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82)
탑 코더-282화(282/303)
282화 가보지 못한 곳
시내소프트 본사 8층.
그곳은 회사의 심장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었다. 전국에 건설되어있는 2곳의 데이터 센터. 그리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3곳의 데이터 센터를 관장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헤드셋을 낀 남자가 말했다.
”각 서비스 준비 상태 보고.“
-싱가폴 준비 완료.
-홍콩 준비 완료.
-런던 준비 완료.
-중국 준비 완료.
······.
지역별 서버를 관장하는 담당자들의 무전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5분여가 지나자 준비 완료 보고가 끝이 났다.
”준비 끝났습니다.“
승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황호근을 비롯해 최기훈 등등 주요 임원진들도 긴장된 표정으로 상황실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원 코인.
그 출시가 눈앞에 왔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던 비서실장이 물었다.
”서비스 오픈 진행할까요?“
”네.“
그 말에 앱이 업데이트되었고, 각 서버가 기동을 시작했다. 포트의 엔드로이드와 달리 ONE 폰의 앱은 올리는 순간 확인 할 수 있었다.
1분 뒤.
비서가 보고했다.
”서비스 오픈 완료했습니다. 엔드로이드는 내일쯤 되야 확인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ONE 폰의 앱 스토어에 들어가 보았다.
원 톡.
원 서치.
최근 출시한 레이션이라는 SNS 까지.
전부 업데이트 표시가 떠 있었다. 그걸 눌러 하나씩 앱을 업데이트해 보았다. 그렇게 다시 1분 정도가 지나고 앱의 메뉴에 지갑이 생겨 있었다. 그걸 확인한 비서가 말했다.
”100코인 전송해보겠습니다.“
핸드폰을 조작한 비서가 코인을 전송했다. 이내 승호의 화면에 문구가 하나 나타났다.
-100코인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걸 클릭하자 100코인이 지갑에 생겨났다. 이번에는 환전 버튼을 터치해 보았다.
-현 국가의 법정화폐와 1대1 비율로 환전됩니다.
-환전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바로 ‘네’를 터치했다. 그러자 그 밑에 있는 0원이라는 숫자가 100원으로 바뀌었다.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소리였다. 승호가 확인을 마쳤을 때 쯤 전 세계에서 보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러시아 테스트 완료.
-중국 테스트 완료.
-영국 테스트 완료.
-홍콩 테스트 완료.
-싱가포르 테스트 완료.
······.
미, 유럽을 제외한 백여 개가 넘는 국가에서 연락이 도착했다. 그렇게 테스트가 완료되는 데까지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테스트가 모두 완료되었을 때 비서가 입을 열었다.
”총 112개국 원 코인 테스트 완료했습니다. 추후 엔드로이드 업데이트 시 다시 테스트 예정입니다.“
”법정화폐를 우리 원 코인으로 사용하겠다고 한 나라는 어떻게 됐습니까?“
”북아프리카 지역인 세네갈, 모로코, 알제리에 일차 적용 진행 중입니다. 다음 달까지 완료 예정입니다. 그 후 차차 아래 지역으로 내려가며 적용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남아 공은요?“
”현재 협상 중입니다. 아프리카의 54개 공식 국가 중 31곳에서 원 코인을 공식 화폐로 사용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23곳이 남은 거군요.“
”네. 그곳에서도 스마트 팜, 스마트 시티 같은 인프라 건설을 조건으로 협상 진행 중입니다. 다음 달 안으로 결론 날 것 같습니다.“
”분쟁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지만 아프리카는 떠오르는 태양입니다. 54개국 전부 먹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세요.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보고해 주시고요.“
”네.“
”동남아 쪽은 어떻게 진행 상황은요?“
”현재 방글라데시 한 곳 만이 원 코인을 법정화폐로 사용하겠다는 합의를 하였습니다. 나머지 나라는 계속 협의 중입니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그쪽 여론이 아직은 호의적이지 않은 모양입니다.“
”계속 당근을 주도록 하세요. 인터넷이 안되면 인터넷을 도시가 빈약하면 스마트 시티 추가 건설을 약속해서라도.“
”알겠습니다.“
”이머징 마켓은 꼭 선점해야 합니다. 그래야 선진국에서도 원 코인을 법정화폐로 사용할 유인이 생기는 겁니다.“
승호의 지시에 비서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자잘한 사안에 대해서도 지시를 마친 승호가 마지막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생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 두둑이 챙기는 것 잊지 말고요.“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황실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단 한 건의 오류도 없이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그제야 긴장하고 있던 직원들이 여기저기서 참았던 숨을 터트렸다.
***
청와대.
홍상훈 대통령이 잔뜩 미간을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원 코인 출시했습니까?“
”네. 방금 확인했습니다. 서비스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 합니다.“
”휴···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미국 반응은요?“
”당장은 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마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할 심산인가 봅니다.“
홍상훈의 이마에 깊은 내 천자가 새겨졌다.
”그럼 미 대통령이 휴가를 내고 한국을 찾는다는 뉴스가 사실이라는 뜻이군요.“
”강 대표가 원 코인에 관해서라면 일절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 합니다. 그러니 직접 만날 수밖에요.“
그 말에 홍상훈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미국의 제재도 통하지 않는 상대가 되었다니··· 우리도 그렇게 행동 할 수 있을까요?“
홍상훈이 말하는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
그 뜻을 알고 있었지만, 비서는 차마 거짓을 말할 수 없었다.
”정부는 안 됩니다.“
홍상훈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듣고 나니 속이 쓰린 건 사실이었다.
”······.“
”그와 관련해서 당에서 요청이 하나 있었습니다.“
”요청이요?“
”네. 이번 정부에서 시내 소프트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인물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올해 말에 있을 대선에 카드로 쓸 모양입니다.“
”그야 박신우 서기관 아닙니까?“
”네. 하지만 그의 나이가 아직 38살. 너무 어리다는 게······.“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 미친놈 혹은 시내소프트에 반하는 인물만 아니라면 올해 있을 대선은 자신이 속한 대민당이 무조건 승리한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대한민국 초호황.
-코스피 삼 천 포인트 돌파.
-북한 핵 포기.
-통일 가시화.
지금까지 현 정권이 이룩한 업적이었다. 그 업적 하나하나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 정도는 국민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 업적은 바로 지지율로 이어졌다.
-정권 지지율 82%.
취임 시보다 높으며 역대 어느 정권보다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홍상훈은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시내소프트 덕분이라는 것을.
”흠······.“
”당내에서 대선 구도가 치열한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대민당 후보로 선정되기만 하면 무조건 당선이니까요.“
고심하던 홍상훈이 툭 물었다.
”한국에 30대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의중을 알기에 비서실장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홍상훈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겨우 20대에 불과한 기업인이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습니다. 그와 발맞추기 위해서는 젊은 피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대통령님 그는 아직 정치적 기반이 없습니다. 당에서도 반대가 심할 겁니다. 더구나 겨우 4급 서기관에 불과합니다.“
”하하, 왜 정치적 기반이 없습니까. 국민 95%의 신임을 받는 강 대표가 있는데.“
”······.“
”물론 당장은 아닙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두고 봅시다. 만약 그 그릇이 작지 않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당에는 어떻게 전달할까요?“
”일단 젊은 피가 필요하다 정도로 정리하세요. 내부에서 시내소프트와 가장 관련이 있는 인물로는 정책실장 정도가 좋겠군요.“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강 대표 결혼식 말인가요?”
“네. 현재까지 러시아 대통령 참석은 확인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휴가를 내고 참석 예정이고요. 동남아 여러 정상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흠······.”
“저희도 휴가를 쓸까요? 현 수준의 여론이라면 국민도 이해해 줄 겁니다.”
“하지만 정치와 재벌이 너무 유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현재 국민들 사이에서 강 대표는 재벌이 아닙니다.”
“위인··· 말입니까?”
“네. 전기를 만들어낸 에디슨, 컴퓨터를 만들어냈다고 알려진 폰 노이만. 그리고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강승호. 현 국민의 평가입니다.”
홍상훈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교과서에 나오는 위인 같군요.”
“실제 교과서에 실릴 예정이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평가받고 있고요. 만약 노벨상에 컴퓨터 관련 상이 있었다면 강 대표가 받았을 겁니다.”
“······.”
“정경 유착이 아니라 한국을 빛낸 위인을 찾아간다는 프레임을 잡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이미 야당 의원들 수십 명이 시내소프트에 강 대표 결혼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소와 보안을 이유로 야당 대표 단 한 명만 허락한 상태입니다.”
설명을 들을수록 자신도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런데도 홍상훈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정경 유착.
그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내려진 단어 때문이었다.
“세계 각국의 여러 정상이 오는 마당에 대통령님께서 가시지 않는 건 오히려 실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홍상훈은 결국 결론을 내렸다.
***
삼성역.
지산 호텔 옥상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요원들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상공에서는 거대한 헬기 한 대가 서서히 내려앉았다.
-stand by, stand by.
-eagle cofirm.
-clear.
-clear.
-clear.
어지러이 무전이 날아다니고, 헬기가 옥상에 완전히 착륙했다. 프로펠러가 서서히 잦아들고, 경호원들이 헬기 주변을 에워싼다. 이내 문이 열리고 하얀색 머리를 한 남자가 헬기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앞에서 대기 하고 있던 승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헬기에서 내린 사람은 에드워드 브룩. 현 미국 대통령이었다.
“하하, 영 얼굴 보기 힘드니 직접 와야지요.”
“저도 꼭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결혼도 해야 하고, 최근 여러모로 바빴던 터라.”
“하하, 물론입니다. 좋은 반려자를 만나는 건 생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요.”
“그렇게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하, 다른 일과 달리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니까요.”
다른 일.
그게 무엇인지 모를 승호가 아니었다. 살짝 미간이 찡그려졌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펴며 말했다.
“서서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할 이야기가 상당히 많을 것 같으니.”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가 그 옆에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가까이에서 보면 담소였지만 멀리서 보면 불꽃 튀기는 접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