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69)
탑 코더-269화(269/303)
269화 초 격차
미국 실리리콘 밸리.
5개사 가 합작하여 세운 인공지능 연구개발 센터의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감마값 조정 했습니다.”
“인더스 인공지능 시스템에 적용된 알고리즘 말이야. 정리된 문서 어디에 뒀어.”
“저기 포트 개발자님. 거기 인공지능 델타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은데 봐주시겠어요.”
“망고, 망고사 직원 어디 갔어. 오늘 출근 안 했어요?”
여러 회사에서 파견 나온 사람이 많아서인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ONE API 테스트 결과 누가 지웠어.”
“아 나 진짜. 이거 며칠 동안 데이터 만들어 놨더니.”
개중에는 성격이 급한 사람도, 조금 언사가 거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과 맞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자기는 결과도 못 내면서 시끄럽게 떠들기만 하네.”
“일단 가장 먼저 우리 것부터 보고 공부해야 하는 거 아냐? 그래도 ONE이 나오기 전까지는 델타가 최고였는데.”
“개념 없는 것들과 같이 일 못 하겠네.”
그런 반응은 하위 개발 조직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제프가 참석하고 있는 매니저급의 개발자 회의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더스 쪽 자료 공유는 언제까지 됩니까?”
“망고 사에서 올려준 자료에 따라 업로드될 겁니다.”
“우리는 다 올렸어요. 그게 전부란 말입니다. 시스템도 다 설치해 드렸잖아요.”
제프가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올리신 자료를 검토해 보니 에이폰 7쯤에 적용된 인공지능이었습니다. 제가 분명 최신 자료를 올려달라 말씀드렸을 텐데요.”
망고사 직원이 괜한 헛기침을 했다.
“흠··· 흠흠. 그거야 인더스에서 먼저 최신 자료를 공개 안 하니까.”
그러자 제프의 시선이 이번에는 인더스쪽 개발자를 향했다.
“인더스 쪽 자료 정리는 언제쯤 끝납니까?”
그러자 인더스는 나노소프트 쪽 사람을 바라보았다.
“나노소프트 자료도 아직 공개가 안 됐습니다.”
나노소프트는 다시 포토 북 사람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본 제프가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런 식으로는 일을 진행하기 힘들다. 협력하기 위해 모였지만 각자 자사의 이득을 위해서만 움직이려 했다. 제프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포트는 델타의 모든 걸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계속 감추려고만 하시는군요.”
그 말에 개발자들이 애꿎은 헛기침만 해댔다. 사무실의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제프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다들 시내소프트가 공개한 ONE OS를 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ONE의 막강한 기능도요. 덕분에 ONE OS 전용 폰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사에서부터 일반 서비스 앱 개발자들도 ONE OS 용 개발에 적극적이고요.”
제프가 말을 이어 나갈수록 적막감이 흘렀다. 이제는 헛기침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로의 기술을 숨기고, 남의 기술을 탐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실 겁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ONE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포트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ONE의 AI-IQ는 150을 넘었습니다.”
그러자 한 개발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150은 너무 과장하신 것 아닙니까. 아직 이론만으로 존재하는 영역입니다. 그 정도가 되면 서서히 일에서 인간을 교체해도 되는 수준인데······.”
나노소프트 쪽 인공지능 연구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과민 반응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내소프트의 기술력을 인정 하지만 굳이 과대 포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으니.”
제프가 미간을 찡그렸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
‘잘못된 선택이었나······.’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간 시내소프트에 모든 걸 내어줄 수밖에 없다. 제프가 애써 힘을 내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텐데요. 지금 연구하시는 분야가 어디 노력만으로 되는 곳입니까?”
그 말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인공지능만큼 한 명의 천재가 필요한 분야는 없다는 걸 이 자리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제프가 한 번 더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승호 대표는 세상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랜섬웨어를 턱턱 해결하는 천재입니다. 그리고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이미 시내소프트가 관여하는 공장은 대부분 사람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데이터 센터는 말할 것도 없고요.”
“······.”
“이대로 있다가는 공멸할 뿐입니다. 그래서 포트는 모든 걸 공개하기로 한 거고요. 어차피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제프는 내심 생각했다.
‘시내소프트로 가야 하나.’
어차피 이 배가 이대로 침몰한다면 그전에 배를 옮겨 타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이미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에이든으로부터 지속해서 연락이 오고 있었다.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자리는 항상 마련되어 있으니까요.
그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
청담 시내소프트.
사실 회사 내에서도 ‘리얼 라이프’ 출시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정말?”
“대표님 판단이니 그게 틀리지 않을 거긴 하지만··· 좀 그렇긴 하다.”
“그게 진짜 되긴 하는 거야? 그냥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 아냐.”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 ONE을 적용한다. 뭐 나쁘지는 않은데 좀 그렇긴 하네.”
“그건 그냥 오타쿠나 하는 거잖아.”
그런 부정적인 반응은 선진에서 ONE OS 전용 폰을 출시하고, 거기에서만 할 수 있는 ‘리얼 라이프’가 대 히트를 하면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리얼 라이프, 실제 삶을 대체 한다.
-1인 가구 알 맞춤 ‘리얼 라이프’ 전 세계 솔로들의 마음을 강타하다.
-시내소프트 게임 업 진출 가시화?
-세계 최초 가상현실 게임을 출시할 기업은 한 곳밖에 없다.
게임을 위해 폰을 사는 사람의 숫자는 폭발적이었다. 비서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이유였다.
“핸드폰만 수백만 대가 팔렸습니다. 선진에서 들어오는 로열티에 엔드 소프트에서 들어오는 로열티까지 합쳐지면 조 단위를 훌쩍 넘길 것 같습니다.”
“실리콘 밸리 연합에서는 별 반응 없습니까?”
“포트 출신 개발자의 이직 문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 그거 좋은 소식이군요.”
“네. 그뿐만 아니라 망고, 인더스, 나노스프트 까지. 가리지 않고 헤드헌터를 통해 들어온 이력서만 벌써 100장이 넘습니다. 그래서 사무실 빌딩을 하나 더 임대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이참에 하나 더 구매하도록 하세요. 쌓여 있는 현금을 투자할 곳도 필요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이 주변 빌딩 매입은 어떻게 됐습니까?”
“지금까지 5채 매입했습니다. 꾸준히 매입해 나가는 중입니다.”
“금현 자동차가 사들인 코엑스 땅에 건물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이곳이 시내소프트의 사옥이 될 겁니다. 직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 주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예카테리나 박사 올라오라고 하세요.”
비서가 나가고, 이번에는 예카테리나가 집무실로 올라왔다. 그녀와 나눌 이야기는 하나밖에 없었다.
“ONE의 AI-IQ가 150을 넘었다고요?”
“네. 어제 테스트했을 때 150을 넘겼습니다.”
“이제 5단계 후반부에는 확실히 들어선 거군요.”
“6단계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다른 업무에 바쁘시지만 않으셨어도, 금세 들어섰을 것 같은데··· 좀 아쉽습니다.”
예카테리나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승호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나도 아쉽지만 150까지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도 AI-IQ 150 이상은 어려운 영역이었다. 그 이상 AI-IQ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마 수년간의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성공할지 말지는 미지수였다. 그만큼 어려운 영역이었다.
‘뭐, 150까지 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마 다른 회사들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AI-IQ ‘1’을 올리는 것도 수많은 연구자의 땀이 필요한 일이다. 하물며 ONE이 나오기 전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은 포트의 델타.
그 델타의 AI-IQ가 평균 135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아이큐 15의 차이.
인간들 사이에서 15는 별 것 아닐지 몰라도, AI 사이에서는 최소 5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의미한다. 더구나 150은 일종의 마의 벽.
그걸 뚫었다는 건 10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각을 마친 승호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사업체가 너무 커지다 보니 연구개발에만 집중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앞으로도 박사님의 역할이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인력 채용을 해 주시고 있긴 하지만··· 대표님 같은 사람이 없어서······.”
예카테리나가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까지 승호의 역할이 거의 다였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런데 이렇게 선을 긋는다는 건 앞으로 좀 더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뜻이었다.
‘시총 2000조가 넘는 기업이니··· 대표가 직접 개발한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해.’
언제까지 승호가 개발 일선에서 일 해 주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순간이 생각보다 조금 더 빨리 와 아쉬울 뿐이었다.
“종종 코드를 확인은 해 볼 겁니다. 하지만 개발에 시간을 더 쏟기 힘들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카테리나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예카테리나까 집무실을 나가고, 승호가 옷을 챙겨 입었다. 사적으로 중요한 일이 한 가지 더 있었다.
***
회사를 나선 승호가 향한 곳은 서울의 야경이 훤히 보이는 한 빌딩의 꼭대기.
오늘을 위해 한층 전체를 전세 냈다.
청혼.
사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였다. 고아일 때는 이런 자신과 결혼해 줄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었고, 회사가 성장 할 때는 일이 너무 바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결혼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올 때쯤.
어느새 한 여자가 자신의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자신과 달리 생기발랄하며, 노래를 비롯해 연기까지.
어느 것 하나 못 하는 게 없는 여자였다. 그 여자에게 청혼하기 위해 마련 한 자리였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 꽃과 반지를 건네는 순간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말?”
승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를 마주 보며 앉아 있는 탁자 위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래.”
흘러내린 눈물에 마스카라가 번졌다. 그걸 깨달은 신지은이 급히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꿈만 같아······.”
“나도.”
이런 최정상급 연예인에게 청혼하다니.
그런 연예인이 자신의 청혼에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하다니.
승호도 지금의 현실이 꿈만 같았다.
“칫, 원래는 엄청나게 애태우다가 받아 주려고 했는데.”
아이처럼 삐죽거리는 입술이 너무 귀여웠다. 승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장님에게 들었어. 종종 다녀갔다고.”
“그냥 나도 아이를 좋아하니까.”
갑자기 낮아진 목소리에 신지은이 입을 다물었다. 혹시나 화가 난 걸까 걱정한 것이다.
“고마워.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꾸준히 찾아가 줘서.”
“으, 응.”
“참고로 난 혼자 자라서 그런지 아이는 많을수록 좋아.”
신지은이 수줍게 답했다.
“나도······.”
서로의 눈빛에서 불꽃이 튀겼다. 오늘도 거친 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