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80)
탑 코더-280화(280/303)
280화 가보지 못한 곳
-원 톡 서비스 가입자 10억 명 돌파.
-원 서치 전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 70%.
-제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 1위.
-스마트 시티로 건설업계 초호황.
-시내소프트 금융업 본격 진출.
시내소프트 관련 뉴스가 연일 언론 게시판을 잠식했다. 코스피, 코스닥은 매일 상승세를 거듭해 코스피는 꿈의 숫자인 3000을 찍었고, 코스닥은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이라 일컬어지던 2100까지 올라갔다.
누군가는 버블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성장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들 모두 부정하지 않는 한가지 사실이 있었다.
초호황의 시대.
대한민국이 초호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 시대를 연 장본인이 바로 강승호였다. 그리고 그런 승호의 결혼 소식은 전 세계에 보도되기 충분할 만큼의 흥밋거리였다.
-시내소프트 강승호 대표 전격 결혼 발표.
-한국 배우 신지은 시내소프트 강승호 대표와 결혼.
-세기의 남자를 거머쥔 신지은 그녀는 누구인가.
신지은이 밴에 앉아 그 뉴스를 보고 있었다.
“마치 내가 신데렐라가 된 것 같네.”
앞 좌석에 앉아 있던 매니저가 툭 내뱉었다.
“신데렐라 맞지. 강승호 대표라니··· 네가 강 대표랑 연애한다고 처음 말했을 때 대표님이 뭐라 했는지 알아?”
“뭐라고 하셨는데?”
“대박이다.”
“풉, 뭐?”
“무조건 결혼까지 가야 한다고 하시더라. 그야말로 초대박이라고.”
신지은이 새초롬한 미소를 지었다.
“하여간 대표님도 참.”
“너한테도 대박이지만 대표님한테도 대박이지. 생각해봐. 강승호의 여자. 신지은. 그 타이틀 만으로도 네 광고단가 벌써 2배가 올라갔어. 한국만이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섭외 연락이 쇄도하는 중이고.”
신지은이 살짝 두 눈을 치켜떴다.
“그 정도야?”
“지금 네 인기는 뭐랄까. 영국 왕실만큼 높다고 해야 할까.”
“영국 왕실······.”
“원래 네 인기 정도면 신지은의 남자가 누굴까. 그게 키워드가 돼야 하는데 너도 알다시피 완전히 반대잖아.”
“강승호의 여자가 누굴까.”
“하하, 그래.”
신지은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나름 탑 클래스의 연예인이었다.
하지만 그건 국내에 국한된 일.
강승호와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만이 아니라 국외에서도 자신의 이름이 알려졌다. 그것도 머리기사로.
“하긴 나도 깜짝 놀랐어. 청첩장을 수천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
“수 천장이나?”
“거기에 적혀 있는 이름이 누군지 알아?”
매니저가 조용히 하고 있자 신지은이 한 이름을 말했다.
“홍상훈.”
매니저가 빠르게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그 이름을 되뇌었다.
“호, 홍상훈? 대통령님?”
신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워드 브룩.”
“···그 분은 미국 대통령 아냐?”
“하오란.”
매니저가 연신 마른 침을 삼켰다. 하오란이면 중국 주석이다. 신지은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들은 하나 같이 세계 최고의 권력자들.
“······.”
“거기에 망고사 CEO, 선진전자 김희건, 포트 CEO 라이언. 그래서 예식장도 엄청나게 큰 걸 잡아야 한다고 했어. 못 오면 할 수 없지만 왔을 때 앉을 자리는 있어야 한다고.”
“그, 그렇겠다.”
“힝, 근데 오빠가 바빠서 이 준비를 내가 다 하고 있다니까.”
그러자 매니저가 픽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다 아는데 무슨 소리야. 시내소프트 비서실에서 다 하잖아.”
“헤헷. 그렇긴 하지.”
“하여간 넌 세기의 여자가 된 거야. 처신 똑바로 해야 해.”
“당연하지. 나도 오빠한테 폐 끼치는 사람 되기는 싫어.”
신지은의 시선이 다시 스마트 폰을 향했다. 거기에는 또다시 시내소프트 관련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내소프트 주가 또 한 번 신고가 갱신.
-강승호 대표 시내소프트 주식 평가 가치만 이 천조.
그 뉴스를 보는 신지은의 눈가가 반달처럼 휘어졌다.
주식 가치만 이 천조.
추정자산 측정 불가의 남자가 자신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
청담 시내소프트 본사.
국제 통화 기금을 비롯해 세계은행장이 시내소프트 본사를 찾았다. 앞으로 일 주 일 후에 출시될 원 코인 때문이었다. 그들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왔는지 알기에 승호는 친절하게 그들을 대할 수 없었다.
“말씀하신 자금세탁의 경우 각국에 제공한 AI정부의 인공지능이 해당 데이터를 확인하면 기존보다 몇 배는 빠르게 범죄에 사용되는 자금인지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승호가 버튼을 눌러 스크린에 화면을 띄웠다.
“보십시오. 테스트 결과입니다.”
-한국 A사 자금 출처 확인 소요 시간 : 2시간.
-시내소프트 자금 출처 확인 소요 시간 : 12초.
-싱가포르 B사 자금 출처 확인 소요 시간 : 2시간.
-시내소프트 자금 출처 확인 소요 시간 : 12초.
“한국의 은행들만이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의 은행들을 대상으로 수십, 수백 번의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그때마다 기존 은행들보다 빠른 속도가 나오더군요.”
그러자 세계은행장이 말했다.
“자칫 신흥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시 원 코인 쪽으로 대량의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위기는 가속화되고 해당 국가는 위기에 처하게 될 겁니다. 그때는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승호가 두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신흥국의 경우 차차 그 나라의 화폐는 사라지고 원 코인으로 화폐가 대체 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예상하시는 사태가 의미가 없게 되지요.”
“네? 지금 법정화폐를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당장 수천, 수만 배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을 바에야 안정적인 화폐를 사용하는 게 그들로서는 이익이니까요. 이미 아프리카 몇 개 국가에서 사용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럼 그 문제도 해결된 것 같고 또 다음은요.”
이번에는 IMF 총장이 물었다.
“미국에서도 반독점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독점이 더 가속화될 텐데··· 그 폐해는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승호가 찌릿 IMF 총장을 노려보며 되물었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것도 독점입니까?”
이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 최초 그 시장 진출자가 지배적 위치에 있게 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시내소프트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인공지능 시장을 만들었고, 또한 엄청난 리스크를 짊어지고 금융 시장에 뛰어든 겁니다.”
승호는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IMF 총재와 세계은행장이 승호를 쳐다보았다. 그 둘은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설득할 수 없다.
오늘의 대화에서 미 대통령이 원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신흥국 사람들이 돈을 빌려 가서 갚지 않으면 그 지급 보증을 시내소프트에서 서는 겁니다. IMF나 세계은행이 그런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미국이 그런 시도를 한 적이 있습니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신흥국에서 가장 먼저 원 코인 도입을 결정한 것이고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1000원을 빌려준다. 시중은행은 개인에게 다시 800원을 빌려준다. 개인은 그 돈을 다른 개인에게 지급하고 물건을 산다. 물건을 판 개인이 500원을 은행에 저금한다. 은행은 그 500원을 다시 대출해 준다. 최초의 1000원이 시장을 돌며 1300원의 효과를 낸 것이다. 은행 계좌가 없는 신흥국 사람들은 이런 효과를 볼 수가 없었다. 세계은행장이나 IMF 총재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국, 포기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바로 다음 주에 출시 됩니다. 두 분도 긴장하셔야 할 겁니다. 앞으로 두 기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상대는 미국이 아니라 시내소프트가 될 테니까요.”
승호의 경고에 두 기관장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벌써 이야기를 나눈 지도 2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승호가 축객령을 내렸다.
“이만하면 충분히 설명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두 기관장이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바로 황호근이 그 자리를 메웠다. 황호근의 표정이 복잡미묘했다.
“1998년에 회사에서 뉴스를 보는데 IMF 총재가 당당하게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그때 그 모습은 뭐랄까··· 마치 절대자 같았는데.”
“하하, 그러셨어요?”
“그래, 그런데 지금 보니 그저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불과하더군요.”
“아니요. 이제는 상황이 바뀐 겁니다.”
“······.”
“부사장님이 저들보다 위라고 해야 맞아요. 그러니 좀 더 누리세요. 당연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그 말에 황호근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의 시선은 끝까지 IMF 총재가 빠져나간 문을 보고 있었다.
***
청와대.
푸른 기와집 아래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미국이 반대 관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정부가 시내소프트를 밀어주게 되면 한-미 동맹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미 다섯 개의 눈에 들 정도로 안보에서 한국을 빼놓을 수가 없게 됐는데 동맹이 흔들리다니요. 너무 과한 우려입니다. 더구나 다섯 개의 눈 중 하나인 영국도 시내소프트 연합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미국이란 말입니다. 그 미국이 반대 관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제재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겁니다.”
“그렇다고 시내소프트를 지지하지 않으면 그러면 어쩔 겁니까? 강 대표에게 정부는 원 코인을 반대한다고 할겁니까?”
그 말에 반대의견을 피력하던 국무총리가 입을 꾹 다물었다. 기재부 장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배는 출발 했습니다. 이 배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협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홍상훈이 깍지를 낀 채 눈을 감았다.
원 코인.
그로 인해 전 세계 금융의 판도가 뒤바꿀 운명에 처했다. 하지만 고심은 그리 길지 않았다. 홍상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이미 ONE이라는 엄청난 인공지능을 보며 경험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몇몇 국무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하는 국무위원들은 마땅찮은 표정으로 홍상훈을 바라보았다.
“시내소프트가 만드는 원 코인. 그곳에서 한국은 선봉장 역할을 하는데 바르다고 봅니다. 불필요한 모든 규제를 제거하고, 원 코인이 세계에서 쓰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그게 한국 정부가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홍상훈의 단언에 국무총리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국의 반응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당장 내년에 있을 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100% 상승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수출되는 물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 책정을 준비시켰고요.”
“싸우자고 하면··· 한 번 싸워봐야지요.”
“네?”
“언제까지 끌려다닐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미국 수출길이 막힌다 해도, 북한,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아프리카까지 시장은 많습니다.”
현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국무위원들은 깨달았다.
“시내소프트 덕분에 4만 달러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시내소프트 덕분에 5만 달러가 될지도 모릅니다. 미국에 통보하세요. 한국은 시내소프트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잠시 말을 멈춘 홍상훈이 결연한 의지로 한국은행장을 보며 말했다.
“혹시 원화를 원 코인으로 대체하는 게 가능한지 연구 용역 발주하세요.”
“네?”
“밀어주려면 확실히 밀어줘야지요.”
국무총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