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50)
탑 코더-250화(250/303)
***
외부 환경이 가파르게 움직이는 그때.
승호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중동.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지를 돌아다니며 자율주행 자동차 규제 개혁에 공을 들였다. 그래야 더 많은 제로를 팔아 이익을 낼 수 있고, 외부에 휘둘리지 않는 회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중동.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제로가 운행되고 있었다. 그 사례를 기반으로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터키,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 나라들이 하는 말이 있었다.
-스마트 시티를 건설해 주시오.
승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 중과 경제 전쟁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일거리는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그래서일까.
규제는 빠르게 해제되었다. 어차피 그 나라들에서 자체 생산하는 자동차가 없는 곳이 많았다. 이미 수입하고 있는 마당에 자율주행차를 수입해 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중동 다음은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곳이 많았다. 즉 돈이 있으면 대부분의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승호는 돈을 뿌려가며 일을 진행했다. 지금은 속도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그곳도 큰 문제 없이 제로 수출을 허가받을 수 있었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이미 과거 제로 시연을 하며 제로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한국이나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의 운행 기록을 바탕으로 그때의 시연회가 결코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님을 상기시키자 속속 관련 제도를 정비해 제로가 운행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어차피 자국의 자동차 회사에서 개발 한 자율주행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후.
세계에서 더는 제로가 수출되지 못하는 나라는 없었다. 그리고 시내소프트의 예상 영업이익이 재조정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3분기 예상 매출 : 1530억 달러.
-3분기 예상 영업이익 : 443억 달러.
각각 한화로 176조, 51조원에 달하는 돈이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29%. 세계 2위 기업인 망고사의 배가 넘는 수치였다. 그 돈이 한 분기 즉 3개월 만에 벌렸다.
훔쳐 갈 수 없다.
앞으로 두 달 뒤.
11월이면 미국 최대의 이벤트 중 하나인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토마스는 그 날을 위해 최선을 다해 경주 중이었으나 희소식이 도통 들려오지 않았다.
“디트로이트를 시작으로 내륙 낙후 도시들에 대한 스마트 시티 건설 계획은 전부 멈춰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민주당 놈들이 그걸 공약으로 대선 행보에 나서고 있어.”
비서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시내소프트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아무 소식 없습니다.”
“나와 힘겨루기라도 해보자. 이건가. 하하, 그것참.”
“자율주행 자동차 전체에 대한 고관세 정책이 시행되었음에도 논평을 내놓지 않는 걸 보면 단단히 결심한 모양입니다.”
토마스가 목소리를 낮추며 으르렁거렸다.
“그 와중에 다른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공장 건설을 약속하고, 제로 판매 허가를 받아? 이거 완전히 나 물 먹이겠다는 소리 맞지?”
비서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굽히고 들어오지는 않겠다는 소리 같습니다.”
“흠······.”
토마스의 고심이 깊어졌다.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미, 중 무역 분쟁도 겨우 1단계 합의를 마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시내소프트와의 분쟁은 토마스에게 피로감을 주기 충분했다.
“지금이라도 조건을 받아들이고 각종 프로젝트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현재 RONE이 엄청나게 팔리며 국내 여론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러면 깡패짓과 다를 바 없다는 그 말 말인가?”
“네. 실리콘 밸리의 IT업체들도 기술 갈취는 명백한 정부의 잘못이라는 논평을 내고 있으니까요.”
토마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는 갈취한 적이 없어. 안 그런가?”
그 자리에는 NSA 국장도 앉아 있었다. 국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국가 안보를 위한 일에 불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ONE 해킹은?”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어두운 NSA 국장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실패했습니다.”
토마스가 거친 콧김을 뿜었다. ONE이 들어오고, 골든아이 프로젝트가 시작하려 할 때 NSA 국장과 CIA 국장이 와 속삭였다.
-해킹 할 수 있습니다.
-로컬 접속 할 수 있다면 이건 누워서 식은 죽 먹기입니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입니다. 이 기술을 보유한다면 대통령님의 최대 업적이 될 수 있습니다.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고, 프로젝트는 진행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자신의 예상과 달랐다. 토마스가 거친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실패란 말이지.”
“······.”
NSA 국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전투에서 패배한 장수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해킹 시도를 몇 회나 했지?”
“수십 회는 넘을 겁니다.”
“자네의 보고 대로라면 그게다 ONE의 로그에 남아있다.”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해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그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위약금이 수억 달러는 넘겠군.”
NSA 국장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토마스는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NSA 국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ONE의 보안 시스템을 결국 뚫지 못했습니다. 그게 펜타곤이나 프리즘 시스템에 적용된다면 적국의 해커들이 더는 미국을 들락날락하지 못할 겁니다.”
NSA 국장의 말에 토마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수개월 동안 나온 결과물이 시내소프트 기술에 대한 칭찬인가?”
NSA 국장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거친 숨을 내쉬던 토마스가 비서를 불렀다.
“시내소프트에 한 번 더 연락해봐. 일정을 잡자고.”
“직접 나가시는 겁니까?”
“대신 비밀리에.”
“알겠습니다.”
그때.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서실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연락을 확인한 비서실장이 마른 침을 삼켰다.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토마스가 고개를 내밀어 비서실장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속보] 민주당 디지털 홍보 담당에 전 시내소프트 분석가 영입.
-[속보] 시내소프트 ONE팀에 근무한 존 에밀턴. 민주당 디지털 홍보 담당 임명.
-[속보] 저명한 데이터 분석가 존 에밀턴 민주당 입당.
민주당에 입당한 존 에밀턴에 관한 이야기였다. 토마스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이 정도면 지금 해보자는 거 맞지?”
낮아진 목소리에 진득한 적의가 가득했다.
***
쏟아지는 연락에 비서의 표정은 다급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승호의 얼굴은 편안했다.
“지금까지 기업이 정치에서 한쪽 편을 드는 예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로비스트를 통해 민주, 공화 두 당에 모두 일정액을 투자하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여론몰이가 되면······.”
비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승호가 말을 끊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우연의 일치일 뿐이니까요.”
비서가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대표님이 지시하신 일 아닙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의 정치 성향까지 제어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제야 비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아마 토마스 대통령이 단단히 오해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 쪽에서 계속 러브 콜이 오고 있었으니까요.”
승호가 슬그머니 입가를 올렸다.
“이미 끝난 관계입니다. 흠 하나 더해졌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끝났다니요. 아직.”
승호가 고개를 저었다.
“벌써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미국이 얼마나 많은 해킹 시도를 했을까요? 추후 ONE 로그를 확인해 보면 위약금이 아마 조 단위로 올라갔을 겁니다. 그걸 전부 준다?”
승호가 코웃음을 쳤다.
‘아마 그런 일은 없겠지. 그리고 내게 지급해야 할 작전 대금도 차일피일 미룰 수도 있어. 물론 계약서가 있긴 하지만 이걸 공개하면 여파가 너무 커지니······.’
계약서를 공개하면 자신이 무슨 작전을 진행했는지 말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 쪽에도 내용이 알려질 것이다.
‘이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놔야 해.’
“그럼 미 정부에 납품된 ONE은 이대로 파기 된다는 말씀입니까? 제로에 대한 고관세도 민주당이 집권 할 때까지 풀리지 않고.”
“아마 그럴 겁니다. 토마스 대통령이 머리는 똑똑하지만, 그만큼 자존심도 강하니까요. 이미 관계는 틀어졌고, 그걸 인정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으니 지금보다 막 나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제로 수출에 힘쓰고, 각국 정상 분들과 친분을.”
“하하, 네 맞습니다. 미, 중이 아무리 크다 해도 나머지 전 세계를 합친 것에 비교할 바는 아니니까요. 최대한 우호 관계를 만들어 둔 겁니다.”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역시······.”
대표님은 한 수 앞서가신다. 아마 그래서 시내소프트가 이렇게까지 성장 할 수 있었던 거겠지.
“중국 쪽에서는 아무런 연락 없습니까?”
“네. 끝까지 RONE 수출을 허용해 주지 않을 생각인 것 같습니다.”
“흠··· 이제 남은 건 제로 판매 금지 정도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요. 이미 팔린 제로 만 해도 수 십만 대에 달하는데 그걸 전부 운행 정지시킨다면 모를까.”
“중국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중국이라면.
그 말에 비서는 고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만약 그렇게 되면 시내소프트에서 중국 쪽으로 수출되는 상품은 하나도 없는 겁니까?”
“하나 있습니다. ONE 외부 API 연동. 그것만은 막지 않고 있습니다.”
“자국 업체들을 위해서 군요.”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종종 들어오는 해킹 패킷 대부분이 중국발인 걸로 봐서는 그것도 기술 탈취를 목적으로 열어 둔 것일 수 있습니다.”
“흠······.”
이번에는 비서가 먼저 선수를 쳤다.
“중국 쪽을 막을까요?”
“베트남에 건설된 RONE, 제로 공장 가동 일이 언제죠?”
“선진 건설에서 말한 기간이 10개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가동 될 겁니다.”
“그게 가동되면 그때 막도록 합시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오히려 역공당할 명분을 주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그 스케쥴이 있죠?”
“네.”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었다.
***
자리에서 일어난 승호가 도착한 곳은 청와대 안가.
오늘은 그곳에서 삼자대면이 있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