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53)
탑 코더-253화(253/303)
ⓒ (253)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미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세계의 은행이라 불리는 미연방 준비은행의 수장을 뽑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의 경찰이라 불리는 군대의 통수권자 이자 GDP 23,516조에 달하는 압도적 1위의 경제 중심지이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중국도 실시간으로 그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를 확인한 하오란이 말했다.
“당분간은 토마스의 정책을 이어받아 중국을 적대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펼칠 거라고?”
“네. 에드워드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들을 보면 합리주의와 실용성이라는 이름을 띠고 있지만 결국 자국 우선주의와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당장 토마스가 만들었던 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시내소프트와의 관계는 급변할 것이다.”
함께 뉴스를 시청한 왕팡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미 내륙 7개 도시에 대한 스마트 시티 건설 관련 발표가 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건설 붐이 일어나는 겁니다.”
“지금 동남아시아에 일어나고 있는 일 말인가?”
왕팡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북한, 러시아, 중앙아시아까지.
중국을 중심으로 마치 띠를 두른 것처럼 엄청난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의도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의도든 아니든 명분은 확실하지. 시내소프트와 우리 관계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니.”
왕팡이 굳게 입을 다물었다. 최근 시내소프트의 시가 총액 10조 위안을 넘어서며 시가 총액 기준으로 세계 1위가 되었다. 많은 기업이 탁월한 ONE 기술에 탐복해 협력을 요청하고 있으며 많은 나라가 시내소프트의 투자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 회사와 중국은 척을 진 상황.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볼까요?”
왕팡의 말에 이번에는 하오란이 굳게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 ONE 해킹 시도만 수십 차례 했다. 지급해야 하는 위약금이 100억 위안을 넘어갔다.
“100억 위안이 넘는 돈을 지급하면서 말인가?”
“······.”
“시내소프트에서 요구한 조건이 위약금 정상 지급과 전면적인 인터넷 개방이라고?”
“맞습니다.”
“미국의 협박에도 개방하지 않았어. 그런데 일개 기업의 협박에 굴할 수는 없지.”
말을 하려던 왕팡이 입을 다물었다.
‘이제 시내소프트는 일개 기업이라 할 수 없는 위치에 다다랐습니다.’
하지만 하오란이라고 해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나도 알고 있네. 이제 시내소프트는 일개 기업이라 부르기 힘들다는 것. 미 대통령 선거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그러면.”
“그래도 아직 일개 기업이야. 위대한 중국이 어찌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네.”
침묵하던 왕팡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미국이 ONE 해킹에 실패했다고 해서 중국도 실패하라는 법은 없어. 이렇게 된 마당이니 끝까지 가보지.”
왕팡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조차 되지 않았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시내소프트와 접촉은 계속하고 있긴 한데··· 그것도 끊을까요?”
하오란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것까지는 없어. 시내소프트가 먼저 머리를 숙이고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누가 뭐라 해도 아직 중국은 세계 최고의 인구 대국 아닌가.”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랜섬웨어 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현재 주요 대학 교수들을 비롯한 정부 기관 요원들로 구성된 긴급 대응반을 만들어 모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대응반 반장을 맡은 베이징대 장쉐량 교수 말로는 화이와 협력해 네트워크망 단위에서 차단한다면 지난번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합니다.”
“당시에 문제 된 게 네트워크망을 관리하는 하드웨어가 문제 된다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면 네트워크망을 관리하는 하드웨어 이를테면 방화벽, 스위치, 라우터, 로드밸런서 같은 장비들을 화이에서 전부 업데이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 있다?”
“네.”
“흠······.”
하오란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자신 있다고 하지만 영 신뢰가 가질 않았다.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결코 막지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일단은 믿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대안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대안.
그 말에 하오란은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강승호. 난 놈은 난 놈이야.’
하지만 결코 그에게 밀릴 수는 없다. 미국에도 숙이고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일개 기업에?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었다.
***
청담 시내소프트 본사.
승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당장 7개 도시에 동시 추진은 불가능합니다. 이미 수주 물량이 과포화 상태라서요.”
“만약 미국 건설 기업도 기술이 된다면 하청 기업에 포함 시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된다면 동시 추진도 가능합니다.”
“대금 지급은 서비스 이용 요금을 지급하는 것과 건설 대금을 지급하는 두 가지 방안이 있습니다. 장단점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린 조건이 여전히 같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긴 통화는 전부 영어로 이루어졌다. 통화가 끝나고 승호가 얕은 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다. 함께 있던 황호근이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미국 건설 기업 참여를 검토해 달라고 합니다.”
“이곳저곳에서 아주 난리군요.”
“인도나 러시아 쪽 기업도 참여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 마당에 미 기업까지 참여시키면.”
“한 정 된 파이를 어느 정도 나눠야겠군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일단 기술 수준 평가 체계부터 제대로 만들면 됩니다. 선진 건설의 기술 수준이야 세계적으로 알아줄 만큼 높으니 그 수준에 미달하는 곳을 전부 잘라내면 명분이야 확실하니까요.”
황호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선진 건설 쪽에 한 번 더 독촉하겠습니다. 미 기업까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네. 그렇게 해주세요.”
황호근이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1조 달러 규모 투자 진행은 언제 발표하실 생각입니까?”
“이제 미 대선이 끝났으니 적당한 시기를 봐서 발표할 생각입니다.”
“적당한 시기라 하심은.”
“한국은행에서 올해 GDP를 발표하는 날짜.”
“아······.”
“그날 GDP를 비롯해 경제 성장률까지 함께 발표될 겁니다. 그러면 여러 언론이 높은 경제 성장률에 한 번 놀라게 될 것이고, 그게 누구 때문인지 알 게 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 번 더 1조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
“그 돈이 전부 어디에 쓰이는지보다 그 액수에 놀라게 되겠군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국민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겁니다.”
위대한 기업.
황호근이 승호에게 주식을 증여하며 읽은 책 중 하나가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였다. 그 책에 나오는 여러 조건을 승호는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기에 주식을 넘길 수 있었고, 그 생각은 지금까지 오차 없이 들어맞고 있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중국 쪽에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다고요?”
“네. 연락 중인 상무위원 말로는 소통 창구는 유지하되 아무런 조건은 제시하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협상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군요.”
“미국에도 굽히지 않았다며, 일개 기업에 고개 숙이고 들어가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순간.
승호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일개 기업에 고개 숙일 수는 없다.’
분명 잘못은 그들이 먼저 했다. 그런데도 어떻게 저리 고개가 뻣뻣하게 나갈 수 있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워낙 갑질에 익숙해서인가.’
나라 간에서 보면 중국은 미국과 G2로 불리는 초강대국.
대기업들이 자신에게 했던 행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황호근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과거 선진데이터시스템에 당했던 일을 생각나게 하더군요.”
“부사장님도 그 생각을 하셨습니까.”
“하하, 네. 근래 회사가 워낙 커지다 보니 잠시 잊고 지냈는데 미국이나, 중국 일을 겪다 보니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승호가 단호하게 답했다.
“그때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겁니다.”
황호근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만 믿겠습니다.”
둘 사이에 신뢰 가득한 진득한 눈빛이 오갔다.
***
올해 GDP 발표 며칠 전.
그 정보를 먼저 받아 본 건 당연히 청와대였다. 그 중에서도 경제수석이 가장 먼저 보고를 받았다.
“올해 GDP가 이 천조를 넘었다는 말입니까?”
목소리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작년에 예상한 올해 예상 GDP 액수는 1800조. 그런데 그것보다 200조가 넘게 늘었다. 그러자 한국은행에서 나온 직원이 그 수치를 정정했다.
“정확히 2300조입니다. 이 정도면 세계 8, 9위 수준이 예상됩니다.”
“작년에 우리가······.”
“13위였습니다. 단순에 5계단 정도를 올라가는 겁니다. 참고로 선진국 중에 이런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는 없습니다.”
경제수석이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엄청난 이야기를 들은 덕분에 흥분이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면 정확히······.”
“500조가 올라간 겁니다.”
경제수석이 끝내 헛숨을 들이켰다.
“헉.”
500조.
그 대부분이 시내소프트로 인해 유발된 경제 효과였다. 그 사실을 알기에 더 격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 직원의 보고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제가 듣기로 시내소프트에서 천 조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경제수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그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선진에서도 그에 발맞추어 500조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경제수석은 꾹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한국은행 직원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년에도 500조 이상의 GDP 성장이 기대됩니다. 더구나 올해만 해도 최초로 인당 GDP 4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일본을 넘어선 것이죠.”
그 말에 경제수석이 또 한 번 헛숨을 들이켰다.
일본.
한국의 영원한 숙적 같은 상대를 넘어서다니. 대통령님께서도 이 사실을 알면 아마 가만히 있지 못하시리라.
“그리고 내년이면 독일을 넘어서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야말로 강대국이라 불릴 만한 수준이 되는 겁니다. 시내소프트로 인해서요.”
그 소리를 전부 들은 경제수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보고 드리러 갑시다.”
한국은행 직원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나섰다.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모든게 시내소프트 때문이라고.”
“그러니 당장 보고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시내소프트가 망하면요.”
“네?”
“예전 보다 더욱 재벌에 치우친 경제구조가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도 만들어 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한국은행 직원의 말에 경제수석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재벌에 치우친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자 했으나 한층 더 재벌에 치우쳐 버렸다. 정부 관점에서 무조건 좋아하기만 할 일이 아니었다.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