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95)
탑 코더-295화(295/303)
295화 가보지 못한 곳
-[속보] 중국 희토류 수출 제한.
-[속보] 중국 내 한국 생산 공장 올 스톱. 랜섬웨어 점검 중.
-[속보] 수입 물품에 대한 100% 초 고관세. 강승호 대표에게 쏠린 눈.
-[속보] 한국 중소 기업. 파산 일보 직전. 반도체 공급 서플라인 붕괴하나.
뉴스를 확인한 김희건이 탕! 소리가 나도록 탁자를 두드렸다.
“그 자식들 진짜 미쳤답니까?”
고동만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 단단히 작정한 모양입니다. 최근 몇몇 공장을 베트남 쪽으로 이전해 두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 들뻔했습니다.”
“우리 쪽 타격은요?”
“일단 ONE폰, 엔진 S, 반도체 공급 등등에 타격이 클 것 같습니다. 생산도 생산이지만 중국은 선진 전자에서도 매출 비중 20%를 차지하고 있는 큰 시장이라.”
“하아··· 한국만 콕 집어 핀셋 규제하는 걸 보니 제가 생각한 그거군요.”
“네. 다행히 회장님 말씀대로 관련 대비를 해 두었습니다. 수출 물량이 줄어 들것에 대해 재무 계획을 마련해 두었고, 관련 공장 정지와 관련해서 국내를 비롯한 베트남 등지의 공장 케파를 늘려 두었습니다.”
김희건의 미간이 잔뜩 좁혀졌다.
“정부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중국이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하더군요. 그런데도 전혀 아쉬운 기색이 없었습니다.”
“그래요?”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그 점이 영 이상해서 좀 알아보니 정가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소문이라.”
“이른바 단군 프로젝트.”
“네? 그게 무슨.”
고동만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었다.
“한국이 미, 중을 넘어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플랜이었습니다.”
김희건이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멍하니 고동만을 바라보았다.
“세계 최강대국이요?”
“현재 북한 투자가 활발히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시내 소프트에서는 사유 재산까지 승인을 받았고요.”
“통일을 생각하는 거군요.”
“그게 첫 단추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랜섬웨어의 파괴력이 지난번 ‘블랙’ 그 이상이라면 중국은 정말 끝장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도 같은 상황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거긴 실리콘 밸리의 하이테크 기업들이 있으니까요. 결국에는 해결될 거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패치가 나올 때 까지 버티지 못하고.”
“중국의 기술력도 엄청난 거로 알고 있는데.”
고동만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하지만 기존 보안 시스템이 상당히 취약합니다. 외부는 황금방패로 막지만. 내부에서 터지면.”
“흠··· 그렇군요. 그럼 그 프로젝트 중심에도 시내소프트가 있는 겁니까?”
“네. 시내소프트의 없이는 진행되지 않을 겁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앞으로 가야 할 길에도 강 대표가 필수 조건이니까요.”
“정말 일이 어떻게 될는지······.”
김희건은 예상도 되지 않았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현 사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건 강승호 한 사람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의중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
청담 시내소프트 본사.
승호는 비서에게 업무 보고를 받고 있었다.
“일단 황호근 부사장님께서는 제로를 맡고 싶다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자율주행 자동차에 관해 공부를 많이 하셨다고.”
“네. 그렇게 처리하세요.”
“그리고 최기훈 전무님은 먼저 경영대학원에 다녀온 이후에 인터넷 서비스 부문을 맡고 싶다 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고동수 팀장은 스마트 시티 분야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그 분야를 맡아 왔기에 자신이 있다고.”
승호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자회사 사장단 인사가 하나씩 결정되고, 비서가 물었다.
“중국에서 초 강력 규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물론 시내소프트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요.”
“뉴스 봤습니다. 관세를 100%를 올리겠다고 하더군요.”
“네. 아마··· 끝까지 갈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야 이득이죠. 지난번 블랙으로 폐허가 된 이후 중국 내 인터넷 서비스 시장 점유율이 80%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도······.”
“아마 99%가 될 겁니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파산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꼭 한 번 전화를 달리하시더군요.”
“알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비서가 나가고 승호가 전화기를 들었다. 몇 번 신호음이 가지도 않았는데 바로 홍상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렸습니다.
“네. 좀 늦었습니다. 다른 일을 처리하다 보니.”
-하하, 그러실 겁니다. 지금 미, 중에서 엄청나게 연락이 올 테니.
“네.”
-청와대도 여간 곤란한 게 아닙니다. 저희 쪽으로 압박이 상당하니까요.
“괜한 민폐를 끼치게 됐군요.”
-하하, 아닙니다. 기분 좋은 스트레스라고 해야 할까요. 언제 우리가 이런 압박을 받아보겠습니까. 항상 치이던 입장에서 뭐랄까요. 후련하다고 해야 할까요.
말이 길어지는 느낌이었다. 승호의 목소리가 살짝 딱딱하게 변했다.
“그런데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아, 제가 말이 길어졌군요.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정경유착을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예상치 못한 단어에 승호는 당황했다.
“네?”
-그래서 다음 대 대통령에게는 좀 더 강한 대한민국을 물려 주려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미, 중에서 발생한 랜섬웨어에 대해 절대 패치를 제공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입니다.
“······.”
-그 나라가 침체한 사이 대한민국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겁니다. 정부 차원에서 인공지능과 스마트시티에 대한 지원을 한층 더 강화할 테고요.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한국이 또 한 번 도약할 기회입니다. 전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고요. 물론 대표님께서 현명하게 결정을 내릴 거로 생각합니다.
“네.”
홍상훈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이건 정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절대 패치를 제공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 안에 담긴 진심을 알기에 승호도 진심을 담아 답했다.
“알겠습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물론 승호도 패치를 제공할 생각은 없었다. 이번만큼은 끝까지 가볼 생각이었다.
“누가 먼저 죽을지 한번 가보자.”
***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는 악화하였다. 그걸 가장 직접 느끼는 것이 바이두 회장 밍쥔이었다.
“또 서버 다운이라고?”
“네.”
“그것도 랜섬웨어 때문에?”
“죄송합니다.”
“저번 블랙 사건으로 보안 강화하라 지시하지 않았나?”
그 말에 부하직원이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밍쥔의 화를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내소프트가 중국에 들어와 판을 치는 마당에 이번 랜섬웨어로 서비스가 불안정해 지면 어떻게 되겠나? 어디 입이 있으면 말을 한 번 해봐.”
부하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더 쪼아봤자 어떤 대책도 나오지 못할 거라는 걸 알기에 밍쥔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래서 해결 방안은?”
이번에도 부하직원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밍쥔이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도대체가.”
밍쥔이 거칠게 마우스를 움직여 자사 웹 사이트에 접속해 보았다.
-현재 접속이 불가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현재 접속이 불가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렇게 몇 번의 안내 문구가 나온 후에야 정상적으로 접속되었다. 자사 서버가 불안정하다는 뜻이었다. 심호흡하며 흥분을 진정시킨 밍쥔이 물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번 랜섬웨어. 어떻게 될 거 같아.”
“아마··· 해결하지 못할 겁니다.”
“···누구도?”
“네. 강 대표가 나서지 않는 한.”
“그 말은 곧 우리 회사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부하직원은 더는 대답하지 못하고, 또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밍쥔이 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몇 번째 한숨인가. 그렇게 쉬어대도 답답한 가슴이 풀리지 않았다. 문제는 밍쥔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공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블랙과 비슷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겠지.’
블랙 사건 이후.
바이두는 부도 직전의 위기를 겪었다. 만약 당의 지원금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으리라. 그렇게 바이두가 지리멸렬하는 사이 시내소프트가 그 틈을 치고 들어왔다. 마음을 사로잡는 서비스와 속도는 중국인들을 단숨에 끌어들였고, 서비스 1위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검색 시장 점유율 : 85%
-메신저 시장 점유율 : 87%.
이제는 원 톡과 원 서치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도 바이두는 과거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건만. 이제 그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부하직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사태가 해결되지 못하면 선택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밍쥔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부도.
이번만큼은 부도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단어는 점점 현실 되어 가고 있었다.
***
중국 근정전.
하오란의 집무실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왕팡이 심호흡을 하며 조심스럽게 보고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파산 신청한 기업이 50여 개. 한계 직전에 있는 기업이 250개로 파악 중입니다.”
“그 말은 시간이 지나면 250개의 기업이 더 파산한다는 말인가?”
“그건··· 앞으로 이 주 동안 벌어질 일이고, 시간이 지나면 파산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겁니다. 초 고관세의 부작용, 한국 공장의 일제 점검으로 관련 협력사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3.62%에서 5.1%까지 치솟았습니다. 점점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왕팡이 꾹 입을 다물었다. 하오란이 으득 이를 갈았다.
“정부 쪽에도 강하게 접촉을 해보았지만, 자신들도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 말은 끝까지 가보자. 이 말이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분을 참지 못한 하오란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강하게 깨물어서인지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경제 쪽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전부 소진했습니다. 한국 기업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텐데···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입니다.”
“감히 중국을 상대로 버티기를 한다.”
“상황이 어렵게 됐습니다. 벌써 6000대의 디바이스가 감염 보고를 해왔습니다. 패치는 개발 난항을 겪고 있고요.”
“젠장··· 젠장!”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 같아서는 특수부대라도 투입해 강승호를 납치해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면 확 미사일을 쏴 버리던가.
그때.
드르륵거리며 왕팡의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를 확인한 왕팡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바이두 부도 위기.
-감염디바이스 9710대.
-확산속도 가속화.
사태가 더 악화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