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75)
탑 코더-275화(275/303)
275화 초 격차
-Do you copy?
-Copy that.
쉴새 없이 무전이 오가는 상황에서 상황판에 설치된 점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운반책 하나를 체포했다는 뜻이었다. 상황을 관장하던 CIA 국장이 물었다.
“이제 몇 군데 남았지?”
“현재까지 총 13곳 중 6곳에서 운반책 검거. 심문 중입니다.”
“나머지 7곳은?”
“현지 파견 요원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CIA 국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절대 다치는 일 없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입술을 꽉 다문 채 상황판을 바라보았다.
드론 테러.
그 이후 벌어진 테러범 체포 작전. 이어진 사우디발 미사일 공격과 보복성 납치.
상황이 숨 가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강승호가 있었다.
‘역시 듣던 대로야.’
전임자에게 그의 활약상에 대해 인수인계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겪고 있는 그의 활동은 전임자의 이야기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강 대표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현재는 골든아이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게 완성되면··· 이메일 필터링 수준이 아니라 연관도까지 그릴 수 있다고?”
“간단히 말해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테러 집단도 잡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IS를 소탕 할 수 있다. 말하고 있습니다.”
CIA 국장이 입맛을 다셨다. IS 소탕은 미국 모든 정보기관의 염원이나 마찬가지였다. 알카에다 이후 IS가 나왔듯이 또 다른 테러 집단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한 경고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또 잡아낼 것이다.
그렇게 잡고 잡아 내다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질 것이다. CIA 국장이 순수한 감탄을 터트렸다.
“정말 대단하군.”
“네. 함께 작전을 진행 중인 요원들의 평가도 최상급입니다. 한 번 작전하면 또 하고 싶어 할 정도니까요.”
“거대 기업을 운영하는 수장이 그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그 말에 부하 요원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건 최근 들어온 정보입니다만 법무부에서 반독점법 위반 관련해서 조사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반독점?”
“네. 이미 미국 내에서 제로 점유율이 60%를 넘었고, 원 서치나 원 톡의 점유율도 50%까지 올라온 상황이라 조사할 명분은 충분한 상황입니다.”
“시기가 좋지 않군.”
“네. 만약 정말 조사가 시작되면 강 대표가 가만히 있을까요. 아마 무척 바빠질 테고 골든아이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줄 겁니다.”
“흠······.”
“절대 그 전에 이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안 됩니다. 이미 시내소프트가 미 정가에 쏟아붓는 로비 자금이 엄청나서 지금 단속하지 않으면 바로 알아차릴 겁니다.”
부하 요원의 우려는 CIA 국장도 백분 동의하는 바였다.
“대통령님께 한 번 말씀드려보지.”
“네.”
그 순간에도 또 한 번 보고가 날아들었다.
-Target neutralized.
또 하나의 목표를 제압했다는 무전이었다.
***
승호는 다시 골든아이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납치범들이 돈에 접근할 때마다 알람이 울리고, 그걸 확인한 요원이 조처를 아래 때문에 딱히 관여할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CIA팀 대기 중입니다.
-NSA팀 대기 중입니다.
-FBI 팀 대기 중입니다.
-국정원팀 대기 중입니다.
정보기관별로 4개 팀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 4개 팀이 승호에게 일감을 받아 골든아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되었다.
“일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됩니까?”
승호가 마이크를 잡고 묻자, 4분할 된 스크린의 오른쪽 위에 있던 CIA 팀장이 가장 먼저 답했다.
-데이터 정제 기능은 40% 완료했습니다.
다음으로 그 옆에 있던 NSA 팀장이 입을 열었다.
-ONE 연동 기능은 43% 완료입니다.
다음 차례는 국정원 팀.
마지막 FBI 팀까지 보고를 마치자 승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전체 공정률로 보면 40%가 안 되는군요.”
원인은 뒤늦게 투입된 국정원 팀의 진행률이 20%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다른 팀에 비교해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발생한 일이었다.
-NSA 쪽 인원을 국정원 쪽으로 돌릴까요?
-CIA 쪽도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FBI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승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팀에서 인원이 빠지면 어차피 전체 공정률은 떨어질 테니까요. 일단 제가 국정원 쪽 일을 함께 진행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네.
-그러면 되겠군요.
승호의 말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이곳에서 승호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는 없었다.
“우리가 운반책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곧 IS 측도 알아차리게 될 겁니다. 그러면 뭔가 이상함을 느낄 테고, 더욱 깊숙이 숨어 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터넷이 접속되지 않는 사막으로.”
스크린에 나와 있는 얼굴들이 굳어졌다.
이들은 모두 전산 요원.
실제 현장 요원과 달리 적들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골든아이로도 놈들을 잡을 수 없습니다. 전 꼭 놈들을 잡고 싶고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독 안에 든 쥐입니다.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다시 시작해 봅시다.”
그 말에 스크린 화면 삑 소리를 내며 꺼졌다. 승호도 작업에 열중했다.
국정원 팀이 맡은 부분은 결과 필터링 부분.
ONE이 도출한 결과를 한 번 더 점검하여 이것이 맞는 정보인지 확인하는 부분이었다. A4 몇 페이지가 되는 알고리즘을 코딩해야 하는 것으로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승호가 구상하고, 설계한 일.
그의 머릿속에 전체적인 내용이 마치 사진처럼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저 완성하는데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타다닥.
타닥.
고요한 가운데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곧.
국정원팀이 맡은 기능의 진행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
선진전자 본사.
인질이 풀려났다는 소식에 김희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요.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그러자 선진건설 사장이 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장 전무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총 책임자로 납치범들이 현장을 급습했을 때도 자신만 데려가라 했다는군요.”
“선진건설 장상하 전무 말씀입니까?”
“네. 네옴 규모가 너무 커 장 전무가 직접 총 책임자로 파견을 가 있습니다.”
“확실히 고생이 많았겠군요. 잠시 복귀시켜서 안정을 취하도록 하세요.”
“그게··· 장상하 전무가 일을 꼭 마무리한 후에 돌아오고 싶다 합니다.”
함께 있던 고동만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분도 일 중독이신가 보군요.”
“하하, 네. 열심히 하는 친구입니다.”
김희건도 마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겠습니다. 기억해두죠.”
“네.”
“이만 나가보세요.”
그렇게 선진건설 사장이 나가고, 김희건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이번 사건 관련해서 강 대표가 손을 썼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저도 관련해서 자식놈에게 물어봤더니 며칠째 출근을 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근을 안 해요?”
“네. 드론 테러가 발생한 그 날부터 강 대표 행적이 묘연합니다. 비서실에 문의를 해봐도 대표님 행적은 대외비라며 대답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흠······.”
고동만이 한층 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정말 미 CIA와 작전이라도 수행하고 있는 걸까요?”
김희건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거대 기업의 수장이 미 정보기관과 작전을 수행한다.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강 대표가 랜섬웨어나 해킹에 일가견이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 가능성이 영 없는 건 아니지만······.”
“사실이라면 미국이 강 대표에게 쩔쩔매는 이유가 설명되긴 합니다. 시내소프트가 미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와중에도 별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미국은 겉으로 보면 자유시장 경제 체제로 누구나 자유롭게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미국 내 기업들끼리의 경쟁에서만 해당하는 말이었다.
과거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을 항복시키고, 미.중 무역분쟁을 통해 중국을 항복시킨 것처럼 자국에 해가 된다면 언제든 깡패로 돌변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었다.
“그렇긴 합니다.”
“강 대표가 안보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걸까요?”
그것까지 김희건이 알 수는 없었다. 다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이상하긴 하군요. 시기가 교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그래서 비서진에게 안보상 특정 사건이 벌어졌을 때 와 강 대표의 일정을 확인해 보라고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북핵 포기 때도 비슷했더군요. 공식일정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미 의회 로비스트에게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희건이 귀를 기울이자 고동만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이미 노후화된 프리즘 프로젝트의 후속 시스템 작업을 강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강승호는 아주 깊게 미국 안보에 개입하고 있었다. 고동만이 조금 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래서 시내소프트가 반독점법에 저촉되는 대상임에도 조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희건이 침음을 흘렸다.
‘미국도 건드리지 못하는 상대라······.’
정말 어마어마하게 커버렸다.
***
대한민국 청와대.
그 지하에 있는 벙커에서 NSC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인질 석방 확인했습니다.”
안보실장의 보고에 홍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도 많았습니다. 인질이 탈 없이 돌아왔으니 망정이지 자칫 일이 커질 뻔했습니다.”
“네. 미국이 중간에 마음을 돌릴 것이 컸습니다.”
“그게 참 신기합니다. 미국이 그럴 나라가 아닌데.”
“이건 별도로 들어온 정보인데 합의금이 전달 됐지만 전달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안보실장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계좌에는 들어갔지만 그걸 뺄 수가 없는 상태라는 뜻이죠.”
“그럴 리가··· 스위스 비밀 계좌로 송금됐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쉽게 건드릴 수 없을 텐데.”
“그 이후 납치범들이 ATM기로 돈을 빼려고 시도할 때마다 CIA에서 족족 잡아들이고 있다 합니다. 계좌이체를 해도, 바이트 코인으로 환전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홍상훈이 탄성을 터트렸다.
“허··· 과연 미국이다. 이건가······.”
그때.
NSC에 설치된 보안 전화기의 벨이 울렸다.
“네.”
“알겠습니다.”
“아, 벌써요?”
“네.”
연락을 끊은 안보 1차장이 안보실장에게 속삭였다. 고개를 끄덕인 안보실장이 말했다.
“스크린에 띄워.”
그러자 스크린에 세계 지도가 나타났다. 그걸 확인한 안보실장이 말을 이어나갔다.
“방금 골든아이 프로젝트 베타 버전이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테스트 겸 한 번 사용해 보라며 접속 주소를 알려줬습니다. 이건 그 화면이고요.”
참석한 모두의 시선이 스크린을 향했다. 이내 안보 1차장이 조회 버튼을 누르자.
삐빅.
삐빅.
삐빅.
소리와 함께 붉은 점이 나타났다. 세계 지도에 찍혀 있는 그 붉은 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그리고 저 붉은 점은 IS의 주요 거점이라고 합니다. 곧 해당 거점들을 향한 미군의 작전이 시작 될 거고요.”
홍상훈이 당연한 의문을 제시했다.
“그런데 왜 이걸 우리에게까지 공유해준답니까? 미국이 그리 친절한 나라가 아닌데.”
“작전 반경이 너무 넓어 미국 혼자서 커버 칠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한두 곳을 타격하다 다른 놈들이 숨어버릴 수도 있고요.”
“그 말은······.”
“네. 주요 우방에게 협력 요청이 함께 들어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동시 작전이 진행될 겁니다.”
홍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미국이라 스케일이 남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