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86)
탑 코더-286화(286/303)
286화 가보지 못한 곳
-원-달러 환율 1000원 깨졌다.
-수출기업 비상. 원화 강세 어디까지 갈 것인가.
-미국의 양적완화. 전 세계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 넣다.
미국이 찍어내는 달러가 전 세계에 풀리며 원화 강세를 이어갔다. 그 와중에 시내소프트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시내소프트, 50조원 규모 투자 계획 발표.
-원 코인, 동남아시아 대출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
통화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쩐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사이 미국의 첫 번째 스마트 시티 완공 식을 가졌다.
“oh, my god!”
“Good Heavens!”
“Gosh!”
“Gee!”
“Blimey!”
시연회를 지켜보는 참석자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승호가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함께 있던 김희건이 귓속말을 전했다.
“반응이 좋군요.”
“그럴 수밖에요. 부산에 건설했던 스마트 시티의 미흡한 점을 전부 개선했으니까요.”
“저번에 인수하신 센서 회사들도 꽤 일을 열심히 한 모양입니다. 성능이 한결 좋아졌어요.”
“시내소프트 기술자들과 많은 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센티브를 대폭 지급했습니다. 그랬더니 성과는 절로 올라가더군요.”
“하하, 역시.”
김희건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런데 원 코인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김희건의 질문에 승호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괜한 헛기침을 했다.
“흠··· 흠흠.”
김희건의 시선이 다시 정면을 향했다. 그리고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 대통령 에드워드 브룩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까이 다가온 에드워드가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입니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에드워드의 시선이 승호에게 닿았다.
“결혼식 이후로 처음이군요.”
“안녕하십니까.”
고개를 끄덕인 에드워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 놀랍군요. 왜 세계가 시내소프트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책에서 보던 것들이 전부 구현되어 있어요.”
“하하, 네. 감사합니다.”
“제로를 만들어 냈을 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계속되는 칭찬에 승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게 바로 적과 동침인가.’
미국과는 서로 돈을 뿌려 대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하는데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이런 스마트 시티가 세계 곳곳에 지어진다고요?”
“네. 미국에도 6곳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하긴 이젠 이런 스마트 시티가 없는 나라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유럽처럼 자연 속에서 관광으로 먹고살게 아니라면.”
“스마트 폰, 스마트 카, 스마트 시티. 당연한 흐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아 먼저 선점을 하게 된 거고요.”
“후후, 겸손이 과하시군요. 지금 사람들의 표정 안 보이십니까?”
승호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수많은 사람이 스마트 시티가 보여주는 편리함에 넋을 잃었다. 입으로 손을 가린 채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에 눈을 떼지 못했다.
택배는 무인 드론이, 택시는 무인 자동차가. 쓰레기는 상하수도 시설처럼 그저 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 에너지 사용량은 분 단위로 측정돼 보고되며 차량 흐름에 따라 신호등은 자동 조절된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이들의 시선이 점차 승호가 앉아 있는 곳을 향했다. 마치 연예인을 보는 듯한 눈빛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여기서 더 대화는 무리일 듯하니 잠시 자리를 옮길까요?”
대통령의 제안에 승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행사장 한 편을 경호원들이 둘러쌌다.
미 대통령.
그리고 승호가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았다.
“달러 인덱스가 10% 하락했습니다. 시장에서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죠.”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앞으로 한 달 뒤 20%가 떨어진다는 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 경제도 인플레이션을 넘어 하이퍼 인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서게 될 겁니다. 수입 물품 가격이 단번에 20% 올라가는 효과가 날 테니까요.”
“수레에 달러를 넣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겠군요.”
에드워드가 한껏 목소리를 낮추었다.
“미국은 세계 소비시장의 중심축입니다.”
“아시겠지만 근래 그 축이 신흥국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미국이 망해도 세계가 멀쩡할까요?”
“핀란드는 노키아가 망했지만 멀쩡했습니다.”
“너무 규모가 다른 사례 아닙니까?”
승호가 긴 숨을 내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통령님, 미국은 망하지 않습니다. 달러 패권이 무너진다고 왜 미국이 망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그저 미국이 가진 수많은 패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달러 패권을 내려놓는다 해도 미국이 과거와 같은 성세를 유지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오히려 이렇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미국의 경쟁력은 달러밖에 없습니까?”
순간.
거대한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맡은 느낌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에드워드에게 승호가 말을 이었다.
“물론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긴 합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미국은 여러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야 말로 왜 이렇게 통화 패권에 집착하시는지 모르겠군요. 단 하나도 내어놓기 싫으신 겁니까?”
에드워드가 미간을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승호는 조용히 미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대통령님, 축사 시간입니다.”
결국, 에드워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생각을 좀 해보죠.”
승호는 나오자마자 김희건의 질문 세례를 맞이해야 했다.
“원 코인 이야기를 한 겁니까?”
승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는요?”
“미정입니다.”
“그럼 현재 투자 계획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네.”
“아시겠지만 원화 강세로 인해 엔진 S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선진전자의 매출에 빨간불이······.”
승호가 바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ONE 폰은 문제없지 않습니까. 스마트 시티도 마찬가지고요. 제로 또한. 전부 대체 될 수 없는 것들입니다.”
“하하, 그거야 그렇습니다.”
승호가 김희건의 눈을 직시했다.
“회장님, 전 선진을 동업자라 여기고 있습니다. 선진은 시내소프트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승호가 한 번 더 물었다.
“제 생각과 다르십니까?”
잠시 망설이던 김희건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맞습니다. 동업자. 같은 배를 탔습니다.”
그제야 승호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전 동업자에게 손해를 끼치고 제 이익만 챙기지 않습니다. 이미 행동으로 보여 드리지 않았습니까.”
살짝 아랫입술을 깨문 김희건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
“아닙니다. 미국과 맞선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겁니다. 지금까지 잘해주고 계십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막 단상에 올라선 에드워드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축사를 시작했다.
-미국은 위대한 첫걸음을 뗐습니다.
-디트로이트에 건설된 첫 번째 스마트 시티가 바로 그것입니다.
승호가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
청와대.
박신우 서기관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얼마 전 비서실장이 던진 화두 때문이었다.
‘자네 정치 해볼 생각 있나.’
박신우도 알고 있었다. 현재 여당인 대민당의 지지율은 역대 최고였다. 자살골만 넣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을 잡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더구나 자신은 현 정부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시내소프트 발굴.
그 타이틀을 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고민을 주무관일 때부터 함께 합을 맞춰온 송영규 사무관에게 털어놓았다.
“역시 언젠가 이런 제안이 올 거로 생각했습니다.”
“송 사무관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대로 공직 생활을 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정치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까.”
“서기관님과 함께 한 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하하,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유니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비슷하게 물어보셨습니다. 수십억의 세금을 낭비하는 건 아닐까. 확신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게 사실이다.”
송영규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결과는 뭐 보시다시피.”
“좋군요.”
“네.”
“저도 청와대까지 왔고, 5급 사무관까지 달았으니까요.”
“하하, 그거야 송 사무관이 잘해서.”
“아닙니다.”
“네?”
“전부 서기관님이 분석하시고, 결정을 내리신 겁니다. 전 관련 준비만 도와줬을 뿐이고요.”
송영규가 입을 다문 채 조용히 경청했다. 송영규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서기관님은 정치해도 잘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그저 제 사견에 친한 RO 둘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네. 말씀해보세요.”
“제 생각에 비서실장이 그런 질문을 해왔다는 건 다음 대선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말에 송영규가 두 눈을 부릅떴다.
대선.
그 말은 곧 대통령이란 말 아닌가.
“···네?”
“서기관님은 지금 현 정부의 마스코트 같은 사람입니다. 시내소프트 발굴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가면 일반 국민에게 꽤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시내소프트 효과 때문에요.”
“흠······.”
“굳이 당선되지 않는다 해도 경선을 흥행시킬 수 있는 카드로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을 겁니다. 그 이후 총선에 출마하셔도 되고요.”
“대선이라······.”
“그리고 만약 정말 그렇다면 전 당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RO들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충격적인 말이 이어졌다. 박신우가 굳게 입을 다물었다.
“······.”
“강 대표님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100%를 넘습니다. 강승호 보유국, 시내소프트 보유국, 한국이 부럽다. 이민 가고 싶다. 이런 여론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알고 있기에 침묵했다. 침묵은 곧 긍정. 송영규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런 대표님이 인정하는 게 박 서기관님입니다.”
“그거야 초기 인연을 잘 맺었기에 운이 좋았습니다.”
송영규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운도 실력입니다. 그리고 강 대표가 인연만으로 사람을 상대 하지는 않을 겁니다. 시가총액 3000조 짜리 회사를 움직이는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요?”
박신우는 답하지 못했다. 자신의 생각도 그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선이라니··· 제가 청와대의 주인이 된다는 말입니까?”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지 무조건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당장 박 서기관님의 과거에 어떤 암초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박신우는 천천히 자신의 과거를 반추해보았다. 딱히 흠이 될만 한 점은 없었다. 그렇다면 친척들 중에는?
그건 의문이었다.
생각을 마친 박신우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혹시 말입니다. 만약 나가게 되면 송 사무관님이 한쪽 팔 거들어 줄 수 있습니까?”
송영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박 서기관님 나이가 올해 38살. 아마 돌풍을 일으키게 될 겁니다.”
그 말에 박신우는 가슴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