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51)
탑 코더-251화(251/303)
박신우
선진전자 김희건.
그리고 승호.
승호가 제안한 경제 개발 계획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는 날이었다. 가장 먼저 김희건이 입을 열었다.
“베트남 하노이를 스마트 시티로 바꾸는 공사는 문제없이 진행 중입니다. 태국 방콕 역시 마찬가지고요.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네옴은 제가 직접 챙기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박신우가 말했다.
“정부에서는 북에서 러시아 그리고 유럽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곧 업체 선정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30조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라 여러 건설 업체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류가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겁니다. 한국을 중심으로 물건이 나가고 들어와야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박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시내소프트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원주에 RONE 생산 공장을 건설 할 예정입니다. 당연히 대륙 횡단 철도를 원주까지 이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수출입이 쉬우니까요.”
이번에도 박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가 말을 이었다.
“세종시 옆에 있는 공주시에는 데이터 센터를 비롯해 인공지능 연구 개발 센터를 지을 생각입니다. 대전의 대덕연구 단지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요.”
승호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국 내, 외 우수 인력 유입을 위해 인공지능 전문 대학도 하나 만들 생각입니다. ONE 사례를 기반으로 제가 직접 강단에 설 생각도 있습니다. 그러면 꽤 많은 사람이 몰려들 겁니다.”
그 말에 박신우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저희는 바랄 나위가 없습니다.”
“정부에서 빠르게 허가 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규제에 막혀 시일이 미뤄지면 일이 어렵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공주시를 인공지능 개발 특별 지역으로 선포해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강원도는 RONE 생산 기지. 경남 쪽은 제로 생산 기지. 그리고 내륙 지방은 연구 개발 중심으로. 국토 전역이 고루 발전되도록 신경 썼습니다. 아마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은데 다시 한번 검토해 보시고, 연락 부탁드립니다.”
박신우의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대통령님께서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그리고 북한 쪽은 중국과의 사이가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아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그렇다 해도 조 단위가 넘으니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승호는 말했고, 박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시간이 지나면 동남아를 비롯해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까지. 그곳에 심어둔 씨앗들이 발아할 겁니다. 세계의 돈과 우수 인력들이 한국으로 몰려들 테고요. 단단히 준비해야 합니다.”
박신우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만남에서 자신이 한 일은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한 것이 다였지만 절대 부끄럽지 않았다. 그걸 제대로 하고, 내용을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니까.
그때.
승호의 핸드폰이 드르륵 진동했다. 동시에 김희건의 핸드폰도, 박신우의 핸드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셋이 동시에 내용을 확인했다.
-[속보] 중국 제로 수입 안전 이유로 규제.
-[속보] 시내 도로 주행 중인 제로 운행 전면 금지 조치 시행 예정.
-[속보] 제로, 중국에서 멈춰 서다.
중국이 제로를 규제한다는 뉴스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훔쳐 갈 수 없다.
중국 근정전 하오란의 집무실.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옆에는 이인자 왕팡이 앉아 속보로 전해지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당이 제로 수출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전 도시에 제로 운행이 금지되니, 제로 이용자분들은 유념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는 당에서 제로 관련 중대한 안전 결함을 선제적으로 찾아내 조치한 결과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다시 운행이 재개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때까지 당의 조치를 질서 있게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삑.
제로 관련 뉴스가 끝나고 왕팡이 TV를 껐다.
“강 대표의 속내를 모르겠습니다. 수입 금지에 운행 정지 조치를 했음에도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자신 있다는 거겠지.”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 과거 그의 도움으로 중국이 위기에서 벗어난 적이 있으니.”
“허···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관계가 악화하면 좋지 않을 텐데.”
“미국에도 한 방 날린 놈이야. 우리가 눈에 찰 리 없겠지.”
왕팡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최근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민주당을 도와 토마스의 낙선을 바라고 있는 모습이었다.
“결국, 끝까지 가겠다는 생각이겠군요.”
“아마도······.”
“흠······.”
제로, RONE, 원 톡, 원 서치를 비롯해 모든 시내소프트 서비스를 막았다.
남은 건 ONE 외부 API 하나.
그건 기업들의 요청으로 열어둔 상태였다. 혹시나 해당 기술을 탈취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서. 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ONE 관련 작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공안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최종적으로 실패할 것 같다고.”
하오란이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찼다.
“자신 있다고 하더니. 쯧쯧.”
“오히려 이런 말을 하더군요. ONE에 탑재된 보안 체계가 탐난다고.”
“허··· 오히려 시내소프트를 칭찬한다······.”
“일이 어렵게 됐습니다.”
“아무런 이득도 없이 싸움만 한 꼴이 돼버렸군.”
근정전이 침묵에 휩싸였다. 이번 조치는 중국으로서도 꽤 위험을 감수한 조치였다. 제로는 중국 젊은이들의 엄청난 호응 속에 전국을 질주하고 있었다. RONE은 애초에 수입이 금지된 품목이었지만 개인들이 해외에서 구입해 들어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개인들이 SNS에 사용기를 올리며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현재 지원되는 기기가 선진, MG 전자 제품들밖에 없지만, 점점 확대된다면 진짜 편리하게 쓸 수 있을 듯.
-이거 바이두에서는 안 만드나.
-인공지능 기술이 되겠냐.
-하여간 대박이다. RONE 너무 편하고 좋다.
대중들은 RONE에 대해 칭찬 일색이었다. 그런 사실을 왕팡도 알고 있었다.
“얼마 전 RONE을 사 써 봤는데 확실히 기술력이 뛰어나긴 했습니다. 샤오샤오 측에 문의해 봤더니 자신들의 기술력으로는 그 아류조차도 만들어 낼 수 없다더군요.”
“제로는?”
“제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창안 자동차에 문의해 봤지만, 제로 정도의 제품은 만들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만든다 해도 그 아류조차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하오란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가는 것을 본 왕팡이 입을 다물었다.
“스마트 시티도 마찬가지겠지?”
왕팡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오란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지만, 기술 개발은 더디기만 했다.
“더구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5.9%. 역대 최저치입니다. 문제는 내년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시내소프트 덕분에 4%를 기록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5%를 바라보고 있고.”
왕팡이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2% 경제성장률에 머물러 있던 한국은 시내소프트 효과를 등에 업고 4% 성장을 이루어 냈다. 그것만이었다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왕팡이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시내소프트가 투자를 결정한 베트남은 예상치를 훨씬 웃돈 8%, 태국 역시 5%를 예상합니다.”
“전부 시내소프트 효과다.”
“···네.”
하오란이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시내소프트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입 대부분을 다시 재투자했다. 그 결과 중국을 둘러싼 나라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 사례는 동남아시아에만 있지 않았다.
“북한, 러시아, 몽골, 인도까지. 전부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어.”
으득.
왕팡이 이를 갈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고민해 보았지만, 답을 찾기 힘들었다. 하오란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럴 때 매그니토 같은 랜섬웨어가 한 번 만 더 퍼지면 어떻게 될까?”
찌릿.
왕팡의 척추를 타고 불길함이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흔들며 그런 생각을 털어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이제 그놈도 우리는 신경 쓰지 않을 테니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말이야.”
“······.”
그때.
드르륵거리며 왕팡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왕팡이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제발 랜섬웨어 관련 내용이 아니길 바라며.
-한국 북, 러시아를 관통하는 대륙 횡단 철도 계획 발표.
-시내소프트 중국 지앙민, 킹소프트 등등 수 개 업체 공개 비판. 더 이상 ONE 외부 API 해킹 시도하지 말라.
-일차적 조치로 시내소프트 ONE API 중국 접속 차단.
랜섬웨어 사건 만큼은 아니었지만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뉴스였다.
***
박신우가 급히 시내소프트를 찾았다. 뉴스가 나가자마자 나타난 중국의 반응 때문이었다.
“한한령이 강화됐습니다. 비공식을 가장해 소국이 대국을 상대로 대항하면 되겠느냐. 과거 공물을 바치던 나라가 감히! 이런 발언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시내소프트의 조치로 중국 언론에서는 연일 강한 논조의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박신우의 다급한 표정과 달리 승호는 담담하기만 했다.
“저희 쪽으로도 몇몇 조치들이 있었습니다. 내부 기술을 빼가기 위해 기술자와 접촉하거나, 돈으로 직원을 섭외해 정보를 빼돌린다거나.”
“그거 산업 스파이 짓이잖아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전에 전부 차단했으니까요. ONE은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되어 있어 국정원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정부도 놀고만 있는 건 아니더군요.”
오랜만에 박신우의 표정이 활짝 밝아졌다.
“하하, 그래도 국정원이니까요.”
“확실히 그렇긴 했습니다.”
몇몇 직원들이 중국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정원에서 먼저 통보해왔다. 그 사실을 기반으로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다 보니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된 것이다.
‘한 나라의 정보기관이 다르긴 달라.’
국정원이 이 정도일 진데 미국의 CIA나 중국의 국가안전부는 얼마나 더 대단할까. 새삼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밝았던 박신우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걱정입니다. 앞으로 중국의 괴롭힘은 더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변할 텐데. 그걸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정부에서는 한국의 다른 기업들에도 피해가 갈 것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오늘 박신우가 온 이유이기도 했다. 현 중국의 조치들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졌다는 뉴스 보셨을 겁니다. 중국의 비싼 인건비로 인해 제조 공장들이 주변 국가로 이전 하는 상황이죠.”
박신우가 고개를 끄덕였고, 승호가 말을 이어나갔다.
“다음 산업 단계인 서비스 산업이나 첨단 기술이 발전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반도체 굴기라며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인공지능 부흥을 일으키고자 했지만.”
승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결과는 뭐 보시다시피 ONE을 해킹하는 데 혈안이 된 상태죠.”
박신우가 눈을 반짝거렸다.
“그 말씀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자멸하게 될 겁니다. 기술은 외부와 교류하며 발전 해 나가야 합니다. 내부에서 자화자찬하는 기술은 썩은 물이 되어 도태되고 말 겁니다.”
“흠······.”
시간이 답이다. 결론으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박신우는 그것보다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 더는 중국을 도와줄 생각이 없습니다.”
“아······.”
박신우의 머릿속으로 한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매그니토.’
그런 사건이 한 번 더 벌어졌을 때 중국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정말 그 정도 파괴력을 가진 랜섬웨어가 중국에 퍼진다면.
‘경제성장률은 5%가 아니라 3% 아니 1%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어.’
박신우의 표정을 읽은 승호가 말을 이어나갔다.
“과거 정부의 재정 지출로 성장세를 유지한 중국입니다. 그 돈을 기업이 빌려 투자를 진행했죠. 그 결과 민간기업이 GDP 대비 157%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습니다. 흔히 신흥국과 비교하면 2, 3배가 높은 수준이죠.”
“약간의 충격만 가해져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게 문제가 아닐 겁니다. 한국의 97년도가 중국에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아마 한국도 무사하지는 못하리라.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정말 한국이 몇 단계 더 도약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