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73)
탑 코더-273화(273/303)
273화 초 격차
평택 미군기지 지하.
CIA가 마련해둔 벙커로 승호가 들어섰다.
우우웅.
거리는 서버 소음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준비 끝났습니까?”
승호가 묻자 CIA 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벙커 내에 설치된 스크린에 하나씩 불이 들어왔다.
삑.
삑.
삑.
삑.
소리가 들리고, 화면에 나타난 인물들이 입을 열었다.
-기다렸습니다.
-오랜만입니다.
-골든 아이 프로젝트를 좀 더 빨리 가동하신다고요.
골든 아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NSA, CIA, FBI 등등 각 정보기관에서 확실하게 신원이 확인된 최고의 전산 요원들이었다. 승호도 마이크를 잡았다.
“원래는 제가 고문으로서 가이드 라인만 제시해 드리려고 했는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담담한 승호의 말에 다들 반색했다.
-핵심 시스템 구축만 1년이 걸릴 것 같아 안 그래도 걱정이었는데.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린 상의 입이 움직이고,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말이 흘러나왔다. 이곳은 핵 방호도 가능한 지하 벙커 내에 있는 사무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외부로 흘러나갈 가능성은 없었다.
“먼저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부터 찾아낼 겁니다. 그 이후 골든 아이 프로젝트의 핵심 시스템을 구축해. 그 인물이 관계된 조직을 찾아낼 겁니다.”
승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미국 최고의 정보기관 요원들이었다. 그들이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눈빛으로 승호를 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네.
-준비 완료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가볍게 손을 풀며 말했다.
“그럼 먼저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부터 확인해 보죠. 거기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수백 줄의 정보가 나타났다 다시 사라졌다.
정보 수집.
정보 분석.
결과 도출.
세 가지의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그건 ONE이라는 희대의 인공지능을 만들 때 이미 승호가 경험했던 것들이다. 빠르게 용의자 집단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
미국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
사우디는 미국의 최우방국 중 하나였다. 중동과 질기디질긴 악연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사우디라는 나라가 있어서 가능했다. 그 사우디의 문제를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다. 에드워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2차 테러 위험은?”
“사우디의 미사일 발사로 IS 요원들의 대거 이동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공항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사우디에도 저희가 파악한 IS 대원들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전파 중입니다.”
에드워드가 깍지를 낀 채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자칫 2차 걸프전이 벌어질 수도 있어.’
중동은 화약고다.
‘석유’라는 중요한 자원의 보고.
그 보고를 가만두지 못하는 세계열강들의 치열한 정치적 이유가 섞여 들어가며 그 화약고에 다시 불이 댕겨졌다. 비서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다행히 강 대표가 나서주고 있습니다.”
에드워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토마스와는 달리 에드워드가 강승호를 겪은 건 실제로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서는 인수인계하며 그간 있었던 수많은 일을 마치 자신이 겪은 것처럼 체화한 상태였다.
“그게··· 해결책이 되나?”
“대통령님도 보셨을 겁니다.”
에드워드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전임 대통령으로부터 인수 받은 Top Secret 리스트.
-각종 랜섬웨어 관련 작전.
-블랙 워치 체포 작전.
-북핵 포기 작전.
강승호라는 인물이 개입한 굵직한 작전만 저 정도였다. 그 업적 덕분에 전 세계 100여명 정도의 인물에게만 부여된 S1 비자가 발급되어 있다고 들었다.
S1.
스페셜 원.
최우선 대피 대상.
전 세계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최우선으로 그를 찾아내 미국에 건설된 비밀기지로 이송한다.
“하지만 그 업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와닿지는 않으실 겁니다.”
실제로 그랬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비서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일선 요원들의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그가 개입하면 게임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사태도··· 그가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말인가?”
“네. IS 요원이라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상황에 있다면요.”
“······.”
“일선 요원들의 평가가 그 정도니 믿고 맡겨도 될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 있었던 실리콘 밸리 연합 기업들과의 대담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도움을 못 받았을 수도 있겠군.”
“네옴이 공격받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테지만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었다.
과연.
그가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될까?
아직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비서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비서가 얼굴을 밝히며 말했다.
“방금 CIA에서 연락 왔습니다. 용의자 특정했다고 합니다. 3개 채널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데브그루 출전 승인 요청 들어왔습니다.”
“벌써?”
일이 터지고 난지 이틀.
강승호라는 인물이 투입되고 난 지 8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투입되면 다르다고 전임 비서실장도 몇 번을 강조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뜻이겠죠.”
에드워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상황이 미국에 이득인지 실인지는 아직 판단되지 않았지만.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
요르단강과 홍해의 접경지역.
프로젝트 네옴의 건설 현장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선진 건설에서 총 책임자로 파견 나와 있는 이건철이 급히 현장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빨리 짐 싸. 본사로부터 철수 지시 떨어졌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 당분간 사우디 수도나 가까운 그리스 쪽에서 상황을 지켜보자네.”
“사우디 수도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왕세자가 미사일까지 쐈는데.”
“어차피 IS가 나라를 가진 테러 집단도 아니고, 전면전까지는 일어나지 않겠다고 판단한 거겠지.”
그 말에 부하 직원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 상황도 제대로 모르면서 전면전이 안 일어난다니. IS 그놈 얼마나 무서운 놈들인지 아시잖아요. 수도도 테러 당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총책임자도 입을 꾹 다물었다.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 들의 만행은 그야말로 상상 초월이었다.
“어쩌겠냐. 그래도 위험수당에 월급은 그대로 정상 지급한다니까. 기다려 봐야지.”
“이래서 내가 중동 파견은 안 온다고 했는데. 집에 가족도 있단 말입니다.”
“괜찮아. 내가 책임질 테니까. 빨리 짐이나 싸. 일단 수도로 가고 정 안되면 그리스로 넘어가던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 부하 직원이 짐을 싸기 위해 이동했다. 총 책임자도 중요한 문서가 담긴 노트북과 USB 등을 챙겼다. 그리고 혹시 놓고 가는 건 없는지 몇 번을 다시 확인했다. 그 덕에 사무실 상황은 완전 개판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처지가 아니었다.
그때.
스마트 폰이 부르르 떨며 진동했다. 문자가 한 통 도착한 것이다.
-네옴 테러 주동자 처리 작전 완료.
-IS 요원 아부다. 데브그루 작전으로 처리.
-수도 대기.
미국이 작전 펼쳐 이번 드론 테러의 주동자를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설마······.”
IS가 당하고만 있을 놈들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미사일 발사로 잔뜩 벼르고 있을 것 같은데 이번 테러의 주동자가 처리됐다면.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컸다.
그때.
탕.
타앙!
사무실 바깥에서 몇 발의 총성이 들리고 검은색 복면을 쓴 이들이 들이닥쳤다.
-Get down.
-Get down.
-Get down.
젠장.
총 책임자가 마른 침을 삼키며 바닥에 엎드렸다. 제발 목숨만은 부지 할 수 있길 빌면서.
***
청와대 지하벙커.
긴급히 NSC가 소집되었다. 아직 언론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 나가 있는 프로젝트 네옴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우리 국민 5명이 납치됐다고요?”
“네. IS 대원들이 네옴을 급습. 한국인 4명. 사우디인 5명. 미국인 3명. 총 12명을 인질로 데려갔습니다.”
홍상훈의 표정이 구겨졌다. 국민 소득 4만 달러를 넘기고, 5만 달러를 바라보며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취임 전보다 지지율을 오히려 더 올라가 있었고, 이대로 잘 마무리하면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이 시점에.
최악의 사건이 터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협상은요?”
“휴민트를 비롯해 각 채널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인질 석방으로 오 천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천만 달러.
나라 전체로 보면 큰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과 사우디도 얽혀 있고, 쉽게 돈을 주게 되면 전 세계 테러 집단에 속칭 ‘호구’ 잡힐 위험이 있었다. 그랬기에 단순히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흠······.”
“미국에서는 절대 협상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칫 협상에 임했다가는 테러 집단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홍상훈의 고민이 깊어졌다. 만약 자국민이 단 한 명이라도 사상을 입게 되면 정권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이었다.
“구출은 가능한 상태입니까?”
“현 상태는 불가능합니다.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서.”
홍상훈이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한 인물이 스쳐 지나갔다. 이내 고개를 털었다.
‘머나먼 중동에서 벌어진 일이야. 그가 거기에 인적 커넥션이 있다 해도 한계가 있겠지.’
하지만 그 이름이 국정원장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믿을 만한 정보통에 따르면 강승호 대표가 이번 작전에 개입되어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놀란 홍상훈이 되물었다.
“강 대표가요?”
“네. 드론 테러범을 잡는데, 일조했다고 합니다. 이번 납치가 그놈 석방을 요구하며 벌어진 일이니.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납치범을 잡을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연락을 취해 봤지만, 대외비를 이유로 행적을 감추고 있습니다.”
“CCTV는 찾아봤습니까?”
“네. 경찰과 협력해서 찾아보니 미 대사관 번호를 붙인 차량이 시내소프트 본사로 들어간 흔적이 있습니다.”
“그 말은······.”
“벌써 작전을 수행 중인 것 같습니다.”
“흠······.”
“저희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지만 중동 정보는 대부분 CIA에 의존하고 있는 수준이라.”
“그가 빨리 찾아내길 바라는 수밖에는 없다는 말이군요.”
국정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벙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때.
NSC 내에 설치된 보안 전화가 연속해서 울렸다. 연락을 받은 국정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CIA 라인으로 강 대표 연락이 도착했습니다.”
“뭐라고 합니까?”
“전산 요원들을 파견해 달라는데요.”
“네?”
“골든아이 프로젝트. 그중에서 핵심 시스템에 해당하는 부분만 빠르게 완성해야 하니 실력 있는 전산 요원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걸 완성해야 IS 놈들을 잡을 수 있다며.”
홍상훈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 하고 있습니까. 당장 시행하세요.”
국정원장의 움직임이 다시 빨라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