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76)
탑 코더-276화(276/303)
276화 초 격차
미국 백악관 상황실.
전면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 한국 대통령이 보고 있던 것과 같은 세계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에드워드 브룩.
현 미국 대통령이 그 지도를 보고 있었다. 합참의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작전 준비 완료했습니다.”
“저 수십 개의 점이 정말 IS 놈들의 주둔지로 파악되는 곳이라는 말입니까?”
“네. 이미 몇 군데는 확인 완료했습니다. 다른 곳도 하나씩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부 맞았다.”
“맞습니다. 그리고 작전이 승인돼야 델타포스에서부터 네이비실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 할 수 있습니다.”
“각국 준비 상황은요?”
“사우디, 영국, 프랑스에서 특수 부대를 파견해주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 자산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로 했고요.”
“정보 자산이라면······.”
합참의장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작전을 수행 중인 강승호 대표입니다.”
“휘유······.”
“그가 왜 한국에서 국가전략자산에 선정되었는지 알 것 같더군요. 정말 IS 놈들의 본거지를 밝혀내다니.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그건 에드워드도 마찬가지였다. 저 지도에 점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도, 그 점들이 전부 실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도. 하나 같이 기함을 토 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날 것으로 보십니까?”
합참의장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수 초간 생각을 마친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 그렇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사실은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지지 않는다.”
“네. 알카에다, IS 그 이후 또 어떤 단체가 나올지 모르지만, 힘의 우위를 분명하게 느끼게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작전명은 ‘여명’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이 트기 전에 끝내도록 합시다.”
“네.”
고개를 끄덕인 합참의장이 지시하자 상황실 요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도 관련 사실이 통지되고, 데브그루를 비롯한 수백의 특수 부대 요원들이 적진을 향해 진격했다.
-Alpha Target Down.
-Bravo Target Down.
-Charlie Target Down.
······.
지시를 내리자마자 작전 완료 보고가 들어왔다. 알파, 브라보 찰리는 지도에 찍힌 각 점의 별칭.
그 점에 침투해 적들을 무력화시켰다는 뜻이었다. 이내 세계 지도에 표시된 붉은 점이 빠르게 사라졌다. 그렇다고 IS 놈들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Blood revenge begins.
IS가 사용하는 SNS 에 올라온 글이었다. 하지만 그 글은 올라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삭제되어 버렸다.
중동 시각으로 밤 12시.
한국 시각으로 새벽 6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
평택 미군기지 지하 벙커.
승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작전이 시작됐다고요?”
“네. 동시다발적으로 적 진지를 타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를 뽑게 될 겁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생각할수록 으득 이가 갈렸다. 감히 자신의 사업장을 건들다니. ‘아예 이 땅에 발 디디지 못하도록 뿌리를 뽑아주마.’
승호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순간.
삑.
소리를 내며 화면에 나와 있던 점 하나가 사라졌다. 정말 제대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지 33개 되던 점이 이제는 20개로 줄어들었다. 벌써 13곳을 무력화시켰다. 요원의 말대로 오늘 안으로 작전이 마무리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아 보였다. 옆에 앉아 있던 요원이 탄성을 터트렸다.
“정말 보면서도 믿기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내부에서도 놈들을 소탕하기 위해 정보를 모아 봤지만, 현장 요원들에게 의지하는 게 거의 전부였는데······.”
“의외로 간단합니다.”
요원이 눈을 빛내며 승호를 바라봤다.
“요즘 핸드폰 쓰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앱이 해당 폰의 위치 정보를 수집합니다. 포트를 비롯해서요.”
요원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보를 취득해 동선을 파악하면 됩니다.”
“근데 해당 폰이 IS 놈들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건 어떻게 아는 겁니까?”
승호가 이번에도 명쾌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건 ONE이 판단합니다.”
“아··· 그래서 점조직의 최상단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던······.”
“하하, 기억하시고 계시네요. 맞습니다. 퍼져 있는 정보를 무작위로 수집해 관계를 그립니다. 그중에서 비중이 높은 관계들을 선별해 다시 분석.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놈들을 개방해주신 IS 테러범 인적 사항과 비교합니다.”
“말은 간단해 보이는데······.”
승호도 순순히 인정했다.
“구현은 쉽지 않긴 하죠.”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직 승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대표님과 같이 있으면 뭔가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쉽게 느껴지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하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래서 부럽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네?”
“미국은 빌 머레이, 팀 켈리, 라이언 피닉스 등등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IT 기업들의 수장을 배출했습니다. 그런데.”
요원이 승호를 지긋이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강 대표님 하나만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요원의 극찬에 승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감사합니다.”
“뭐랄까요. 이건 칭찬이 아닙니다. 근래 대표님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며 제가 느낀 점입니다. 세상 어느 누가 미 정보기관 최고의 요원들을 수하로 부릴 수 있겠습니까. 저들은 포트의 제안도 거절하고 온 수재 중의 수재들입니다. 그런 이 들이 대표님 말이라면 메주에 죽을 쑨다고 해도 믿을 태세더군요.”
“하하, 뭐.”
“하여튼 정말 놀랐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마무리되려 할 때 승호의 모니터에 알람이 하나 나타났다.
-Code Black.
직접적인 테러 위협이 있을 때 나타나도록 만든 알람이었다. 재빨리 마우스를 움직여 알람을 클릭하자 알람이 나타나게 된 원천 정보가 주르륵 나타났다.
사진에서부터 그들이 나눈 대화까지.
옆에서 지켜보던 요원의 표정도 점점 심각해졌다.
“이거 정말입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원이 급히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승호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NewYork. Boom.
단 두 글자에 불과했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뉴욕에서 폭탄이 터진다는 뜻이었다.
***
에드워드도 놈들이 잠자코 당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랬기에 한밤중 일망타진을 계획한 것이다.
하지만.
놈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좀 빨랐다.
“뉴욕 테러를 계획 중이라고?”
“네. 미국시각으로 아침 9시. 출근 시간대에 맞춰 공격을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런 미친! 그래서 놈들의 정체는?”
그러자 CIA 국장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며 답했다.
“그게··· 강 대표가 파악 중입니다.”
백악관 상황에 깊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강승호.
강승호.
강승호.
작전을 진행하는 내내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름이었다. 정말 그가 없다면 어떻게 됐을까. 문득 그런 의문이 에드워드의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고개를 흔들며 털어버렸다. 지금은 의문을 가질 때가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할 때다.
“그래서 결과는?”
“아직입니다.”
심각한 표정의 국무부 장관이 다그쳤다.
“용의자 특정도 못 했다는 말입니까?”
“네.”
“CIA는 뭘 하고 있습니까?”
“가용 정보 자산을 총동원하여 파악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에드워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랫사람을 다그친다고만 해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답답한 마음을 풀 곳이 필요했을 뿐.
“예상 피해 규모는요?”
“개인이 컨트롤 할 수 있는 폭약의 규모에 한계가 있어 최소 수십에서 최대 100여 명으로 추산 중입니다.”
“수십에서 수백, 수십에서 수백이라······.”
아직 당선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런 시점에 뉴욕 한복판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질 게 분명했다. 어쩌면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세요. 절대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때.
상황실에 설치된 보안 폰이 울렸다. 급히 전화를 받은 상황실장이 전화를 CIA국장에게 건네주었다.
“어.”
“그래.”
“뭐? 협상?”
“일단 알았어.”
그렇게 연락을 끊은 CIA 국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IS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공격을 멈추면 자신들도 테러를 멈추겠다고 했습니다. 강 대표가 넘겨준 정보가 확실하다는 뜻입니다.”
“허······.”
“멈춰선 안 됩니다. 어차피 뒤통수를 칠 놈들입니다.”
“급하기는 급한 모양이군요.”
“작전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절대 물러나서는 안 됩니다.”
“지금이 적을 박멸할 기회입니다.”
상황실 참모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에드워드는 깍지를 낀 채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평택기지에서 연락은 아직 없습니까?”
평택기지는 승호가 있는 곳.
에드워드도 결국 승호에게 의지하고 말았다.
“아직 없습니다.”
CIA 국장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상황실의 보안 폰이 울렸다. 참모진 진들의 시선이 일시에 집중되었다.
***
뉴욕 번화가 뒤편 슬럼가.
쓰레기 더미가 즐비한 그곳에 노숙자 한 명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눈을 반짝이던 그가 갑자기 마른침을 삼켰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가슴팍을 한층 더 여몄다. 하지만 사이렌 소리는 가까워질 뿐 멀어지지 않았다. 저 멀리서 SWAT 로고가 붙은 자동차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때.
그 반대편에서도 수 대의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왔다. 남자의 주변에 있던 다른 노숙자들이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그 속을 파고들며 바삐 걸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확성기를 타고 경고 방송이 흘러나왔다.
-Everybody get down.
-Everybody get down.
전부 엎드리라는 말.
한 노숙자가 명령에 응하지 않고 가운뎃손가락을 추어올렸다.
그러자 바로.
타앙!
단말마의 총성이 울렸다. 사태를 인지한 다른 노숙자들이 급히 두 팔을 뒤통수에 댄 채 바닥에 엎드렸다. 완전히 무장한 SWAT 팀이 총구를 겨눈 채 노숙자들을 포위했다.
-Everybody get down.
-Everybody get down.
이제 선택의 순간이었다. 이대로 체포될 것인가. 아니면 계획을 바꿔 여기서라도 실행할 것인가.
그러나 그 생각은 더 이어갈 수 없었다. 남자의 손보다 SWAT의 총알이 더 빨리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타앙!
또 한 번의 총성이 슬럼가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