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94)
탑 코더-294화(294/303)
294화 가보지 못한 곳
-안녕하십니까. CNN 나탈리입니다. 지금 저는 중국 베이징에 나와 있습니다. 현재 베이징까지 랜섬웨어가 퍼지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중국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이번 랜섬웨어는 지난 중국을 강타한 ‘블랙’ 보다 전염성은 낮지만, 파괴력은 한층 강하다는 것이 이곳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실례로 지난번 랜섬웨어의 경우 하드를 교체하면 다시 PC를 사용할 수 있는 일도 있었으나 현재는 감염된 PC를 폐기 처분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스를 보던 애드워드가 TV를 껐다. 그리고 비서실장을 보며 물었다.
“미국 상황은 어떤가.”
“분석은 진행 중입니다. 감염 상황은 지금까지 파악된 기기만 2310대입니다.”
“흠······.”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 대표 반응은 어떻습니까?”
“연락하지 말라고 하더군. 신뢰를 잃었다며.”
“······.”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현재 미 정보기관들과 연합하여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조금 올라갔다.
“블랙 워치도 해결할 수 없다고 하던가?”
“네. 그도··· 이걸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형량을 완전히 감면해주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더 올라갔다.
“말해보게.”
“CIA 국장이 사의를 표명해 왔습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면서.”
또다시 목소리가 올라갔다. 에드워드는 분을 참기가 힘들었다.
“사표 내면 끝이라 이거야? 이게 지금 사태를 책임진 건가?”
“강 대표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협의를 해보면.”
탕.
에드워드가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연락하지 말라고 하는데 무슨 수로?”
“···죄송합니다.”
“휴우······.”
긴 한숨을 내쉰 에드워드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미안하네. 내가 잠시 흥분했어.”
비서실장이 고개를 조아렸다.
“아닙니다.”
“그래서 중국은 어쩌고 있나?”
“미국과 상황이 비슷합니다.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감염 기기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면 우리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던데.”
“네. 그쪽은 보안에 대한 의식이 더 희박하니까요. 그리고 황금 방패를 믿고 있어서 그런지 내부 보안이 형편없습니다.”
“그래서 더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비서실장이 빠르게 답했다.
“네. 앞으로 두 달 안으로 중국의 전 시스템이 마비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은 최소 5개월을 예상합니다.”
“그 전에 전체 서버를 바꾸면 어떻게 되나.”
비서실장이 마른 침을 삼키며 답했다.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패치가 나오지 않으면 또다시 감염될 겁니다.”
“하아······.”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 봤지만, 쉬이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찾을 수 있지만 외면했다.
“다행히 중국보다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강 대표를 설득할 수 있다면 미국은 피해 갈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가 턱을 문지르며 물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해. 왜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걸까. 왜 강 대표만이 해결할 수 있는 거지?”
“그와 관련해서 NSA, CIA, FBI까지 나서서 추적해 봤지만, 강 대표와의 접점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블랙워치와 중국 측에서 손을 쓴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중국이 자폭이라도 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내부에서도 설왕설래하고 있습니다. 연구 개발하던 바이러스가 빠져나간 건 아닌지 의심도 하고요.”
“흠···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하겠군.”
“어쨌든 현재는 강 대표만이 답입니다.”
“그럼 다시 연락해봐. CIA가 독단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말하면서.”
“네. 핫라인이 끊어졌으니, 다른 창구를 한 번 마련해 보겠습니다.”
“알았네.”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이트 하우스에 침묵이 찾아들었다.
D-Day 150일.
그 이후에는 미국의 시스템도 정지될지 모른다. 그 두려움이 사람들의 입을 침묵게 한 것이다.
***
드르륵.
드르륵.
탁자 위에 올라가 있는 승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곤히 자고 있던 신지은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
“오빠 전화.”
“으, 응.”
승호가 손을 더듬어 전화기를 잡았다. 확인해 보니 라이언. 포트의 회장이었다.
“네. 회장님.”
-강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네. 그런데 어찌한 일로.”
-아직 자고 있었나 보군요.
“하하, 네. 한국은 지금 아침 8시니까요.”
승호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가,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일하고 있던 직원이 커피를 한잔 내려 주었다.
-미국이 무척 곤란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승호는 단박에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들었다.
“대통령님께서 거기에도 연락하셨나 보군요.”
-이건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사활이 걸려 있으니까요.
후루룩.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승호가 말했다.
“포트는 관여하지 않았다 자신하십니까?”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그렇게까지 해서 1위에 올라설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미 정부는 다른 생각인 것 같더군요.”
-······.
한동안 전화기 너머로 아무런 말이 돌아오지 않았다. 승호는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며 말했다.
“저도 보고는 받았습니다. CIA 국장 독단적으로 행한 일이다. 사의를 표명했고 곧 수리될 것이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안국장이 독단적으로 행한 일이다. 곧 사표가 수리될 것이다.”
침묵은 이어졌고, 승호는 말을 이었다.
“그걸 제가 믿을 거로 생각하진 않았을 테고, 단지 걸렸을 경우 명분으로 내세울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거라 예상치 못했던 거겠죠.”
침묵하고 있던 라이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것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하필이면 묘한 시점에 랜섬웨어가 감염되었다.
“절 의심하시는 겁니까?”
-다양한 의견 중 하나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면 더 나눌 대화는 없군요. 증거를 찾아서 가져오시면 될 테니.”
-대표님.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중국과 미국은 시내소프트를 해킹하려 했습니다. 그에 대한 물증도 다수 확보해 놓은 상태고요. 그런 상황에서 랜섬웨어를 제가 만들어 퍼트렸다?”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승호는 또 한 모금 커피를 마셨다. 오늘따라 커피가 달게 느껴졌다.
“그러면 증거를 가져오세요. 어디 한 번 갈 데까지 가봅시다.”
라이언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괜한 소리를 한 것 같은 후회가 막심했다. 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돌릴 수는 없었다.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만약 제가 포트가 해킹에 도움을 준 것 아니냐 의심한다면. 회장님은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습니까?”
그 말에 라이언은 더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대로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
중국 근정전.
하오란의 집무실에 왕팡을 비롯한 공안부, 국가안전부 등등 주요 기관의 기관장들이 모여 있었다. 하오란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현재 상황은?”
공안국장이 급히 입을 열었다.
“현재까지 감염 디바이스 3210대입니다. 전 일 대비 천여 대가량 늘었습니다.”
“그러면 확산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 아닌가.”
공안국장의 목소리가 모기처럼 변해갔다.
“···네. 30% 정도 늘었습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정말 한 달 후면 정부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군. 아닌가?”
“······.”
“······.”
공안국장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전부 입을 닫았다. 국가안전부 국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안전부 요원들이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주 정도 후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오란이 찌릿 국가안전부 국장을 노려보았다.
“그 말은 ‘블랙’ 사건 때도 했던 것 같은데?”
그 말에 국장이 다시 입을 닫았다. 하오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왕팡을 보았다.
“강 대표한테서 연락은?”
“아직 없습니다.”
그는 공안국장이 자리에 앉아 있음에도 거침이 없었다.
“공안국장 단독 소행이라는 사실도 알려주었나?”
“네. 그 말을 하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저희도 자회사에서 중국 상대로 해킹을 한 후 시내소프트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변명해도 되겠습니까?”
으득.
하오란이 이를 갈았다.
“이 개자식이 진짜. 성질 같아서는 확 미사일을 쏴서 날려버리고 싶군.”
눈치를 살피던 왕팡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너무······.”
하오란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그게 문제야?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왕팡은 최대한 담담히 답했다.
“어차피 전쟁 수행 자체를 못 할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 강 대표가 중국을 상대로 해킹을 진행하면··· 자국의 미사일들이 자국을 향해 발사될지도 모르니까요.”
“······.”
“정보기관들 사이에 한 가지 소문이 있습니다. 북 핵 관련해서 강 대표가 깊숙이 관여했다고. 그 말은 폐쇄적인 북한 인트라넷 망을 뚫고 그쪽 미사일에 접근했다는 말입니다.”
“하아··· 그럼 어쩌자는 말인가. 이대로 기다렸다가 망하자? 강승호 그 자식이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며? 더구나 한국 정부에서도 미온적인 태도라고 하던데.”
“그래서 방법을 한 가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더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 한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100% 초고 관세를 때리는 겁니다.”
그러자 국무위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네?”
“100%면······.”
“부주석님 그건 너무 극단적인 선택입니다.”
“중국 내 수입 물가가 폭등할 겁니다.”
왕팡이 그런 국무위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한국을 움직일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
하오란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흠······.”
“말씀하신 것처럼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 쪽에 불리하게 진행될 겁니다. 그 전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사용해 보는 겁니다. 초고 관세를 비롯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한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가하는 겁니다. 당연히 미국 마이크론이 수혜를 볼 테니 한국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을 겁니다.”
“치킨 게임을 시작하자는 거군.”
“네. 이제는 총, 칼이 아닌 경제로 전쟁을 하는 시기니까요.”
입맛을 다시던 하오란이 말했다.
“거기에 중국 내에 있는 모든 한국 공장들에 대해 일제 점검을 시행하지. 어차피 서버들이 감염되면 그 공장들도 멈추게 될 테니 그 전에 방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왕팡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거기에 다른 원재료의 한국 수출을 제한해도 되겠습니까? 가전기기에 들어가는 각종 금형에서부터 수동소자까지. 엄청난 양의 원재료가 매일 수출 되고 있으니까요.”
“좋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어차피 망할 거 갈 데까지 가보자고.”
“알겠습니다.”
이내 왕팡이 앉아 있는 국무위원들을 보며 말했다.
“뭐하나. 들었으면 당장 나가서 시행하지 않고.”
그리고 잠시 뒤.
언론을 통해 중국 정부의 조치들이 속보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