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48)
탑 코더-248화(248/303)
***
미국 실리콘 밸리 튜브넷 본사.
포트의 계열사 중 한 곳이었지만 회사는 분리되어 있었다. 그곳 컨텐츠 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는 잭슨이 뚫어져라.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이건 얼마 전에 우리 회사 AI를 이긴 ONE이잖아.”
-핫 이슈 컨텐츠.
-No 1. 인공지능 ONE이 현재 하는 일.
시내소프트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이 순식간에 조회수 천만을 기록하며 핫 이슈 영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잭슨이 해당 영상을 클릭해 보았다.
-ONE.
-AI-IQ 150.
-The world is changing.
커다란 문자열이 사라지고 실제 영상이 나타났다. 영상의 초점은 제로가 아닌 RONE 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주인님.
-집사 RONE 입니다.
인간 같은 말투의 RONE이 꾸벅 인사를 했다.
이내.
-앞으로 주인님을 성실히 모시겠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영상에서 잭슨은 눈을 뗄 수 없었다. 먼저 RONE은 수시로 집안을 돌아다니며 주인의 상태를 체크 했다.
-현재 의자에 앉으신 자세를 바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턱은 당기로 허리는 등에 조금 더 기대야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RONE이 보기에는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주인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도 그래.
그러자.
연결된 로봇 청소기를 RONE이 조종해 더럽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청소했다. 신기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오늘은 비가 오는군요.
-한국에서는 비가 오면 막걸리에 파전을 먹는다고 하는데 주문할까요?
-어디 맛집 있어?
-이 근처 중에서는 왕 이모 파전이 맛집입니다.
-네가 해줄 수는 없어?
-개발자분들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Version2에서 해당 기능이 탑재될 예정입니다.
마치 사람처럼 사람을 상대했다. 영상만 봐서는 팔다리만 없지 사람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마른 침을 삼키며 끝까지 영상을 본 잭슨은 자신도 모르게 영상 아래 걸려 있는 링크를 클릭해 RONE 판매 사이트로 들어갔다.
-RONE S : 3000불(SOLD OUT).
-RONE A : 2000불(SOLD OUT).
기종은 단 두 가지였고, 가격 역시 비싼 편에 속했다. 그럼에도 이미 전부 매진되어 있었다.
“뭐야··· 벌써 다 팔렸잖아.”
전부 매진 되어 있었다.
훔쳐 갈 수 없다.
넥스터 사이트의 중고세상 까페.
근래 가장 많이 올라오는 상품은 RONE 이었다.
-RONE(S) 오키드 그레이 AA급 판매합니다.
-레드 RONE(S) S급 판매.
-(서울) 블루 RONE(S) A 급 판매합니다.
RONE S
한국 정시 출고가격이 330만원.
그러나 중고세상에서 판매가격은 오히려 350만 원을 넘어갔다. 시중에 물량을 찾기 힘들어 벌어진 기현상이었다. 그런 사실은 시내소프트 본사에서도 파악하고 있었다. 황호근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풀리자마자 매진입니다. 중고세상에서는 오히려 웃돈이 붙어 팔리는 중이고요. 현재 일본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지만 수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공장 건설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곧 시 운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생산 시설이 부족합니다.”
“러시아에 공장을 건설 한다고 해도 당장은 사용할 수 없을 테고 이거 무슨 수를 쓰긴 써야겠네요.”
“마케팅팀은 오히려 지금 상황이 회사에는 더 이익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 심리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줄 선 가게에 더 가고 싶어 하는.”
“아······.”
“그래서 마케팅 비용이 확 줄었습니다. 알아서 광고되니까요.”
“그게 대당 40%가 남죠?”
“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영업이익 80조가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선진 전자뿐만이 아니라 망고 사 영업이익도 가뿐이 넘어서는 금액입니다.”
80조.
엄청난 금액에 승호가 휘파람을 불었다.
“휘우. 그 정도면 이제 우리도 당당히 글로벌 기업이라 불릴 만 하군요.”
시내소프트의 가장 취약점은 순이익이었다. ONE이라는 걸출한 인공지능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력은 인정받고 있었으나 실질적인 매출과 순이익이 뒤 받침 해주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제로로 인해 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있었고, RONE이 그 방점을 찍은 것이다.
“물론입니다. 원 서치, 원 톡. ONE 외부 API. ZONE 등등 수익원이 다양하긴 하지만 제로와 엔진 S에서 들어오는 로열티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는데 RONE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상반기 중으로 고생한 직원들 성과급도 두둑이 챙겨주도록 하세요.”
황호근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하하, 그건 염려 마십시오. 제가 또 베푸는 것 하나는 일 등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샴페인을 터트리는 시간이 지나고,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황호근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런데 중국 쪽 일은 어떻게 처리 하실 생각입니까. 계속 답변을 주지 않으면 관계가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하 주석이 상무위원회에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합니다. 오로지 하 주석과 2인 자인 왕팡. 그 둘이서 논의 중이라 합니다.”
승호가 팔짱을 끼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황호근이 말을 이었다.
“상무위원에게 슬쩍 정보를 흘려주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하 주석이 그 상무위원을 경계 할 수도 있습니다. 시내소프트의 끄나풀이라 생각하면서.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고요.”
“······.”
이번에는 황호근의 입이 굳게 닫혔다. 생각하던 황호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확인하신 미국 쪽 반응은 어떻습니까? 미, 중. 둘 중 한 곳이라도 마음을 돌리며 하나는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토마스 대통령의 마음이 급해 보였습니다. 앞으로 6개월 뒤. 11월이면 재선이 있으니.”
“그전에는 해결하고 싶겠군요.”
승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더구나 미국에서 RONE이 호평을 받는 상황입니다. 미국민들의 시내소프트에 대한 평가가 아주 좋다는 뜻이죠. 여론은 우리 편입니다.”
“하긴 상황이 고무적이긴 합니다. 고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는 하지만 벌써 한 달이 지나도록 적용조차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에 비교해 중국은 결국 원 서치를 차단했죠.”
그 말에 황호근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승호의 마음을 슬쩍 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미국을 선택하실 생각입니까?”
“한한령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제재를 강화했으니까요.”
황호근이 씁쓸함을 참지 못하고 입맛을 다셨다.
“하긴 위약금도 겨우 10%를 주겠다고 하는 날강도들이니.”
“그렇다고 먼저 백기를 들고 미국에 고개 숙일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RONE은 충분히 잘 팔리는 중이고, 제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제로는 현재 세계 자동차 판매량 2위.
1위인 폭스바겐과는 100만대 차이였다. 그것도 각국의 규제 때문에 아직 팔리지 못하는 나라가 많아서였다. 시간이 지나고 규제가 풀리기 시작하면 1위를 넘어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그렇기는 합니다. 이 상태면 시간은 우리 편이니.”
“결국, 우리가 이길 겁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괜히 대금을 나눠 받는다고 했어.’
북핵 관련 작업을 해주고 받아야 할 대금.
첫 회차는 받았지만, 아직 4번을 더 받아야 했다. 그걸 받지 못할까 봐 조금 염려스러웠다.
그때.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연락이었다. 승호는 담담히 되물었다.
“무슨 일이라고 합니까?”
“북 투자 건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합니다. 북에서 재촉하는 모양입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자리를 일어났다.
***
삼청동에 있는 청와대 안가.
그곳에서 승호는 비서실장과 단둘이 만났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비서실장이 먼저 일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북에서 언제쯤 투자가 시작되는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사유재산도 인정해 준 만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었는데 왜 소식이 없냐며 성화를 부리는 통에.”
“러시아와의 관계가 회복됐으니 곧 시작할 겁니다.”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앞으로 한 달 안에 계획서 먼저 보내드리겠습니다.”
“하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북한 개발은 시내소프트에서도 중점 사업이니까요.”
“이미 선진에서는 계획서를 보내왔습니다. 그럼 시내소프트에서 보내주시면 바로 북쪽에 전달하겠습니다.”
승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슬쩍 승호 눈치를 살피던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또 하나 논의 드릴 게 하나 있는데······.”
“미, 중 관련 일 말씀입니까?”
“네. 그렇지 않아도 두 나라에서 청와대 쪽으로 엄청난 푸시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시내소프트에 연락해서 무슨 말을 좀 해달라고.”
“청와대로도 연락이 왔다는 말씀이시군요.”
“벌써 수차례 연락이 왔습니다.”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이 사실을 말해야 해서 박신우 서기관이 아닌 자신이 직접 왔다.
“미국이 골든아이 프로젝트를 들먹이더군요.”
그 프로젝트의 고문이 승호.
프로젝트의 설계를 승호 혼자서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미국 정예 요원들이 설계도를 받아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도둑놈 심보네요. 자신들은 남의 것을 무단으로 강탈하려 했으면서.”
비서실장이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정부의 일원으로써 한쪽 편을 들 거 어렵기에 나온 미소였다.
“일정 부분 그런 면이 있기도 하지요. 그러니 만나서 풀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하하, 그거 잘 됐군요.”
“세계의 중심을 동남아 쪽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요.”
갑작스러운 말에 비서실장은 일순 말문을 잃어버렸다. 그저 멍하니 승호를 쳐다보기만 했다.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미, 중 중심의 세계 질서. 한 번 바꿀 때도 됐다는 생각 합니다.”
비서실장이 급히 입을 열었다.
“지, 그, 그 말씀 무슨 뜻인지. 제가 잘 이해를 못 했습니다.”
“실장님 전화를 받으니 딱 떠오르더군요. 대통령님이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 그걸 잘 활용한다면 10년 후 세계 경제 질서가 바뀔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신남방정책.
그게 무엇인지 자신도 알고 있었다. 떠오르는 나라인 동남아시아들과 교역을 확대해 한국 경제를 한 단계 성장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들이다 보니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중국도 임금이 올라가면서 제조 공장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 공장들이 지금 인도를 비롯해 베트남, 캄보디아 같은 나라들로 가고 있죠. 인구 역시 인도, 동남아를 합치면 20억 가까이 됩니다. 미, 중에 꿇릴 게 없죠.”
“자, 잠시만요.”
쏟아지는 말에 비서실장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중국은 인구를 무기로 성장했고, 미국은 전쟁을 무기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은 인공지능을 무기로 성장하면 됩니다. 동남아시아 나라들을 배경으로 해서.”
정책 실장은 연신 마른 침을 삼켰다. 너무 광오하고, 오만한 말이었지만 강승호가 말하자 설득력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어제부로 시가 총액 세계 1위 기업의 주인이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