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92)
탑 코더-292화(292/303)
292화 가보지 못한 곳
한국 청와대.
대통령 홍상훈이 박신우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의 대통령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떤가. 생각은 좀 해 봤나? 만약 결정을 내린다면 전폭적으로 밀어주지.”
“당에서도 이야기가 끝난 겁니까?”
“아직은. 그 전에 자네 주변 조사부터 하게 될 거야. 괜히 본선 무대에 올라갔다가 입 한 번 벙긋하고 내려올 수도 있으니.”
“고민을 해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한 자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도 알겠지만 이미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네. 사회의 중추가 노인들이라는 말이지. 그래서인지 국회에서부터 청와대까지. 너무나 늙었어. 그래서인지 변화에 둔해. 하지만 세계는 어떤가.”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세계 인구 비중에서 허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바로 30대야. 자네와 같은 나잇대라는 말이지. 아주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어. 세계와 보조를 맞춰 걷기 위해서는 자네 같은 사람이 필요하네.”
대통령의 달변에 박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한 나라의 대통령은 달랐다.
“하지만······.”
“물론 경선에서 떨어질 수도, 대선에서도 떨어질 수 있네. 하지만 아닐 수도 있지. 시내소프트를 가진 한국이 아닌 30대 혁신적인 대통령을 가진 한국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야.”
“······.”
“내가 지난 시간을 회고했을 때 가장 아쉬운 게 뭔지 아나?”
“모르겠습니다.”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
“······.”
“청와대는 너무 늙었어. 도전을 무서워하지. 실패는 두렵기까지 하네. 한번 실패했다가는 국민의 비난을 받게 될 테니까. 하지만 시내소프트는 그러지 않았네. 묵묵히 도전하며 실패했고, 결국 성공을 이뤄냈지. 왜 정부는 저렇게 하지 못할까.”
박신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대 효율성만을 생각하는 기업과 정부는 다릅니다. 정부는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다수의 행복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제가 그 막중한 임무를 할 수 있을지······.”
“핀란드에서 34살의 최연소 대통령이 탄생했다지. 그곳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국회에 출근하고, 어떤 권위의식도 보이지 않네.”
“북유럽과 한국의 상황은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도 지향점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
“변화하려면 목표가 있어야지. 자네 목표는 어디에 있나? 이미 미국이나 중국에 비견되는 강대국이 된 한국의 모습이 어떻게 되길 바라나? 사실 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이미 입안한 정책이나 보고서를 통해서 알아봤으니까.”
“그, 그러셨습니까.”
“내 후계자를 뽑는 일인데 아무나 선택할 수는 없지. 난 자네의 생각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네. 그래서 비서실장을 통해 연락을 취한 것이고.”
박신우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홍상훈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떤가. 결심이 섰나?”
그 말에 고심하던 박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는 뜻이었다.
***
중국 공안 특수사이버 전대.
왕팡은 그곳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그만큼 상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문제 없을 거라 하지 않았나!”
그의 호통에 공안국장이 머리를 조아렸다.
“처, 처음에는 그런 줄로 알았는데······.”
“그런데?”
“이게 예기치 않게 갑자기.”
공안국장은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또다시 왕팡의 호통이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바이러스가 갑자기 날아들지, 예고하고 날아드나!”
그리고 콰앙.
소리와 함께 왕팡의 주먹이 책상을 내리쳤다. 공안국장이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왕팡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만약 이 바이러스가 중국 내에 퍼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블랙에 의해서 중국이 셧다운 될뻔한 걸 잊었냐. 이 말이야!”
“기,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조치도 못 하고 손만 빨고 있어? 어? 그게 지금 국장의 대처야!”
왕팡의 불호령이 이어졌다. 하지만 국장도 할 말이 많았다.
‘아니 이게 내가 그런 것도 아니고.’
전부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로 인해 불거진 일이다. 미국과 손을 잡고 해킹하자는 것도, 그에 대한 분석자료를 받아 보자는 것도. 그 지시를 처리하다가 이렇게 됐건만. 왜 책임은 전부 자신이 뒤집어쓴단 말인가. 그렇다고 국장은 입을 벙긋할 수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원인 파악은 됐어? 어디 소행이야?”
“그, 그것도 아직······.”
왕팡이 거칫 콧김을 뿜어내며 씩씩 거렸다.
“젠장, 젠장, 젠장! 으아악!”
흡사 미친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국장은 그의 이런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게 퍼지면 중국은 정말 끝장이다.’
조기에 해결하지 못하면 올 성장률은 0%대로 수렴한다. 어쩌면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지도 모른다. 그 여파로 지도부 전체가 물갈이될지도 모른다. 그 전에 민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모르는 일투성이가 되는 것이다. 국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초기에 강 대표에게 연락을 취하면 해결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요.”
현 상황을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타개책이 있었다.
“그걸 누가 모르나?”
“······.”
“젠장······.”
왕팡도 강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또 해킹하다가 바이러스에 걸렸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내소프트가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기존의 계획대로 꼬리 자르기를 한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러나 왠지 시내소프트라면 중국이 가담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게 문제였다. 왕팡이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기댔다.
“하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그때 공안국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뭐? 미국도?”
“사실이야?”
“알았어. 상황 모니터링 계속 진행하고.”
다시 연락을 끊은 국장이 말했다.
“방금 온 연락인데 미국도 비슷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뭐?”
“3개 채널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NSA를 비롯한 CIA까지 정보기관들이 패닉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그럼 미국 측 소행은 아니다··· 이 말인가.”
국장은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 입을 놀렸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팡은 그런 국장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이제 대답하기도 싫다?”
“죄, 죄송합니다.”
국장은 또 한 번 고개를 조아렸다.
***
미국 랭글리 CIA본부.
그 지하 벙커에 마련된 상황실이 패닉 상태에 휩싸였다. CIA 국장이 요원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무슨 말이야. 감염이라니!”
“저희 판단으로는 아마 중국에서 작업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작업한 걸 못 막았다고?”
“···죄송합니다. 이번에 협업을 한다고 일정 부분 경계를 풀었더니.”
“하아··· 그래서 현 상황은?”
“요원들이 관련 백신을 제작하는 중입니다. 포트나 인더스 같은 업체에도 협조 공문을 보내 놓았습니다.”
“그래서 잡았다는 거야 못 잡았다는 거야.”
“아직······.”
그 말에 CIA 국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은 분석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인가?”
“네. 감염되면 내부 정보가 망가지고 시간이 흐르면 PC 자체가 먹통이 되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돈을 요구하지는 않고?”
“네. 그런 징후는 없었습니다.”
“오로지 파괴만을 목적으로 하는 거군.”
“맞습니다.”
그때.
직원의 핸드폰이 드르륵거리며 진동했다.
“네.”
“지금 보고 중입니다.”
“감염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요?”
“뉴욕이 뚫리는 것도 시간문제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던 직원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뚝 전화를 끊었다. CIA 국장이 급히 물었다.
“뭐라는 거야. 지금 뉴욕이 뚫렸다니.”
“연방수사국에 바이러스 관련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CIA에서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저희가 파악 중인 놈입니다.”
“속도는?”
“그게······.”
“빨리!”
“너무 빨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합니다. 관련 문의가 폭주하는 상황이라고.”
CIA 국장이 으득 이를 갈았다.
“그럼 뭐하나 어서 나가서 백신 개발하지 않고.”
그 말에 직원이 뛰어나갔다. 그 모습을 본 CIA 국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현 상황을 가장 빠르게 타결하는 방법은 강승호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중국과 협조해 시내소프트를 해킹했다. 그런데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시내소프트가 모른다면.
CIA 국장은 고개를 흔들어 그런 생각을 털어냈다. 시내소프트라면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CIA 국장이 해당 사항을 보고를 위해 보안회선 전화기에 손을 얹었다.
순간.
띠리리리.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울렸다. 국장이 급히 전화를 받았다.
-자료 분석 결과 나왔습니다.
어두웠던 국장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어떻습니까?”
-미끼 서버에 당한 것 같습니다.
“네?”
밝아졌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미끼 서버 그게 의미하는 바는 지금까지 노력이 헛되다는 뜻이었기에.
-자료를 조합해 보니 실제 사용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양자컴퓨터가 나와야 해당 이론이 접목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전화기를 잡은 손에서 힘이 훅 빠졌다. CIA 국장은 애써 심호흡을 하며 기운을 차렸다.
“결국, 소용없다는 뜻이군요.”
-네. 괜한 시간을 허비한 꼴입니다. 지금쯤 중국도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겁니다.
“···그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상대는 NSA 국장이다. 그걸 모를 리 없었다.
-들었습니다. 저희 요원도 현재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군요.”
-네. 이러다 만약 미 전 지역으로 퍼지게 되면 끝장입니다.
“······.”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이미 중국의 경우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성장률은 거의 절반이 깎여 나갔다. 만약 미국이 그런 일을 당하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리라.
-최대한 조사를 해보겠지만 그사이 더 빠르게 확산한다면.
CIA 국장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사이 NSA 국장이 말을 이었다.
-강 대표에게 연락해 보아야 하는 건 아닌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자신은 옷을 벗어야 하리라. 누군가는 현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테니까.
-일단은 NSA에서도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CIA에서도 관련 정보 빠른 공유 부탁드립니다.
그때.
드르륵거리며 CIA 국장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확인해보니 긴급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뉴욕거래소 바이러스 감염으로 일시 멈춤.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CIA 국장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