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58)
탑 코더-258화(258/303)
ⓒ (258)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왕팡이 다급한 표정으로 근정전 문을 열고 들어왔다.
“3조 달러가 무너졌습니다.”
불과 5일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환율은?”
“2위안이 올라 갔습니다.”
2위안이면 환율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오란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외국 자본이 더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금융 시장에서 중국의 경제 위기 쪽에 베팅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고요.”
하오란의 표정이 한 없이 딲딱해졌다. 왕팡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이들이 일부러 라도 위기를 만들 수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흠······.”
“공안이나, 국가안전부 미국 CIA나 유럽의 정보기관. 그 어느 곳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중국의 전체 PC가 먹통 되야 이 사태가 멈추게 될 겁니다.”
왕팡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국가 부도 사태가 올 수도 있었다.
“정말 아무곳에서도 연락이 없나.”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하오란은 결국 그 이름을 떠올렸다.
“시내소프트는?”
“그 뉴스말고는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뉴스가 무엇인지 하오란도 똑똑히 보았다.
-중국은 우리와 신뢰를 잃었다.
강승호는 그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 말을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절대 도와주지 않겠다.
하오란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요구 조건을 전부 수용하겠다고 해도 조용해?”
“네. 1조 위안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고 황금 방패를 전부 해제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대답은 한 가지였습니다.”
“신뢰를 잃었다?”
왕팡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때문에 외국 자본 유출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랜섬웨어 감염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원자력 발전소 1/3이 문을 닫았습니다. 중국 전역에 전기 배급제 시행을 해야 할 지경입니다.”
가장 먼저 전기 쪽이 타격을 입었다. 랜섬웨어의 파급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하오란이 벌컥 화를 냈다.
“도대체 공안 그 자식들을 뭐 하는 거야. 그딴 바이러스 하나 잡지 못하고.”
“······.”
“하아··· 똑똑하다는 놈들 전부 붙여 놔도 소용이 없구만. 소용이 없어. 원자력 발전소 다시 가동할 수는 없어?”
“그러다 터지기라도 하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러시아가 체르노빌 사태로 어떤 지경에 갔었는지 기억하시지 않습니까.”
기억하다 마다.
하오란이 살아 있을 때 터진 일이었다. 당시 그 일을 보고 원자력의 위험성을 절절히 깨달았다. 하지만 싼값에 전기를 생산 할 수 있는 원자력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때.
왕팡의 핸드폰이 부르르 떨었다. 마치 중국 경제가 몸살에 걸려 부르르 떠는 것처럼. 전화를 받은 왕팡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뭐?”
“일단 풀어. 풀어서 막아!”
“알았어.”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까지.”
“1달러에 8.3위안. 2005년 전 고점을 넘어선 겁니다.”
위안화가 그야말로 폭락하고 있었다. 평상시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중국에서 수출되는 물건의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면 물건이 많이 팔리게 되고 경제가 좋아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수입품의 가격이 비싸지는 문제가 있겠지만 중국은 수출 대국.
전체적으로 플러스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왕팡이 참았던 말을 꺼내 들었다.
“이렇게 달러 유출이 가속화되면 IMF를 불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시내소프트.
그다음으로 금기시되던 단어였다. 만약 중국이 IMF를 불러야 하는 사태까지 가게 된다면 정말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모르는 격랑으로 들어가게 된다.
“다시 한번 시내소프트에 연락해봐. 만약 그래도 안 되면.”
왕팡이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고심하던 하오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 개방해야지.”
“네?”
“황금방패를 열고, 전 세계 인터넷 업체들에 도움을 요청해. 이 랜섬웨어를 해결해주는 회사에 황금 방패에서 독점 제외해준다고. 그러면 벌떼 같이 달려들지 않겠어.”
“아······.”
“검토해보고 당장 시행해. 시내소프트 연락이야 병행해서 진행하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왕팡이 일말의 희망을 품고 근정전을 빠져나갔다.
***
청와대 비상대책반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 수장으로 있는 경제 수석이 물었다.
“지금 얼마야.”
“원 달러 위안이 8.5까지 치솟았습니다. 중국이 인위적으로 고환율을 유지하던 당시를 넘어섰습니다.”
“이런 X발 이러다 진짜 중국이 IMF 불러야 하는 거 아냐.”
“중국 쪽에서 달러 대출을 문의해 왔습니다. 한번 도와 달라고.”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게 4천억가량인가?”
“네. 천억 달러까지 여유가 있기는 합니다.”
경제수석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정도로 도움이 되겠어?”
“일본, 러시아, 인도 각지에서 계속 수혈하면 한 일주일 이상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달러도 3조 달러 밑이기는 하지만 아직 2조 달러 이상 있으니까요.”
“흠······.”
함께 있던 비서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랜섬웨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IMF를 요청한다고 해도 금융 시스템마저 랜섬웨어에 감염되면······.”
경제수석이 마른 침을 삼키며 답했다.
“돈을 보낼 수조차 없겠군.”
“수천억 달러를 가방에 넣어서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 인지 새삼 실감 되는 순간이었다.
디엔드.
한낱 랜섬웨어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시내소프트에서는?”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강 대표는 진짜로 할 생각인가.”
그 말에 비서관도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함께 그 팀에 들어가 있던 박신우가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내소프트 전문가는 그였다.
“아마 그럴 겁니다. 정말 중국을 무너트릴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강 대표님은 그런 분이니까요.”
사무실이 침묵에 휩싸였다. 이틀 전 시내소프트를 찾았을 때 경제수석도 함께 있었다. 설마설마 하지만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수석이 또 다른 비서관을 보며 물었다.
“이 상태가 지속했을 때 정말 중국이 무너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 예측이 잘 안 됩니다.”
“허··· 대충이라도 있을 거 아냐.”
“대충도 나오지를 않습니다. 중국이 아무런 정보 제공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내 상황은 철저히 비밀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경제 수석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그놈들도 진짜 지독한 놈들이야. 이런 상황에서도 비밀유지라니.”
그때 사무실로 청와대 직원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지금 중국에서 중대 발표를 했습니다.”
박신우가 바로 TV를 켰다. 그러자 속보로 뉴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중국 황금 방패 해제. 랜섬웨어 해결 기업은 앞으로 필터링 하지 않겠다.
-사실상 독점 허용. 랜섬웨어를 해결하고 중국시장을 잡을 기업은 어디인가.
-중국 드디어 잠겨져 있던 빗장을 푸나.
-랜섬웨어를 잡고 중국시장을 먹을 회사는 어디인가.
여러 뉴스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뉴스를 본 경제수석이 중얼거렸다.
“급하긴 급한 모양이네.”
TV 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비서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부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심각할 겁니다. 중국 SNS에 들어가 보면 전기 공급이 자주 끊긴다는 말이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발전소도 위험에 처했다는 뜻이죠.”
전기가 끊긴다. 그게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무실은 침묵에 잠겼다.
***
청담 시내소프트 본사.
비서가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 미국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고 해결책이 있다면 꺼내자고 합니다.”
“해결책이 없는데 꺼내라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미국도 중국이 이런 식으로 무너지면 곤란한 입장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망고사의 에이폰이 중국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로 팔리고 있으니까요. 더구나 랜섬웨어가 만약 미국으로 흘러갔을 경우를 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승호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시선은 거대한 창문 바깥을 향해 있었다.
“어떻습니까. 제가 해결 하는 게 옳다고 봅니까?”
비서는 확실히 깨달았다.
‘대표님에게 해결 책이 있다.’
하지만 일부러 해결하지 않는 것이다. 정말 중국이 망하길 바라면서.
“극으로 치닫는 건 언제나 나쁜 결과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있지요.”
비서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대표님 말씀이 옳았으니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할 뿐입니다.”
“흠······.”
승호가 눈을 반쯤 감고 생각에 잠겼다.
‘끝까지 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자신도 예상할 뿐이지 세계사에서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몇 가지 경우를 예상해 대비하고 있을 뿐.
상황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면 난감해질 수도 있었다. 그런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지 중국은 무너진다.’
아마 철저하게 바닥으로 떨어져 북한과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 충격이 한국경제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는 모르지만, 중국이 무너진다. 그 명제만큼은 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만일 뿌리가 뽑힐 만큼 대가를 준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내용이었다.
“지금 중국이 제시하고 있는 조건이 어떻게 됩니까?”
“방금 온 연락으로는 위약금 2조 위안 배상에 우리 측 요구대로 인터넷 서비스 전면 개방. 그리고 랜섬웨어 해결 대가로 2조 위안을 제시했습니다.”
“엄청난 액수긴 하군요. 그래 봤자 GDP의 2%도 되지 않는 금액이긴 하지만.”
“GDP에 비교하시는 건······.”
GDP는 그야말로 한 국가의 총생산량.
중국 같은 거대 나라에서는 1%만 해도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하지만 승호는 거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GDP의 10% 정도면 생각이 있다고 전하세요.”
10%면 10조 위안.
한화로 1700조에 달하는 액수였다. 얼마 전 시내소프트의 시가 총액에 맞먹는 금액이며 한국 1년 GDP와 비슷한 금액이었다.
“그 정도면 중국이 넘어질 수도 있는 금액입니다.”
비서는 생각했다.
‘랜섬웨어에 죽으나, 저 금액을 지급하려다 죽으나. 매한가지 아닌가.’
하지만 승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러라고 제시하는 금액입니다.”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승호의 생각을 명확하게 깨달았다.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어.’
그 사이에도 위안화는 폭락하고 있었다.
1달러 9위안.
그리고 1달러 10위안이 넘어서는 순간.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옥 같은 세상이 중국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