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55)
탑 코더-255화(255/303)
ⓒ (255)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중국 국가안전부.
ONE이 이관된 곳이었다. 이곳에서도 최고 기술자라 평가받는 쉬옌쥔은 오늘도 ONE 해킹에 골몰했다.
“흠··· 난독화 알고리즘 자체도 처음 보는 것, 사용된 언어도 처음 보는 것. 확실히 실력이 엄청나긴 해.”
볼 때마다 감탄이 흘러나왔다. 벌써 수개월째였지만 이제 겨우 난독 화 알고리즘에 대한 단서를 조금 잡았을 뿐이었다. 함께 작업하는 동료가 물었다.
“오늘은 얼마나 풀 수 있을 것 같아?”
“한 1% 정도 진척되려나. 이게 패턴만 알아내면 빠르게 진행 할 수 있는데 그걸 찾는 게 어렵네.”
“위에서는 당장 내일이라도 가져오라고 성화다.”
쉬옌쥔이 머리를 감싸며 등받이에 기댔다.
“그럼 자기들이 와서 해보라 해.”
그러자 동료가 눈알을 굴리며 주변 눈치를 살폈다.
“야. 너.”
“어차피 여기 감시 CCTV도 다 내 손안에 있어.”
“하긴 쩝.”
“어차피 나 그만두면 대안이 없잖아.”
쉬옌쥔은 그 정도의 실력자였다. 국가안전부의 시스템 대부분이 그의 손에 있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 그랬기에 상관도 그를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매그니토 같은 게 한 번 더 퍼지면 어쩔 거냐고 하더라.”
쉬옌쥔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럼 사태가 심각해지는데.”
“그 정도야? 너도 해결 못 하냐?”
쉬옌쥔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강승호가 만들어낸 패치를 보고 역으로 추적할 정도밖에 안 돼. 애초에 그 당시 나도 속수무책이었으니까. 만약 그게 정말 터진다면. 그 패치처럼 만들어내지 못할 거야.”
“흠··· 그럼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
쉬옌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기도하는 수밖에.”
“쩝······.”
순간 쉬옌쥔의 컴퓨터에서 ‘삐빅’ 소리가 들렸다. 쉬옌쥔이 고개를 돌리자 실행시켜 놓은 작업이 끝나있었다.
-End Analysis Task (100%)
그걸 확인한 쉬옌쥔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또 하나 끝났네.”
“그럼 밥이나 먹고 오자 벌써 점심시간이야.”
고개를 끄덕인 쉬옌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쿵.
문이 닫히고 사무실이 정적에 휩싸였다.
순간.
다시 한번 삐빅 소리가 나며 쉬옌쥔의 컴퓨터에 이상한 문구가 나타났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ONE invocation of defence system
그리고 사무실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
한국의 경이적인 경제 성장률은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놀란 주변국들은 각자의 속내를 가지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특히 하오란의 표정은 못마땅함을 넘어 옅은 분노마저 느껴졌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두렵기까지 하다. GDP 2조 달러 내년에는 3조 달러를 넘본다.”
언론 기사를 읽는 목소리가 을씨년스러웠다. 하오란이 신문 내용을 조금 더 읽어 나갔다.
“인당 GDP 4만 달러. 5만 달러 돌파는 시간 문제.”
“그래 봤자. 아직 중국에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 GDP는 14조 달러에서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목소리에는 날카로움이 가득했다. 왕팡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하오란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인공지능 전문대학에 중국인은 안 받겠다 했다고?”
“네. ONE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중국은 신뢰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중국에 제품을 팔거나 서비스하는 것도 없으니 아쉬울 건 없다면서.”
그 말에 쌓여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힘을 꽉 준 주먹이 팔걸이를 내리쳤다.
쿵.
그 소리에 왕팡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게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개소리가 갈수록 늘어. 다물게 할 방법은 없나?”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한령 강화는 이미 시행 중이고 남은 카드에 관세가 있습니다.”
“조금씩 언론에 흘려.”
“알겠습니다.”
“기술자 데려오는 건?”
“수 배의 돈을 들여 몇 명 데려와 작업을 시켜 보긴 했는데 별 성과는 없습니다. 핵심 인재라 불리는 사람들은 이미 돈에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됐고요.”
보고를 듣던 하오란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뭔가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휴우······.”
왕팡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홍콩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30%를 넘어갑니다.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있지는 못할 겁니다.”
하오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걸 지울 수가 없었다.
‘도통 되는 일이 없군.’
요즘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
중국이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소식은 바로 청와대로 흘러 들어갔다.
“한-중 FTA가 이미 체결되어 있는데도 관세율을 올리겠다는 말입니까?”
경제수석의 질문에 산업통산 비서관이 답했다.
“네.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 너희들도 인공지능 전문대학에 중국인을 뽑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냐.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건 민간 기업이 추진하는 일인데. 왜 엄한 청와대에.”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찌릿.
경제수석이 노려 보자 비서관이 입을 다물었다.
“지금 우리 정부가 새우라는 말입니까?”
머쓱해진 비서관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니 뭐. 상황이 공교롭게도 그렇게.”
“만약 저쪽에서 관세율을 올리게 되면 우리 쪽 피해는요?”
비서관이 자세를 바로 하고 답했다.
“선진이 가장 큰 손해를 입을 겁니다. 최근 엔진 S 판매량이 망고사의 에이폰을 넘어서며 호조를 보고 있었는데 가격 우위가 사라지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금현 자동차도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될 테고, K-뷰티라 이름 붙여진 산업에도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애매모호한 말에 경제수석이 살짝 짜증을 부렸다.
“수치로 말해 보세요. 수치로.”
“방금 막 속보로 전해진 소식이라 수치화는 현재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경제수석의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졌다. 이제 막 국민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달성했는데 중국이 관세를 올려 제재를 가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4만 달러라는 수치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어떤 게 있습니까.“
비서관은 머뭇거리기만 할 뿐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미국을 상대로 중국이 취한 조치라고는 그에 대응해 몇 가지 관세를 올린 것뿐이었다. 중국과 한국은 그보다 더 심각한 관계였다.
때리면 맞는다.
그 한 가지 옵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걸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경제수석도 알고 있었다. 물끄러미 비서관을 바라보다 깊은숨을 내쉬며 답답함을 내뱉었다. 망설이던 비서관이 겨우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써는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중국이 더 강력한 조처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경제수석이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걸 지금 대통령님께 가서 말씀드리라는 말입니까. 대통령님 지금으로써는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저 지켜보는 게 최선입니다.“
약소국의 설움이 절절히 묻어났다. 비서관도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숨을 내쉴 때마다 경제수석의 가슴이 들썩거렸다. 그걸 지켜보는 비서관의 입이 움찔거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말해 보세요. 이 상황에서 못할 말이 뭐 있겠습니까.“
”강 대표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네?“
”지금 사달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습니까. 일을 만들어냈으니 해결을 하라고.“
”그럼 정부가 하는 일이 뭡니까?“
비서관의 표정에서는 작은 머뭇거림 조차 사라졌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금 중국이 저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의 90%가 시내소프트 때문이지 않습니까. 인공지능 전문대학에 중국인을 포함 시켜 달라. ONE 해킹은 하지 않았다. 협상하자. 그런데 시내소프트에서 말을 듣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발생 한 거 아닙니까.“
”······.“
경제수석은 입을 닫았고, 비서관은 점점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를 압박해서 시내소프트의 스탠스 변화를 바라는 거 아닙니까.“
듣다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경제수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관이 쐐기를 박았다.
”결자해지입니다. 제 생각에는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 같습니다.“
경제수석의 머릿속에도 같은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실장을 찾아갔다.
***
똑똑똑.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중국발 이슈 때문입니까?“
”네.“
”해결책이 있는지 문의하더군요.“
승호가 눈가를 긁적거렸다.
”꽤 급하긴 했나 보네요. 최근 이런 연락을 하지 않다가 뉴스가 터지자마자 연락이 온 걸 보니.“
”중국이 관세를 올리며 인당 4만 달러라는 상징적인 수치가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요.“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중국 쪽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많으니.“
비서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선진에서도 문의가 왔습니다. 관세율이 높아지면 한창 올라가고 있는 엔진 S 판매량에도 영향이 미치고.“
”우리 쪽으로 들어오는 로열티가 줄어들 수 있겠군요.“
”네.“
”그래서 협상할 생각이 있다면 자신들이 끈을 대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많이 급한 가 보는군요.“
”중국에서 드디어 에이폰을 이기고 판매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시내소프트와는 달리 선진의 가전도 중국에서 엄청나게 팔리고 있으니까요. 중국 매출이 상당할 겁니다.“
하지만 승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아쉽겠군요.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
비서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진전이 있었지만, 중국과는 꽉 막힌 채 사이가 더 나빠지고 있었다. 이게 정말 맞는 길인가.
그런 의구심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중국과는 합의 하시지 않겠다는 말씀입니까?“
승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아무리 그래도 중국은 인구 대국인데······.“
”곧 무너지게 될 겁니다.“
확신에 찬 말이었다. 비서는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중국 말입니까?“
”어쩌면 당장 오늘이 될 수도 있고.“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이유 없이 저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기에 비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중국이 무너진다면 그것대로 문제였다. 대비가 필요했다.
”시장에서 중국 관련 주식들이 폭락할 테고, 중국 국채는 정크본드가 되겠군요. 중국이 무너지면 세계 경제도 고꾸라질 수 있을 테니 미 연준이 달러를 더 풀려 할 테고······.“
”대비는 간단합니다. 시내소프트의 1조 달러 투자 계획에 중국도 포함하면 됩니다.“
”아······.“
그때.
드르륵거리는 진동 소리가 들렸다. 비서가 황급히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다.
-중국 랜섬웨어 감염 의심.
그 문자를 보는 순간 승호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승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왔군요.“
비서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