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88)
탑 코더-288화(288/303)
288화 가보지 못한 곳
청담 시내소프트.
승호의 비서실장이 급히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대표님, 백악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순간.
승호도 마른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정말 달러 패권을 포기한다? 언젠가 그렇게 될 거라 확신했지만 약간의 의심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답했다.
“원 코인과 연동하겠다고 하던가요?”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원 코인과 연동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추가 달러 발행을 멈추고,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경제 전쟁도 멈추겠다고 합니다.”
긴 설명이었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항복하겠다는 말이었다. 승호가 긴 숨을 내쉬었다.
“결국, 휴우······.”
“원 코인이 달러와 연동된다면 전 세계 송금 시장을 시내소프트가 가져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기획실에서 예상한 수익은 매년 5조 정도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매년 5조가 들어온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였다. 그 밖에도 스마트 시티에서 들어오는 사용료, 제로, RONE, 원 서치등등 다양한 캐시 카우가 존재했다. 그 하나하나가 한국의 일반 대기업을 능가했다.
“그럼 슬슬 다음 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순간이군요.”
“ONE만 남기고 물적분할 하는 방안 말씀 말입니까?”
“네. 한 회사가 너무 비대해졌습니다. 물적 분할을 통해 시내소프트는 ONE 개발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각 서비스는 자회사 형태로 전화할 필요가 있어요.”
“알겠습니다. 가이드라인을 말씀해주시면 바로 기획안 작성하겠습니다.”
“원 코인은 별도 법인으로 제로와 RONE을 묶고, 원 톡 원 서치 역시 하나로 묶으세요.”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S시티 역시 별도 법인으로 구성하고 또······.”
너무 많은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어서일까. 일순 어떤 사업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났다.
“XONE이 있습니다.”
“그건 시내소프트에서 진행합시다.”
“네. 그리고 SPU 생산은 어떻게 할까요. 그것도 핵심 기술이니 시내소프트에서. 그리고 바나나톡과 넥스터는.”
그렇게 한 시간 동 안 대화를 진행하고 나자 그룹의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시내소프트를 지주 회사로 총 12여 개의 자회사가 존재하는 형태. 기존의 선진그룹처럼 시내소프트 그룹이 만들어진 것이다.
“각 회사의 CEO 선정 작업도 함께 진행해야겠군요. 혹시 염두에 두신 분들이 있을까요?”
“각 서비스에 정통한 사람들로 일단 후보군을 선정해 오면, 확인하겠습니다.”
“네.”
“나가는 길에 황 부사장님과 최기훈 전무님 올라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가고, 바로 황호근과 최기훈이 올라왔다. 승호가 입가를 올리며 말했다.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럼 설마?”
“달러-원 코인 연동이 되는 겁니까?”
둘 역시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하, 네. 자세한 협의는 차차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게 끝나면 공식 발표가 있을 거고요.”“대단 하십니다. 미국을 상대로 결국.”
최기훈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지 한동안 중얼거림을 멈추지 못했다.
“하··· 원 코인이 미국에서도 서비스가 된다니. 자칫 달러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데도. 허, 정말.”
승호가 그런 둘을 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래서 발전을 위한 다음 단계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최기훈이 놀라 되물었다.
“또 다음 단계요?”
하지만 황호근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 사전에 언질을 받은 덕분이었다.
“시내소프트는 인공지능 ONE을 개발하는 지주 회사로 나머지 서비스 부문들은 물적분할 형태로 분리할 생각입니다. 회사가 너무 비대해지면 비효율이 생기니까요.”
“아······.”
“좋은 생각입니다. 그건 경영학에서도 기본으로 말하는 내용이니까요.”
황호근은 그간 놀고만 있지 않았다. 한국대 경영대학원에 다니며 회사 운영에 관한 사항을 학습하고,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런 모습을 알기에 승호는 말할 수 있었다.
“부사장님은 이미 경영자로서 충분하니 가고 싶으신 곳을 선택하시면 그곳의 CEO로 발탁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부사장이 아닌 사장 직함으로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요.”
그 말에 황호근이 마른 침을 삼켰다.
부사장.
부대표.
그게 아니라 이제 자신이 대표라······.
시내소프트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일이었다.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장 결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천천히 생각해보시고 말씀해주세요. 최대한 결정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승호가 최기훈을 바라보았다.
“최 전무님.”
“네.”
“개발을 계속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경영 쪽으로 가보시겠습니까? 만약 경영을 선택하시면 이번에 물적 분할 되는 회사 한 곳의 CEO로 발탁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CEO라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였다.
시총 3000조의 시내소프트.
그곳의 전무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과분한 직함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한 번 고민해봐 주세요. 만약 공부를 좀 하고 싶다고 하시면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그 이후 회사 하나를 맡아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두 분만이 아니라 함께 일을 해왔던 사람들에게도 하나씩 자리를 마련해 줄 겁니다. 이 거대한 기업을 저 혼자 짊어질 수는 없으니까요. 앞으로 전 지주 회사인 시내소프트에서 ONE 개발에 좀 더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핵심에 집중하겠다는 뜻이군요.”
“네. 공주에 세워진 대학에서 강의도 하면서 회사 내 인재 양성도 하고요.”
“아직 뒤 선으로 물러나기에는 나이가 너무.”
“하하, 짧은 시간 너무 많은 일을 했습니다. 휴식이 좀 필요하다고 할까요. 물론 놀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개발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말이니까요. 오히려 더 바빠질 수도 있습니다.”
“······.”
둘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너무 많은 일을 했다는 그 말에 십분 공감하기 때문이었다.
“단지 경영 관련 일들을 조금씩 분배하겠다는 뜻입니다.”
“알겠습니다.”
예카테리나, 백채원은 개발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견을 표했다. 마지막 면담 상대는 고동수.
“동수야.”
“네. 대표님.”
“이미 들었겠지만 어떠냐. 개발을 계속해볼래. 아니면 아버지처럼 사장을 한 번 해볼래?”
그 말에 고동수가 마른 침을 삼켰다. 아버지인 고동만은 50세가 되어서야 선진 전자의 사업 부문 하나를 맡을 수 있었다. 자신은 아직 20대에 불과한데 사장이라니.
“물론 네가 맡고 싶은 회사를 바로 맡길 수는 없어. 경영 수업도 받고, 차근차근 올라가게 될 거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최우선 선택권은 다른 사람에게 있다. 그분들에게 돌아가고 남은 회사가 네 선택지 안에 놓이게 될 거야.”
고동수가 그 두 사람이 누군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충분히 인정하는 바였다.
“당장 선택해야 하는 건가요?”
“아직 시간은 충분해. 천천히 생각해보고 말해주면 돼.”
“네.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돌아가서 고민해 보고 말해줘.”
고개를 끄덕인 고동수가 돌아가고 승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높은 빌딩에서 내려 다 보는 한강이 오늘따라 장관을 자랑했다.
“수고했다.”
오늘따라 스스로가 너무 대견스러웠다.
***
중국.
하오란의 집무실 근정전.
그가 속보로 쏟아지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속보]미국 달러-원 코인 연동 승인 검토 중.
-[속보]미국 시내소프트와 대규모 투자 계획 검토.
-[속보]시내소프트, 디트로이트에 신규 RONE 생산 공장 건설 결정.
-시내소프트 시가 총액 3500조 돌파. 4000조 기업 탄생하나.
뉴스를 확인한 하오란이 씁쓸히 중얼거렸다.
“미국까지 백기를 든 모양이군.”
이인자자 국무원 총리인 왕팡이 답했다.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시내소프트의 기세가 그만큼 무서우니. 결국, 미국에서도 ONE에 대해 분석조차 못 하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럼 이대로 끌고 가야 한단 말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왕팡도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힘들었다. 거대 중국이 시내소프트에 휘둘리고 있다. 그건 왕팡이 그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건······.”
하오란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어떻게 랜섬웨어를 시내소프트 거기에서도 강 대표밖에 해결하지 못할까.”
“하지만··· 공안 쪽에서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무런 혐의점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둘은 꺼내선 안 될 말을 한 것 처럼 입을 다물었다.
“답답함은 있는데 풀 길이 없군요.”
“이게 그렇게 어려운 기술인가? 중국의 슈퍼컴퓨터를 전부 동원해도 풀 수 없을 정도로?”
“그랬다면 미국에서도 문제를 해결했을 겁니다. 거기에는 더 뛰어난 슈퍼컴퓨터와 기술자들이 즐비하니까요.”
“결국, 강 대표의 짓인지 밝혀낼 수 없다는 뜻이군.”
“······.”
하오란은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내소프트에 끌려가는 중국. 그건 자신이 생각하는 나라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중국이 이렇게 질질 끌려가기만 해서야. 쯧쯧.”
“기술 격차가 큽니다. ONE을 파악하지 못하면 이런 양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인력을 빼 오는 건?”
“다각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공주에 마련되어 있는 인공지능 대학에 중국 학생을 대규모로 입학시키는 동시에 시내소프트의 핵심 개발진에 대한 접촉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내소프트에 입사 한 후에 개발자가 되어 기술을 빼 오려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 아닌가.”
“그래서 인력을 빼 오는 방안도 진행하고 있긴 합니다만.”
쉽지 않았다. 워낙 대우가 좋아서인지 ONE의 핵심에 근무하는 이들은 접촉조차 쉽지 않았다. 하오란이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긴 중국에 넘어온 시스템을 해킹하는 것도 실패했는데 쉽진 않겠지.”
“마지막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미국과 손을 잡는 겁니다.”
“미국?”
왕팡은 혹시나 누가 들을까 목소리를 낮추었다.
“네. CIA 쪽이 진행한 내용과 우리가 진행한 내용을 합쳐보면 길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 방법도 실패한다면···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았는데 실패한다는 건.”
“누구도 할 수 없다는 말이겠군.”
“네.”
하오란이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흠······.”
“과연 잘 될지는 의문이지만 한 번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이번 일에 관해 미국에서도 말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어차피 발각된다고 해도 꼬리를 자르면 됩니다. 시내소프트와 얼굴 붉힐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해도 안 되면 방법이 없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고심하던 하오란이 결정을 내렸다.
“알겠네. 진행하지.”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온 왕팡이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