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6)
탑 코더-26화(26/303)
# 26
잡아야 한다.
────────────────30여분이 지났을 때.
장민재의 부하직원들은 이종훈과 비슷한 모습으로 말을 더듬고 있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왜 그렇게 됐냐하면······.”
“인기 순위는 별도 관리를 통해 개선을 꽤 하고자 하다 보니······.”
“그런 게 있다는 건 저도 잘······.”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
당황한 직원들이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승호는 질문과 답변을 혼자서 해나갔다. 마치 강사가 교육생을 가르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최기훈의 머릿속이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확실히 달라졌어······. 승호는 무조건 잡아야 돼.’
말을 하던 승호가 슬쩍 시계를 확인했다. 2시에 시작한 회의가 어느새 5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5시가 넘었습니다. 회의를 너무 오래 하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장민재의 부하직원 중 한명이 손을 들었다.
“자, 잠시만요. 신경망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사용자의 오타를 바로 잡아 부분에 대해서 조금 만 더 설명을······.”
“죄송하지만, 약속했던 시간이 다 됐습니다. 나머지는 돌아가서 찾아보셔도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장민재도 더 이상 물어보는 건 실례라 생각했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김신우가 눈을 반짝였다.
‘잡아야 돼.’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이었다.
***
선진 사람들이 돌아가고.
최기훈이 황호근을 따로 불렀다.
“사장님도 보셨죠? 승호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장진급도 시켰잖아. 이번에 인센티브도 두둑이 지급할 생각이다.”
“그걸 로는 부족합니다. 주식. 그것도 최소한 20%는 줘야 합니다.”
황호근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주식이라니.
자신이 이 회사를 어떻게 유지해 왔는데······.
황호근은 영 내키지 않았다.
“물론 나도 승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지분을 넘긴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너도 알잖아. 얼마나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물론 잘 압니다. 저도 같이 고생했으니까요. 그래서 말씀 드리는 겁니다. 승호 없었으면 사장님이 말씀하시는 ‘여기’ 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
최기훈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가 마치 지식과도 같은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시내 소프트 부장이라는 직급. 거기에 인센티브 몇 푼으로 승호. 못 잡습니다.”
황호근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꼭 지분 까지 넘겨야 하는 거냐? 다른 방법은······.”
최기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없습니다. 그래야 주인의식이 생길 겁니다. 20%도 최소한으로 잡은 겁니다.”
여전히 주저하고 있는 황호근에게 최기훈이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만약 승호가 이직이라도 하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 그야··· 그, 그리고 승호가 이직 생각은 없다고 말했잖아.”
“사장님도 말씀하셨잖아요. 1년. 2년은 그럴 수 있어도 그 이후는 모른다고. 그 불확실한 미래를 명확하게 하자는 겁니다. 근 한 달간 승호가 벌어온 돈을 생각해보세요.”
승호가 한 달간 벌어온 돈.
지금까지 통장에 들어온 돈 만 5억이었다. 황호근이 마른 침을 삼켰다.
“승호한테는 제가 최소한 20%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거기에 사장님이 10% 더 얹어서 준다고 하세요. 그러면 30%. 단숨에 2대주주가 되는 겁니다.”
최기훈이 한층 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까지 하면 쉽게 이직하지는 못할 겁니다.”
황호근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스톡옵션으로 몇 프로 줄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30%나 주라니.
약간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하던 황호근이 겨우 입을 열었다.
“내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그러나 최기훈은 포기하지 않고, 황호근을 설득했다.
“아까도 보셨잖아요. 선진 사람들 기가 팍 죽어서 돌아가는 거. 그게 어디 어제 한 번이었습니까? 어제, 그저께. 또 일주일 전. 과연 우리 회사에 승호가 없었어도 선진 사람들이 이렇게 찾아 왔을까요?”
최기훈의 채근에 황호근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니까.”
“생각을 하면 늦습니다. 지금은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 예요.”
“알았어. 바나나 톡에 코드 난독화 솔루션 납품 계약 협의가 마무리 되면 그때 결정하마.”
“최소한 20%. 거기에 10% 더. 그 정도는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2대 주주는 만들어줘야 해요.”
최기훈의 말에 황호근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
다음날.
이번에는 한서준이 직원들을 데리고, 시내 소프트를 찾아왔다.
“어제 송 대리에게 말씀 하신 서비스 사용료를 최대한 맞춰 보려고 하는데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단가가 너무 높습니다.”
송보나가 준비된 도표를 꺼내들었다. 거기에는 비슷한 종류의 보안 솔루션 가격이 나열 되어 있었다. 한서준이 도표를 보며 말을 이었다.
“A사의 장비입니다. 패킷 분석까지 합쳐서 300만원. D사는 250만원. 장비를 사면 솔루션은 함께 제공해주고, 1년간은 무상 유지보수까지 해주는 조건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플런크.”
-100GB/D 예약 시 1년 50만원.
“스플런크와 가격이 같습니다.”
“그들보다 성능이 뛰어나니 오히려 싼 값이라 해야겠군요.”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기존 것들과 비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보여드린 건 기존의 솔루션과 궤를 달리하는 제품이니까요. 이미 라온정보통신 제품을 사용해보셔서 아실 텐데요.”
승호의 한 마디에 한서준을 비롯한 선진 직원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들은 잡지 못했지만 저는 잡았습니다. 제가 제시한 비용이 결코 과한 게 아닙니다.”
한서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 해 네트워크 장비 및 솔루션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정해져 있습니다. 말씀하신 솔루션 아니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더 할당 받아야하는데······.”
“전부 장비로 해결 하려고 하니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겁니다. SDN(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 : Software defined networking)이나 NFV(Network Functions Virtualization :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를 적용해 하드웨어 구입비용 및 관리 비용을 낮추면 됩니다.”
김신우가 자신도 모르게 툭 하고 한 마디 던졌다.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우면 누가 못합니까. SDN은 선진에서도 개발 중에 있지만 다양한 장비와 호환성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각 장비를 컨트롤 하기위한 연산 알고리즘 개발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뿐입니다.”
“오픈 FLOW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그것도 이미 네트워크 관리팀에서 검토한 기술입니다. 기존 장비 생산 업체들이 해당 프로토콜을 맞춰주지 않고 있어서 적용 자체가 힘들어요. 레거시 플로 장비를 개발해서 적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가 않고.”
“그러면 포트나 인더스. 포토북같은 대량 트래픽을 관리하는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어떻게 SDN이나 NFV를 활용하고 있을까요? 그것도 벌써 수년 전에.”
승호의 질문에 김신우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그, 그건 공개가 되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 압니까······.”
“자문 비용을 억 단위로 올리시면. 그걸 알게 될 겁니다.”
한서준이 의구심을 담아 되물었다.
“정말 입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신우를 직시하며 말을 일었다.
“아까부터 계속 안 된다. 어렵다. 비용이 너무 세다고 말씀 하시는데···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는 저희가 요청한 게 아닙니다.”
승호의 말에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선진 측에서 급하게 이번 해킹 사태와 관련하여 보안 솔루션 검토가 필요하다며 마련된 자리입니다.”
김신우가 급히 한서준의 눈치를 살폈다. 한서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직 저희 서비스는 출시되지 않은 베타 버전입니다. 지난 번 듣자하니 베타 버전에 대해서는 비용 지급을 제대로 안 해주시는 것 같더군요.”
이해하지 할 수 없는 말에 한서준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니 언제 저희가 그런 적이······.”
“또한 기술 협력이라는 미명하에 코드를 공개하는 내용이 계약에 포함 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씀 하셨습니다.”
한서준이 급히 입을 열었다.
“제 기억에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김신우는 달랐다. 어느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지금 말하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김신우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직원 분들께 물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꿀꺽.
김신우가 마른 침을 삼켰다. 황호근이 입술을 꽉 깨문 채 고심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