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52)
탑 코더-252화(252/303)
***
미 백악관.
토마스가 으드득 이를 갈며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지율 42%?”
“네. 지난주보다 8%가 하락했습니다.”
“이유는?”
“내륙 지방 도시에서 전체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했습니다. 현 경제 성장의 파이 대부분이 실리콘 밸리 IT 기업 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내륙 지역 주민들이 소외당하고 있는 마당에······.”
“스마트 시티 건설 계획의 보류로?”
비서실장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특히 디트로이트에서는 30% 이상 하락하며 완전히 민주당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젠장!”
“지금이라도 시내소프트 측에 연락을 취해 볼까요?”
토마스가 찌릿 비서실장을 노려보았다. 눈빛에는 온갖 욕이 가득했다. 그 의미를 알아들은 비서실장이 흠칫 물러났다.
“과연 강승호 그놈이 제안을 받아들일까? 지금까지 ONE에 대한 해킹 시도만 수십 차례 했는데 그 위약금을 전부 물자고?”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어차피 골든 아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강 대표의 도움은 불가피합니다.”
“그 말인즉슨 지금 내가 꼬리를 말고, 기어들어 가야 한다는 말이야!”
토마스의 고함에 비서실장이 꾹 입을 다물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이었다. 토마스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말이 있지. 중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시켜야겠어.”
“알겠습니다. 준비시키겠습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을 보면 협상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대충 한, 두 발씩 서로 물러서는 조건에서 속전속결로 처리하라고 전해.”
다시 한번 꾸벅 고개를 숙인 비서가 집무실에서 물러났다. 정국이 한 치 앞도 모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훔쳐 갈 수 없다.
-[속보] 미-중 무역 협상 극적 타결.
-[속보] 토마스 대통령 재선 전 중국과의 무역 협상 마무리.
-[단독] 시간에 쫓긴 토마스 대통령. 졸속 협상 내용 단독 보도.
뉴스는 속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무역 협상이 타결됐다는 것은 냉각 중인 미, 중 관계에 봄이 찾아 왔다는 뜻. 국제 정세에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을 말했다. 청와대도 대책 마련에 부심 했다.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미-중이 손을 잡을 줄이야.”
“강 대표가 말한 대로 되었군요.”
“흠······.”
“토마스가 재선을 위해 모든 수를 동원할 것이라더니.”
국무위원들의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미-중 무역 협상이 타결된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 것인가. 정책실장이 입을 열었다.
“두 나라 모두 시내소프트와 애증의 관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러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나라들은 ‘애’의 관계에 있죠. 이쪽에 더 치중해야 합니다.”
그러자 외교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한 추가 조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카드를 거론하고 있고요. 이 모든 게 시내소프트 때문에 발생한 일인데 그에 대해 논의는 하지 않고.”
“그만.”
홍상훈이 외교부 장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질책했다.
“시내소프트 때문에 득을 본 케이스가 더 많습니다. 지금 달면 삼키고 쓰면 뱉자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외교부 장관이 입을 꾹 다물었다. 다른 국무 위원들도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떤 방향의 토론이 오가야 할지 깨달았다. 홍상훈이 말을 이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어떻게든 이 난관을 타개하고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중국은 모르지만, 미국은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말이죠. 그러니 상황을 나쁘게 볼 필요만은 없습니다.”
그간의 사정을 정확히 알고 있는 국무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실장이 비슷한 맥락에서 말을 이었다.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북한 개발은 가시화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의 교역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도, 러시아, 중앙아시아도 마찬가지고요. 중국을 띠 형태로 둘러 포위하고 있는 마냥.”
“흠···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실제로 그랬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 스마트 시티 개발 계획이 예정되어 있었다. 비서실장이 말을 이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스마트 시티는 그 편의성 만이 아니라 하나의 관광지로도 각광 받고 있습니다. 이미 제1호 스마트 시티인 부산에만 천만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고요. 즉 아무런 자원도 없는 나라에 스마트 시티만 세워도 관광으로 그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정책실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간단히 말해 그걸 건설해 주면 나라의 수입이 늘어난다는 말이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시내소프트가 스마트 시티만이 아니라 스마트 팜 사업 진출을 알려왔습니다. 몽골에 첫 번째 스마트 팜을 건설하겠다고 하더군요.”
주거니 받거니.
두 실장이 마치 국무위원들에게 알려주기라도 하듯 대화했다.
“그렇게 농산물이 대량 생산되면 팔 곳이 마땅치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아프리카가 있지 않습니까.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에 싼값에 농산물을 공급하고, 아프리카 인프라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스마트 팜 사업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아프리카에 적용해도 되겠군요.”
“네.”
이제는 국무위원들이 그 둘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국무총리가 헛기침하며 둘의 대화를 막았다.
“흠··· 흠흠. 두 분 실장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제야 서로를 보며 대화를 나누던 둘이 다시 국무위원들이 앉아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홍상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계 경제 패권을 미-중 중심에서 한국으로 옮겨올 계획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대부분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이 일은 아주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 인공지능이라는 ONE이 있고, 최고의 반도체 회사인 선진 그리고 해외 플랜트 및 건설에 강점을 보이는 여러 국내 건설 회사들이 있습니다. 북핵 포기 선언으로 인해 북방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 이때를 잘 이용한다면 이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곧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이제 그 계획의 초안이 완성되어 국무위원들에게만 공유하는 것이었다.
“신남방 정책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국무총리의 질문에 홍상훈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것보다 더 많은 나라를 포괄하는 정책입니다.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러시아, 인도까지.”
국무위원들이 홍상훈의 입만 바라보았다. 홍상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들 나라에 앞으로 5년 동안 1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진행될 겁니다. 그 중이 대부분을 시내소프트에서 부담할 거고요.”
1조 달러.
한국 돈으로 1000조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한해 정부 예산을 가뿐히 넘는 돈이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투자를 받게 된 나라에 대해서 관세 철폐, 서비스 무역 자유화, 자본자유화, 지적재산관 보호와 같은 상대 국가의 제도 변경에 관한 요구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게 과연 투자 대비 이익이 날지··· 막말로 미국이나 중국이 ONE을 해킹하겠다고 달려든 것처럼 스마트 시티 운영에서 시내 소프트를 쫓아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도시가 멈추게 되는데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
“당장 부산만 해도 시내 소프트가 없다면 도시는 굴러가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도시의 모든 인프라가 ONE과 소통하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만약 투자가 잘 진행된다면 엄청난 외화가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겠군요.”
“최 장관님.”
최수호 외교부장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하여 원 벨트 계획입니다. 이 계획을 공유해 드릴 테니 말씀드렸던 나라들과 해외 순방 일정 잡으세요.”
“알겠습니다.”
회의는 그걸로 끝이었지만 국무위원들은 직감했다. 앞으로 엄청나게 바빠지리라는 것을.
***
비슷한 시각.
승호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었다. 프로젝트 네옴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가 귓속말을 전했다.
“미-중 무역 협상이 타결됐다고 합니다.”
“괜찮습니다. 예상했던 대로니까요.”
“미국에서 사우디 쪽에 압박을 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네옴에서 시내소프트를 배제하자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승호가 눈짓으로 사우디의 실세 알 왈리드 빈 살만을 가리켰다. 그는 착공식 한 편에 설치된 거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비서의 우려 섞인 말은 계속됐다.
“토마스 대통령의 재선에 붉은 등이 켜졌습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럴수록 우리 쪽에는 이득입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니까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둘 에게 빈 살만 왕세자가 다가왔다. 빈 살만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정말 저 영상에 있는 일들이 이 도시에서 펼쳐진다니. 이미 부산에서 몇 번을 보고 왔지만 믿기지 않습니다.”
빈 살만의 시선 너머에는 허허벌판의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사막 위에 만들어진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
그 수십 배 크기의 도시가 착공을 시작했다. 빈 실만이 잔뜩 들뜬 이유였다.
“최대한 빠르게 건설될 겁니다. 선진 건설과는 이미 합을 맞춰 본 경험이 있으니까요.”
“선진도 믿을 만한 회사지요. 두 회사만 믿겠습니다.”
이내 승호가 목소리를 살짝 낮추었다.
“대금 지급 관련해서는 결정이 끝나셨습니까?”
“전자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습니다.”
“전자라면 스마트 시티 서비스 이용 대금을 지급 하시는 쪽
말씀입니까?”
빈 살만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투자 비용이 저희 쪽에서도 부담이 되다 보니.”
승호도 원하던 바였다. 이미 제로와 RONE으로 인해 회사에 현금이 엄청나게 쌓이고 있었다. 더구나 쌀 때 매입했던 자사주의 가치가 시가 총액 1500조를 넘어가면서 15배가 올랐다. 그걸 조금 매도한다면 수십조가 넘게 들어올 것이다. 총알은 넉넉하다.
“알겠습니다. 프로젝트 네옴에 저희도 10조를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10조.
그 금액을 투입하고, 앞으로 시내소프트는 프로젝트 네옴 도시 운영권을 가지게 된다. 매달 아파트에 살면서 관리비를 받는 것처럼 스마트 시티에 사는 모든 사람이 이용 요금을 내는 것이다. 빈 살만이 반색하며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승호가 그 손을 맞잡았다.
“네.”
빈 살만이 살짝 몸을 기울이며 귓속말을 전했다.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역시.
승호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이건 이미 정해진 약속. 그 약속을 깰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빈 살만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지었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입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한층 더 확실해졌다. 미 대선에서 누구를 지원해야 할지. 토마스와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
다우지수를 비롯해 나스닥까지.
전부 파란 불을 기록하고 있었다. 전자기기는 선진 전자에 밀리고, 인터넷 서비스는 시내소프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건설.
토목 관련 주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 시티를 앞세운 시내소프트-선진 연합이 세상을 휩쓸었다.
그렇다고 자동차는 괜찮냐?
그것도 아니었다.
제로.
세계최초, 최고의 자율주행차로 인해 GM을 제외한 다른 자동차 관련 주식들은 하락 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GM은 초기 빠르게 ONE API를 사용하여 선방하고 있었다.
주가가 내려간다는 것은 경제 상황이 엄중 하다는 뜻.
내륙 지방 개발 계획 좌초에 이어 주식 시장까지 혼란에 빠지며 토마스 대통령 지지율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북핵 포기 선언에 대한 업적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했지만 먼 나라 이야기보다 당장 삶이 중요한 게 인간이다.
“지지율이 37%까지 떨어졌습니다. 아메리카 퍼스트로 인해 시내소프트가 협력하지 않는다며 기업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비서실장의 말에 토마스가 코웃음을 쳤다.
“그놈의 시내소프트, 시내소프트. 그 회사가 없으면 회사가 굴러가지 않나.”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얼마 전 대통령님께서 시내소프트에 대해 하셨던 말씀처럼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토마스가 깊은숨을 내쉬었다.
“최소 5년 후에 벌어질 일들이라 생각했건만··· 너무 안일했어.”
굳어진 표정은 펴질 줄을 몰랐다. 그리고 서서히 감이 오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직감이.
“계속 접촉 시도를 하고 있긴 한데··· 조건이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위약금에 이자를 요구하고, 지난번 작전 대금에 대한 선지급을 들먹이고 있습니다.”
“협상하지 않겠다는 말이군.”
“조건만 맞으면 당장이라도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긴 하는데······.”
토마스가 깊은숨을 내쉬었다. 도통 되는 일이 없었다.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고동만의 전화기가 멈추지 않고 진동했다. 그가 난처한 표정으로 김희건을 보았다.
“다른 건설사 사장님들 연락이 계속 옵니다. 자신들도 낄 자리가 없냐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가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올해 예정된 착공 건수만 10여 건. 투자 규모가 200조가 넘는다니. 아직도 잘 믿기지 않습니다. 건설은 완전히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김희건이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1조 달러 규모의 토목공사 발표.
처음 강승호에게 투자 계획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농담하는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를 이어 나갈수록 농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거의 해일 규모의 물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자칫 물에 잠식당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고동만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선진 건설에서 연락은 왔습니까?”
“최근 전략실을 통해 온 연락으로는 스마트 시티 이용 요금을 받는 식으로 가기 위해서는 건설 쪽 자본금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너무 규모가 큰 사업이다 보니 유의미한 수익을 내려면 최소한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하긴 건설 쪽에 그만한 돈이 없겠군요.”
“네. 그래서 전자 쪽에서 단기 차입금 형태로 돈을 빌려줘야 하는데, 전자 쪽도 엔진 S 공장 건설에 유보금을 사용해야 해서 액수가 빠듯하긴 합니다.”
김희건이 톡톡 책상을 두드렸다.
“제가 결정해야 할 문제가 되었군요.”
“네. 결국, 선진 건설이 내린 결론은 건설 쪽에서는 건설하고 공사대금을 받는 방향이 나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스마트 시티가 잘 된다고 보면 이용 요금을 받는 것이 나으나 그 과정에서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며.”
“흠······.”
김희건이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당장 프로젝트 네옴만 해도 시내 소프트에서는 10조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그 대가로 스마트 시티에 대한 운영권을 확보했다.
‘지하철 9호선이 돌아가는 것만 봐도 인프라에 대한 운영권은 분명 기대 수익이 큰 사업이다. 다만 그 사업이 세계에 흩어져 있다는 것과 스마트 시티가 잘 운영된다는 리스크가 있을 뿐.’
그런 고심을 읽은 고동만이 의견을 보탰다.
“부산의 경우를 보면 지금까지 자잘한 문제는 몇 가지 있었지만, 도시민들이 불편을 느낄 정도의 문제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크게 베팅을 한 번 해봐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사례가 겨우 하나인데도 말씀입니까?”
“스마트 시티는 하나지만 강 대표가 보여준 사례는 차고 넘치니까요.”
김희건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럼 고 사장님께서는 얼마를 생각하십니까?”
“현재 100조 원을 쌓아 놨으니 한 50조까지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지금 연락 오는 곳 건설 회사들로부터 펀드를 조성해 운영권 지분을 나눠 갖는 방법도 있고요.”
“펀드라······.”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대기 중이던 스마트 시티 건설만 7건이 시작될 겁니다. 거기에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북한, 러시아까지 하면 일감은 차고 넘치는 상황이죠. 전 세계적으로 건설 붐이 일어날 겁니다.”
“지금 자율주행 자동차 붐이 일어난 것처럼 말입니까?”
고동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로를 만들면서 패스트 팔로워가 어떤 이익을 볼 수 있는지 경험했습니다. 스마트 시티 역시 아직 완공된 건 부산밖에 없어 세계인들 점점 체감하는 순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제로처럼 체감하게 되면 달라질 것이다.”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시민 대부분이 스마트 시티가 안되면 스마트 아파트라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재건축 조합이 기존의 계약을 파기하면서까지 선진에 관련 문의를 하는 실정이죠. 다 부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계인들은 아닙니다. 아직 부산을 방문하지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이 스마트 시티를 알게 되면. 세계
는 격변할 겁니다.”
“흠······.”
“포트 제국이나 포토북 제국이라는 말이 점점 시내소프트 제국이 생길 거라는 말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RONE이 팔려 나감으로써 선진 전자의 가전제품이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을 이루고 있는 걸 이미 보시지 않았습니까. 스마트 시티라고 다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투자하자는 말씀이시군요.”
“풀 베팅해야 합니다. 그게 선진이 성장하는 길입니다.”
고동만이 단호하게 말했다. 심사숙고하던 김희건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게 맞는 길이였다.
***
미 대선 일주일 전.
타임지를 통해 속보 뉴스가 흘러나왔다.
-[속보] IT계의 절대자 시내소프트 OS 시장 진출 선언.
-[속보] ONE SHOP. 도메인 등록 확인 이제는 전자상거래까지 진출?
뉴스가 터지자마자 뉴욕 증시에 상장된 망고, 나노소프트, 인더스, 포트 등등 관련 있는 IT 주식들에 일제히 파란 불이 켜졌다. 이 네 개 회사만 합쳐도 시가 총액 5000조가 넘는다. 10%만 빠져도 순식간에 500조가 날아가는 것이다. 그건 뉴욕 증시에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강세장 미국 증시 시내소프트 신사업 진출 선언으로 일제히 파란 불.
-시내소프트 효과. 미 증시에도 영향을 주나.
-신사업 진출 선언만으로도 관련주 출렁. 시내소프트 효과 어디까지.
다른 언론사에서도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시내소프트의 행동 하나하나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 뉴스를 볼 때마다 황호근의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시내소프트 효과 이번에도 작동하나. 뉴욕 주가 하락으로 마감.”
중얼거리는 말투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전자상거래, OS. 대표 주 하락으로 마감.”
황호근이 또 하나의 기사를 클릭했다.
“소문으로 돌던 ONE OS 베일을 벗었다. 크흡!”
그때.
부사장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최기훈이 들어왔다.
“부사장님, 뭐 하십니까.”
황호근이 고개도 들지 않고, 답했다.
“뭐하긴 뉴스 보고 있지.”
“흐흐, 시내소프트 효과 말입니까?”
황호근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그거. 확실히 우리가 꽤 크긴 했어. 그런 말도 생기고.”
“꽤 큰 정도가 아닙니다. 기존 IT 공룡들의 시대를 종말 시킬 소행성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것도 좋네.”
최기훈이 황호근의 옆으로 다가가 함께 모니터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하필이면 대선 일주일 전에 이런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덕분에 뉴욕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요. 미 경제에 어려움이 닥칠 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거 설마.”
“맞아. 다 기획된 거다.”
“역시 민주당 쪽을 밀어주기로 한 모양입니다?”
“그럴 수밖에 이미 토마스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까.”
대화를 나눌수록 최기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시내소프트 효과라는 게 미 대선에도 영향 미칠 정도가 된 거군요.”
이번에는 황호근도 웃지 못했다. 다만 마우스를 클릭하던 손길을 멈추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이미 찌라시가 돌고 있습니다.”
“뭔가 엄청난 곳까지 와버린 것 같다. 그리고 더 엄청난 곳을 향해 가고 있고.”
최기훈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미 그런 곳에 있습니다. 지금 시가 총액이 1800조. 시가 총액 기준으로 세계 1위에요.”
황호근이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새삼 자신이 있는 위치가 실감 된 것이다.
“넌 일주일 뒤에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것 같냐?”
“이렇게 된 거 무조건 민주당이 이겨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기야 하지만.”
최기훈은 오히려 역으로 물었다.
“강 대표님은 뭐라 하시던가요?”
“대표님은······.”
황호근은 며칠 전 승호와의 대화를 반추했다.
-이번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 할 것 같으십니까?
솔직하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승호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사실 누가 이기던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토마스가 이겨도 내륙 지방 스마트 시티 건설은 추진 될 거고, 제로에 부과된 고관세는 곧 철회될 테니까요.
-네?
-토마스도 언제까지 절 적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접촉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요. 다만 제가 만나지 않을 뿐.
자신 넘치는 표정은 그 사실이 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내소프트는 미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기업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대표님은요?”
최기훈의 질문이 상념을 깨웠다. 정신을 차린 황호근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민주당이 이길 테지만 누가 이기든 사실 큰 상관이 없다.”
“네?”
최기훈이 반문했지만 굳게 닫힌 황호근의 입은 절대 열리지 않았다.
***
11월 3일.
세계 최 강대국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날이었다. 토마스는 백악관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보았다.
-출구조사 결과 토마스 매디슨 현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토마스 매디슨 현 대통령 재선 유력.
-토마스 돌풍. 재선에서도 이어진다.
출구조사 결과 토마스 대통령이 이긴다는 내용이었다. 그 방송을 보는 토마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역시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어. 유권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저 멍청한 민주당 놈을 찍어 주지 않겠지.”
비서실장이 연신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유권자들이 현명한 투표를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은 초반 개표가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시간이 지나고 투표가 초반을 지나 중반을 진입하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접전.
출구조사에서처럼 쭉 앞서고 있던 토마스가 민주당 후보인 에드워드 브룩과 엎치락뒤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마스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그걸 눈치챈 비서실장이 급히 입을 열었다.
“출구조사 결과에서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고 했으니 결국 이길 겁니다.”
으드득.
토마스는 이를 갈았다. 불길한 직감이 서서히 현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개표 방송을 시켜보았다. 전자식으로 이뤄지는 개표는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순간.
화면상의 파란색 바가 길게 늘어났다. 에드워드 브룩이 앞선다는 뜻이었다. 붉은 바는 아주 조금 늘어났다.
“젠장······.”
절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다시 붉은색 바가 늘어나며 에드워드 브룩을 제쳤다. 그런 식으로 3시간이 또 지났다.
그리고 투표가 끝나고 8시간이 지났을 때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거기에 토마스 매디슨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비서실장은 사색이 되어 입을 꽉 깨물었고, 토마스는 털썩 의자에 주저앉은 채 멍한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노려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당선 유력 : 에드워드 브룩.
새로운 미 대통령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