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63)
탑 코더-263화(263/303)
263화 ONE 제국
비슷한 시각 승호는 동남아시아 태국에서 스마트 시티 건설 현장을 살펴 보고 있었다.
“일이 잘 진행되고 있군요.”
그 옆에는 선진전자의 회장 김희건이 있었다.
“네. 맑은 바닷물과 스마트 시티가 더해져 세계 최대의 관광지가 될 겁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오히려 제가 드릴 말씀입니다. 덕분에 선진 건설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건설 경기가 죽어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금처럼만 해주시면 계속 선진과 일을 진행하게 될 겁니다. 아시다시피. 중국 시장도 열렸습니다. 유럽은 문화재 문제 때문에 지연되고 있지만, 시간문제일 뿐이죠. 전 세계에 스마트 시티가 건설될 겁니다.”
김희건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단단히 준비하라고 일러 놓겠습니다.”
“네. 그리고 SPU 생산 건 말인데요.”
“말씀하신 데로 7나노 양산 준비 완료됐습니다. 바로 생산 가능합니다.”
그 말에 승호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물량이 그리 많지도 않을 텐데 받아 주셔서.”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
다품종 소량 생산보다는 소품종 다량 생산에 맞춰져 있는 공장이었다. 현재 SPU는 시내소프트 데이터 센터에만 사용되고 있었다. 물량이 소량임에도 김희건이 받아 준 것이다. 김희건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하, 아닙니다. 시내소프트 일이라면 최대한 협조해 드려야죠. 우리가 지금까지 받은 게 얼마인데.”
“저희도 일이 생기면 최대한 먼저 선진을 고려하겠습니다.”
이번에도 김희건은 반색했다.
“하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말씀이군요.”
한때 국내 최대, 최고 기업의 수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빠르게 인정했다. 고집을 부려봤자 현실은 바뀌지 않기에.
“그렇지 않아도 곧 중국 쪽에도 데이터 센터 건설을 하게 될 겁니다.”
“스마트 시티 통제를 위한 시스템 말입니까?”
“네. 그 공사 건 관련해서 협의해야 하니 건설 쪽에 언질 부탁드립니다.”
“하하, 네.”
그렇게 담소가 오가고 김희건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ONE OS 건 말인데요.”
“네.”
“혹시 모바일용으로도 개발되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현재 테스트 단계에 있는데 앞으로 3개월 안으로 출시 될 것 같습니다.”
김희건이 살짝 마른 침을 삼켰다. 긴장되는 것이다.
‘이 내가 긴장이라니.’
자신이 앞에 두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느껴졌다.
“그럼 혹시 테스트 단계에서부터 선진과 함께 할 수 있습니까?”
“그 말씀은.”
“ONE OS에 최적화된 폰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흠······.”
“생각하시는 모든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하겠습니다. 선진의 기술력이라면 가능합니다. 만약 타사와 협의 중이시라면 조건도 타사 대비 무조건 높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승호가 살짝 입맛을 다셨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긴 했다. 몇 개 모바일 제조사를 M&A 하려고 알아보고 있긴 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과 제조는 완전히 다른 분야다.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기본적으로 모바일과 PC가 연결되어야 합니다. 망고사의 에이폰이 망고사의 PC와 100% 싱크 되는 것처럼요.”
김희건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아시다시피 선진은 노트북에서부터 PC까지 개발하고 있으니까요.”
“그것들도 ONE OS 전용 제품을 개발하시겠다는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아시겠지만 선진은 RONE과 선진의 가전제품 연동 개발을 위해 협력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살펴 모바일-PC를 연동한다면 별 어려움 없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실무자 선에서 상세한 계약 조건 협의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김희건이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때 멀찌감치 서 있던 승호의 비서가 다가왔다.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잠시.”
양해를 구한 승호가 김희건과 떨어져 전화를 받았다. 미 비서실장의 직통 전화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결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비서에게 지시했다.
“조건 수용한다고 합니다. 데이터 센터 건설부터 시작하세요.”
살짝 고개를 끄덕인 비서가 물러났다. 승호는 다시 김희건과 사업 이야기를 시작했다. 수조 원을 오가는 계약이 빠르게 조율되었다.
***
원 톡.
원 서치.
그리고 ONE 외부 API.
시내소프트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성장할수록 반대로 쇠퇴하는 곳이 있었다. 포트나 포토북 같은 세계적인 기업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누르던 곳 중 하나인 넥스터 그리고 바나나톡.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게 된 두 회사의 수장이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넥스터 CEO 이정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 망하게 생겼습니다. 벌써 넥스터 점유율이 30%로 쪼그라들었어요.”
바나나톡 CEO도 앓는 소리를 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원 톡 덕분에 바나나 톡 사용자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서 이사까지 빠지는 바람에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인공지능 팀 하나가 넘어갔습니다.”
숫제 누가 더 큰 피해를 봤는지 대결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답답하다는 뜻이었다.
“정부에서도 은근히 시내소프트를 밀어주는 분위기라.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사업을 접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이정환이 눈을 빛냈다.
“그래서 제가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어떤······.”
“접을 때 접더라도 한 번 발악은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은밀한 그 말에 바나나톡 회장이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이정환이 좀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공정위에 독점 조사 요청을 할 생각입니다.”
“정부 전체가 시내소프트에 호의적입니다. 그게 소용 있을까요?”
“어찌 되었든 원 서치, 원 톡은 독과점 업체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공정위가 아니지요. 그리고 만약 가만히 있으면 더 이득입니다. 검찰에 고발 하면 되니까요.”
“흠······.”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또 한 가지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바나나톡 회장이 조금 더 몸을 기울였다. 이정환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합병.”
“네?”
“바나나톡과 넥스터가 합병을 하는 겁니다. 공통의 적을 만났으니 힘을 합쳐야지요. 바나나톡은 국내에서 최대 사용자를 가지고 있었던 채팅 앱이고, 넥스터는 검색을 거의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그 둘이 합병한다면 분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바나나 톡 회장이 입맛을 다셨다. 그 반응을 본 이정환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더구나 바나나 톡은 기존 업체였던 ‘줌인’과 합병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한 번 더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흠······.”
바나나톡 회장은 쉽게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확실히 회사 사정이 어렵긴 해. 사용자는 반 토막이 났고, 이익률은 그것보다 더 떨어졌으니.’
회사 사정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바나나 톡이라는 플랫폼이 무너지고, 그 자리를 원 톡이 대신했다. 이러다가는 정말 문을 닫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지금 보다 원 톡이나 원 서치가 커진다면 역전 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합병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일단 서로 에게 겹치지 않는 사용자를 공유 할 수 있습니다. 돌아선 광고주들의 마음을 돌릴 수도 있고요. 점차 두 회사가 경쟁하고 있는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한다면 기회가 올 수도 있습니다. 채팅이나 검색 말고, 포토 북이나 스타그램 같은 SNS 회사로 성장 할 수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합병하지 않는다면.”
“그런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는 말씀이군요.”
이정환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몇 분을 더 고심하던 바나나 톡 회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실무 논의를 진행 시켜 봅시다.”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고사당할 수밖에 없기에.
***
청담 시내소프트 본사.
비서가 어두운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공정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독과점 조사를 해야 하니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요.”
“최대한 협조하세요. 굳이 각을 세울 건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 넥스터와 바나나 톡이 합병한다는 찌라시가 돌고 있습니다. 그 시기와 유사하게 공정위에서 조사가 들어왔고요.”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손길이 뚝 멈추었다.
“두 회사 중 한 곳이 신고했을 수도 있겠군요.”
“원 톡 점유율이 62%, 원 서치 점유율이 51%를 넘었으니까요. 이제 저희가 독과점 업체가 된 겁니다.”
“흠······.”
비서가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대응방안 마련 지시할까요?”
“현재 관련 서비스들 점유율 현황이 어떻게 됩니까?”
“전 세계적으로 봐도 원 서치가 50%를 넘었습니다. 기존 포트가 93%를 차지하고 있던 파이의 절반이 넘어온 격입니다. 그걸 한국 시장으로 좁히면.”
“넥스터가 포트가 된 셈이군요.”
“네. 그리고 채팅 서비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시내소프트 서비스의 상승세가 가파릅니다. 매달 2에서 3%씩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그 말은 기다리기만 해도 두 회사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이군요.”
“네. 다만 합병 후 일어날 변수는 고려 되어 있지 않습니다. 포토북이나 스타그램 같은 SNS 서비스와 연계하여 반격을 시도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시내소프트에는 아직 SNS 서비스가 없고.”
“다만 스타그램에서 얼마 전 ONE API 사용을 문의해 왔습니다. 현재는 테스트하는 상황이고요.”
“어때요. 사용할 것 같습니까?”
비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자사의 추천 엔진과 비교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내소프트도 SNS를 개발한다고 하면 얼마나 걸립니까?”
“현재 ONE OS 막바지 작업에 많은 개발자가 몰려 있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발자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고품질의 SNS을 새롭게 만들기에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흠······.”
“전략실에서 나온 방안이긴 한데··· 두 회사를 인수 하는 건 어떨까요.”
“넥스터와 바나나톡 말입니까.”
“네. 인수 후에 신규 SNS 개발을 시켜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존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한 채 인력들을 점차 그쪽으로 옮기는 겁니다. 그래도 아직 두 회사에 인재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까요.”
“하긴 인력을 쓰기 위해 회사를 사는 예도 있으니. 일단 가격부터 한 번 알아보세요.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면 협상보다는 전쟁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규모 면에서 전쟁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시내소프트는 전 세계 1위. 넥스터와 바나나 톡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