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47)
탑 코더-247화(247/303)
***
미국 워싱턴 백악관.
그곳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토마스가 헛웃음을 삼켰다.
“끝까지 가보자 이거군.”
“몇 번 만남 요청을 했지만, 미국에서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흠······.”
“사실 명분이 그쪽에 있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증거 로그 일부가 시내소프트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아직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만약 공개된다면 상황이 지금보다 어려워질 겁니다.”
“NSA 놈들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안 걸리게 잘했어야지. 쯧쯧.”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골든아이 프로젝트의 자문입니다.”
토마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NSA로부터 연락은?”
“ONE을 해킹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토마스의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
“도대체 얼마나 더 필요하다는 거야!”
“ONE의 보안체계가 너무 복잡해서······.”
비서실장이 말을 줄였다. 왜 자신이 욕을 먹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NSA 국장이 와서 보고 해야 하는 건인데 왜 내가. 젠장.’
토마스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집무실에서 서성였다. 그 사이 또 하나의 뉴스가 속보로 올라왔다.
-[속보] 프로젝트 네옴 본격 가동. 디트로이트 스마트 시티는?
뉴스에서는 승호가 사우디의 왕세자 알 왈리드 빈 살만와 활짝 웃으며 손을 잡고 있었다. 토마스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디트로이트 건도 있었군.”
비서실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스마트 시티는 미시간 주의 숙원 사업인데······.”
“젠장.”
토마스의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훔쳐 갈 수 없다.
중국 베이징의 중남해.
그곳의 가장 깊숙한 곳인 근정전이 현 중국 주석 하오란이 근무를 하는 곳이었다. 그곳에 일련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마음대로 하라는 연락이 왔다고?”
이일을 총괄하고 있는 공안국장이 빠르게 답했다.
“네. 원 서치나 원 톡을 차단하고 싶다면 해도 된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거지.”
왕팡.
이인자인 부주석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강 대표가 그런 성향을 지닌 것 같긴 했습니다. 아마 미국 쪽에도 비슷하게 대응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제로 고관세가 구체화 되었으며, 디트로이트에 건설된 스마트 시티가 뒷순위로 밀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에는 시내소프트와 관련된 일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아직 크게 교류가 오고 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흠······.”
하오란이 팔짱을 끼며 긴 숨을 내쉬었다. 순식간에 집무실이 적막감에 휩싸였다. 공안국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현재 사이버 사령부 쪽 요원들까지 총동원되어 ONE 해킹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없습니다. 보안 체계가 얼마나 튼튼한지··· 벌써 수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하오란을 대신해 왕팡이 물었다.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현재까지 최소한 1주일 이상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럼 그때까지 ONE 운영 요원 접근을 막아야 한다는 건가?”
“···네.”
“명분은?”
그러자 공안국장도 입을 닫았다.
하드웨어 점검.
데이터 센터 건물 점검.
등등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대며 운영 요원 접근을 막아 왔다. 그 이유도 이제 끝날 시간이었다. 또 다른 이유를 만들어 내야 한다.
“누수가 생겨서 보수해야 한다고 해봄이······.”
“우리도 막 나가고 있군.”
그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날아가 공안국장의 가슴에 꽂혔다. 입안이 바짝 마른 공안국장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죄송합니다.”
하오란이 팔짱을 풀며 말했다.
“해킹 시도를 멈추고 협력하면 어떻겠나?”
“이제 화해를 시도하면 위약금으로 10억 위안을 지급 해야 합니다.”
“깎아달라고 하면 되지. 시내소프트도 그 정도 융통성을 발휘해 줄 것 아닌가.”
왕팡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ONE을 포기하자는 말씀입니까?”
하오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해킹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니까. 그리고 기회가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흠······.”
이번에는 왕팡이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그는 중국의 2 인자.
1인자도 그의 생각을 존중해 줄 만큼의 능력자였다. 공안국장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여기서 잘못 입을 놀렸다가는 화를 당하기 십상이었다.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 수는 없어. 시내소프트에서 정말 로그라도 공개해 버린다면 중국은 또 한 번 오명을 뒤집어 써야 해.”
왕팡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시내소프트는 버리기에 아까운 패니까요.”
“맞아. 미국과의 사이가 나빠진 틈을 파고드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어. 어차피 ONE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계속 이곳에서 운영될 테니.”
왕팡이 그 말을 받았다.
“해킹 기회는 계속 있을 테니까요.”
“꼭 오늘만 고집할 필요는 없지.”
“위약금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50%를 상한선으로 걸고 1억 위안부터 협상 시작해보지. 그쪽도 마냥 강하게 나올 수는 없을 거야. 원 서치나 원 톡의 중국 사용자가 상당하지 않은가.”
그때.
공안국장의 핸드폰이 드르륵 진동했다. 내용을 확인한 공안국장이 굳은 표정으로 하오란을 바라보았다.
“방금 러시아 쪽 동향 관련해서 연락이 왔습니다.”
하오란이 고개를 끄덕이자, 공안국장이 말을 이었다.
“현 시간부로 운영 요원 진입을 허가하고, 위약금에 대해 일체 지급 하겠다고 했답니다.”
앉아 있던 하오란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공안국장이 재빨리 뒤이어 도착한 상세 내용을 확인했다.
“RONE이 출시 되자마자 50만대 가량이 팔렸다고 합니다. 그게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아니라··· 그 때문에 러시아에 RONE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답니다. 제로 공장에 이어서.”
집무실이 삽시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왕팡이 으득 이를 갈며 말했다.
“러시아가 선수를 친 모양입니다.”
“젠장··· 이 자식들이.”
공안국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방금 이바노바가 기자 회견을 하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시내소프트를 지지한다고.”
왕팡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판이··· 깨졌군요.”
이내 집무실이 침묵에 휩싸였다.
***
-[속보] 러시아 AI 정부 재 추진. 시내소프트와 최대한 협력하겠다.
-[속보] ONE 해킹은 단순 해프닝. 러시아는 기업 활동을 최대한 돕겠다.
-러시아와 시내소프트는 친구 같은 관계. 멀어질 수 있을 지연 정떨어질 수는 없다.
승호가 TV를 통해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러시아가 먼저 시작했군요.”
황호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위약금 700억도 한 번에 입금됐습니다.”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느라, 부사장님이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시내소프트의 기술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제가 거래를 성사시킬 때까지 해킹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신을 방어했으니까요. 특히나 홍보팀이 만든 동영상이 주효했습니다.”
승호가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부사장님의 튼튼한 인맥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황호근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하, 네 뭐.”
“우리 RONE 판매량이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만 현재 50만대를 기록 중에 있습니다. 러시아에 세워질 공장은 그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인건비도 유럽지역에서는 대단히 싼 편이라 수익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승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조용히 읊조렸다.
“이제 중국이나 미국이 꽤 몸이 달아오를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벌써 중국 쪽 관계를 맺어둔 곳에서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당분간은 핑계를 대라 해서 연락을 피하고 있지만··· 계속 미룰 수만은 없습니다.”
승호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틈이 생겼군요.”
“네. 말씀하신 대로 돼가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
중국이나 미국에 비하면 경제 규모는 상당히 작다. 각종 첨단 기술에서도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나마 나라를 유지하는 게 천연자원.
그렇기에 러시아는 시내소프트 같은 기업과 더 협력할 필요성이 있었다. 승호는 그 점을 찔렀고, 이바노바는 바로 받아들였다.
그때.
비서가 노크한 후에 집무실로 들어왔다.
“대표님,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만나자고 합니까?”
“네. 그래서 사전에 말씀하셨던 조건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계속 먼저 만나서 협의를 하자고 합니다.”
승호가 손에 깍지를 끼고 턱을 괬다. 황호근이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며 물었다.
“설마 거부할 생각입니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토마스 대통령이 많이 화가 날 겁니다.”
“그 사람 성격 더러운 거 저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잘 알죠. 미친놈처럼 행동하는 그 모든 것들이 전부 고도의 전략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것도.”
황호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 응?”
“미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될 만큼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닙니다. 토마스는 고도의 전략을 기반으로 행동하고 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이곳에서 미 대통령을 가장 많이 만나본 사람이 승호였다. 승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르고 있다.
‘ONE은 골든 아이 프로젝트에도 사용된다. 그 프로젝트의 고문은 나. 결국, 내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 빠르게 ONE을 해킹하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접근 할 생각이었겠지만··· 어림도 없지.’
결론을 내린 승호가 입을 열었다.
“미친놈에게는 미친놈이 약입니다. 조건을 들어주기 전까지는 어떤 거래도 않겠다고 하세요. 제로에 고관세를 메기던, RONE 판매를 정지시키던 마음대로 해보라고.”
꿀꺽.
비서와 황호근의 목울대가 동시에 꿀렁거렸다. 승호가 비서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홍보팀에서 만든 영상. 튜브넷에 올리도록 하세요. AI-IQ 150의 ONE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할 테니까.”
비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 급히 홍보팀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그 영상이 아니더라도 이미 RONE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