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56)
탑 코더-256화(256/303)
ⓒ (256)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중국 공안.
그 안에서 사이버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주엔강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감염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매그니토의 배에 달하는 속도입니다.”
사이버 수사대 팀장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면 일주일 안으로 중국 서버 1/3이 감염 된다는 말이야?”
주엔강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에도 빠르게 해결이 되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GDP의 절반이 깎일 뻔했다. 그런데 지금은.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고, 속도는 배가 넘었다. 팀장이 답답함을 가득 담아 물었다.
“해결은? 그때보다 기술이 좋아졌을 거 아냐.”
“해결책을 찾아보고 있기는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매그니토와 같이 윈더를 비롯해 미눅스, 엔드로이드 등등 OS를 가리지 않고 감염시키고 있습니다.”
“요구 사항은 없어? 돈을 주면 풀어준다거나.”
이번에도 주엔강은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그런 것도 없습니다. 일단 감염되면 해당 시스템의 파일을 변형시켜 나갑니다. 그러다 OS 쪽 파일을 건드리게 되면 먹통이 되고요. 방법은 하드를 포맷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말을 듣던 팀장이 급히 물었다.
“그러다 백업 본 하드가 감염되면.”
“그것까지··· 날아가는 겁니다.”
사태가 심각했다. GDP 절반이 날아가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금융.
제조.
무역.
IT는 말할 것도 없었다. 산업 전 분야에서 컴퓨터는 사용되고 있었다. 그게 전부 마비된다면.
“미국에 협조부터 구해야겠어.”
주엔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난번처럼 강승호 대표에게 말해 보면 답이 생길 것 같은데······.”
“지금 중국과의 사이 몰라?”
“······.”
“후우···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마 안 될 거다. 국장님이 위에 올라갔으니까. 기다려보는 수밖에.”
주엔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결정이 나길 빌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 근정전 하오란의 집무실.
공안국장이 이마에서 뻘뻘 땀을 흘리며 말했다.
“지금까지 감염 확인된 PC가 4000여대. 서버가 2000여대. 핸드폰이 3000여대로 도합 만 개의 기기가 감염 확인되고 있습니다.”
왕팡이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데 감염 속도는 기존 매그니토 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네.”
“그러면 일주일 안에 못 고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10만여 대 이상이 감염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됐을 때 중국에 미칠 영향은요.”
둘의 대화를 하오란이 막았다.
“말해 뭐하겠어.”
싸늘한 한 마디에 근정전에 정적이 흘렀다. ‘으드득’ 이를 간 하오란이 미간을 짚으며 물었다.
“그래서 해결책은.”
“현재 각 부서 최고의 요원들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마땅한 방안이 없습니다.”
“CIA 지부는 연락해 봤어.”
“네. 그쪽에 샘플 넘겼습니다.”
“포트나, 포토 북 같은 회사에는.”
“그쪽에도 샘플 랜섬웨어를 넘겼습니다.”
몇 번을 물었지만 기다리던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하오란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아직도 답이 없다. 해결했음에도 알려주지 않고 있거나 해결 못 했거나 둘 중 하나겠군.”
공안국장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 냈다.
“여러 정보 라인을 통해 들어온 소식으로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후우······.”
왕팡이 표정이 일그러졌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강승호 그놈밖에 해결하지 못한다는 말이군.”
“네.”
“그는 고관세 카드를 들먹였음에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우리와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일 겁니다. 그런 그에게 해결 요청을 보냈다가······.”
“어떤 요구를 해올지도 모르고.”
“네.”
하오란도, 공안국장도, 왕팡도 입을 다물었다. 해결책은 있지만 쓸 수 없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다. 하오란이 공안국장을 불렀다.
“공안국장.”
“네.”
“그래서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국장은 쭈뼛거리기만 할 뿐 대답하지 못했다. 이미 매그니토를 한 번 겪었다.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이다.
“자네도 자신이 없군.”
“죄송합니다.”
“그럼 자네 생각을 한번 말해보게.”
“일단은··· 여러 기관에 협조 요청을 보냈으니 잠시 상황을 지켜보는 게 어떨지.”
쾅!
하오란이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탁자 위에 있던 펜이 들썩이다 또르륵 굴러떨어졌다.
“그때까지 중국이 입어야 할 피해액이 얼마나 될지 몰라?”
“죄송합니다.”
“부주석 자네 생각은.”
“현재로서는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더라도 강 대표와 접촉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미, 중 무역 분쟁이 해결되고 다시 날개를 펴려는 중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매그니토때 보다 큰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걸 그대로 두면.”
“GDP 절반이 날아갈지도 몰라. 그치?”
“네.”
하오란이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불길한 예감.
그게 정확히 들어맞았다.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평소에도 몇 번이나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번번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었다. 하오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내소프트가 제시한 조건이 어떻게 된다고.”
그러자 왕팡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사실··· 얼마 전에 조건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뭐?”
“위약금은 2배. 거기에 원 서치, 원 톡 일방 차단 손실금, 제로 차단 손실금까지 더해서.”
“더해서.”
“오 천억 위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친 거 아냐?”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황호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오천억 위안은 너무 쎈 것 같습니다. 한화로 치면 83조. 그 돈을 내고 협상에 임할 리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상대 기분을 나쁘게 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승호의 반응은 여유롭기만 했다.
“그 정도는 돼야 누가 우위에 있는지 명백히 보여 줄 수 있으니까요. 한낱 기술 기업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해줄 겁니다.”
승호의 단호한 의지에 황호근도 더는 말하지 못했다. 다만 자신과 끈이 닿아 있는 상무위원의 말을 전했다.
“그쪽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고 합니다. 도움을 청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그만큼 현 상황이 심각한 모양입니다.”
“어차피 상관없습니다. 자기들이 알아서 해결해 보라지요.”
“그게 만약 우리 쪽으로 넘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미국이나 러시아에서도 그걸 걱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샘플을 받아 분석을 진행하고 있지만,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름도 디엔드 라 붙였습니다.”
“후후, 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면 선진에서 들어온 요청에 대해서는 어떻게······.”
엔진 S가 문제였다. 중국에 수출된 엔진 S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 되고 있었다. 물론 에이폰도 감염되어 비슷한 상황이긴 했다.
“일단 기다려보라고 하세요. 그걸 해결해주면 중국 쪽도 해결 해 줘야 하니.”
“알겠습니다. 그러면 청와대 쪽에서 온 요청도 같은 식으로 대응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승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중국에서 직접 연락이 오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청와대, 선진 전자 등등 간접적으로는 계속 연락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승호는 매번 그 연락을 거절했다.
‘갈 데까지 가보자.’
그 생각밖에 없었다. 지난번에는 매그니토와 관련된 패치를 만들어 주었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타협은 없습니다. 이번이 기회에요. 중국이 날아가든, 시내소프트가 날아가든 둘 중 하나가 끝날 때까지. 전쟁은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황호근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말씀 드린 데로 데이터 센터 내 보안 수준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핵심 기술을 다루는 직원들에 대한 동태도 적극적으로 감시 부탁드립니다. 믿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점검해주세요.”
“국정원과 협력해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중국 경제가 고꾸라지면 세계 경제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겁니다. 저희 투자 계획에 중국이 포함된다 해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승호가 눈을 반짝 이며 말을 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다시 올라가게 될 겁니다. 즉 큰 기회가 오는 겁니다. 거기에 올라타게 되면 시내소프트 제국이라는 말도 그저 호사가들의 대화 속에나 나오는 대화가 아니게 될 겁니다.”
황호근은 이번에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직감했다. 위기이자 기회가 오고 있었다.
***
선진 전자 본사.
고동만이 두 손을 깍지 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고동만에게 비서가 말했다.
“시내소프트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결국, 끝까지 가겠다는 뜻이군.”
“어쩌면 정말 해결책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고동만이 고개를 저었다.
“강승호 가?”
확신에 찬 질문에 비서는 차마 입을 뗄 수 없었다. 고동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럴 일은 없어. 그리고 만약 그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긴 거나 마찬가지지. 이 세상 누구도 해결하지 못할 테니까.”
“그건 너무······.”
“ONE이 포트를 이겼네. 그가 만든 것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나.”
그 말에 비서의 입이 다시 굳게 닫혔다. 고동만이 물었다.
“에이폰도 감염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고?”
“네. 중국 현지 연구원들의 말에 의하면 전 기종, 전 OS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만약 엔진 S만 감염됐다고 한다면.”
“끔찍했겠지.”
“그런데 도대체 누구 짓일까요. 지금까지 시내소프트의 X-ONE 모듈을 뚫은 랜섬웨어는 없었는데.”
그 질문에 고동만은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내 고개를 털며 잊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이야. X-ONE을 위해서라도 강 대표가 언제까지 뒷짐 지고 바라만 보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사장님 말씀대로라면 중국 경제가 고꾸라지기 전까지는 나서지 않을 것 같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또 한 가지 경우가 있지 않은가.”
“중국이 먼저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경우 말씀입니까.”
고동만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희박 하긴 했다. 하지만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런 사례는 없었는데······.”
“그런 사례를 만드는 것이 시내소프트가 가장 잘하는 것이니까.”
비서도 수긍 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시내소프트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선진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겠군요.”
“폐허 위에 다시 짓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물자가 필요할 거야. 엄청난 양의 반도체가 필요하겠지.”
“반도체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모자라겠습니다.”
“그래. 철저히 준비해두라고 지시해.”
비서가 나가고 고동만의 사무실이 침묵에 잠겼다.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속에서 준비를 잘한다면 또 한 번 도약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자.”
고동만이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