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70)
탑 코더-270화(270/303)
270화 초 격차
ONE OS 출시 두달 후.
전 세계 스마트 폰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었다. 포트 와 망고사가 양분하고 있던 시장 점유율을 ONE OS가 빠르게 갉아 먹은 것이다. 그리고 ONE OS는 선진 전자에서 독점 생산하고 있었다.
“천만 대 넘었습니다.”
고동만의 실적 보고에 김희건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 속도라면 올 한해만 5천만 대 판매도 가능했다. 전작인 엔진 S10이 3천만 대가 팔렸으니,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양이었다.
“재무팀에서 올라온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 할 것 같다고 합니다. 계열사인 선진 건설은 말할 것도 없고요. 덕분에 주가는 신고가를 계속 갱신하고 있습니다.”
김희건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역시 시내소프트 효과인가요?”
고동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ONE 폰, RONE, 제로. 현재 선진 전자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 잡은 하드웨어 대부분이 시내소프트 덕분에 발생하고 있으니까요.”
“가전제품 쪽도 MG 전자를 완전히 이겼다고요?”
“맞습니다. TV, 냉장고, 청소기까지 대부분의 제품군에서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입니다. 앞으로 일 년 뒤 RONE 과의 독점 연동 계약이 끝나면 좁혀들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러면 빨리 재계약 협상을 해야겠군요.”
“MG 전자에서도 RONE을 연동하기 위해 부리나케 시내소프트를 찾아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물론 우리 쪽도 시내소프트와 계속 접촉하고 있긴 한데······.”
“그런데요?”
“독점 계약은 아마 깨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희건이 턱 주변을 만지작거렸다.
“하긴 시내소프트는 더 많은 기기와 연동되는 것이 이익일 테니.”
“2년 독점권도 상당한 혜택을 줬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김희건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시내소프트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각종 하드웨어에서 생산 독점권을 따냈다. 그게 선진 전자의 수익과 직결되어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 수익이 줄어들 수도 있다니.
“흠······.”
“우리는 기존의 것들이 아닌 새로운 것에 선 투자를 진행하면 됩니다. 이제 회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강 대표. 그 사람이 ONE OS를 발표하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또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낸다는 말입니까?”
“아마도 그럴 겁니다.”
김희건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또 새로운 것이라······.”
“이제는 그게 뭔지 짐작도 되지 않지만요.”
“그게 무엇이든 간에 선진 전자는 꼭 미리 알아야 합니다.”
김희건의 말에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김희건은 매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시내소프트와 협력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신고가를 기록 중인 주가는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었을 것이고, 회사의 매출액은 연일 뚝뚝 떨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마치 현재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이 겪고 있는 것처럼.
***
-리얼 라이프에 침투한 리얼 라이프.
-돌풍의 주역 리얼 라이프.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ONE OS 덩달아 주목. 시내소프트 주가 사상 최고치 경신.
-ONE OS PC 시장도 빠르게 잠식. 단숨에 전 세계 OS 시장 10% 차지.
게임이 출시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ONE OS가 탑재된 PC와 모바일도 빠른 속도로 팔려나갔다. 이 기세가 이어진다면 내년이면 나노소프트의 윈더와 포트의 엔드로이드를 뛰어넘을 거라는 증권사 리포트가 연일 쏟아져 나왔다. 당연하게도 주가는 최고치를 또 한 번 경신했고, 회사에 현금이 차곡차곡 쌓였다.
승호는 그 현금 수천억이 투자된 인공지능 연구개발 센터 및 대학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공주를 찾았다. 승호의 차가 센터로 들어서자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승호가 내리자마자 앞다투어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공주시 국회의원 박문기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공주 시장 최철순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공주 경찰서장 신성호입니다.”
이른바 지역 유지라는 사람들이었다. 한 차례 인사 태풍이 몰아치자 이번에는 좀 더 점잖은 사람들이 나섰다.
“이렇게 투자를 결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 몇 번이나 안면이 있는 국토부 장관에서부터.
“회장님이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온갖 정 관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개중에는 한 기업의 수장들도 있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인사를 나눌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그런 승호를 가장 마지막에 맞이한 것이 바로 국무총리였다.
“큰일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지역균형 발전에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정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개관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시내소프트가 하는 일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그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승호를 보았다. 내년이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이 펼쳐진다. 한국의 유례없는 경제 호황으로 현 국무총리가 독보적인 지지율 1등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이유가 누구 때문인지 국무총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버섯 발로 뛰어나와 승호를 맞이한 것이다.
“기업을 하시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방법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네.”
살짝 고개를 숙인 승호가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사방을 근육질의 경호원들이 에워싸고,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국토부 장관 등이 그 옆을 나란히 걸었다. 가히 승호의 위상을 짐작게 하는 모습이었다.
개관식 행사가 끝나고, 잠시 면담 시간을 가졌다. 국무총리가 1대1로 나눌 이야기가 있다며 요청한 것이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하하, 네. 바쁘신 분이니 바로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곧 청와대에서 훈장 발표가 있을 겁니다.”
“훈장이요?”
“네. 국민포상추천제에 대표님의 성함이 가장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무궁화장이 수여될 겁니다.”
“아······.”
“국민들의 인기가 어마어마하더군요. 대부분의 재벌 기업 대표가 국민으로부터 그리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대표님의 인기는 뭐랄까. 그야말로 독보적이라고 해야 하나.”
승호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하하, 네 뭐.”
이내 국무총리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리고 듣자 하니 아직 결혼을 안 하셨다고 하던데······.”
본론.
그가 말하고자 하는 본론이 이것인가? 승호가 단호히 답했다.
“현재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무총리는 능수능란하게 상황을 빠져 나왔다.
“하하, 그러시군요. 어쩐지 이렇게 젊고 능력 있으신 분이 혼자라는 사실이 잘 안 믿기긴 했습니다.”
“용무는 끝난 건가요?”
국무총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성격이 급하신 면이 있군요.”
승호는 거침없이 답했다.
“일이 많다 보니까요.”
“사실 본론은 이겁니다. 혹시 국내 스마트 시티 건설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요. 그에 따라 정부도 도와드릴 게 있는지 검토를 해보려 합니다.”
승호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현재 원주에 건설 중인 곳 말고는 예정된 곳은 없습니다.”
“한 곳 정도 늘리실 생각도 없으십니까?”
승호가 굳어진 표정으로 국무총리를 쳐다봤다.
‘국내 투자를 늘려서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 싶은 모양이군.’
그도 승호를 마주 보고 있었다. 국무총리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도와 드릴 게 있으면 최대한 협력해 드리겠습니다. 스마트 시티는 정부 역점 사업이기도 하니까요.”
승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스마트 시티는 이미 박 서기관을 통해 올해는 공급이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한번 말했는데 왜 또 물어보냐. 그런 말에도 국무총리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하하, 듣긴 들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청와대의 주인이 바뀌었을 때를 생각한다면.”
그 말에 승호의 표정이 한층 더 싸늘해졌다. 국무총리의 본심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치적으로 스마트 시티 추가 건설을 넣으려는 모양인데······.’
지금도 내년 대선에서 독보적 1등 자리에 있었다. 아마 그 순위를 굳히기 위해 스마트 시티를 하나 더 건설해 달라는 뜻 같았다. 승호는 한 번 더 완곡히 거절 의사를 표했다.
“미국에서 온 요청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국무총리는 한층 더 짙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참에 애국 한 번 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 질기기도 했다. 이렇게 말했다간 끝이 없다.
“아직 저에 대해 잘 모르시는군요.”
“···네?”
“그러면 국무총리님께서는 제게 무엇을 주실 수 있습니까?”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던 국무총리가 이내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하,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군요. 당연히 높은 수준의 공사비가 제시될 겁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30조.”
승호의 말에 국무총리가 또 한 번 당황했다.
“네? 30조라니요. 하하, 농담이 과하십니다.”
30조면 부산에 지어진 스마트 시티 건설 자금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터무니없는 액수라 생각했다. 많이 생각해도 5조쯤 생각하고 있었다. 기재부 장관과 교감도 해놓을 터였다. 그런데 30조라니······.
“비록 규모는 다르지만, 미국에서 비슷한 제안이 있었습니다. 30조도 싸게 해 드린 겁니다.”
국무총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정말 이렇게 나오시는 겁니까?”
“그러면요?”
“······.”
“그러면 뭐 기업활동을 방해라도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꼭 그런 말은 아니지만 서로 관계가 틀어져서 좋을 게 있겠습니까.”
그러자 승호가 냉기 풀풀 풀리는 말투로 한 마디를 더 툭 내뱉었다.
“그러면 저는 내년 대선에서 국무총리님이 꼭 낙선하시길 바라야겠군요. 제 능력을 총동원해서. 저와 관계가 나쁜 사람이 청와대 주인이 되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순간.
국무총리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강승호 그는 거대 기업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의 회사 대표였다. 회사 대표라는 직함을 제외하고라도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권위자였으며 보유하고 있는 개인 자산만으로도 사우디 왕가와 비교되는 사람이다. 국무총리가 말을 더듬었다.
“꼭 그, 그런 말이 아니라.”
“더 할 말 없으시면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승호가 가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국무총리가 한 층 더 당황했다. 잡지도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오,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총리님. 중국 주석, 러시아 대통령, 인도 총리. 그런 분들도 저와 한 번 만나기 위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총리님께 제시간을 할애한 겁니다.”
“······.”
“앞으로는 언사를 가려 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치 아랫사람에게 하는 듯한 그 말에도 국무총리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제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레벨에서 상대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국무총리와의 면담 후 굳은 표정의 승호를 보며 비서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또 청탁이군.’
근래 비슷한 일이 많이 생기고 있었다. 승호를 직접 겪은 이들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하고 있었다.
“비서실장님에게 연락 한 통 넣으세요. 앞으로 안보 이외의 이슈로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국무총리는 바로 대통령의 호출을 받아야 했다. 청와대에서 큰 소리가 흘러나온 건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