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96)
탑 코더-296화(296/303)
296화 가보지 못한 곳
피해는 한국도 만만치 않았다. 중국의 고관세 전략으로 수출 기업의 앞날이 불투명해졌고, 생산 기지가 중국에 있는 기업들 역시 당장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었다. 그 기업들의 민원이 청와대로 쏟아졌다. 경제수석이 자신이 파악한 현황을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
“당장 운영 자금이 부족한 기업이 30개를 넘었습니다. 이대로 이 주만 더 지나면 중소기업 줄도산이 시작될 겁니다.”
“대기업 영향은 없습니까?”
“당장 선진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미국의 마이크론 사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고요.”
“그 밖의 기업은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들리는데··· 시내소프트는 어떻습니까?”
“그쪽은 사실 큰 타격이 없습니다. 제로는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자율주행차라 2배의 가격을 주고서라도 중국의 부호들은 이용하니까요. ONE 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야.”
“고관세 영향을 비켜 가고.”
“맞습니다.”
“시내소프트가 중국에도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경제수석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그 공장이 러시아에도 있고, 베트남, 태국에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관련 제품의 비중이 20%도 되지 않습니다”
“공장을 중지시켜도, 엄청난 타격이 있지는 않겠군요.”
“당장 주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내 랜섬웨어 감염은 가속화되고, 중국의 무역 보복이 심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주가는 전일 대비 5%가 올라갔습니다.”
“블랙 학습 효과군요.”
“맞습니다. 블랙의 피해 이후 오히려 시내소프트의 중국 점유율은 상승했으니까요. 이미 중국 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 바이두가 파산 신청을 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내소프트에는 호재지요.”
“흠······.”
경제수석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대통령님께서는 어떻게 대응을 하실지······.”
비서실장이 단호하게 답했다.
“끝까지 가보자고 하십니다.”
“끝까지요?”
“네. 언제까지 얻어맞을 수는 없다. 기회가 왔으니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경제수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중국과 끝까지 간다. 과연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나름 경제학 박사까지 했음에도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면 기업 은행을 통해 중소기업 긴급 대출을 시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관련 대책 마련해서 발표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시내소프트에서 공주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외자 유치가 한층 더 활발히 되어 종국에는 그 일대를 미국의 실리콘 밸리처럼 키울 수 있다고요.”
비서실장이 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그 외에도 법률 시장에 AI가 진출해 소송을 대리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해 달라는 것과 의료 시장에 AI가 진출해 가벼운 진찰 정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 역시 요청해 왔습니다.”
비서실장이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에 다 가져와서 보고서 올려 주세요. 대통령님께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의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서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경제수석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자료를 취합한 비서실장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프로젝트 단군.
-목표 : 미-중 경제 중심축 이동.
-실행방안
-1. 원 코인을 이용한 단일 화폐 체계 구축.
-2. 남-북 경제 협력 강화 및 육지 물류 통로 확보.
-3. 시내소프트를 통한 세계 AI 시장 독점.
······.
그 밖에도 다양한 실행방안이 기획되었다. 이건 겨우 초안이다. 아마 수 많은 수정을 거쳐 완성될 것이다. 하지만 계획이 완성되고 실행되면,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
주한 중국 대사가 초조한 표정으로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잠시 뒤 승호가 들어오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눈인사한 승호가 바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합시다.”
그 말에 주한 중국 대사의 미간이 좁혀졌다.
“먼저 이렇게 만나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승호가 말을 끊고 들어갔다.
“대사님, 용건만 간단히요.”
당황한 대사가 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지금 중국 측의 조치 때문에 상황이 무척 어려워져서요. 회사 일이 많습니다.”
대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거친 표현은 할 수 없었다.
“아시겠지만 중국이 현재 어려움에 부닥쳤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형제의 나라고, 시내소프트는 또 여러 상황에서 서로 신뢰 관계를 맺어온 기업이니.”
이번에도 승호가 대사의 말을 잘랐다.
“대사님.”
“네.”
“방금 신뢰 관계라 말씀하셨습니까?”
주한 중국 대사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도 전후 사정을 듣고 온 터였다. 하지만 이대로 침묵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 그건 공안국장의 독단적인 일 처리로 인해 발생한 우발적 사고로.”
탁.
승호가 검지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 소리에 주한 중국 대사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마치 고양이 앞에 생쥐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럼 시내소프트 자회사 중 하나인 X-ONE을 통해 중국 정부를 해킹해도 되겠습니까?”
“······.”
“그 뒤 자회사를 미국에 판매하면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지겠군요. 미국은 중국 정보를 꽤 원하고 있으니.”
승호가 말을 이어나갔고, 대사는 입을 닫았다. 갑과 을이 누군지 명백히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대, 대표님. 이런 우발적인 사건으로 인해 서로 간의 관계가 흐트러지는 걸 중국은 바라지 않습니다.”
“저도 그런 호의에서 블랙을 해결해 드린 겁니다. 그런데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걸. 전 중국이 부르면 출동하는 해결사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중국측의 조치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더군요.”
대사가 으득 이를 갈았다. 하지만 승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끝까지 가보자. 저한테 하고 싶은 말 아니었습니까?”
대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원래 주한 중국 대사는 이런 자리가 아니었다. 갑의 위치에서 모욕을 주는 위치지 을의 위치에서 모욕을 당하는 위치가 아니었다.
‘젠장!’
대사는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이대로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갔다가는 당에서 어떤 소리를 들을지 몰랐다.
“한 번만 재고해 주십시오. 지금 중국이 큰 어려움에 부닥쳤습니다. 지금까지 폐기 처분된 기기만 수천 대에 이릅니다. 이대로라면 경제성장률은 제로가 아닌 마이너스를 기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치르겠습니다. 조 단위의 돈을 지급할 의사도 있습니다.”
승호가 픽 코웃음을 터트렸다.
“돈은 충분합니다. 지금 시내소프트의 한 해 매출이 어느 정도 인인지는 아실 텐데요. 더구나 중국 측이 제공해준 독점 서비스 때문에 중국 매출도 상당하고요. 랜섬웨어가 잦아들고 나면 시내소프트의 중국 내 독점은 더 심화할 텐데··· 그러면 랜섬웨어를 해결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시내소프트에 더 득입니다.”
대사의 얼굴은 벌겋다 못해 새빨개졌다.
“···정녕 끝을 보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중국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하하, 그럼 어디 해보세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대사는 깨달았다.
‘끝이다.’
이 사람은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 결국, 대사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생각··· 끝까지 변치 않기를 바랍니다.”
“대사께서도 다시 회사로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너무 바빠서.”
으득.
이를 간 대사가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마자 승호의 비서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중국 내 감염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벌써 만여 대가 넘는 PC, 핸드폰, 서버 장치들이 감염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중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지도 모릅니다.”
“상관없습니다.”
“항만, 항공, 금융 시스템이 전부 망가질 수도 있는데··· 그렇게 중국이 망하면. 세계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승호의 대답은 단호했다.
“상관없어. 어디 갈 데까지 가보자고.”
비서가 우려 섞인 눈빛으로 보았지만 승호는 개의치 않았다. 이번만큼은 절대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가보자.’
네가 망하든 내가 망하든.
아니지 오직 네가 망하겠지.
***
-상하이 증권 거래소 일시 정지.
-베이징 국제공항 시스템 정비 중.
-중 기업 30% 업무 진행 어려움 호소.
-랜섬웨어 ‘엔드’ 중국을 종말로 밀어 넣는다.
각종 외신이 쏟아내는 뉴스였다. 관영 언론은 철저히 통제해 중국 내부 소식이 흘러나가지 않지만, 외신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뉴스를 확인한 하오란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래서 도움을 안 주겠다.”
“네. 주한 중국 대사로부터 최종 연락이 왔습니다.”
“그 자식이 진짜. 미국에서는 연락 없나?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잖아.”
“미국에서도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모양입니다.”
“미국에서도 해결 못 한다.”
“네.”
하오란의 한숨이 깊어졌다.
“하아······.”
“다만 미국은 전파 속도가 느려 백신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만. 저희는 미국의 배에 달하는 속도로 감염되고 있습니다.”
말을 하던 왕팡이 입을 꾹 다물었다. 바이러스에 명명된 이름처럼 정말 중국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이미 0%에 근접했습니다.”
“완전 박살이 났군.”
“······.”
“아직도 해결 방안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나?”
“네. 베이징대, 칭화대를 비롯해 여러 IT 업체들 중국 공안의 최우수 요원들까지 달라붙어 있지만 오리무중입니다.”
고심하던 하오란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결국 답은 강승호라는 말이군.”
“네.”
“자네 생각에는 어떻게 하면 강 대표가 문제 해결에 나설 것 같은가?”
“이미 독점 서비스권 제공에 원 코인 협력. 충분한 보수 지급까지. 저희가 내놓을 수 있는 건 전부 내놓았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공세를 펼친 마당에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기도 애매하게 됐습니다.”
“그럼 이대로 끝까지 가다가 침몰하자는 말인가? 이대로 상황이 지속하면 중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될 수도 있어.”
하오란의 말투에는 힘이 없었다. 이제는 분노할 기운도 사라진 것이다. 왕팡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중국이 망하면 세계도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두지는 않을 겁니다.”
“자신하나?”
왕팡은 그에 대한 답을 할 수 없었다. 고심하던 왕팡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지막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내가 직접 찾아가 보는 것 말인가?”
“···네.”
“만약 거절당하면?”
왕팡은 차마 답하지 못했다. 대중국의 주석이 일개 기업인에게 부탁하러 갔다가 거절당한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모습이었다. 그걸 알기에 하오란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군.”
“네.”
하오란의 집무실이 정적으로 가득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