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74)
탑 코더-274화(274/303)
274화 초 격차
어떤 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다. 설계라고 해도 데이터베이스를 설계하고,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실제 코드를 설계하고, 각 서버의 사양을 결정하고 설계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녔다. 그 모든 설계가 승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ERD(객체 관계 모델) 파일 서버에 올렸으니까 DBA 한테 전달해서 스키마 생성하라고 하세요.”
그 지시에 CIA 요원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게 또 잠시 간의 시간이 흐르고 승호가 입을 열었다.
“클래스 다이어 그램 완성했습니다. 기능별로 분류했으니까. PL한테 전달해서 인원별로 분배, 코딩 시작하면 됩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최대한 빨리.”
또 다른 CIA 요원이 일감을 받아가 분배했다. 그리고 또 얼마의 시간이 지르고 승호가 입을 열었다.
“시스템 아키텍처 완성했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설계 문서에 사무실은 눈, 코 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 승호에게 요원 한 명이 다가왔다.
“국정원 전산 요원 명단 결정했습니다.”
“그분들은 일단 코딩 작업에 투입하세요. 그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승호가 손뼉을 치며 요원들을 독려했다.
“자자,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빨리.”
그렇게 설계 관련 내용을 전부 전파하고도 승호는 쉬지 못했다. 다시 모니터를 보며 무섭게 집중했다. 그 옆에 CIA 요원이 바짝 붙어 앉았다.
“네옴에서 한국인 4명. 사우디인 5명. 미국인 3명. 총 12명이 납치됐습니다. 우리가 찾아낸 드론 테러범을 석방하라 요구하더군요.”
“놈들이 남긴 흔적은 있습니까?”
“전화번호를 하나 확인하긴 했는데 차명으로 사용된 거라 접점이 없었습니다. 아마 신분증을 위조해 개통한 것 같습니다.”
“흠······.”
“일단 돈을 보내고 계좌를 역으로 추적해 가는 방식은 어떻습니까?”
“그 계좌도 차명으로 관리되고 있을 텐데요.”
“세탁하는 과정을 전부 추적 할 수 있다면 결국 그놈들의 손으로 들어가게 될 겁니다. 대표님께서 그 과정을 전부 추적할 수 있다면 12명에 대한 목숨값 1억 달러를 지급할 용의가 있습니다.”
승호가 혀로 입안을 굴렸다.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중간에 바이트 코인으로 바꿔 세탁한다면 저도 놓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자 CIA 요원이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어 보였다.
“하하, 선수끼리 왜 그러십니까. 이미 한번 바이트 코인을 역 추적해본 경험이 있으시면서. 그걸 알기 때문에 제안 드리는 겁니다.”
벌써 몇 년 전이라 희미했지만, 관련 작전을 같이 수행한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그렇긴 하지요. 그런데 현금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는 협상을 통해 가능합니다. 원하는 어떤 계좌라도 상관없다. 거기로 넣어주겠다.”
승호의 우려는 아직 끝까지 않았다.
“만약 여러 ATM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금해 간다면요.”
“괜찮습니다. 우리는 미국입니다. 아무리 많은 인원이라 해도 미국의 눈을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야······.”
“그럼 작전 승인 올리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승호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 각국에 있는 은행 그리고 은행과 연결된 ATM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봇이 심어지기 시작했다.
***
미 백악관.
에드워드 대통령이 초조한 표정으로 상황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게 정말 가능한 겁니까?”
“네. 강 대표가 어렵지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에드워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말은 그가 한 말이니 된 것이다. 이런 의미인 것처럼 들리는데요.”
CIA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으니 아마 될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있으니 왜 그가 S1에 선별됐는지 알 것 같았다.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의 손에서 안 되는 일이 없었다. 하긴 북핵 포기 작전에서 각 핵 시설을 통제 불능으로 만들었으니.
하지만 에드워드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요?”
그러자 CIA 국장이 입을 꾹 다물었다. 에드워드가 또 한 번 물었다.
“책임지실 겁니까?”
어떤 작전이든 성공과 실패. 동전의 양면이다. CIA 국장은 과거 승호의 행적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자 답은 간단하게 나왔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흠······.”
그러자 새롭게 국무부 장관이 된 대니얼 웹스터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CIA 국장을 노려보았다.
“책임진다는 말이 너무 쉽게 나오는 거 아닙니까? 단순히 옷 벗고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자칫 인질 12명의 목숨과 미국의 위상이 걸려 있어요. 국장이 미국을 대표 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CIA 국장이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대꾸했다.
“과거의 데이터에 기초해 성공 확률이 더 높으므로 말씀드린 겁니다.”
“뭐, 바이트 코인으로 이동하는 건 예전에 한 번 해봤으니 할 수 있다손 쳐도. ATM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돈을 빼가는 순간을 포착해 현지에서 잡을 수 있다고요? 그게 가능이나 한 겁니까?”
“현재 전 세계 정보기관에 협조 요청을 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강 대표가 전 세계 ATM기에 자신의 봇을 심고 있고요. 해당 계좌에서 출금하려고 하면 순간적으로 에러가 날 겁니다.”
“뭐요?”
“ATM기가 작동이 멈출 거라는 뜻입니다.”
놀란 국무부 장관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대통령의 표정도 무섭게 굳어졌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CIA 국장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보고서에도 적혀있습니다. 그가 마음먹기에 따라 인류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그리고 그에게 붙은 코드네임 제로원에 대한 의미 역시 기재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국무부 장관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0과1의 세계에서 못 할 것이 없다.”
“맞습니다.”
“······.”
CIA 국장이 다시 에드워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작전 승인하시겠습니까?”
이 자리의 최종 결정권자는 미합중국 대통령인 자신이다. 이 작전 승인 추후 어떤 분란을 일으킬지 예상조차 힘들었다.
“ATM기에 심어진 봇. 정말 들키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과거 동맹국 감시, 감청이 적발되어 곤란을 겪었던 것처럼 안 될 자신이 있냐는 말입니다.”
CIA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찾아내지 못할 겁니다.”
그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CIA 국장은 대대로 정보기관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해온 사람. 절대 허튼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살짝 아랫입술을 한 번 깨문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작전 시작하세요.”
그 말에 바로 CIA 국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인질 구출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
전체 공정률 25%.
국정원 요원들까지 달라붙어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해나가자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승호는 아쉬움을 감추기 힘들었다.
‘회사 사람들을 부를 수 있다면 더 빠르게 진행될 텐데.’
하지만 이 일은 조금 늦더라도 최상의 보안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철저히 신원이 확인된 인력만 참여 가능한 것이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 모니터를 보고 앉아 있을 때.
담당 요원이 다가왔다.
“작전 허가 떨어졌습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엔터 키를 눌렀다. 엔터 키만 누르면 작업이 되도록 세팅을 마쳐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Work in progress ······ 10%.
Work in progress ······ 15%.
Work in progress ······ 25%.
······.
Work in progress ······ 50%.
진행률이 가파르게 올라갔다. 승호가 요원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협상은 끝난 겁니까?”
“네. 현재 인질 교환을 준비 중입니다. 작업이 완료되면 계좌로 돈이 입금될 거고요.”
“흠··· 빨리 골든아이가 완성돼야. 그놈들을 전부 잡을 수 있을 텐데······.”
그 말에 요원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승호에게 골든아이의 청사진을 듣긴 했지만 조금 믿기 힘든 면이 있었다. 마치 그게 완성된다면 불가능한 게 거의 없다는 식으로 말했으니까.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걸까요?”
“이미 NSA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인터넷 트래픽을 필터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실 겁니다.”
물론 알고 있었다. 승호를 담당하는 요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정 단어에 걸리는 내용을 필터링하는 수준이니 프리즘 프로젝트에 대해 더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골든아이는 그 보다 한 단계 발전된 겁니다.”
“발전이라면······.”
“단순 필터링에서 상호 연관 관계를 파악해 해당 연결의 목적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순간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원이 의아한 눈빛으로 승호를 보았다. 어차피 이 요원과는 앞으로도 그 일에 관여해야 한다. 승호는 좀 더 설명을 해주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A라는 점조직이 있습니다. A가 B에게 B가 C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기존의 프리즘은 C를 잡고 나서 끝입니다. 특정 단어로 필터링을 했으니까요.”
요원이 당연한 의문을 제기했다.
“어차피 발신자가 B면 잡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만약 B가 자신도 모르게 해킹당한 상태라면요?”
“그러면······.”
방법이 없긴 했다. 차명으로 보내진 메일이니 원주인을 잡아들여도 아무것도 모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든아이는 다릅니다. B와 C 사이에 벌어진 전체 메일, B와 D, B와 E 사이까지 파악해 실제 B를 밝혀내고, 궁극적으로 A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요원도 한 가지 알고 있는 건 있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ONE이라는 것을.
“그걸 ONE이 찾아내는 겁니까?”
“네. 지금 하는 건 ONE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고요.”
Work in progress ······ 100%.
그사이 작업 완료되었다. 협상도 무사히 완료되어 납치된 인질들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달되었다. 이제 IS 놈들이 ATM기나 계좌이체, 혹은 바이트 코인으로 돈을 환전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그렇게 한 시간여쯤이 지났을 때 승호의 모니터에 알람이 나타났다.
-Warning.
-30.562059, 49.183067
앞의 숫자는 위도, 뒤의 숫자는 경도였다. 거기에 있는 ATM에서 인출 시도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승호는 바로 요원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요원은 상부에 보고했다.
이내 또 한 번 알람이 떴다.
-Warning.
-24.669226, 46.703097.
-Warning.
-24.667345, 46.719727.
······.
승호가 만든 프로그램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요원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해당 지역으로 각국 최정상급 요원들이 출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