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57)
탑 코더-257화(257/303)
ⓒ (257)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The End.
그 이름을 단 랜섬웨어는 중국 전역을 강타했다. 일주일이면 10만대 정도를 감염시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3일만에 7만대 가량의 기기들을 먹통으로 만들었다.
PC.
서버.
핸드폰.
공유기.
심지어는 무선 청소기까지.
기기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IC 칩이 붙어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집어삼켰다. 정말 중국의 종말이 오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 직격탄을 맞은게 인터넷 서비스 업체 였다. 그중에서도 중국 최고의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의 회장 밍쥔의 고민이 깊었다.
“3일 밖에 안 됐는데 서버의 10%가 소실 됐다고?”
비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네. 백업 본까지 함께 날아가는 상황입니다.”
“하드웨어를 새롭게 연결 시키면?”
“바로 감염 되는 사례가 보고 되고 있어 준비된 백업 하드웨어들을 연결 시키지 못했습니다.”
밍쥔이 앞에 놓여 있는 커피를 벌컥거리며 마셨다. 속이 썩어 문들어졌다.
“시내소프트에서는 뭐라고 하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묵묵부답으로 응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친 새끼들 진짜 중국 상대로 전쟁이라도 벌일 생각인가.”
뜻밖의 말에 비서가 되 물었다.
“···네?”
“이번 랜섬웨어. 누가 퍼트렸다고 생각하나.”
“그게··· 강 대표라는 말입니까?”
“물증은 없지만 확실해.”
“설마······.”
밍쥔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지금 상황에 중국에 가장 큰 적의를 가진 놈이야. 이것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는.”
“미국이나 러시아도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중앙아시아 쪽에도 적의를 가진 나라는 많습니다.”
“그들이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나?”
“미국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미국도 이런 걸 만들어 낼 수 있겠지. 하지만 만들었다면 해결책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야.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가 먹히게 될 수도 있어.”
“아직 강 대표가 해결 할 수 있다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그라면 해결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그 말에 비서는 아무 답도 하지 못했다. 자신조차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강승호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밍쥔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건 해결 할 수 있는 놈이 만든거야. 중국 한 번 X 되보라고.”
“만약 정말 그렇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겠군요. 강 대표가 절 대 협상에 나서지 않을 테니.”
“정확한 물증이라도 있다면 놈을 재판대에 세울 수 있겠지만 어디서 어떻게 퍼졌는지. 누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더구나 랜섬웨어 자체를 리버싱 하고 있지만 코드 난독화 조차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지. 어디서 많이 본거 같지 않나.”
“매그니토.”
“그래. 매그니토 때와 똑같아. 다만 더 강력한 놈이 나타났을 뿐이지.”
비서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회장님 말씀대로 물증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 그게 문제야. 합리적 의심을 통하면 강승호라는 게 확실한데 물증이 없단 말이지.”
“그리고 그가 해결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심을 한다는 것도··· 그렇게 치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이버 보안 이슈가 그와 관련되어 있다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밍쥔이 으득 이를 갈았다. 비서가 핵심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그 말도 맞아. 이건 단지 내 감일 뿐이야.”
“시내소프트는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자칫 역풍을 맞게 되면.”
“우리 회사 따위는 단번에 날아가 버릴 수도 있겠지.”
시가총액 42조.
시내소프트의 시가 총액은 1900조에 육박하고 있었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5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비서가 한 번더 현 상황을 주지시켰다.
“어쨌든 현 상황이 심각합니다. 이대로 가만이 있다가는 매그니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비서가 하지 못한 그 말을 밍쥔이 했다.
“부도 말인가.”
“···네.”
“시중에서 달러 가치가 치솟고 있다고 하더군. 벌써 중국이 망하는데 베팅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지.”
“회장님······.”
밍쥔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몇 가지 없어.”
“설마······.”
“그래, 내 감이 말하는 데로 해야지.”
그 말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비서는 깨달았다. 그리고 둘은 어두운 부분까지 공유하는 사이였다.
“보유 자산 달러로 이동시키겠습니다.”
밍쥔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자신이라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달러를 사야한다. 자신의 감이 그렇게 시키고 있었다.
***
중국 근정전.
하오란이 거친 콧김을 내뿜었다.
“달러화가 치솟고 있다.”
왕팡의 표정이 심각했다.
“그 속도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겨우 3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중소 IT 기업들 중 파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이 중국의 종말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차 오 니마!”
하오란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내뱉었다. 점점 이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외국계 자본도 빠르게 철 수 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앞으로 3일 뒤 외환보유고가 3조달러 아래로 내려가게 될 겁니다.”
후우. 후우.
하오란이 거친 숨을 내쉬며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3조달러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투기세력들이 위안화 하락에 베팅하게 될 테고, 외화 유출이 가속화될 겁니다.”
으득.
이를 갈았다. 그럼에도 분은 쉽사리 가라 앉지 않았다.
“문제 해결은 어떻게 되고 있어.”
“이제 겨우 실마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제 해결 되는데?”
왕팡이 난감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그건··· 미정입니다.”
“젠장! 젠장!”
“지금이라도 강 대표에게 연락을 해볼까요? 요구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하면 방법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예전 같았으면 조용히 하라며 윽박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하오란을 그러지 못했다. 조용히 숨을 고르며 생각에 잠겼다. 왕팡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게 오히려 싸게 먹히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황금방패를 없애기라도 하자는 말인가?”
“중국이 망하는 것 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
하오란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 결정으로 인해 자신은 왕좌에서 내려와야 할 수도 있었다. 공고하게 쌓아올린 독재 체계가 무너질 수 있는 결정이었다. 왕팡이 말을 이었다.
“IMF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권 유지가 더 이상 불가능 하게 될 겁니다.”
하나 같이 맞는 말이었다. 상황은 그 정도로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 요구 사항이 어떻게 되는데.”
“나머지 조건은 같고 위약금이 조금 더 올랐습니다.”
“얼마.”
“1조위안.”
“뭐?”
“할 부로도 된다고 합니다.”
“이런 미친!”
1조위안이면 한화로 160조가 넘는 돈이었다. 중국이 아무리 인구가 많고, GDP의 총량이 미국, 유럽연합에 이어 전 세계 3위 라지만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돈이 매일 올라갈 것이라고 통보해 왔습니다.”
“얼마 씩?”
“하루에 천 억 위안씩 올라간다고 합니다.”
하오란은 왜 인지 모르지만 순간 걸프 전쟁을 떠올렸다. 당시 전쟁에서 패한 이라크는 유엔으로부터 521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배상금으로 판정받았다. 시내소프트와의 전쟁에서 패한 중국은 그 배에 달하는 돈을 물어주게 생긴 것이다.
“이 전쟁 정말 이길 수 없나?”
“지금으로써는 방법이 없습니다. 국가 기간망도 위험한 상황이라 전기 공급을 줄여야 한다는 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금융 시스템도 백업 본을 최대한 동원해 막고 있지만 과부하가 걸려 1000 위안을 이체하는데 수 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왕팡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기업이 물자를 들여오는데 현황 확인이 되지 않아 기다리기 일쑤고, 출입국 관리소는 거의 마비 직전 상황입니다.”
하오란이 꾹 입을 다물었다. 왕팡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금융, 제조, 물류, 인프라. 전 분야에 걸쳐 대란이라는 말로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겨우 3일 만에 받은 피해액 추산치가 5천억 위안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숨을 고른 하오란이 겨우 입을 열었다.
“알았네. 모든 요구 사항을 수용할 테니 도와 달라고 해봐.”
겨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돌아온 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었다.
***
청와대 참모진이 총출동했다. 밖에서는 중국 외교 대사관이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승호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왜 이러십니까. 저도 풀기 어려운 놈입니다. 제 실력이 부족하다니까요.”
그러자 비서실장이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러다 중국 넘어집니다. 그러면 한국도 같이 넘어져요. 세상 이치가 그렇습니다.”
승호가 픽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하하, 시내소프트는 넘어지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정책실장이 나섰다.
“대표님이 해결못하면 그 놈을 누가 해결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중국이 전격적으로 모든 요구 조건을 수용하겠다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손해배상금만 160조원입니다.”
승호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단지 중국에 납품된 ONE을 정상화하는 조건입니다. 디엔드를 해결하는 건 또 다른 문제지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이렇게 입씨름한 시간만 3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청와대 참모진들이 박신우에게 눈짓했다.
“대표님.”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박신우를 봤다.
“만약 대표님께 디엔드를 연구, 해결해달라 부탁드리는데 걸어야 할 조건에 어떤 게 있겠습니까.”
승호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요즘 사업이 너무 커져 그런 것까지 손댈 시간이 없는데······.”
박신우가 좀 더 부드러운 말로 물었다.
“그 시간보다 큰 가치. 그걸 제공해 드리면 그 시간을 디엔드 해결에 쏟아 주실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중국은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러자 비서실장이 잽싸게 나섰다.
“정부가 보증하겠습니다.”
승호가 냉소를 지었다.
“중국이 약속을 어겼을 때 강제할 수단은 있습니까?”
사무실에 싸늘한 공기가 퍼져나간다. 누구도 입을 떼지 못했다. 승호의 말대로 중국을 강제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분위기를 살피던 승호가 입을 열었다.
“이번 기회에 세계 판도를 바꾸는 게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꿀꺽.
마른 침 삼키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다들 저 말에 담긴 의미를 알기 때문이었다. 승호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른 속도로 PC, 서버, 핸드폰 등등 수많은 디바이스가 먹통 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누가 생산하고 있습니까? 선진입니다. 그걸 복구하기 위해서 선진은 엄청난 호황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박신우가 걱정하던 바를 꺼내 들었다.
“끝까지 갔다가 중국이 타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승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전기조차 공급이 안 돼 원시시대로 돌아갈 수도 있는데 그들이 그렇게 나온다고요?”
그 말에 사무실은 더 깊은 정적에 빠져들었다.
“발전소는 내부 인트라넷 망을 사용해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것으로 아는데··· 그럼 랜섬웨어에 감염될 일도 없고.”
“그러면 한국 원자력 발전소는 왜 감염됐습니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입니다.”
사람들은 깨달았다. 현 사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