홍상훈을 바라보았다.
“정부에서도 최대한 설득해 보겠습니다.”
“네.”
각자의 손익을 계산하는 동안 비행기는 서해를 지나 다시 서울 공항에 도착했다.
***
-[속보] 시내소프트 미국, 중국, 러시아 AI-정부 사업 수주.
-[단독] 정부에 적용된 ONE. 비효율을 40%나 개선하다.
-ONE으로 인한 한해 정부 예산 절감 효과 수십 조.
-[단독] 북 스마트 시티 사업 협의 중.
-대통령 대륙횡단열차 구상 발표. 북 호응 바란다.
종일 시내소프트 관련 기사가 언론을 잠식했다. 물론 대부분이 시내소프트에 호의적인 내용이었다. 이미 언론 중에 시내소프트에 반기를 들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뉴스를 확인한 고동만은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마치 왕을 숭배하는 신하들 같습니다. 하나 같이 찬사를 쏟아내고 군요.”
“그럴 수밖에요. 이 조그마한 나라에서 시가 총액 천조를 이룬 기업입니다. 이제는 북한까지 정벌하려 나서고 있죠.”
“흠······.”
“그나저나 빅스 개발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ONE을 사용하지 못했을 때의 대비책 말씀입니까”
김희건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고동만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어제까지 확인한 바로는 AI-IQ 110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대비책으로는··· 미약한 수준이죠.”
“포트의 델타나 ONE의 수준이 어떻기에.”
“현재 ONE에서 제공하는 외부 API의 수준이 130. 포트의 델타는 공개된 것이 없어 측정 불가입니다.”
“20이나 차이 난다는 말씀입니까?”
고동만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개발진 말로는 시내소프트 내부에서 사용하는 ONE은 그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래야 AI-정부에서 보이는 모습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시내소프트는 이기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빠르겠군요.”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략실에서는 차라리 그 예산을 바이오 쪽에 더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라는 보고서도 올렸습니다. 전자 쪽은 완전히 하드웨어 쪽으로 선회하고, 나머지는 바이오 쪽으로 투자한다면 미래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김희건이 미간을 긁적거렸다. 지금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미래 선진 그룹의 모습이 달라진다. 그만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김희건에게 고동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북에서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강 대표. 그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어떤 말을······.”
“만약 자신을 건드리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겠다.”
내용은 달랐지만, 김희건이 받아들인 의미는 이것이었다.
“제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세계에서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ONE의 성능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영원한 아군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 개발에 금현 건설을 물리치고 선진이 참여 할 수 있었던 것도 시내소프트 덕분이니까요.”
김희건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찌릿할 만큼 고통스러운 사실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고통스럽지만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략실의 말처럼 바이오 쪽 투자를 늘려 그 분야에서 1위가 되면 되니까요.”
고동만이 씁쓸한 표정의 김희건에게 쐐기를 날렸다.
“0과1의 세계에서는 시내소프트를 이길 수 없습니다.”
김희건의 집무실에 침묵이 찾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