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46)
탑 코더-246화(246/303)
***
중국 사이버 사령부.
왕슈잉 중장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사령부 내 여와팀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가 ONE 시스템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게 시내소프트 귀로 들어갔어. 이대로라면 그쪽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최대한 빠르게 끝내야 해.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넵.”
작업하고 있던 6명의 작업자가 동시에 답했다. 하지만 왕슈잉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보안 체계가 갖춰져 있을 줄이야. 이러면 정말 실패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겠어.’
처음 ONE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했을 때는 시내소프트 강승호 대표가 미친 것으로 생각했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중국에 설치해 준다니.
ONE은 신뢰할 만한 기관에서 평가하기를 수십조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은 인공지능이었다.
그걸 설치해 준다?
거저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히려 역공격을 당하다니. 시간이 지나면 보안 체계가 더 강력해질 게 뻔해. 그렇게 되면. 기회는 완전히 사라질 테고.’
지금처럼 시스템이 멈추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우려가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순간.
해킹을 진행하던 요원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이거······.”
말을 더듬던 요원이 급기야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머, 멈춰. 멈춰!”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요원의 PC가 픽 꺼졌고, ONE에 접속했던 다른 PC들도 한둘씩 전원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왕슈잉 중장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또 실패했다.
벌써 두 번째.
자신이 알고 있는 계약 내용대로라면 이번에는 1억 위안의 두 배인 2억 위안이 청구될 것이다. 만약 한 번 더 해킹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4억 위안. 위약금이 두 배씩 늘어나는 구조였다.
문제는 자신들이 아니라고 딱 잡아뗄 수 없다는 데 있었다.
띠리리.
띠리리.
사무실 내에 있는 보안 전화기가 불길한 벨 소리를 흘렸다. 해킹이 실패하자마자 연락이 왔다.
“네. 왕슈잉입니다.”
-또 실패인가?
“···죄송합니다.”
-위약금이 2억 위안으로 늘어난 건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총 3억 위안이네.
왕슈잉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점점 올라갔다.
-더구나 시내소프트에서 보안 레벨을 상승한다고 연락이 왔어. 운용 요원 진입을 막고 있지만, 언제까지 막을 수만은 없네.
이미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모습을 봤다. 보안 레벨이 올라간다면 다운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으리라.
“죄송합니다.”
-한 번 더 실패하면 4억 위안. 총 7억 위안으로 늘어나겠지. 그리고 만약 이걸 국제 사회에 폭로하게 되면 중국의 명성이 어떻게 될까.
목소리에는 진득한 분노가 스며 있었다. 왕슈잉은 마른 침을 삼킬 뿐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마지막이네. 이번에도 실패하면 끝이야. 자네도 자네 팀도 모두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왕슈잉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
시내소프트 본사.
조금 전 ONE이 델타를 이겼지만, 본사 분위기는 침착하기만 했다. 그중에서도 ONE 상황실의 분위기는 침착함을 넘어 심각한 수준이었다.
“중국 3번째 시도 후 파악 불가 상태입니다.”
“러시아 3번째 시도 중 파악 불가 상태입니다.”
“미국 2번째 시도 중 파악 불가 상태입니다.”
가운데 앉아 상황을 지켜보던 승호가 두 손을 깍지 낀 채 종합 상황판을 바라보았다.
“적들이 각 공격 PC에 꽂혀 있던 인터넷을 제거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금부터는 ONE 자체 방어 체제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노골적이었고, 집요했다. 생각하던 승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각 정부에 경고장 보내도록 하세요. 한 번 더 공격을 시도하면 현 내용을 언론에 배포 해 공론화하겠다고.”
공론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분명 각 정부에서는 발뺌할 것이고, 제로 수입 제한이나 ONE 계약 취소같이 어떤 제재를 할지 모른다. 그랬기에 비서가 나섰다.
“대표님. ONE 보안 레벨을 상향했으니 조금 지켜보시는 게 어떨지······.”
“운용 요원에게도 하드웨어 점검을 핑계로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보안 레벨을 올리지도 못하고 있어요.”
“북과 관련된 공증이 무효화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제로 수입에 무자비한 관세를 메기거나 법규 미비를 핑계로 수입을 제한할 수도 있고요.”
“상관없습니다. 원 서치, 원 톡의 매출이 받쳐주고 있고, 엔진 S에서 들어오는 저작권료가 있으니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합니다. 여차하면 디트로이트 보다 프로젝트 네옴을 먼저 진행하면 됩니다. 사우디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스마트 시티를 만들어 달라 하고 있으니까요.”
비서는 승호의 결심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이렇게 휘둘리다가는 ONE 운용 시기 내내 위약금도 받지 못하고, 해킹 위협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시작부터 배수의 진을 치고 상대해야 적들도 우리를 함부로 생각하지 못합니다. 당장 운용 요원을 들여보내고, 시도를 멈추지 않으면 공론화한다고 전하세요.”
단호한 승호의 지시에 비서는 어쩔 수 없이 전화기를 들었다. 하지만 승호가 아무리 시가 총액 천조가 넘는 회사의 주인이라고 해도 세계를 대표하는 강대국들이 그 말을 들을 리 없었다.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며 운용 요원들의 접근을 불허했다.
결국, 승호가 결단을 내렸다.
타임지를 통해 특집 기사가 실린 것이다.
-ONE 기술을 탈취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눈물겨운 노력.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서.
훔쳐 갈 수 없다.
-[속보] 시내소프트 강대국들을 상대로 선전 포고?
-[속보] ONE 해킹 의혹 제기. 각국 정부 모르쇠 일관.
-[단독] 시내소프트 강력한 증거 확보되어 있다.
뉴스를 본 청와대 비서실장의 첫 마디였다.
“미쳤군. 완전히 미쳤어.”
함께 회의하고 있던 정책 실장도 말을 잇지 못했다. 방송 3사를 비롯해 종편 해외 언론까지 시내소프트 발 뉴스를 대서특필했다. 정책 실장은 우려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렇게 자극해서 회사에 좋을 게 하나도 없을 텐데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아무리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그렇다고 했기로서니 저렇게 뉴스를 내보내다니.”
“강 대표도 무슨 생각이 있긴 할 겁니다. 함부로 행동할 사람이 아닌 듯 보였으니.”
“아직 20대. 혈기 왕성한 젊은이입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시스템이 해킹당했다고 생각하면 분노가 폭발할 수 있을 겁니다.”
정책 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많이 보진 않았지만 그렇게 감정에 휘둘려 행동할 사람은 아니었다.
“시내소프트에서는 무슨 연락 없습니까? 이거 자칫하면 국가 간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사건인데.”
“아직 까지는 연락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박 사무관을 시내소프트에 급파했습니다.”
시내소프트는 시가 총액 천조를 넘는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기업.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기업이었다.
더구나.
북한 관련 투자와도 상당한 관련이 있었기에 더더욱 중요한 관리 대상이었다. 정책실장이 뉴스를 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러다 북한 관련 투자를 취소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러시아나 중국에서 공증을 해주지 않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으니.”
“저도 사실 그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사유재산까지 인정해준다고 한 마당에 투자를 철회한다면. 북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시내소프트 기업 하나에 미, 중, 러 거기에 북한과 한국까지. 수많은 나라가 휘둘리고 있는 거군요.”
비서실장이 입맛을 다셨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 가지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시내소프트의 영향력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 그 이상이었다.
“흠···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가려고 저렇게 막 나가는 건지.”
하지만 정책 실장은 어떻게 풀어갈 건지 왠지 알 것 같았다.
“정면 돌파하지 않겠습니까.”
“네?”
“지금까지 강 대표가 일을 해왔던 방식을 보면 이번에도 정면 돌파해서 해결할 것 같습니다. 시내소프트가 깨지든지 중국이나 러시아가 깨지던지.”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한없이 낮아졌다.
“미국도 있습니다. 무려 미국이라고요. 거기에 중국, 러시아까지. 그런 강대국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가만히 있도록 만들면요.”
“네?”
“시내소프트가 그들이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비서실장이 입을 다물었다. 정책실장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원 톡, 원 서치 두 서비스 사용자가 10억을 넘었습니다. 제로는 또 어떻습니까. 이제는 원 탑 자율주행 자동차로 세상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게 된 겁니다.”
그의 질문은 날카롭고, 정교했다.
“비서실장님 오늘 뭐 타고 오셨습니까?”
“······.”
비서실장이 입을 다물었다. 정책 실장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제로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지금 부산 스마트 시티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주민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정확한 통계 수치에 기반을 둬 말했다. 그랬기에 더더욱 비서실장은 입을 떼기 힘들었다.
“올 상반기에만 외국인 관광객 600만 명이 부산을 찾았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300만 명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스마트 시티.”
“그렇습니다. ONE API로 넘어가 볼까요? GM을 필두로 ONE API를 사용하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포트의 델타를 상대로 한 번도 지지 않은 ONE입니다. 아마 더 많은 기업이 ONE API를 사용해 서비스를 출시하게 될 겁니다.”
“망고의 에이폰 판매량이 30%가량 하락했다고 하더군요. 그에 비교해 시내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있는 엔진 S 판매량은 급증했고.”
“네. 바로 그겁니다.”
“곧 RONE이라는 로봇까지 출시해 사용자들의 마음을 또 한 번 휘어잡는다면 그들의 제재가 별 소용이 없을 수도 있겠군요.”
“동남아를 비롯해 인도, 유럽, 중동, 남미까지. 시장은 아직 많으니까요.”
비서실장이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마냥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시내소프트가 그들을 상대로 승리했을 때 우리가 어느 쪽에 있냐에 따라서 강 대표의 반응은 달라 질겁입니다. 그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뒤로는 만약 시내소프트가 이번 사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때에 대한 시나리오가 논의되었다. 쉽지 않겠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망고사나 포트사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IT 회사가 되리라는 것이 둘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
-[속보] 미국 제로 자동차 고관세 부과 검토 중 -[속보] 중국 모욕을 당했다. 원 서치, 원 톡 차단 논의 -[속보] AI-정부 수입 전면 철회까지 불사하겠다는 러시아.
-[단독]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릴 시내소프트 출구 전략 부재.
시내소프트가 촉발한 뉴스는 재생산되며 끊임없이 세간을 달구었다.
-asgun**** : 시내소프트 미친 거 아님? 해킹이 의심된다니. 저런 뉴스 막 돌려도 되냐?
-phss**** : 난 응원한다. 중국이나 러시아. 처음부터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dasf**** : 부적절한 표현이 섞여 있는 댓글입니다.
-wonb**** : 이건 저 새끼들이 쌉인정 해야지. 고양이한테 생선 줬는데 안 먹는 게 이상하지.
뉴스마다 수천 개씩 댓글이 달렸다. 그건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미국.
중국.
러시아.
각국 국민도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뜨겁게 격돌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승호의 집무실은 조용하기만 했다. 박신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정부에서 알아본 결과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에서 나온 뉴스는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결코, 위협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회사로도 연락이 왔어요.”
“그러면 이대로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고관세를 메기면 제로 판매량이 떨어질 테고 GM에서 곧 출시할 자율주행차가 반사 이익을 얻을 겁니다. 원 서치나 원 톡이 중국에서 차단당해도 마찬가지고요. 곧 대체 서비스가 올라올 겁니다.”
하지만 승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대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ONE이고요. 사무관님도 포트의 델타를 이기는 걸 보시지 않았습니까. 아 이제 사무관이 아니라 서기관이시군요.”
“제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찌 이리 태평하십니까. 걱정도 안 되십니까?”
“걱정되긴 합니다.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가.”
오만하게만 느껴지는 말이었다. 박신우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시내소프트가 아무리 성장했다고 해도 미국을 상대할 수는 없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말 할 것도 없고.’
승호도 박신우의 그런 생각을 읽고 있었다.
“돈이 좀 있으면 시내소프트 주식이나 사두십시오. 지금 시가 총액 천조 밑으로 떨어졌으니. 아주 싸게 살 기회입니다.”
“대표님!”
“서기관님도 뉴스에서 보셨을 겁니다. ONE의 AI-IQ가 150에 달한다는 사실을. 그게 무엇을 뜻하는 지도.”
박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포트의 델타를 이기는 순간 언론사에서 섭외한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각자의 의견을 쏟아냈다.
공통된 의견이 AI-IQ 150.
ONE이 이룩한 업적에 대한 것이었다. 승호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모릅니다. AI-IQ 150은 지금까지 기술이 닿은 적이 없었던 곳이니까요.”
“그게 다른 나라에서 시내소프트를 어쩌지 못하는 것과 상관이 있습니까?”
승호는 자신이 할 말만을 계속했다.
“전문가들이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라 말하는 건 사실 실감이 잘나지 않죠. 직접 겪어 보기 전까지. 박 서기관님.”
박신우가 승호를 쳐다보았다.
“만약 전 세계에서 핵폭탄을 단 한 나라에서만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므로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승호가 입가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저도 어떻게 될지 짐작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히 알 것 같아요. 그 나라를 쉽게 상대할 수 없을 겁니다.”
“······.”
“제로는 시내소프트에서 만 생산합니다. AI-IQ 150을 달성한 인공지능도 단 하나고요. 곧 150에 달하는 AI-IQ를 가진 RONE이 출시 됩니다. 제로는 업데이트되어 한층 더 강력한 드라이빙 모습을 보여줄 것이고요. 이미 한 번 거기에 맛을 들린 사용자들은 쉽게 기존의 서비스를 버리지 못할 겁니다. 다른 게 눈에 차지도 않을 거고요.”
“중국처럼 전부 차단해 버리면 어차피 사용하지 못하는 서비스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나라는 뛰어가는데 기어가는 나라가 될 겁니다.”
마지막 말에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