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3)
탑 코더-3화(3/303)
# 3
마법 같은 능력
────────────────사고가 나고, 퇴원을 하기 까지 걸린 시간은 단 두 달이었다. 병원의 의사들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당분간은 통원 치료를 해야 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승호는 병원 문을 나섰다.
“윽······.”
따가운 봄 햇살이 눈을 찔렀다. 이제는 완연한 봄이 찾아와 있었다. 병원 셔틀 버스를 타고 선릉역에서 내렸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이 있는 가산 디지털 단지 역으로 향했다.
2개월만의 퇴원은 마치 군대에서의 꿀맛 같던 외출을 생각나게 했다. 따뜻한 봄이 와서 인지 사람들의 겉옷도 가볍게 바뀌었다. 승호는 괜히 입고 있던 자켓을 만지작거렸다.
-퇴원 할 때 입어라.
황호근이 어느 날 들고 온 옷이었다.
“옷 없는 건 또 어떻게 아시고······.”
사고 당시 입고 있던 옷들은 피 범벅에 찢어져 있어 도저히 입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걸 알고 황호근이 옷을 사온 것이다.
바톡.
바톡.
승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황시내 : 오늘 퇴원 했다면 서요? 축하해요.
강승호 : 네. 감사합니다.
황시내 : 출근하면 빡세게 일할 각오 하세요! 승호씨 없어서 일이 다 저한테 몰렸으니까.
승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사고가 나기 전부터 자신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은 없었다.
강승호 : 네. 열심히 해볼게요.
순간.
머릿속으로 이상한 한 문장이 스쳐지나갔다.
황시내 : 히힛. 장난이고, 몸 생각하면서 하세요. 그러다 또 아프면 안 되니까.
이내 익숙한 알림음이 들렸다.
바톡.
그리고.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문장이 화면에 그대로 나타났다.
“뭐야, 이거······.”
놀란 승호는 순간적으로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툭.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길 수초.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강승호 : 네.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톡을 보내고, 오른손에 신경을 집중했다. 여전히 핸드폰 안에서는 01100111이 줄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이 광경은 익숙해졌다.
그런데.
황시내 : 얼마나 걱정 많이 했다고요.
특정 문자열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1초도 지나지 않아.
바톡.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핸드폰 화면에 문자열이 떠올랐다.
꿀꺽.
승호가 마른 침을 삼켰다.
‘이거 설마······.’
010000111이라는 숫자들은 현재 핸드폰 내에게 이루어지고 있는 결과물 이었다. 황시내가 보낸 메시지는 바나나톡 어플리케이션의 입력 값으로 전달 될 것이다.
그걸 해석했다고 본다면.
지금의 상황이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승호는 길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천천히 내뱉었다. 세차게 뛰던 심장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이거··· 장난 아니잖아······.”
집에 도착할 때 까지 승호는 핸드폰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
보증금 500.
월세 50.
7평 짜리 원룸.
승호가 살고 있는 공간이었다. 방안의 모습은 자신이 출근할 때 모습 그대로였다.
정갈히 정리되어 있는 이불.
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 세면대.
정리되어 있는 책상.
고아원 생활에서 생긴 습관이었다. 집으로 들어선 승호는 가장 먼저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자마자 보이는 숫자들.
승호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CPU 이상 없음, CPU System Bus 테스트 이상 없음, RTC 테스트 이상 없음. RAM 테스트 이상 없음. 입출력 장치 테스트 이상 없음.”
눈 앞에 나타난 0과1이 나타내는 의미였다.
CPU System Bus.
RTC 등등.
단어조차 낯선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의미를 해석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System Bus는 우리가 흔히 보는 메인보드에 새겨져 있는 선들이라 보면 된다. 세부적으로 주소, 데이터, 제어 버스로 나누어진다. 주소 버스에 의해 CPU와 접속할 수 있는 RAM의 용량이 결정된다. 데이터 버스는 RAM에서 가져온 값을 일차적으로 적재하는 곳이다. 데이터 버스의 크기가 클수록 중간 적재 할 수 있는······.”
핸드폰에 이어 컴퓨터 까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
이번에 이식 받은 오른 손을 전자기기에 대면 일종의 전기적 펄스 신호를 볼 수 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신호를 해석 할 수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승호는 무의식적으로 톡톡 키보드를 두드렸다. 20초가량 진행된 부팅이 끝나고 화면에는 나노 소프트의 윈더 화면이 나타났다. 0101000111 숫자는 본체, 모니터, 키보드로 이어졌다가, 다시 키보드 본체 모니터로 흘러나갔다.
톡.
톡.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에 점차 힘이 실렸다.
톡.
순간 010100111로 이어지던 숫자의 하나가 0에서 1로 바뀌었다. 아주 찰 나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승호는 집중해서 보고 있었기에 놓치지 않았다. 의아함을 느끼던 승호는 자신의 손가락을 보았다.
“오른쪽 alt 키는 고장 난 건데······.”
그러나 돈이 없어 키보드를 바꾸지 않았다. 어차피 잘 쓰지도 않았기에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승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키보드 테스트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실행 시킨 후 다시 alt 키를 눌러보았다.
“반응이 없다?”
스페이스, 엔터, Q, W, E ,R 등등을 차례로 눌러보았다. 테스트 프로그램에서는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표시가 떴다. 그리고 다시 alt 키를 눌러 보았다.
“······.”
테스트 프로그램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눈앞에 흘러가고 있는 10100111이, 01000111으로 바뀌었다. 승호는 시험 삼아 책상을 두드려보았다.
“이건 안 되고······.”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모니터를 한 번 툭툭 쳐 보았다.
“어?”
0과 1이 바뀌더니 화면에 블루 스크린이 떠 버렸다.
A problem has been detected. your computer······.
익숙한 영어가 보였고, 20초가량이 지나자 재부팅이 시작되었다. 승호는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설마 내가 그런 거야?”
이번에는 확실한 의도를 가지고 모니터를 두드렸다.
“부팅을 메인 드라이버인 C가 아닌 USB로 변경 하려면······.
오른 쪽 눈에 보이는 0과 1에 집중했다. 그 의미가 해석 되며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 중에서 BIOS의 설정 부분이 스쳐 지나갈 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모니터를 툭툭 두드렸다.
마치 모스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툭.
툭.
툭툭.
툭.
그러자 줄지어 지나가던 숫자들에 변화가 생겼다. 이내 익숙한 문자열이 화면에 나타났다.
Unable to boot. Please try again.
부팅이 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말 부팅 순서가 USB로 바뀐 것이다.
승호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