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89)
탑 코더-289화(289/303)
289화 가보지 못한 곳
미 백악관.
에드워드의 집무실에 CIA 국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CIA 국장의 보고에 에드워드가 팍 인상을 썼다.
“그러니까. 중국과 힘을 합쳐 다시 ONE을 해킹해보자. 그런 말인가?”
“네. 중국 측에서 먼저 제안이 왔습니다. 꼭 ONE이 아니더라도 시내소프트 본사를 해킹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 일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 질문에 CIA 국장이 꾹 입을 다물었다. 이미 수십 번의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는 표정이 한층 더 구겨졌다.
“그러면 일이 실패할 가능성은?”
“38% 정도로 예상합니다.”
“1%도 아니고 38%? 겨우 그런 확률을 믿고 겨우 회복시켜 놓은 관계에 금이 갈지도 모를 모험하자는 건가.”
“계속 끌려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하··· 참. 끌려다녀? 누구 덕분에 이렇게 된 건지는 알고 있지?”
CIA 국장은 이번에도 입을 다물었다. 툭 까놓고 말하면 모두의 책임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듣고 싶은 건 그런 대답이 아니다.
“시내소프트와 화해 무드 조성으로 인해 다우존스 지수가 1%가 올랐어. 달러를 풀어대도 떨어지기만 하던 지수가 1%가 올라단 말이네. 시장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이 정도면 알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CIA 국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거부할까요?”
“휴우······.”
에드워드는 한숨을 내쉬며 답하지 못했다.
포기.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포트나 포토북의 인공지능 기술과 ONE의 격차는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ONE을 따라잡으려면 10년이 걸린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해킹을 한다면 바로 따라잡을 수 있다. 에드워드는 그 유혹을 떨치기 힘들었다. 에드워드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러면 해킹을 시도하다 시내소프트에 걸릴 확률은?”
“그건······.”
“솔직하게 말해도 좋네.”
“잘 모르겠습니다. 강 대표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니 바로 걸릴 수도 있습니다.”
진퇴양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이었다. 에드워드가 이마를 짚으며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비서실장, 최근 실리콘 밸리 동향은 어떤가.”
“침체한 분위기입니다. IT 업계 평균 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반기 보고서의 ROE(자본 수익률)도 20%대에서 8%로 어닝 쇼크 수준입니다.”
에드워드가 마른 침을 삼켰다. IT 산업에서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그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그들은 뭘 하고 있나?”
“시내소프트가 차지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을 포기하고, 중 저가 시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수익률은 떨어지지만,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에서 중, 저가 시장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10번 중 한 번만 틀려도 소비자들의 냉대를 받게 되니까요.”
“······.”
이번에는 비서실장이 입을 다물었다. 딱히 그가 잘못한 일도 아니기에 에드워드는 더는 추궁하지 않았다.
단지.
아쉬움에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래서 국장의 판단은 어떤가? 고? 아니면 스탑?”
“전······.”
CIA 국장이 생각에 잠겼다. 이곳에 보고를 오기 전까지 수도 없이 고민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참모로서 자신은 조언해야 한다. 물러설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이다.
“전··· 했으면 합니다.”
CIA 국장이 빠르게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이 길이 결코 정도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서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미국의 운명은 어찌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발각되더라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선에서 자르겠습니다.”
에드워드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라도 하겠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에드워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목례 한 CIA 국장이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에드워드가 비서실장을 보며 말했다.
“잘하는 일일까······.”
“과거 핵무기 보유가 패권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의 보유가 패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옳은 일은 아니지만 잘 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에드워드는 눈을 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대한민국 경제는 유례없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주식은 사기만 하면 올랐고, 실업률은 1%로 최저치를 달렸다. 지원서만 내면 채용이 된다는 뜻이었다. 이 모든 것이 시내소프트 덕분이었기에 원 코인으로 대한민국 법정 화폐 변경 건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 역시 호의적이었다.
-찬성 : 81%
-반대 : 10%
-모름 : 9%
원 코인으로 변경을 찬성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여론이 찬성한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법정화폐 변경은 정부의 의지를 비롯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일.
승호는 그 동의를 받기 전 청문회 참석을 위해 대한민국 국회를 찾았다. 국회로 가는 차 안 비서가 막간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미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큰 문제가 없다면 통과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겠지. 유로존에 버금가는 시내소프트 존이 만들어질 테고, 한국은 거기에 최강자가 될 테니까.”
“청와대에서 넘어온 정보에 따르면 용역 결과도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다 순조롭군.”
“네. 요즘은 데이터 센터 내 해킹도 잠잠합니다.”
“물적 분할 건은?”
“기획실에서 1차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청문회가 끝나면 보고 드리겠습니다.”보고가 끝날 때쯤 승호가 탄 차가 국회에 들어섰다. 순간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트렸다.
-회장님, 대한민국 법정화폐를 원 코인으로 바꾸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거대 재벌을 넘어 제국이 되려 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원 코인을 법정화폐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가 7개국 있는데요. 정말 한국도 거기에 되는 겁니까?
하지만 그들의 질문은 승호에게 닿지 못했다. 경호원들이 철저하게 주변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었다. 승호가 걸음을 옮기자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여, 야당 대표가 악수하였다.
“하하, 반갑습니다. 강 대표님.”
야당 대표의 말에 여당 대표가 친분을 과시했다.
“하하, 청와대 만찬 이후로 처음이군요. 오랜만입니다. 너무 긴장하실 건 없습니다. 오늘 자리는 원 코인에 대한 비전을 들어보는 자리니까요. 큰 문제 없이 통과될 거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야당 대표가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여당 대표가 맞받아쳤다.
“그거야 이야기를 들어본 후에 결정해야 할 일이지요.”
“그래서 거부라도 하겠다는 말입니까? 이래서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쯧쯧.”
“아니, 지금 뭐라고.”
목소리를 높이려던 야당 대표가 기자들을 보곤 괜한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국회의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여, 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김현철입니다.”
“반갑습니다. 이호승입니다.”
“하하, 기억나십니까. 지난번 공주 인공지능 대학 개관식에서 뵈었는데 안철민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너도나도 인사를 하려 달려들었다. 몰려 있는 국회의원만 20여 명이 넘었다. 가히 승호의 인기를 짐작게 하는 모습이었다. 승호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지요.”
“한국 기업이 잘 되는데 국회가 발목을 잡으면 안 되지.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옳소. 옳소.”
“당연하지요.”
“말이 청문회지 그저 서로 인사하는 자리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편하게 생각하세요. 편하게.”
-원 코인 법정화폐 검토 청문회.
라는 타이틀이 우스울 정도의 환대였다. 이 정도 반응이면 국회 통과는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이미 정부와 여론은 시내소프트의 편이었디. 국회 통과만 된다면 바로 관련 작업에 착수하게 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살짝 고개를 숙인 승호가 의사당에 들어갔다.
***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
NSA 본사가 있는 곳에 CIA 국장과 NSA 국장이 만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시내소프트 해킹을 위해서 블랙워치를 잠시 석방하자는 말입니까?”
CIA 국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NSA 국장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얼마나 위험인물인지는 알고 있겠죠.”
“지금은 시내소프트가 더 미국에 위협적입니다. 그대로 두면 앞으로 10년 뒤 세계 지도가 바뀔지도 모릅니다.”
NSA 국장도 딱히 부정하지 못했다. 그도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다. 현재 국제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CIA 국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 그가 성공한다면 석방해 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번 작전에는 중국도 참여하게 될 겁니다.”
“중국도?”
“네. 그쪽의 우수 인력들이 함께 분석할 겁니다. 10년 이상의 기술 격차.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 실마리라도 잡아야 합니다.”
NSA 국장이 씁쓸히 중얼거렸다.
“정부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다니······.”
“관련해서 논의 드릴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뭡니까.”
“만약 미국에 중국과 비슷한 종류의 랜섬웨어가 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
“중국 측에서 이런 의문을 건네 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랜섬웨어를 해결한 건 전부 강승호다. 그러면 강승호가 그 랜섬웨어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지 않나.”
CIA 국장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주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이미 CIA에서도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었고요. NSA에서도 관련 내용을 조사한 것으로 압니다만.”
“혐의없음으로 종결했습니다.”
“그와 관련된 조사도 함께 진행할 생각입니다. 블랙 워치는 시대를 강타한 해커. 그라면 혹시 실마리를 잡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그에게 이 두 가지 일을 맡기고, 감형 조건을 걸자는 말입니까?”
“네. 그도 강 대표에게 악감정이 많으니 적극적으로 협조할 거라 생각됩니다.”
“흠······.”
“그래서 강 대표와 관련이 없는 NSA 요원도 차출이 필요합니다.”
NSA 국장이 난감해했다.
“대부분이 강 대표에게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 요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 중인데······.”
“그와 접점이 있는 요원을 투입했다가 이 내용이 흘러 들어가기라도 하면 시작도 전에 작전을 접어야 하니까요.”
NSA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하지만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 찾는다고 해도 실력 보장이 안 되고요.”
“그래서 이번 작전의 헤드를 블랙워치로 하자는 뜻이었습니다. CIA에도 강 대표와 관련이 없는 요원을 찾기 힘들더군요.”
결국, NSA 국장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CIA 국장이 마지막 결론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건 제 독단적인 결정입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에 NSA 국장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