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98)
탑 코더-298화(298/303)
298화 가보지 못한 곳
-[속보] 중국 모라토리엄 선언. 세계 경제 미궁 속으로
-랜섬웨어 ‘엔드’ 중국을 집어삼킨다.
-여전히 실마리를 보이지 않는 ‘엔드’ 그 끝은 어디인가.
중국의 모라토리엄 선언.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전 세계 성장률이 0%가 될 거라는 뉴스가 속출했고, 금융 시장에 파산자가 속출했다. 왜냐하면, 중국 채권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안전 자산 중 하나. 그게 전부 휴짓조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영향은 미미했다. 뉴욕 증권 거래소를 통해 이성욱이 중국 채권을 대량 매입했기 때문이었다. 거의 종잇조각으로 변해 버린 채권을 이성욱은 끝없이 매입했다. 실탄은 충분했다. 승호의 재산은 거의 삼 천조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재산이 전부 채권 매입에 쏟아 부어졌다. 일을 처리한 이성욱이 승호에게 보고했다.
“1000억 달러 추가 매입했습니다.”
“네.”
이성욱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전 대표님이 중국이 망할 거로 생각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럴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거겠죠.”
“그럼 왜 중국 채권을··· 어차피 망하는 나라인데.”
“언젠가 다시 살아날 겁니다. 제가 뭐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요즘은 경제전쟁이 더 무섭습니다.”
“하하, 중국과 경제전쟁이라니. 제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딱딱해진 이성욱의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대표님은 현재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 두 달 동안 월가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뭔지 아십니까?”
승호가 고개를 흔들자 이성욱이 말을 이었다.
“미스터 강은 지금 뭘 하고 있지? 그가 생각하는 사업이 어떤 것인지 알아와.”
“제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군요.”
“그에 따라 세계 경제가 급변하고 있으니까요. 중국 사태만 봐도 그렇고요.”
“중국 문제는 해결될 겁니다. 제가 아니어도 미국이 역량을 집중하면 언젠가는 개발될 겁니다.”
이성욱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그때 다시 이 채권을 파실 생각이시군요. 문제가 해결되고 나라가 정상화 된 후. 중국이 다시 채권 시장에 진출 할 때.”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난 돈이 될 겁니다. 수천조는 넘어가겠죠.”
이성욱은 이제 승호의 재산이 가늠도 잘 안 되었다. 이미 그의 자산 관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었다. 법인에 고용된 수백 명의 인원이 승호 개인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판교를 떠나 승호가 도착한 곳은 평택 미군기지.
실리콘 밸리 기업들에 의해 랜섬웨어 패치가 개발되기 전 미국과 협상을 했기 때문이었다.
1.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
2. 물증에 대한 인정.
3. 패치에 대한 정당한 대가.
미국은 승호가 내건 조건을 바로 승낙했다. 중국이 어떻게 되는지 봤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승호 기준에서 아직 원 아웃이었기에 이런 조건을 걸 수 있었다. 더욱이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망한다면 중국이 망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파급효과가 미치기 때문에 그대로 둘 수만은 없었다. 미국 부대통령이 비밀리에 기지로 날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약속만 지켜 주시면 됩니다.”
“물론입니다. 패치를 전달받는 즉시 관련 내용을 공표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USB를 건넸다. 그러자 부대통령이 바로 대기하고 있던 비서에게 패치를 전달했고, 빠르게 확인 절차가 들어갔다.
***
한국 청와대.
미국 부대통령이 입국한 건 청와대에서도 극소수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홍상훈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쉽게 됐어. 미국도 끝을 볼 수 있었는데.”
그러자 비서실장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대통령님. 조심하셔야 합니다. 청와대에도 도청 장치가 설치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몇 번이나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야 그렇지만.”
“중국이 망했어. 물론 한국의 수출도 박살이 났지만 이제 중국보다는 다른 나라 수출이 많아진 상황이니 한국 경제는 점점 좋아질 거야. 이때 미국까지 박살이 나면 한국이 초강대국으로 올라갈 기회인데.”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국입니다. 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강 대표도 미국에 패치를 전달 한 거겠지. 물론 모종의 뒷거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실리콘 밸리에 있는 기업 중에서 패치 개발이 곧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들이라고 손을 놓고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홍상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 그렇긴 하겠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군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었는데.”
하지만 비서실장은 여전히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분명 그럴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뭐, 이미 결정 난 일이니까요.”
“떠나 버린 버스를 붙잡겠다고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니.”
“네.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 북은 뭐라 하던가요? 중국 쪽에 있는 생산 공장을 전부 옮기게 되면 북한 경제가 엄청나게 발전하게 될 것 같은데.”
“이미 시내소프트 쪽 사유재산을 인정함으로써 체제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당장은 중국 쪽 모델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중국이 망하면서 생각이 변했군요.”
“네.“
”하지만 10년 내로 통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군요. 조금 당기면 다음 대에서는 정말 통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박 서기관 말입니까?“
홍상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결심하셨군요.“
”괜찮은 친구였습니다. 다음 대를 이끌어갈 능력도 충분한 것 같고. 정치적 기반이 부족하다거나, 정치력 자체가 모자란 것 같지만.“
”지금 그것보다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시내소프트로 인해 한국은 중대한 변곡점에 왔습니다. 초거대 재벌. 그에 의해 사회가 바뀌고 있어요. 시내소프트에서 시행하는 사내 정책으로 인해 다른 기업들이 야근을 지양하고, 회식을 안 하고 있습니다. 이런 단편적인 것들을 제외하고라도 수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비서실장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법, 사법, 행정. 국가를 이루는 이 세 요소가 전부 시내소프트 눈치를 보고 있고요.“
비서실장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이 전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 초고도 성장이 21세기에 다시 재현되었다. 전부 시내소프트 때문이었고, 국민의 시내소프트에 대한 지지는 대기권을 초월한 상태였다. 어느 곳 하나 회사에 안 좋은 소리를 하는 곳은 국민들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잘 하는 기업 건들지 마라.
-시내소프트가 저렇게 열심히 할 때 너희들이 한 게 뭐가 있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내소프트는 가장 들어가고 싶은 기업이자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된 것이다.
”그러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정치력이 무슨 소용일까. 그저 시내소프트의 지지만 있다면 국정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이번에도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 서기관이라면 잘 할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홍상훈이 입을 닫았다. 그때 비서실장의 핸드폰이 드르륵거리며 진동했다.
-뉴스 확인 필요.
-미국, 시내소프트 제시 증거 공식 인정.
비서실장이 급히 입을 열었다.
”시내소프트가 해킹당했다는 증거를 미국이 인정했다고 합니다.
“뭐요?”
비서실장이 집무실에 있던 TV를 켰다. 그러자 미국 대통령의 공식 인터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미합중국 대통령 에드워드 브룩입니다.
-제가 이렇게 여러분들 앞에 서게 된 건 최근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실에 대한 미 정부의 공식 의견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시내소프트가 세계 각국에 보낸 공문은 사실입니다.
-미국은 정보 수집 차원에서 시내소프트를 해킹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 밸리의 한 기업으로부터 사상 최악의 랜섬웨어 ‘엔드’의 패치를 전달받았습니다.
-이에 미국은 중국에 최대한 빨리 해당 패치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TV를 보고 있던 홍상훈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건 비서실장도 마찬가지였다.
“미, 미 대통령이 저런 말을 했던 적이 있습니까?”
함께 있던 비서실장이 말을 더듬거렸다.
“아, 아마 없을 겁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
그 뉴스를 선진전자의 김희건도 보고 있었다.
“결국, 미국도 항복을 선언했군요.”
고동만이 마른 침을 삼키며 답했다.
“중국이 부도가 났습니다. 미국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전부 시내소프트··· 때문일까요?”
고동만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가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미국은 공정 경쟁 질서를 지키도록 한층 더 노력할 것이며 음지에서 행해지는 각종 무질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을 천명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시내소프트에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고 한다. 저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고동만이 겨우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후우······.”
“더구나 시내소프트 덕분에 내년 회사 매출이 YoY(전년 대비) +3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 IT 기기들이 박살이 나서.”
“지난번 블랙 사건 때보다 늘었군요?”
“네. 이번은 모라토리엄에 갈 때까지 강 대표가 나서지 않았으니까요.”
김희건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중국 현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마도 공산당은 붕괴할 것 같습니다. 중국 인민들의 시위 규모가 벌써 오 천만을 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면서 군인, 공안 들에 대한 월급까지 지급 유예되면서 그들까지 시위대에 참가하고 있는 형국이라.”
“오 천만이라 중국은 뭘 해도 엄청나군요.”
“인구 10억의 대국이니까요.”
“결국, 정권은 붕괴하겠습니다.”
“붕괴 후 그동안 핍박받던 재야 정치인인 류스페이가 다음 주석이 될 것 같습니다. 주석을 뽑는 방식도 민주주의 방식으로 바뀔 것 같고요.”
“그야말로 대격변이 일어나는군요.”
“청와대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북한에 생산 공장을 더 지을 수 있냐고. 사유재산을 대폭 인정해 주겠다고 합니다.”
김희건이 픽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이러다 통일까지 되겠습니다.”
하지만 고동만은 진지하게 답했다.
“아마 그럴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시내소프트가 계속 한국에 남아 있는 한.”
-마지막으로 미합중국 3번째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님의 말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Honesty is the first chapter of the book wisdom.(솔직함은 지혜라는 책의 첫 장이다)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에드워드가 장막 뒤로 사라졌다. 김희건은 한동안 TV를 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