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91)
탑 코더-291화(291/303)
291화 가보지 못한 곳
청담 시내소프트 본사.
중앙 상황실에 도착한 승호에게 상황실 팀장이 다가왔다.
“현재 더 이상의 해킹 시도는 없습니다. 미끼 서버를 탈취함으로써 자신들이 해킹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쪽 다른 피해는요?”
“개인 정보를 비롯해 원 코인, 원 서치, 원 톡등등 전 서비스 이상 없이 서비스 중입니다.”
그 말에 승호가 시선을 들어 상황판을 보았다.
-전체 현황 : 그린.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그린이 아닌 주황색이 나타난다. 즉 팀장의 보고가 사실이라는 뜻이었다. 이처럼 승호는 보고를 받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눈으로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직원들이 고생이 많습니다. 근데 위치 추적은 됐습니까?”
“너무 많은 서버를 경유 해 왔습니다. 온전히 추적하자면 다른 나라 ISP를 해킹해야 하는 상황이라. 중국에서 멈췄습니다.”
승호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할 수 없지. 만약 ISP를 해킹했다가는 더 난처한 상황에 부닥쳐서 질 수도 있으니까.’
CIA나 중국의 협조를 받아 권한을 받은 이후에 해킹하면 몰라도, 회사 내에서 마구잡이로 해킹할 수는 없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상황 업데이트되면 바로 보고 하도록 하세요.”
지시를 내린 승호가 자신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어떻게 해킹했을까. 정말 블랙 워치 보다 뛰어난 놈이 나타난 것인가.’
걱정을 감추지 못한 승호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만약 놈 보다 뛰어난 놈이라면 회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뭐, 미끼 서버 내용을 복사해 갔으면 그놈 컴퓨터는 박살이 나긴 하겠지. 그러면 어느 지역에서 퍼졌는지도 알게 될 테고.’
ONE은 시내소프트의 핵심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미끼 서버를 만드는 수고로움을 자처했다. 또한, 거기에는 승호가 만들어 놓은 히든 패치가 담겨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히든 패치. 그게 작동되면 놈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야 한다.
‘감히 ONE을 탐해.’
선악과를 탐한 이브가 원죄를 짓고 에덴에서 쫓겨났듯이 ONE을 탐한 이들은 지구상에서 쫓겨날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 거니까.
‘어디서 연락이 오는지 알면··· 해킹을 주도한 놈들을 알 수 있겠지.’
승호는 굳은 표정으로 연락을 기다렸다. 히든 패치는 자신밖에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만들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감염 경로도.
작동 원리도.
그 어느 것도 알아내지 못할 테니까.
***
중국 근정전
하오란이 밝은 표정으로 왕팡의 보고를 경청했다.
“현재 미끼 서버에서 나온 자료를 살펴보면 ONE에 사용된 기존 알고리즘이 12개. 학계에 발표되지 않은 알고리즘이 8개입니다. 그리고 기존 알고리즘의 변형 된 형태가 4개. 총 24개의 알고리즘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해당 내용을 즉시 전문가에게 전파해서 인공지능 구축 시작하라고 해.”
“하하, 네. 이미 들어오기 전에 관련 내용 전파했습니다.”
“수고했군. 정말 수고가 많았어.”
왕팡의 표정도 더할 나위 없이 밝았다.
“이제 중국도 인공지능 강국으로 올라서게 될 겁니다. 10년의 격차를 따라잡았으니, 이제 격차를 벌일 일만 남은 거지요.”
하오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블랙 워치. 그놈이 투입되어 해킹했다고?”
“네. 정말 대단한 놈입니다. 삼 일만에 그런 일을 해내다니.”
“우리 쪽으로 스카우트 할 방법은 없나?”
“미국에서도 그에 관한 사항은 일급 기밀로 처리된 모양입니다.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유일하게 강 대표에게 맞설 수 있는 인물이니까요.”
하오란이 입맛을 다셨다.
“그거 아쉽군.”
“네. 다각도 접촉하는 중입니다만 성공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 정도 실력자라면 블랙워치라는 놈이 지금까지 랜섬웨어를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겠군?”
왕팡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자신은 아니라며 부인 하고 있지만, 내부에서 그런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흠······.”
“워낙 음지에서 나라를 가리지 않고 해킹을 해 댄 놈이라 믿을 수가 없긴 합니다.”
“뭐, 어쨌든 이번 일을 잘 끝냈으니 됐어.”
“하하, 네.”
둘이 그렇게 축배를 들고 있을 때 왕팡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왕팡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그래? 분석을 진행하던 컴퓨터가 망가졌다고? 갑자기 왜?”
“겨우 그것 가지고 분석을 멈추다니.”
“다른 컴퓨터로 교체했더니 괜찮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설명을 해봐.”
“블랙워치의 소행인 것 같다? 미국이 역으로······ .”
대화를 나누던 왕팡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하오란은 등 뒤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왜, 무슨 일이야.”
“미끼 서버에서 나온 자료를 분석하던 컴퓨터가 정지됐다고 합니다.”
하오란의 머릿속으로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 불길함을 담아 버럭 소리쳤다.
“바이러스 감염 아냐?”
“아, 아직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분석을 진행 중인 다른 컴퓨터는 괜찮다고 합니다.”
그 말에 하오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철저히 감시해. 철저히. 만약 이번에도 잘못되면 정말 끝장이야. 알았어?”
왕팡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랜섬웨어 하나 때문에 중국 성장률 절반이 깎여 나갔다. 만약 한 번 만 더 같은 일이 발생하면 0%대 성장이 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생각하면 마이너스 성장이 되는 것이다. 눈치를 살피던 왕팡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만······.”
“다만 뭐. 말해봐. 한 점 의혹도 있어선 안 되니까.”
“먹통이 된 컴퓨터를 분석해보니 블랙워치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합니다. 바이러스를 유포한 것은 아니고, 침투 중 실패해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이런 짓을 벌였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블랙워치가?”
“네.”
“그러면 당장 조사하지 않고 뭐해.”
“자칫 미국과의 관계가······.”
“모르게 할 수는?”
왕팡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오란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도대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어쩌다 중국의 과학 기술이 여기까지 왔을까. 고민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먼저 조사할 수 있는 인력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알았네. 그리고 관련해서 업데이트되는 사항 있으면 바로바로 보고해. 중국의 명운이 달린 일이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왕팡이 일 처리를 위해 물러섰다. 굳은 표정의 하오란이 서랍에서 시가를 하나 꺼내 물었다. 하얀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그제야 답답하던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
미 메릴랜드 포트 미드 NSA 본사.
NSA 전산 요원 중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제임스가 굳은 표정으로 팀장을 찾았다.
“팀장님.”
팀장이 모른 척 시선을 돌렸다.
“팀장님.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모른 척하던 팀장이 끝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들었냐?”
“안됩니다.”
“뭐가.”
“워싱턴 프로젝트. 실패할 겁니다.”
워싱턴 프로젝트.
블랙 워치를 석방하고, 중국과 협조하여 시내소프트를 해킹하는 프로젝트다. 제임스는 북핵 작전에까지 투입될 정도의 인재이자 기밀 인가자. 결국, 그의 귀에도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이미 성공했어.”
“그러니까요. 그거 실패한 겁니다.”
“뭐?”
“미끼 서버일 가능성이 커요.”
그 말에 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주먹을 쥐었다 편 팀장이 말했다.
“혹시 강 대표에게 말했냐?”
“하하, 이제 절 의심하시는 겁니까? 벌써 10년간 NSA에서 헌신해온 절?”
“아니면.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팀장님은 강 대표와 직접 실무 차원에서 일을 진행하시지 않으셔서 모르십니다.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완벽에 가깝게 일 처리를 하는지.”
팀장이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제임스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NSA에서도 해킹을 대비해 미끼 서버를 운영합니다. 그런데 왜 시내소프트가 그런 서버를 운영할 거라는 생각은 못 하십니까.”
팀장이 마른 침을 삼켰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벌인 일은 전부 헛된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팀장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이미 VIP까지 올라간 보고다. 실패는 없어.”
“네?”
“그리고 자네는 인가증 반납하고, 대기해. 이 사실을 알았으니 혹시 시내소프트에 연락을 취할지도 모르니까.”
제임스가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명령이네.”
그 순간.
센터 내에 비상벨이 울렸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내부 감염 의심. 전 직원 안티바이러스 실행.
-내부 감염 의심. 전 직원 안티바이러스 실행.
팀장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저거 보안이 뚫렸다는 소리 아냐?”
그건 제임스도 마찬가지였다.
“NSA가 뚫리다니··· 지금까지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순간.
둘의 머릿속으로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중국.”
“설마 중국······.”
중국과 협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사이버상에서만 보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 정도로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었다. 만약 중국이 협력 도중 변심했다면.
충분히 이해 가는 상황이었다. 제임스가 다시 물었다.
“인가증 정말 반납합니까?”
이 상황에서 NSA내 최고 실력을 갖춘 제임스를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팀장이 할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
“가서 일 봐. 어서!”
하지만 이내 사이렌 소리가 잦아들었다. 둘이 당황하는 사이 직원 한 명이 팀장실로 들어왔다.
“경보기 오작동 같습니다. 전 시스템 점검 결과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제임스가 물었다.
“한 곳도?”
“네. 다만······.”
이번에는 팀장이 물었다.
“다만 뭐.”
직원이 눈치를 볼뿐 말을 하지 못했다.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미 공유됐어. 말해도 돼.”
그제야 직원이 안심하고 입을 열었다.
“이번 워싱턴 프로젝트에 투입된 PC 한 대가 갑작스럽게 다운됐습니다.”
“뭐?”
“다행히 PC를 교체하자 문제는 사라졌고요. 이번 사이렌은 그 때문에 울렸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제임스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당장. 전 시스템 셧다운 시켜야 합니다.”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중국.”
“중국?”
“중국에서 발발한 랜섬웨어 블랙. 초기 증상 기억나십니까?”
그러자 팀장의 얼굴도 서서히 하얗게 탈색되어 갔다. 제임스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만약 제 예상이 맞는다면······.”
팀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당장 셧다운 시키고, 재점검 시행해!”
직원이 재빨리 팀장실을 빠져나갔다. 제임스도 그 뒤를 따랐다. 제발 자신의 예상이 틀리길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