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49)
탑 코더-249화(249/303)
***
미 백악관.
비서실장이 입안에서 혀를 굴리며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오늘도 연락이 없어?’
골든 아이 프로젝트를 비롯해 디트로이트 개발 건까지 완전히 정지되었다. 딱 하나 다행인 점은 강승호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도 정지되었다는 것이다. 돈은 아끼게 된 것이다.
“연락이 없다고?”
토마스 대통령의 묵직한 목소리가 비서실장의 상념을 깨웠다. 비서실장이 급히 답했다.
“네. 청와대와 비서실 동시에 푸시 중인데 계속 같은 대답만이 오고 있습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정확한 위약금을 지급해라. 그때까지 협상은 없다.”
“중국 반응은?”
“그쪽은 원 서치에 원 톡 까지 차단하며 강력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그게 기본으로 탑재돼야 하는 RONE 역시 중국 쪽에는 수출되고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흠······.”
“명분이 시내소프트에 있어 여론전도 쉽진 않습니다. 타임지까지 인수 해서 여론전을 펼치는 통에······.”
“그것보다 디트로이트가 문제야. 이러면 재선에 붉은 등이 켜진 꼴 아닌가.”
“네. 하지만 장점도 있습니다. 미지급된 작전 대금이 굳었습니다.”
“쯧쯧.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
“RONE은 사용해 봤어?”
“네. 테스트 차 하나 구매했습니다.”
“구매 말고, 사용 말이야.”
비서실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일이 바빠서 아직 사용까지는.”
그 대답에 토마스의 표정이 더 딱딱해졌다.
“정말 인간처럼 행동하고 말하더군. 팔 다리까지 생기면 정말 사람이라 해도 믿을 정도야.”
“그, 그렇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되겠나?”
“···네?”
“그게 홍상훈 대통령의 신남방정책과 합쳐지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비서실장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하지만 토마스가 그리는 그림을 똑같이 떠 올릴 수는 없었다. 토마스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무기로 세계 기술자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여 실리콘 밸리처럼 만든 후. 그 생산 공장을 동남아 쪽에 건설하면 당장 5년 뒤 세계 경제 질서가 바뀔 수도 있어.”
“그, 그렇게까지야······.”
“지금은 흔적도 찾아보기 힘든 노키아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GM은 제로로, 포트는 원 서치로, 포토북은 원 톡으로 에이폰은 RONE으로 전부 대체 된다고 해도 그렇게 말할 건가?”
신랄한 토마스의 비판에 비서실장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훔쳐 갈 수 없다.
한국 청와대.
청와대로 돌아온 비서실장은 바로 홍상훈 대통령을 찾아갔다.
“그래, 뭐라 하던가요?”
“좀 해괴한 말을 듣고 왔습니다.”
“해괴한 말?”
“일단 미국이나 중국과 먼저 관계를 개선할 생각은 없다고 했습니다.”
홍상훈이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중간에서 우리만 곤란하게 됐군요. 특히나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계속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러면서 신남방정책에 대해 말하더군요.”
홍상훈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그건 왜······.”
“RONE이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하는 지경이지 않습니까? 제로 또한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자동차이고요. 더구나 스마트 시티는 전 세계에서 요청이 오는 등. 시내소프트에 엄청난 일감이 밀려 있는 상황이죠. 동남아시아는 각종 공장 유치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그래서요.”
“더구나 인건비도 중국보다 싸니 부가가치가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 낙수효과를 받기만 해도 나라가 성장할 겁니다. 사업의 규모가 다르니까요.”
그 말을 듣고 있던 홍상훈이 입안에서 혀를 굴렸다. 비서실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은 것이다. 비서실장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앞으로 북에 건설될 대륙 횡단 철도를 통하면 유럽, 중동, 중앙아시아 쪽 진출도 쉽습니다. 유럽이나 중동은 몰라도 중앙아시아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고요.”
홍상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를 재편하자. 지금 그 말을 하는 겁니까?”
비서실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강 대표가 그 일을 제안해 왔습니다.”
홍상훈 대통령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당장 공장 몇 개를 건설하고, 스마트 시티 한두 개 짓는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서실장은 입을 멈추지 않았다.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해괴한 말이라고 했고요. 하지만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동, 중동과 연결된 아프리카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어쩌면 가능한 일이지도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상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며 조금씩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시발점에 신남방정책을 두자는 말이군요. 마치 중국의 일대일로처럼.”
“아시겠지만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그 폐단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그 틈을 치고 들어가자.”
“시내소프트에 쌓이는 엄청난 현금과 기술력을 이용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80조. 점점 자율주행차규제가 풀리는 걸 고려하면 내년에는 100조를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선진 전자 몇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군요.”
비서실장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었다.
“강 대표 말로는 이번 일과 관련해 선진과도 교감이 오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 두 기업이 힘을 합쳐 일을 진행한다면 정말······.”
“선진 전자 사내유보금만 100조입니다. 선진 그룹 전체로 보면 그 금액은 더 늘어나고요. 그 돈까지 활용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다면 정말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홍상훈이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또 한 번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었다. 원자력 발전소 사건에서부터 북핵 포기 선언 그리고 오늘 일까지.
자신이 대통령일 때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싫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잘 해결 해 나간다면 한국은 한 단계가 아니라 몇 단계는 더 도약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은 후대에 그런 업적을 기록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생각을 마친 홍상훈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 합니까?”
비서실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말로 전달 되었기에 승호가 말했던 내용이 너무 방대했지만 큰 그림이 전해지기에는 충분했다.
***
비슷한 시각.
강남 선진 전자 본사.
선진 건설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한 중역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먼저 선진 건설의 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시내소프트에서 일을 키워보자고 했단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현재 프로젝트 네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북에 건설될 곳을 비롯해 3개 나라 정도에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하고자 하면 못할 건 없지만··· 품질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다른 건설 쪽과 연합해서 하면요?”
건설 사장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저희가 관리 감독하에 하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시내소프트에서 먼저 완성도를 위해 프로젝트 숫자를 늘리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일이 진행되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김희건이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상황이 조금 변했습니다. 그렇게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그 말에 건설 사장이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자신도 월급쟁이 사장이었다. 거대한 선진 그룹을 이끄는 건 김희건이었다. 김희건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베트남, 태국, 인도. 일단 이 세 나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설 대금은 시내소프트가 먼저 지급하고, 시내소프트에서는 해당 도시를 서비스하는 대가로 서비스 이용 요금을 받는 BM(비지니스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요금의 일정 부분을 받고 싶다면 초기 건설 대금에서 일부를 선진에서 지급해야 하고요.”
건설 사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아직 그런 비즈니스 모델은 본적이 없습니다.”
“없다니요. 우리나라 지하철 9호선이 있지 않습니까.”
지하철 9호선.
민자로 건설한 후 운영 수익 역시 일반 기업체가 가져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약간 다른 점이 있었다. 건설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하철은 명확히 요금을 내고 사용하는 것인데··· 도시를 돈을 내고 사용한다.”
이번에는 고동만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래서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김희건이 그 말을 거들었다.
“그 이용요금 역시 초반에는 낮게 책정될 겁니다. 생활 수준이 올라갈수록 요금이 올라가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어요. 인플레이션에 따라서 지하철 요금이 달라지는 것처럼.”
“흠······.”
건설 사장이 팔짱을 낀 채 입을 다물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부의 신남방정책과도 궤를 같이합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편의를 봐줄 겁니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시티 이용요금을 받는다··· 혹시 마련된 요금 안이 있을까요? 그래야 건설 대금으로 받는 것이 이익인지 아니면 서비스 이용요금으로 받는 것이 이득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비록 월급쟁이 사장이지만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이 자리에서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김희건이 고개를 끄덕였고, 대기하고 있던 비서가 스크린에 PPT를 띄웠다.
(단위 인/월)
-A 안 : 각 나라의 아파트 관리비 중 최상 레벨.
-B 안 : 전 세계 10만원 고정.
-C 안 : 스마트 시티 등급에 따라 차등 부과
······.
대략 10가지 안 정도가 마련되어 있었다.
“극비사항이니 기밀 유지를 해주셔야 합니다. 머릿속에 외워서 가세요.”
건설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개의 안건을 더 논의하고 그룹사 사장단과의 회의가 끝났다. 커다란 회의실에 고동만과 김희건 단둘이 남았다. 고동만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중국 공장을 차례대로 폐쇄하고, 동남아 쪽으로 공장을 옮기면 중국에서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강 대표의 말대로 언제까지 위험한 줄타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당장 오늘이라도 정기점검을 핑계로 못살게 굴 놈들이니까요.”
“중국을 완전히 버리겠다는 말씀입니까?”
“어차피 그들도 대외적으로 어쩌지는 못할 겁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공장을 폐쇄하는 것이니까요.”
“흠······.”
“그리고 RONE에 들어가는 부품들, 스마트 시티에 투입되는 센서들 선진에서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익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고동만이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김희건의 말이 맞지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김희건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예전에 고 사장님이 말씀하셨죠. 강 대표로 인해 선진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 시기가 점차 다가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하긴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해 논하다니. 빨라도 너무 빠르군요. 벌써 시가 총액 1500조가 넘는 기업이 되었고.”
“그게 IT의 장점 아니겠습니까.”
김희건이 깊은숨을 들이쉬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선진이 또 한 번 도약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백번 공감하는 말이었다.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