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65)
탑 코더-265화(265/303)
265화 ONE 제국
시총 2000조가 넘어가는 기업의 회장과 각각 시총 6조, 1조의 회장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사실 이런 자리는 애초에 성사되기 힘들다. 실제로 넥스터의 이정환은 한반도 포트 회장을 만나지 못했다. 시내소프트는 포트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회사. 승호를 만날 급이 안되는 것이다. 그 점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이정환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합병 제안을 해놓고 만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바나나톡 CEO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가 바나나톡 CEO를 보며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대표님. 벌써 4년이 넘었나요.”
“하하, 네. 그사이 엄청난 분이 되셨더군요.”
바나나톡의 외주를 받아 일하는 사람에서 이제는 회사의 주인이 되려 한다.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그때 당시가 꽤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무리한 조건이 아니면 수용하려 했는데······.”
그 말에 방안에 적막감이 흘렀다. 이정환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정적을 깨트렸다.
“하하, 그래서 이렇게 만남을 요청한 겁니다. 실무진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승호가 앞에 놓여 있던 잔을 들어 올렸다.
“그렇군요.”
바나나톡 CEO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합병한다면 바나나톡 서비스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승호는 솔직하게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원톡에 대부분 흡수 될 겁니다. 남은 인력은 신사업인 SNS 서비스에 집중하게 될 테고요.”
이정환이 빠르게 치고 들어오며 물었다.
“이미 포토북 그리고 포토북이 인수 한 스타그램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 끼어들 여지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포트가 독점하고 있던 검색 시장에서도 원 서치의 점유율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두 분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는 중국 서비스 운영 독점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
“아······.”
둘은 동시에 탄성을 터트렸다. 중국 내 업체를 제외하고, 외부에서 중국에 서비스 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가 시내소프트다.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승호가 말을 이어나갔다.
“넥스터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컨텐츠 사업을 비롯해 일본에서는 엔엠이라는 이름으로 채팅 서비스를 그리고 인공지능 개발까지.”
“하하, 맞습니다. 비록 과거지만 국내 점유율 70%까지 갔었으니까요.”
“지금 계획으로는 컨텐츠 사업을 제외하고는 전부 통폐합시킬 겁니다. 넥스터 내에 존재하는 소모임 서비스는 원 톡 쪽에 붙게 될 거고요.”
이정환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지금까지 힘겹게 일군 회사가 공중분해 되는데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그렇게··· 되는군요.”
“최종 제안은 이겁니다. 넥스터는 현 주가인 5조, 바나나톡은 8천억에 인수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당장 이정환이 반발했다.
“그건 당장 회사가 가진 자산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 아닙니까.”
부동산을 비롯해, 은행에 가지고 있는 예금이나 채권 그리고 앞으로 받아야 할 돈인 매출 채권등을 합치면 6조를 넘어 7조에 달한다. 급격히 떨어진 주가가 회사의 자산 가치 아래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승호가 싸늘하게 되물었다.
“그 자산 전부 당장 처분 가능 합니까?”
“······.”
“매출은 계속 떨어질테고, 대량 해고를 하지 않는 이상 IT 회사의 고정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는 계속 나가게 될 겁니다.”
승호가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사실 회사를 인수하지 않고, 그렇게 대량 해고된 인원만 채용 해도 됩니다. 아니면 지금처럼 이직 공고를 내 경력자를 채용해도 되고요. 100여명을 뽑을 예정이었는데 지원 자가 400여명을 넘었더군요. 대부분 두 회사에서 이직을 원하시는 분들이고요.”
또 다시 룸에 정적이 흘렀다. 승호의 말에 틀린 부분이 없기 때문이었다. 바나나톡 CEO가 먼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지금 상황에서 이른 말 하는 건 좀 웃기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황호근 부사장님 밑에서 신사업을 담당하시게 될 겁니다.”
승호가 이정환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넥스터 CEO 님도 만약 합병을 하게 되면 함께 신사업을 담당하시게 될 겁니다. 포토북, 스타그램을 뛰어넘는 SNS 서비스를 기획해보세요. 기술은 저희들이 뒷 받침 할 테니까요. 아시지 않습니까. ONE의 인공지능 기술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두 회사 CEO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둘 모두 너무나 잘 알 고 있었다.
ONE.
인공지능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했다. 제로를 통해 RONE을 통해 그리고 포트와의 대결을 통해 수 십 번 증명 된 사실이었다. 그들도 IT 기술자로 시작해 CEO로 성공한 사람들.
돈은 벌만큼 벌었다. 이제는 뭔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불끈 거리는 상태였다. 이정환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저도 능력있는 분들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 합니다. 옛 것에 집착하시지 말고, 저와 함께 온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시죠.”
온전히 새로운 것.
그 말에 이정환의 가슴이 살짝 두근 거렸다. 제시한 조건 역시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내용. 이대로 가만이 있다가는 그 조건의 질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정환이 길게 숨을 토하며 손을 내밀었다.
“젠장, 알겠습니다. 한 번 해봅시다.”
승호가 손을 맞잡자, 바나나톡 CEO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한국 내 유일한 인터넷 기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그 소식은 청와대로 가장 먼저 전달되었다. 가장 먼저 접한 건 박신우였고, 바로 경제수석에게 보고 되었다.
“시내소프트가 두 회사를 인수 한다고?”
“네. 현재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합병하면 시장점유율이 어떻게 되는데?”
“검색 시장은 92%, 모바일 메신저는 99%가 됩니다.”
“뭐, 그 전에도 넥스터가 75%, 바나나 톡이 거의 95% 점유하고 있지 않았어?”
박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럼 크게 문제 될 건 없겠네.”
“그런데 이번 공정위원장이 약간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공정위에서 지난 번 독과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박신우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거기에서 꼬투리를 하나 잡은 모양입니다.”
“흠······.”
“시내소프트가 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광고 단가를 타사 대비 높게 측정하고 있다는 쪽으로 논리를 만들 고 있다 합니다.”
경제수석의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사실이야?”
“내부자 의견에 따르면 그게 사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걸면 코걸이가 되는 것으로 일종의 기업길들이기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경제수석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튀어나왔다.
“미친거 아냐!”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은 한 번씩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회사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뭐? 자기나 성찰 하라고 하지. 뭐 그딴 헛소리를 해대.”
현 정부의 최대 치적이 국민소득 4만달러다. 그리고 그 수치는 시내소프트가 없다면 달성 할 수 없다. 그 치적에 흠집을 내려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화가 날 수밖에.
“어떻게 할까요.”
“알았어. 일단 내가 비서실장님부터 만나 볼테니까. 상황 파악 잘 해놓고 있어.”
경제수석이 정책 실장과 함께 급히 비서실장을 찾았다. 만약 이 사실이 시내소프트 귀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보고를 들은 비서실장이 난감함에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 분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만약 이 사실이 강 대표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그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경제수석의 걱정에 정책실장은 씁쓸함을 느껴야 했다.
“그가 뭐라고 이렇게 까지 눈치를 봐야 합니까? 정상적인 정부 활동도 하면 안 되는 겁니까?”
훅 치고 들어오는 팩트에 경제수석이 입을 닫았다. 비서실장 역시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정책실장이 차분이 말을 이었다.
“공정위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감시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공정위원장은 대통령님께서 직접 뽑은 인재이시고요. 그 분이 시내소프트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면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비서실장은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시내소프트입니다. 아시잖아요. 그 중국도 결국 백기 들게 만들어 버린 시내소프트란 말입니다. 지금까지 그쪽과 신뢰 관계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십니까?”
정책실장의 목소리가 차츰 올라갔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강 대표를 직접 만나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해도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시내소프트 자회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선진때도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비서실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실장님. 잠시 흥분을 가라 앉혀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뭐. 제가 좀 흥분 한 건 있지만 다 사실이지 않습니까.”
“일단 선진과는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시내소프트 GDP 비중이 50%에 달합니다. 선진도 30% 아래였습니다. 즉 시내소프트가 날아가면 GDP 반이 날아가는 겁니다.”
비서실장이 살짝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 충격. 감당 하실 수 있겠습니까?”
정책 실장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비서실장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선진은 자사의 이득 위해 정부에 먼저 여러 요청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시내소프트는 그 반대죠. 정부의 이익을 위해 시내소프트에 요청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이제라도······.”
비서실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늦었습니다. 1급 기밀 사항이라 말씀 드리지는 못하지만 시내소프트는 안보 상으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내소프트가 빠지면 국가 안보상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겁니다.”
“안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책실장은 NSC 참여 대상이 아니라 알지 못한다. 하지만 NSC 위원인 비서실장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시내소프트가 미국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덕분에 한국이 어떤 안보 상의 이점을 취하고 있는지.
그렇기에 시내소프트는 국정원의 보호를 받고 있는 기업이었다. 비서실장이 딱 잘라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공유 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공정위 건은 대통령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뭐라 말씀이 있으실 겁니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리러 들어간 사이 언론을 통해 관련 뉴스가 새어나왔다.
-시내소프트. 바나나톡, 넥스터 인수 초 읽기.
-공정위 기업결함심사 시작. 시내소프트 공룡을 넘어 절대자로.
-시내소프트 국내 인터넷 시장 사실 상 독점.
그 기사 말미에 승호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었다. 기사의 제목에 사람들은 그 기사를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트 제국, 포토북 제국이 가고 ONE 제국이 온다.
그 인터뷰의 말미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바나나톡과 넥스터 인수는 ONE 제국이 만들어지는 초석이 될 겁니다.
그의 도발적인 발언에 불편해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찬사를 보냈다. 스포츠 스타가 금메달을 따면 찾아오는 격한 감동을 승호에게서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