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44)
탑 코더-244화(244/303)
***
테스트 화면을 보던 포트의 제프 월슨이 침음을 삼켰다. 모니터에는 테스트 결과가 올라와 있었다.
-AI-IQ 134.
“업데이트 후에 성능이 더 올라갔어.”
얼마 전 시내소프트 홈페이지에 공지가 하나 올려왔다.
-[공지사항] ONE 대규모 업데이트 진행.
-인공지능 성능 업그레이드.
-기타 버그 수정.
그 결과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AI-IQ의 성능 향상이었다. 정말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ONE과의 대결은 불 보듯 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때.
그의 사무실로 라이언이 들어왔다.
“시내소프트에서 하겠다고 합니다.”
“······.”
제프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또 한 번 세기의 대결이 잡혔지만, 이번에는 결과가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라이언이 다시 제프를 불렀다.
“제프?”
“얼마 전 시내소프트에서 ONE 관련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다는 소식 들으셨습니까?”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프가 말을 이어나갔다.
“몇 번을 테스트해보고 벤치 마킹을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가 안 좋습니까?”
제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질 것 같습니다.”
“······.”
“이제 확실해졌습니다. ONE이 AI-IQ 150을 넘은 게.”
“델타는요?”
“이제 130 후반입니다.”
“흠······.”
“대결 일자는 언제입니까?”
“지금부터 한 달 뒤. 곧 마케팅팀에서 TV 방송을 시작할 겁니다.”
제프가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처음부터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격차가 더 벌어진 것 같아 씁쓸하군요.”
라이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렇게까지 자신감 없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 정도입니까?”
“지난번과 같은 방식으로 대결한다면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할 겁니다.”
“······.”
“이거 괜히 개망신만 당하고 끝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지금이라도 취소할까요?”
제프는 고개를 저었다.
“시작한 거 끝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한 달 뒤.
이번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세기의 대결이 재성사되었다.
***
북의 통일전선부.
김민철 부장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곧 ONE 대 델타.
-포트 대 시내소프트의 인공지능 대결이 펼쳐지겠습니다.
화면은 코엑스 상설 경기장을 비추고 있었다.
“흠··· 수령 동지께서는 아직인가?”
“네.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강 대표 요구가 좀 과하긴 했지. 사유재산으로 인정을 해달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말을 한 답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들어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김민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중국도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어. 러시아도 마찬가지고. 인민이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불가결의 선택일세.”
대화를 나누는 사이 사회자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이번 대결은 총 3가지 종목으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대결은 지난번과 같은 바둑.
-두 번째 대결은 음성인식.
-세 번째 대결은 사진인식.
세 번의 대결에서 2번을 이기는 것이 대회 규칙이었다.
“세상이 이토록 빠르게 변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가는 이대로 공화국이 무너진다는 건 수령 동지도 잘 알고 있어. 다만······.”
김민철은 그다음 말을 억지로 삼켰다. 10년 이상을 알고 지내 온 부하도 믿을 수 없다. 이곳은 그런 곳이었으니까.
경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첫날 바둑 경기는 총 11판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ONE이 순식간에 6판을 이겨버렸다. 둘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ONE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음성인식을 해냈다.
마지막 셋째 날도 마찬가지.
3일 동안 치러진 경기에서 포트의 델타는 단 한 번도 ONE을 이기지 못했다.
그렇게 마지막 날 경기가 전부 끝나고 난 후.
김민철에게 연락이 도착했다.
-진행하라.
북 최고 권력자의 지시가 떨어졌다. 김민철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바쁘게 움직였다.
북한 개발
청와대.
북으로부터 온 연락을 받은 국가안보실장이 급히 비서 실장을 찾아갔다.
“북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비서 실장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믿기지 않아 다시 물었다.
“정말입니까?”
안보실장이 거칠게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에 들고 있던 종이뭉치를 흔들었다.
“방금 남북협력사무소를 통해 연락이 왔습니다. 동시에 팩스로 계약서 초안까지 보내왔습니다. 진심이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허··· 참······.”
“사유 재산 인정이라니. 김 위원장이 단단히 결심한 모양입니다.”
비서 실장의 표정이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그만큼 아주 중대한 사안이었다.
“만약 이게 인정된다면 다른 기업들도 우후죽순으로 달려들 겁니다. 중국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요.”
“결국, 문호가 개방되는 순서로 가겠군요.”
대화를 나누던 비서실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럴 게 아니라 당장 보고부터 해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둘이 대통령에게 보고하자마자 NSC가 소집되었다. 이건 경제협력 수준을 넘어서 북의 체제 자체가 변경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홍상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이곳에 왜 모였는지는 아실 겁니다. 안보 실장님.”
그 말에 안보실장이 나서서 간단하게 현 상황을 브리핑했다.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북이 정말 그런 결정을 내렸다니······.”
“사유재산 인정이라. 그러면 북의 현 체재가 붕괴하는 것 아닙니까?”
안보실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북이 현 체재를 포기한다는 말입니까? 김 위원장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요?”
이번에는 안보실 2차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북에게 핵은 현 체재의 상징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핵을 포기했다는 건 현 체재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보실에서도 체재 포기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흠······.”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때 국무위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통일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군요.”
삽시간에 회의실에 침묵이 찾아왔다.
통일.
멀고도 가까운 단어였다. 회의실은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그 침묵을 깬 건 안보실장이었다.
“물론 그 안도 여러 시나리오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통일을 선택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당장은 어려울 겁니다. 최소한 5년. 그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또 한 번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통일이라는 충격적인 단어가 현실에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그 침묵을 깬 건 비서 실장이었다.
“한국이 먼저 나서야 합니다.”
그가 좀 더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나라에서 이 사실을 알고 북한에 투자하기 전에 한국이 먼저 나서야 합니다.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에 유동 자금이 넘쳐 나지 않습니까.”
안보 실장이 거들었다.
“지하자원도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으니 그걸 전부 개발한다면 한국에 큰 도움이 되겠군요.”
비서 실장의 조금 더 목소리를 높였다.
“개성 공단을 비롯해 금강산 관련해서 협상을 통해 사유 재산으로 인정을 받고, 북의 싼 노동력 이용을 위해 여러 중소기업이 공장을 건설해 주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가 아니라 4% 어쩌면 5%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5% 성장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난 이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5%의 성장률이라······.”
“그렇게 되면 인당 GDP 3만이 아니라 4만, 5만 달러를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 개발이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니까요.”
홍상훈이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은 생각입니다. 한 번 적극적으로 추진해 보도록 합시다. 그럼 그 담당자를 정해야 하는데 누가······.”
홍상훈이 쓱 참석자들을 살펴보았다. 다들 난감한 기색이 가득했다. 안보실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 비서관에게 맡겨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박 비서관이요?”
“아마 일을 진행하다 보면 분명 막히거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부분이 생길 겁니다. 그때 누군가는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때 다들 같은 인물을 떠올렸다.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안보실장이 에둘러 표현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강력한 끈이 있고, 지금과 같은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낸 그라면 아마 가능할 겁니다.”
비서 실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에게 특사 자격을 주어 상대하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긴 합니다.”
홍상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 그에게 걸맞은 보상을 주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또 무엇을 줘야 할지가 걱정이군요.”
회의실이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이미 많은 이권을 챙겨 주었다. 또 어떤 이권을 주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 고민이 머릿속을 지배한 것이다.
그때.
또 한 번 비서 실장이 입을 열었다.
“북의 개발 사업을 넘겨 준다고 하면··· 그도 거절하지는 않을 겁니다.”
안보 실장이 툭 하고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러다 다 넘겨주겠습니다.”
회의실이 다시 침묵에 빠져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