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85)
탑 코더-285화(285/303)
285화 가보지 못한 곳
청담 시내소프트 본사.
승호의 집무실로 부사장인 황호근을 비롯해 전략기획실 실장까지 모였다. 황호근이 차가운 커피를 벌컥 마셨다.
“벌써 30조를 넘게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신흥국 평균 성장률이 10%를 넘길 거라는 전망이고요.”
전략실 실장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국이 500억 달러 추가 발행 및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덕분에 원 코인 연합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내 유보금을 계속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800%까지 줄어든 상태라··· 회사가 보유 중인 유동자산도 빠르게 감소 중이고요.”
승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유동자산 전부를 사용하도록 하세요.”
황호근이 목소리를 높였다.
“대, 대표님. 그렇게 되면 부채 비율이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전략실 실장도 표정을 굳혔다.
“자칫 회사 신용 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의 전면 대결 양상으로 은행들이 시내소프트를 보는 시선이 좋지 않습니다.”
“스마트 시티 건설을 위해 차입한 부채 규모가 얼마나 되죠?”
“자본 총계(기업의 총 가치) 대비 30%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대로 유동자산 유출이 계속되면 80%까지 치솟을 겁니다.”
“어차피 200% 이하면 부실 등급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겁니다.”
전략실 실장이 마른 침을 삼켰다.
부채 비율 200%.
B2C 서비스를 꾸려나가며 현금 흐름이 원활한 시내소프트의 경우에는 100%를 넘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200%가 넘어가면 위험하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건 끝까지 가보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황호근이 우려의 말을 전했다.
“강 대 강 대결로 흐르다가는 자칫 부러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제 스마트 시티가 건설되고, 제로는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각 서비스 사업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조금 천천히 해도 시내소프트가 이길 겁니다.”
승호가 살짝 목소리를 낮추었다.
“두 분이 어떤 우려를 하고 계시는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돈을 뿌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신흥국의 평균 성장률이 10%를 웃돈다는 발표가 나오고 있어요. 그럼 어떻게 되겠습니까?”
승호의 말에 전략 실장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아마··· 발전하게 될 겁니다.”
“맞습니다. 발전. 상하수도는 개선되고, 식량문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느리디느린 통신망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시내소프트는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죠. 그렇지 않습니까?”
황호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의 지시로 자신이 직접 투자 집행을 관리하고 있었다. 시내소프트가 투자하면 선진 건설이 인프라를 건설한다. 대부분 투자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전략실장이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숨을 들이켰다.
“그러면 사람들은 컨텐츠에 관심을 두게 되겠군요··· 더 나은 것을 찾게 될 테고요.”
“제로를 타고, 중국형 저가 폰이 아닌 ONE 폰을 쓰며, RONE을 사용하게 될 겁니다. 원 서치를 통해 검색하고 원 톡을 이용해 사람들과 소통할 테고요. 그러면 결국 원 코인에 노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사업을 잘 영위하고 있다면요.”
황호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미국의 투자가 오히려 우리에게는 기회 일 수도 있다는 말씀 입니까?”
“네. 그게 바로 제가 말씀 드리고 싶었던 점입니다. 사실 당장 아프리카나 동남아에서 원 코인을 사용한다고 해도 당장 시내소프트에 이익이 되는 부분은 미미합니다.”
“아프리카 전체라고는 해도 한국 GDP 보다 안되니까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 GDP가 2.3조 달러. 일본보다도 낮고, 영구이나 프랑스보다도 낮습니다. 전체 대륙이요.”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여러 요인이 있을 겁니다. 내전을 비롯해 만연한 부정부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 시스템. 하지만 미국 덕분에 점점 개선되는 중입니다. 다시 세계 경찰을 자처 하며 내전을 종식시키고, 그곳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씨앗을 뿌리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그 결실만 따 먹으면 된다.”
“하하, 네. 인프라를 건설하고, 떼 먹힐 걱정을 덜게 된 겁니다.”
“시내소프트는 하던 대로 하면 되겠군요.”
“부채 비율 100%까지 멈추지 말고 투자 집행하세요. 어차피 시내소프트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이 많지 않습니다. 매년 쌓이는 100조 원 규모의 돈을 투자 할 곳이 필요하던 참에 잘 된 일이지요.”
“하긴 그 돈을 감당할 만한 투자처는 이제 지구상에 거의 남아있지 않으니까요.”
“맞습니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군요.”
굳어져 있던 세 사람의 얼굴에 다시 온기가 돌았다. 심각하게 시작했던 회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 되었다.
***
선진건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와 내수 산업이라는 한계에 부딪쳐 선진 그룹에서 차차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집트에서 스마트 팜 관련 5000억 규모 용역을 제안해 왔습니다.
-나이지리아 스마트 시티 관련 1조 규모 용역을 제안해 왔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상하수도 정비에 2000억 규모 용역을 제안했습니다.
시내소프트 발 투자 계획에서 영업이익은 벌써 40% 성장했고, 매출액은 100%가 넘게 기록했다. 어닝서프라이즈를 넘어 어닝 로켓을 탄 것이다. 그래서 일까. 김희건의 앞에 앉아 있는 선진 건설 회장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밝았다.
“이번에 또 시내소프트에서 용역 발주를 했다고요?”
“네. 현재 까지 누적 10조원을 넘었습니다.”
“10조라······.”
“사내에 쌓여 있는 현금을 전부 사용할 셈인지 투자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 합니다.”
“그럴 겁니다.”
김희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기에 미국과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거겠지. 함께 있던 고동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시내소프트 요청 말입니까?”
“네.”
“흠······.”
김희건이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벌써 이 틀이 지났지만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미국과는 완전히 척을 지게 될지도 몰라.’
그런데도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거기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것이다. 고동만이 말했다.
“전 이번에도 시내소프트에 베팅했으면 합니다.”
건설사 사장도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제 생각도 마찬 가지입니다.”
김희건도 알 고 있었다. 이렇게 투자가 계속되고 신흥국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익을 보는 건 시내소프트 그리고 선진 전자였다. 시내소프트는 현재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김희건이 망설이고 있는 이유도 그와 같았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정말 시내소프트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시내소프트가 만든 도시에 그들이 만든 자동차를 탑니다. 시내소프트가 만든 폰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시내소프트가 만든 서비스로 채팅을 하고 검색 합니다.”
김희건의 집무실이 조용해졌다. 그의 말에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알기 때문이었다. 고동만은 한 번 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어차피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시내소프트가 ONE을 만들어낸 순간 미래는 결정되어 있던 걸지도 모릅니다.”
턱을 만지작 거리던 김희건이 물었다.
“시내소프트가 요청한 금액이 얼마입니까?”
“50조 규모입니다. 그걸 선진 건설을 통해 신흥국 발전에 투자 했으면 한다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미국이 단단히 화가 나겠군요.”
“아마 더 많은 달러를 발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전쟁이 시내소프트의 승리로 끝이 난다면.”
“······.”
김희건도 차마 그때의 상황을 말로 하진 못했다. 상상만해도 심장이 덜컹 거릴 정도의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
미 백악관.
에드워드가 입술을 꾹 다문채 국무회의를 주관하고 있었다. 재무부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연준에서 500억 달러를 추가 발했습니다. 그 돈은 인도, 동남아시아 쪽에 투입될 것입니다.”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재무부 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아프리카 6개국이 원 코인 연합에서 탈퇴 했습니다. 유럽은 달러화를 지지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 했고요. 영국내에서도 원 코인에 대한 우려 여론이 형성 되어 있습니다.”
“미국내 여파는 어떻습니까?”
“미국 내수 산업이 침체기를 벗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신흥국에 투자할 시 각종 대출이 거의 0% 금리로 제공해 주고 있으니까요. 특히나 건설 업체들이 활황입니다.”
“첨단산업은요?”
“그건······.”
“그렇다면 결국 최초 우려했던 대로 신흥국 시장의 인프라가 발전하게 되면 시내소프트에게 득이 되는 길 아닙니까?”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인프라에 대한 사용료를 징수 받음으로써 이익의 일정 부분이 다시 미국에 흡수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걸 서로 상쇄한다면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그 뒤로도 갑론 을박이 오고 갔다.
양적완화.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회의는 길어졌다. 어지러운 경제이론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에드워드는 깍지를 낀채 눈을 감았다.
‘왜 지금 이 순간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생각나는 거지.’
CDO(부채담보부증권, MBS(주택저당증권), CDS(신용파산스왑) 등등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논리로 구성된 금융 상품이 판을 치던 그때.
결국, 미국은 금융위기를 맞이했다. 에드워드는 자꾸만 그때와 오버랩 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단순하게.’
복잡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재무부 장관이라는 직책을 맡은 월가의 대변인은 시내소프트가 백기를 들 때까지 달러를 발행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까?
본능적인 직감이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수요와 공급. 달러가 그 수요의 임계점에 달하는 순간. 휴짓조각이 될지도 몰라.’
그러면 초창기 예상하던 부작용인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지도 모른다. 금융위기 때도 위기를 예측한 수많은 전문가가 있었다. 그들이 지속해서 경고를 보냈지만, 월가와 상부상조하는 정부는 무시로 일관했다. 그랬기에 그 난리 통에도 구속된 사람은 오직 한 명.
수만 명이 길거리에 나 앉았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일을 반복할 수는 없다. 그때 비서실장이 급히 귓속말을 전했다.
“달러 인덱스가 10% 하락했습니다.”
달러 인덱스.
원-달러 환율. 위안화-달러 환율 같은 미국 정부가 사용하는 환율의 일종이었다. 주요 6개국 통화로 구성한 일종의 달러 환율로 10% 하락했다는 것은 달러가 약세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10%라면 위기의 전조 증상이라고 보기에 충분한 수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