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87)
탑 코더-287화(287/303)
287화 가보지 못한 곳
㈜제로원.
승호가 개인 지분 100%를 출자하여 만든 회사로 믿은 은행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이성욱이 대표로 있는 곳이었다. 그간 계속 인원이 충원되며 선릉에 있던 빌딩에서 이사해 판교로 옮겼다.
대한민국 IT의 성지 판교.
그곳에서 대한민국을 대표 하는 핀테크 업체로 거듭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하 5층, 지상 14층, 연면적 2만6839㎡의 빌딩 꼭대기에 쓰여 있는 이름은 제로원이 아니었다.
SH.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이 최초 설립자의 이름을 따 운영을 하는 것처럼 판교로 이사를 하며 법인명도 변경한 것이다. 그 빌딩 안쪽 널찍한 사무실에서 승호가 이성욱을 보며 물었다.
“달러 공매도 현황이 어떻게 됩니까?”
“지금까지 30조 원가량 진행 중입니다. 달러 가치가 계속 떨어져 30%가량 수익이 발생했고요.”
9조 원.
엄청난 액수였지만 그리 감흥이 있지는 않았다. 9조 원이라고 해봐야 자신이 가진 자산의 5%도 안 되는 금액이기 때문이었다. 이성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공매도 더 진행할까요?”
“네. 100조까지 넣으세요. 달러를 풀수록 달러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 포지션은 수익이 날 테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퀀트 개발 건 말인데요. 그건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시내소프트에서 파견 나온 개발진들과 테스트 버전 완료했습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성욱이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상황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각 나라의 주가지수에서부터 환율, 원자재 선물 거래 현황까지.
거래 할 수 있는 모든 상품의 가격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성욱이 상황판을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최근 ONE에게 각종 금융지식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맨큐의 경제학에서부터 파생상품 관련 금융공학 내용까지. 제가 모르는 내용은 관련 분야 전문가, 교수님들까지 초빙해서 데이터를 만들고, 그걸 개발자의 도움을 받아 입력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승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SH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승률 80%의 괴물 퀀트를 만들기 위한. 이성욱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덕분에 ONE이 거래하지 못할 상품이란 없게 되었고, 알지 못하는 금융 거래 기법은 없습니다. 테스트를 진행해 보니 제이피 모간이나, 각종 사모펀드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더군요. 거래하면서 상대의 알고리즘을 파악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럴 겁니다. ONE은 이미 인간의 지능을 넘어섰으니까요. 거기에 SPU 수백 개를 붙여 놨으니. 다른 회사에서 사용하는 서버보다 ONE이 더 빠를 겁니다.”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이성욱도 ONE 덕분에 시내소프트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저 자부심에 십 분 동의하는 바였다. 오히려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신 역시 뿌듯함을 느꼈다.
“정말 그런 것 같았습니다. 몇 번 거래를 해봤는데 상대가 만드는 챠트를 농락하더군요. 승률이 78%. 200억 정도의 이익을 거뒀습니다.”
“한번 볼 수 있을까요?”
“현재 미국 장은 쉬는 시간이니 도쿄 증권거래소에 접속해 볼까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성욱이 웹 페이지에 접속해 이미 발급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넣었다.
-ONE 퀀트 시스템.
제목을 달고 있는 웹 페이지에는 거대한 스크린의 축소판이었다.
“UI 설계자들에게 최대한 직관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신입 사원이 와도 바로 거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잘하셨습니다.”
“실제 내부 거래 방식은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돌아가지만, 거래 자체는 아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말을 하던 이성욱이 버튼을 클릭했다.
“이렇게 클릭만 하면 나머지는 ONE이 알아서 거래를 진행합니다. 현 상황에 맞는 최고의 거래 방식을 찾아서요.”
그리고 화면에 거래 상황을 띄웠다.
-자본금 : 32,909,900,000
-수익금 : 171000.
-수익율 : 0.00%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 부분 수치가 변했다.
-자본금 : 32,909,900,000
-수익금 : 241000.
-수익율 : 0.00%
-자본금 : 32,909,900,000
-수익금 : 391000.
-수익율 : 0.00%.
그렇게 가파르게 올라가더니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수익금 : 210080000.
-수익율 : 0.00%.
10분 만에 2억을 번 것이다. 이성욱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도 있습니다. 승률이 100%가 아니니까요. 좀 더 테스트를 거쳐 앞으로 한 두 달 후면 정식으로 출 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군요. 만족스럽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혹시 일을 진행하며 따로 부족한 점은 없습니까?”
이성욱이 웃으며 답했다.
“전혀요. 오히려 너무 좋습니다.”
계속된 성과급에 자신도 벌써 수백 억대의 자산가가 되었다. PB 일을 하며 부러워했던 자산가처럼 된 것이다.
“만약 생기면 개의치 말고 말씀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사무실을 나섰다. 그때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원 달러 환율 993원.
결국, 1000원대도 깨졌다. 2007년 최저점이었던 921원에 코앞까지 온 것이다.
***
한국은행.
그곳의 국제국 국장이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뭐 이거 1000원대도 깨졌잖아.”
외환시장 팀 팀장이 급히 보고 했다.
“위안화 대비 달러도 6위안이 무너졌습니다. 중국이 개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국장이 털썩 의자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이러다 진짜 미국 망하는 거 아냐?”
회의실에 침묵이 찾아왔다. 겨우 정신을 차린 외환시장팀 팀장이 말했다.
“그, 그럴 리가요.”
확신이 없는 목소리였다. 국장이 물었다.
“900원대 깨지면 어떻게 되냐?”
그러자 이미 관련 내용에 대해 분석해 두었던 팀장이 PPT를 켰다.
“다들 아시겠지만, 대한민국 경제 체질이 제조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옮겨졌습니다.”
“시내소프트 덕분에?”
“네.”
“계속 말해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환율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결론입니다. 이미 선진은 세계 여러 곳에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해 공급하고 있으며, 몇몇 완제품도 독점 생산 중이라 가격 민감도가 떨어지니까요.”
“그 말은 가격이 올라가도 사람들이 살 거다?”
“제로는 오직 시내소프트에서만 생산합니다. RONE도 마찬가지고요. ONE 폰도 그렇습니다. 대체품이 없는 겁니다.”
“그걸 생산하는 선진도 영향이 없다. 관련 중소기업이야 어차피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 문제없고.”
“그렇습니다. 더욱이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시내소프트가 서비스 기업입니다. 각 나라에 세워져 있는 지사에서 원 코인으로 결재를 받으니 환차익에 대한 염려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미국이군.”
“네. 수입 물가가 폭등하고 있을 겁니다. 중국이나 한국 그리고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의 가격이 일제히 올라가고 있을 테니까요.”
“미국 내수 기업이 살아날 가능성은?”
“이미 내수 기업은 포화 상태입니다. 단지 늘어날 통화량에 금융 쪽은 호황이라 하더군요.”
“결국, 돈놀이 기업이 잘나 간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란 뜻이군.”
“네. 하지만 출구는 보입니다.”
“달러 패권 포기?”
팀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포트, 망고, 인더스 같은 대표적인 미 기업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선도 기업의 침체가 미 경제의 침체를 가져왔고요. 그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런 상황이 지속하면 대공황이 올지도 모르는······.”
대공황.
마치 꺼내 선 안될 말을 꺼낸 것 같은 생각에 국장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회의실 사람들도 마른 침을 삼키며 입을 닫았다.
***
미 백악관.
에드워드가 국무위원들을 보며 물었다.
“혹시 미국이 원 코인을 도입했을 때 생길 이점에 대한 보고서 있습니까?”
그 말에 재무부 장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그런 허무맹랑한 디지털 화폐를 도입한다고 해서 어떤 이점이 있겠습니까.”
“그런 추상적인 표현 말고, 정확한 수치에 기반을 둔 근거 말입니다.”
“조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달러를 잃는 순간 미국은 끝입니다. 기축 통화 지위가 미국에 얼마나 많은 이 점을 주고 있는지 대통령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도 보십시오. 무한정 달러를 발행하고 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재무부 장관.”
“네.”
“옷 벗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떠드세요.”
그 한 마디에 재무부 장관이 꾹 입을 다물었다. 에드워드가 계속 말을 이었다.
“비서실장.”
“네.”
“준비한 브리핑 시작하세요.”
그 말에 비서실장이 정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PPT를 띄웠다.
-기축통화 허와 실.
거기에는 주요 학계 박사부터 경제 전문가들까지. 각계각층에서 수렴한 미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출구 전략이 나와 있었다. 비서실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시내소프트라는 기업이 나타남으로 인해서 세계 경제 지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그 밸류 체인에 올라탄 기업은 승승장구를 그와 맞선 기업은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맞선 기업들에 대표적으로는 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있습니다.”
삑.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넘어갔다.
“나라 중에는 중국도 있고요.”
그 말에 국무위원들의 입에 자물쇠라도 걸린 것처럼 꾹 다물어졌다. 비서실장이 말을 이었다.
“현재 미국이 발행한 달러는 은행으로 은행은 다시 인프라 관련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이 돈이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모두 원 코인 연합을 깨기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삑.
또 한 번 화면이 넘어갔다.
-미 경제 성장률 : -0.5%.
“올해 미 경제 성장 예상치입니다. 마이너스 성장. 대공황을 연상시키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넘어간 화면에는 몇 가지 뉴스가 링크되어 있었다.
“미 은행 초호황. 넘치는 달러로 성과급 잔치.”
“JP 모건 체이스 CEO. 수백만 달러 성과급.”
“뱅크오브아메리카 CEO. 수백만 달러 성과급.”
비서실장이 말을 할 때마다 재무부 장관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현재 우리가 펼치고 있는 정책 때문에 배를 불리는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반면 원 코인과 적극적 협조를 펼쳤을 때의 상황입니다.”
-미 경제 성장률 : 1.5%.
다시 에드워드가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이런데도 현 정책을 고수해야 합니까?”
“그, 그래도 기축 통화 위치는 한 번 잃게 되면 다시 찾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이미 몇 발 늦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뒤처지라 말하는 겁니까?”
에드워드의 호통에 더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 날 결정된 내용은 바로 시내소프트에 전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