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99)
탑 코더-299화(299/303)
299화 가족과 함께
미국의 발표 이후 세계가 들끓었다. 러시아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인도 등등 승호가 증거 자료를 보낸 나라들에서도 시내소프트의 의견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패치를 넘겨받은 중국도 결국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고, 그사이 망가진 경제로 인해 하오란은 엄청난 규모의 시위대를 마주해야 했다.
5천 만에서 순식간에 1억으로 불어난 시위대.
하오란도 계속 버틸 수만은 없었다.
-[속보] 중국 주석. 물러나겠다. 공식 발표.
-[속보] 중국에서 발발한 랜섬웨어 ‘엔드’ 하오란을 물러나게 하다.
-[속보] 하오란 전격 ‘하야’ 결정. 중국 민주주의 꽃이 피다.
세계 각국의 언론사가 해당 사실을 속보로 전달했다. 그 소식을 승호도 듣고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끌었군요.”
“권력을 놓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요.”
승호가 고개를 흔들었다.
“쯧쯧, 시위대만 1억 명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덕분에 시위대와 공안이 부딪치며 엄청난 규모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피를 본 중국인들은 한층 더 시위대에 합류했고, 결국 하오란이 물러나는 것으로 사태가 잠잠해진 것이다.
“이번 시위 사태로 죽은 사람만 수백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중국인들의 분노가 엄청났던 모양입니다.”
“그럴 수밖에요. 멀쩡하던 GDP가 1/3 토막이 나고, 모라토리엄까지 선언했으니까요.”
“하긴 정부 부채가 GDP 대비 120%. 국가 자산을 전부 팔아도 다 갚지 못할 양이니······.”
“그래서 차기 지도자는 누가 될 것 같습니까?”
“차기 주석으로 류스페이가 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중국 최초로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있고요.”
“민주주의가 도입되는 거군요.”
“시장 개방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 합니다.”
“흠······.”
“아마 북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중국 경제 모델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국이 완전히 바뀌게 되니까요. 이와 관련해서 청와대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생산 공장 건설 건 말입니까?”
“네. 그 건에 추가해서 북한에도 인공지능 교육시설 건설 가능성에 대해 문의해 왔습니다. 북도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삼성역에 건설 중인 본사 건설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지하 8층 지상 130층으로 설계 도면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강남구청과 서울시. 정부까지 참여한 인허가 역시 빠르게 통과되었고요. 곧 선진 건설에서 착공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시내소프트는 제 2의 도약을 하게 될 겁니다.”
비서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 들어온 소식인데 대선에 박신우 서기관이 대민당 후보로 나설 것 같습니다.”
“박 서기관님이요?”
박신우 서기관.
승호도 시내소프트 초기부터 발을 맞춰온 정부 쪽 인사였다.
“네. 결심하신 것 같습니다.”
“어려운 길을 가시는군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당선 가능성이 80%가 넘습니다. 전부 대표님 덕분에.”
“하하, 제 덕분이요?”
“대표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까요.”
“하하, 알겠습니다. 더 보고 할 사항은요?”
“현재는 없습니다.”
“그럼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 합시다. 바쁜 일이 있어서.”
그 말을 끝으로 비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옷을 챙겨 입은 승호는 회사를 나섰다. 오늘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나온 승호는 지하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 그곳에는 신지은이 앉아 있었다. 승호가 그녀를 보자마자 물었다.
“정말 두 줄이 나왔어?”
“희미하긴 한데. 분명 두 줄이었어.”
승호가 마른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내가 아버지가 된다니··· 내가.”
“헤헤, 나도 신기해. 엄마가 된다니. 오빠는 아들이 좋아, 딸이 좋아?”
신지은이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난 아들, 딸 둘 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차는 매끄럽게 출발해 서울 시내를 가로질렀다. 차가 도착한 곳은 국내 최대 선진 병원.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바로 VIP실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는 이미 산부인과 권위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승호의 말에 의사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하하,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초음파 검사가 실시 되고 10분 뒤.
의사가 말했다.
“임신 맞습니다.”
승호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소식 더 기쁜 소식이었다. 신지은의 눈동자도 파르를 떨리고 있었다. 승호가 그런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주었다. 그리고 자그맣게 속삭였다.
“사랑해.”
신지은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청와대.
홍상훈이 집무실에서 박신우와 마주 보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근무라고요?”
“네.”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좋은 경험을 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상훈이 앞에 놓여 있던 차를 한 잔 마셨다.
“알고 있겠지만 중국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어요. 하오란은 주석 자리에서 물러나고, 차기 지도자는 투표를 통해 뽑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변화군요.”
홍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북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일당 독재의 멸망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으니 북도 이대로라면 그 끝이 무엇일지 알 테니까요.”
박신우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럼······.”
“시내소프트에만 적용하던 사유재산 인정을 다른 기업들에도 개방할 움직임이 있습니다. 먼저 선진이 그 인정을 받을 테고, 차차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에도 번져 갈 겁니다.”
박신우가 마른침을 삼켰다. 사유재산을 인정한다는 건 공산주의 경제체제에서 아주 큰 변화였다.
“체제 변환을 꾀하고 있군요.”
찻잔을 내려놓은 홍상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어쩌면 통일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
“박 서기관의 역할이 아주 많이 커졌습니다.”
“하하, 이제 겨우 출발 주자에 이름을 올렸을 뿐입니다.”
“아마 큰 문제 없다면 될 겁니다.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서류상으로도 깨끗하더군요. 군대는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고, 학벌은 물론이거니와 지금까지의 업적도 상당하고요.”
“하하··· 네. 뭐 열심히 했습니다.”
“특히나 시내소프트를 발탁했다는 경력. 그게 있으니 이변은 없을 거로 생각합니다.”
박신우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이미 알고 있었다. 시내소프트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은 이제 거의 종교 수준이었다.
이념상 좌. 우.를 넘어 시내소프트는 그저 찬양의 대상이었다.
갓 승호.
빛 승호.
구세주.
인터넷상에서 강승호 대표에게 붙인 별명이었다. 그 별명만 봐도 국민이 시내소프트를 그 회사의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겁니다. 아직 처리되지 않은 원 코인으로의 법정화폐 전환에서부터 중국의 변화. 북한과의 관계. 미국의 몰락. 어쩌면 이 기회에 우리가 세계 경찰이 될 수도 있습니다.”
“네?”
“물리적으로야 미국이 압도적이지만 우리에게는 온라인 세상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 ‘엔드’ 사건으로 세계인들의 랜섬웨어 대한 경각심이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강 대표가 있습니다.”
“아··· 온라인에서의 경찰을 말씀 하시는 거군요.”
홍상훈이 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수많은 화이트 해커를 제대로 육성해 온라인 경찰이 된다. 그렇다는 말은 전 세계를 움직이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미 시내소프트에서 AI정부를 명분으로 세계 각국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기도 하고.”
홍상훈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에요.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박신우가 굳게 입을 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절대 놓치지 않겠습니다.”
박신우도 한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길 절실히 원하는 이였다. 홍상훈의 말을 가슴에 아로새겼다.
***
강남역.
선진전자 본사.
김희건이 뉴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결국, 하오란이 물러났군요. 랜섬웨어 하나 때문에······.”
고동만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 ‘엔드’는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정말 궁금하군요.”
“선진 종합기술원에서도 열심히 분석 중인데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도 하지 못한 일이니··· 그들이 알았다면 상대를 가만두지 않았을 겁니다.”
고동만이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
“항간에는 ‘엔드’를 만드는데 강 대표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야 ‘블랙’ 때도 비슷한 소문이 돌았지만 결국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더구나 이번 패치는 미국에서 만들었으니 미국 측 해커가 랜섬웨어를 만들었다는 소문도 있고요.”
고동만이 살짝 입술을 축이며 말했다.
“그 패치를 강 대표가 만들었다면요.”
“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지금까지 세상에 나타난 최악의 랜섬웨어 전부를 강 대표가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흠··· 강 대표가 만들어서 미국에 전달했다······.”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평택 미군기지에서 강 대표를 봤다는 이도 있으니까요.”
“확실한 겁니까?”
고동만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만들고, 그가 고쳤다······.”
“하지만 물증이 없긴 합니다.”
김희건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하긴 고민해봤자 답 없는 이야기 군요. 어차피 둘 다 선진에게는 긍정적인 상황입니다.”
“네. 다행히 중국 쪽에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파괴된 낸드, DRAM 수요가 어마어마하니까요.”
“내년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겁니까?”
“네. YoY +30% 예상됩니다. 어느새 시가총액도 1700조를 넘어 섰습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시내소프트는 4천조를 넘었다고 하던데.”
“하하··· 네. 하지만 곧 물적 분할을 한다고 합니다.”
“물적 분할이요?”
“제로, 원 서치, 원 톡. 보안, 스마트 시티 등등 여러 사업군을 개별 기업으로 분할 한다고 하더군요.”
“아······.”
“그리고 스마트 시티 대표를 제 자식놈이 맡게 됐습니다.”
김희건의 입이 한 번 더 벌어졌다.
시내소프트의 스마트 시티 사업부.
말이 사업부지 한국의 웬만한 재벌 그룹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 그렇습니까.”
“하하, 네. 회계 법인을 통해 기업 가치 평가를 했더니 500조 정도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저한테 많은 조언 부탁한다고.”
“그, 그거 잘 됐군요.”
기업 가치 500조.
그 정도면 절대적 1위인 시내소프트 다음에 있는 선진전자. 그리고 바로 그다음을 차지할 수 있는 규모였다.
“이제 제가 을이 된 것 같습니다. 스마트 시티에서 사업을 수주받아야 하는 처지니.”
그 말에는 감출 수 없는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그리고 얼마 뒤.
고동만의 말대로 시내소프트 각 사업부가 물적 분할을 거치고 개별 기업으로 코스피 상장이 시작되었다. 이내 3000포인트를 찍은 코스피가 지수가 4000을 향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