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93)
탑 코더-293화(293/303)
293화 가보지 못한 곳
-[속보] 미-중 바이러스 감염. 지난 악몽 재현되나.
-[속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바이러스 감염으로 거래 일시 정지.
-[속보] 중국 상하이 거래소 바이러스 감염으로 거래 일시 정지.
-[속보] 미-중의 침몰. 세계 경제 최악으로 치닫나.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희망찬 뉴스가 흘러나왔다.
-코스피 지수 3700 신고가 갱신
-시내소프트 시가 총액 4000조 목전. 랜섬웨어는 호재?
-강 대표에게 쏠린 전 세계의 시선. 미-중 문제 해결 구원투수로 등판하나.
뉴스를 하나하나 클릭하던 승호가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내가 왜.”
지금까지 알아낸 바에 의하면 미-중이 힘을 합쳐 시내소프트를 해킹했다. 그런데 왜 자신이 저들을 도와준단 말인가. 벌써 몇 번의 기회를 주었지만, 저들은 자신을 배신했다. 이번에는 폐허가 된다 해도 움직이지 않으리라.
그때 문이 열리고 비서가 들어왔다.
“대표님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바쁘다고 하세요.”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던 비서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비서가 들어왔다.
“저기 이번에는 중국에서.”
“바쁘다고 하세요.”
비서가 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중간에 끼인 비서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권력자들이 연락하는데 안 받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비서가 전화기를 붙들고 들어왔다.
“대표님 이번에는 정말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미 대통령님께서 직접 연락하셨습니다.”
승호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기를 건넨 비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화 받았습니다.”
-에드워드입니다.
“네.”
-소식 들으셨습니까?
승호의 말투는 딱딱하기만 했다. 세상 어떤 사람이 미 대통령 앞에서 이렇게 고자세를 취할 수 있을까. 아마 승호 말고는 없을 것이다.
“네. 들었습니다.”
-혹시 해결 가능할까요?
“제가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서로 신뢰 관계에 있으니 어려울 때 돕는 것이 당연한
승호가 그 말을 끊고 들어갔다.
“대통령님.”
그 말투에서 에드워드는 직감했다.
‘걸렸다.’
하지만 차마 말로 하진 못했다.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얼마 전 시내소프트에 해킹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걸 추적해가다 보니 몇몇 용의자를 특정 지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아닙니다.
승호는 자신이 할 말만 이어나갔다.
“중국이 관련 있다는 물증을 확보했습니다. 곧 다른 쪽도 확보될 것 같습니다.”
승호의 해킹 실력은 세계 최고다. 그 사실을 미 대통령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에드워드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사라졌다. 여지를 남긴 것이다.
-미국은··· 아닙니다. 다만, 저희도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제가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승호가 몰아붙이자 에드워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일단은 확인해 보죠.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자 비서가 다른 전화기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중국 주석님이십니다.”
승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가 전화기를 건넸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중국이 큰 어려움에 부닥쳤습니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혹시 해결 방안이 있을까요.
승호는 미 대통령에게 했던 말을 반복했다. 해킹을 당했다. 중국에 대한 물증은 확보했다. 미국이 관여한 것도 알고 있다. 그 사실을 술술 풀어내자, 상대방의 반응도 비슷했다.
-중국은 절대 그런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 번 자체 조사를 하겠습니다.
“그게 끝날 때까지 연락은 받지 않겠습니다.”
승호의 거절 통보에 전화가 끊겼다. 그 뒤로 한동안은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근심 어린 비서의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정말이래도 되는 걸까.’
미-중이라는 강대국을 상대로 이렇게 뻣뻣하게 고개를 세워도 될지 그게 걱정이었다.
***
선진전자 시가 총액 1200조.
주가가 오르고 있는건 시내소프트 만이 아니었다. 시내소프트의 동반자라 불리는 선진전자 주가도 폭등하는 중이었다. 고동만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드디어 망고사 시가 총액을 넘어섰습니다.”
“지금 미, 중이 바이러스에 신음하고 있는 이때 오히려 주가가 오르다니. 또 시내소프트 효과입니까?”
“네. 이번 바이러스가 온갖 디바이스를 가리지 않고 감염시키고 있지만 유일하게 제로, ONE 폰에 대해서만은 감염사례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엔진 S에서도 감염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는 말입니까?”
“네. 몇몇 사례가 올라와 SA 팀에서 분석을 진행 중입니다.”
“해결은 안 되겠죠?”
고동만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본사 연구인력으로는 분석할 수 없다고 합니다.”
“흠······.”
“미, 중 도 시내소프트에 SOS 요청을 한 모양이지만.”
“강 대표가 거절했군요.”
“네.”
“그 말은······.”
“맞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시내소프트 해킹 사건의 배후에 미국과 중국이 있다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김희건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자칫 잘못하다가는 두 나라가 정말 폐허가 될 수도 있겠군요. 지난번 중국을 절망에 빠트린 블랙 사태를 보면 강 대표 말고는 누구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데······.”
“포트와 포토북, 인더스, 망고사 등등 미국 실리콘밸리 전 기업이 협력하여 문제 해결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곧 해결될 것이라 낙관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는 해결하지 못했답니까.”
“미국 일이 아니니까요.”
“흠······.”
“회장님은 해결 못 할 거라 보시는 겁니까?”
김희건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절대로.”
“그럼 강 대표가 나서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겠군요.”
“만약 강 대표가 나서지 않는다면요.”
“그러면······.”
고동만이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아마 미-중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블랙 사건 당시를 대입해보면 성장률은 0%를 기록할 것이고, 일반 시민들은 원시시대를 경험할 수도 있었다. 바이러스의 무서움은 그만큼 컸다.
“물론 인도적 차원에서 강 대표가 나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벌써 두 차례나 해킹 시도를 했습니다. 강 대표가 용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은 살리고, 중국은 죽인다.”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생각에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관련 대비를 해야겠군요.”
김희건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서두르세요. 언제 중국이 망할지 모르니.”
고개를 끄덕인 고동만이 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김희건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또 한 번 폭풍이 몰아치겠어.”
이 폭풍에서 살아남는다면.
아마 전 세계에 우뚝 서게 될 것이리라.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한국 청와대.
미-중 정상의 요청으로 긴급히 안보실 주관으로 국무회의가 열렸다. 승호와 가장 접점이 큰 박신우도 당연히 참석했다. 국가안보실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중국, 미국에서 강 대표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습니다. 최대한 설득을 부탁한다고 하더군요.”
“강 대표 측 반응은요?”
“연락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흠······.”
“확인된 정보에 의하면 또다시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게 강 대표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렸고요.”
그러자 홍상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잠깐. 예전에도 그렇고 해킹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랜섬웨어가 퍼지는 것 같은데. 기분 탓입니까?”
홍상훈의 말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안보실장이 급히 입을 열었다.
“그런 생각을 많은 나라에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 대표가 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더구나 이번 사태에는 해킹으로 악명이 높은 블랙 워치도 관여되어 있다 하더군요.”
“얼마 전 인터폴에 의해 검거되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작전을 위해 임시 석방을 진행했다고 하더군요.”
홍상훈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미친······.”
뭔가 정도를 넘은 느낌이었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홍상훈이 말했다.
“그런데도 우리가 도와줘야 합니까? 이런 식이면 그냥 두 나라가 어떻게 되든 가만히 놔둬도 될 것 같은데.”
“그게 지금 강 대표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두 나라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 들입니다. 이 나라들의 경제가 망하면 한국에도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홍상훈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생각은 약간 달랐다.
“하지만 현 한국은 매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가는 중입니다. 미, 중이 없어도 신흥 시장을 상대로 팔면 되지 않습니까. 경제수석.”
그러자 경제수석이 급히 마이크를 잡았다.
“네.”
“어떻습니까? 가능한 일입니까?”
“최근 시내소프트의 대규모 투자로 동남아를 비롯해 아프리카의 소비력이 강화되었습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자 홍상훈이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보며 물었다.
“그리고 만약 다음 대에서 북한과 통일이 된다면. 한국이 미-중을 넘어 세계 패권국이 될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대, 대통령님······.”
“토, 통일이라니 그건 아직.”
“패권국이라······.”
홍상훈의 말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홍상훈의 의지는 굳건했다.
“시내소프트는 이미 각 나라의 눈치를 보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부도 거기에 발맞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
“······.”
회의실에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쉬이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미-중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들 위에 올라가기 위한 플랜을 시작한다?
아마 그들이 알게 되면 기함을 할 것이다.
“이제 세계가 우리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내소프트로 인해서요. 그 기회를 적절히 이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 대통령님.”
홍상훈이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다음 대에는 결코 다른 나라 눈치를 보는 한국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계획을 한 번 짜보세요. 이번 사태로 미-중이 타격을 받을 것은 확실한 일. 그 기회를 이용해 한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계획이요.”
다들 숨죽인 채 홍상훈을 보았다. 그들도 모두 한국인이다. 가슴 속에 들끓는 무언가가 자극된 것이다.
“미-중은 약해지고, 우리는 북한과 통일을 통해 영토와 인구를 넓히고, 시내소프트와 보조를 맞춘다면 결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코드네임은 제가 정하겠습니다. ‘단군’.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오세요. 저 역시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럼 미-중의 요청은······.”
“내부 검토하겠다는 정도로 마무리합시다.”
홍상훈의 그 말로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회의는 끝났지만, 국무위원들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층 더 어두워져 있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가 있었다.
‘코드 네임 단군이라······.’
그의 이름은 박신우.
홍상훈의 계획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