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68)
탑 코더-268화(268/303)
268화 초 격차
그 게임은 바로 실리콘 밸리 연합이 만든 인공지능 통합 연구 센터로 전달 되었다.
망고.
포트.
인더스.
포토북.
나노소프트.
다섯 개 회사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담당하는 핵심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곳의 개발자들이 탁자 위에 VR 기기와 핸드폰을 보며 탄성을 터트리고 있었다.
“놀랍군요. 한 인간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다니.”
“저도 직접 플레이를 해 봤지만···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ONE이 이 정도까지 발전했다니. 이거 우리 일이 어려워질 수도 있겠습니다.”
“외형을 구현한 그래픽이야 개발자를 갈아 넣으면 어느 정도 완성된다고 쳐도, 그들의 말투나 사소한 습관. 태도까지 따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과거처럼 다양한 팩터들을 하나하나 입력한 것도 아닐 테고.”
“아마 영상을 입력해 학습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포트의 핵심 개발자 제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 인물의 실제 모습이라기보다 히트했던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했던 캐릭터대로 행동하고 있으니까요.”
엔드 소프트에서 개발하고 있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리얼 라이프’ 그곳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전부 과거 해당 캐릭터가 실제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에 기초해 행동하고 있었다. 나노소프트에서 파견 나온 개발자가 물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
사무실이 침묵에 잠겼다. 왜냐하면, 가능한 일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딥 러닝을 위해서는 최소 필요 데이터양이라는 게 있습니다. 바둑만 봐도 수만 개의 기보를 학습시켜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캐릭터라는 건··· 영화 같은 경우는 겨우 2시간짜리 영상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걸로 해당 영상에서 캐릭터가 연기하지 않았던 모습까지 나오고 있다.”
“네. ONE이 예측해서 행동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대화나 행동에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캐릭터가 실제 눈앞에 있는 것처럼요.”
제프가 혀로 입안을 굴렸다. 씁쓸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번 참혹한 패배는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개발자 중 한 명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게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겠군요. ONE OS에만 탑재된다고 하니··· 게임을 위해 폰을 사는 사람도 생겨날 것 같습니다.”
그러자 망고사와 포트사 개발자들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당장 두 회사가 직접 관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회사 사정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그러자 포트의 개발자 한 명이 말했다.
“PC OS로도 출시 된다고 했습니다. 더욱이 신사업으로 SNS 출시까지 준비하고 있고요. 아마 PC 시장의 판도도 바뀌게 될 겁니다. SNS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 말에 이번에는 나노소프트와 포토 북에서 파견 나온 개발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남은 건 인더스.
그 개발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나노소프트에서 파견 나온 개발자가 말했다.
“인더스에서는 이미 ONE API를 채택해서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마 그래서 전자상거래 진출을 보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자 인더스 개발자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 자리에 있는 개발자들은 전부 같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시내소프트는 이제 골리앗이다.
다윗이 되어 이겨보려 하지만, 시내소프트를 알면 알수록 격차의 크기에 절망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제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일이 어렵게 될 수도 있겠어. 이러다 정말 회사가 망하게 될지도······.’
통합 연구 개발 센터를 만든 건 잘한 일이지만.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
삼성동 코엑스.
시내소프트 개발자 컨퍼런스 현장.
커다란 뿔테안경에 미소녀가 그려진 후드티를 입은 일련의 남성 무리가 나타났다.
“하아··· 정말 그 게임이 이곳에서 출시된다는.”
“어제도 온종일 플레이했다는. 이건 게임계의 혁명이라는.”
“정말 재미있더군요.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으음, 시내소프트와 엔드 소프트 콜라보 레이션이 아주 적절히 사용된 예입니다.”
그 들은 서로를 보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시선은 오로지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 핸드폰 화면에서는 엔드소프트에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리얼 라이프 게임이 플레이되고 있었다.
“요시! 한민지 득했다는.”
“어디 같이 보자.”
그 남성 무리가 순식간에 한 명에게 몰려들었다.
그런데 그 화면을 보고 있는 건 남자들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모습으로 후드티를 입고, 안경을 낀 여자들도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오늘 여기서 쿠폰 주는 거 확실하지?”
“그렇다니까. 우리 박보건님 헤어스타일이랑 옷 바꿀 수 있는 쿠폰 준다고 공지에 떴잖아.”
“우와 너 벌써 박보건님이랑 시작한 거야?”
“헤헤, 며칠 밤새워서 겨우 겟 했지.”
말투는 조금 달랐지만, 내용은 비슷했다. 엔드 소프트에서 출시한 연예시뮬레이션 게임 ‘리얼 라이프’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게임을 사전에 플레이한 베타 테스터 들이었다. 그 베타테스터들이 게임에서 사용 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는 말에 대거 컨퍼런스를 찾은 것이었다.
그런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코엑스 내부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코엑스 외부에는 경찰들까지 나서서 교통정리에 나섰다. 그런데도 사람이 끝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 사람 중에는 금발과 갈색빛을 자랑하는 외국인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어이, 거기 새치기하지 마세요.”
“아이, 참 왜 이렇게 밀어요.”
“거, 조용히 좀 합시다.”
사람들이 많아지자 당연히 여러 소음이 튀어나왔다. 그때마다 시내소프트가 행사장에 풀어놓은 RONE이 빛을 발했다.
-죄송합니다. 참가자님.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넓은 장소로 잡아 불편함이 없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참가자님 이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 주시기 바랍니다.
-방금 참가자님은 새치기하셨습니다. 죄송하지만 뒤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실내에 풀어놓은 수십 대의 RONE이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질서 유지에 힘썼다. 몇몇 이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RONE을 보았고, 몇몇 이들은 민망함을 감추려 도망쳤다.
“이게 최신 버전 인가 보네.”
누군가의 감탄에 RONE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네. ONE OS가 적용된 최신 버전 프로토타입입니다. 제품은 올해 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반응에 반응했다. 현재 시내소프트가 도달한 인공지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게 하는 모습이었다.
비슷한 시각.
승호는 관계자 대기실에서 최종적으로 발표 내용을 점검하고 있었다.
“베타테스트를 즐긴 이들 중 80%에 달하는 인원들이 폰 구매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표는 좋군요.”
“게임 평론가들에게도 일부 제공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알아서 리뷰를 작성해 인터넷에 퍼트려 주고 있습니다. 올해의 기대작 1위를 기록 중이기도 하고요.”
“실리콘 밸리 연합에서 별다른 반응은 없습니까?”
“인더스 쪽에서 몇 가지 정보가 들어오긴 했습니다. 통합 연구 개발 센터 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하더군요.”
“현재 ONE의 AI-IQ가 150을 넘었으니, 아마 따라올 엄두가 안 날 겁니다.”
“오늘의 발표로 완전히 전의를 꺾을 수도 있겠군요.”
“아마도.”
승호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정리했다. 그 PPT의 첫 번째 장에 쓰여 있는 단어는 초격차.
현재 ONE의 성능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똑똑똑.
진행 요원이 문을 두드렸다. 발표 시간이 다 되었다는 뜻이었다. 이제 이런 발표는 다른 이에게 맡겨도 되지만 승호는 자신이 직접 하길 고집했다. ONE의 핵심 개발자는 여전히 자신이었으니까. 이 내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
컨퍼런스 내용은 튜브넷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그 영상을 김희건도 보고 있었다.
“저걸 정말 출시하다니··· 성공할 거라 확신하고 있는 건가······.”
말투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함께 보고 있던 고동만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저도 플레이해 봤는데 제 생각에는 크게 히트할 것 같습니다. 홍보팀에서도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고요.”
김희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래요?”
도대체 왜?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니. 고동만이 그 표정을 읽어냈다.
“앱 기획자들 사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돈이 되는 서비스는 연애와 게임이다.”
수백조 매출을 다루는 회사의 수장이 김희건이다. 그가 저런 내용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관련 내용은 처음 드는 것이었다. 고동만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마 강 대표는 저 두 개를 엮을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쉽고, 빠르게 사용자를 모으는데 저만한 콘텐츠는 없으니까요.”
“흠··· 아무리 그래도 가상현실에서 데이트라니.”
“혹시 VR 기기 업체를 인수할 때 기억나십니까?”
그제야 김희건이 입을 살짝 벌리며 탄성을 터트렸다.
SXX.
VR 업체의 회장이 농담 삼아 한 말 중 핵심이 되는 단어였다. 미래 VR 산업의 핵심 키워드라며.
그게 바로 SXX였다.
그리고 그건 연애와 가장 관련이 많은 단어였다. 고동만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바로 그겁니다. 당장 리얼 라이프가 그런 콘텐츠 까지 지원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죠. 그런데 사용자들에게는 아마 그런 기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
고동만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물론 그런 기대감을 제외하고서라도 게임 자체의 퀄리티가 너무 뛰어나더군요. 저도 사실 어젯밤 새도록 게임에 빠져 있었습니다.”
“허허······.”
고동만이 민망한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제가 헐리웃 배우 나이틀리의 팬입니다. 다들 아는 명작인 머나먼 시간을 보고 그녀의 팬이 됐는데··· 그 게임 참 잘 만들었더군요. 영화에 나왔던 그녀가 바로 앞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저처럼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무조건 폰을 사고 말 겁니다.”
김희건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사전 예약이 오늘부터인가요?”
“네. 강 대표 발표가 끝나면 바로 사전 예약 신청이 오픈됩니다.”
“한 번 결과를 기다려 보도록 합시다.”
“네.”
그리고 두 시간 뒤.
사전 예약 신청이 오픈되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사전 예약으로 가장 많이 팔린 게 엔진 S 10의 30만대 기록이었다. 그런데 단숨에 30만대를 넘어 50만대를 넘어서 버렸다.
-500,100.
-551,900.
-601,000.
사전 예약 신청 숫자는 멈출 줄 모르고 올라가기만 했다.
-672,500.
-731,000.
-1,010,000.
결국, 하루 만에 백만 대를 넘어섰다. 기존의 기록을 완전히 갈아 치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