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301)
탑 코더-301화(301/303)
301화 가족과 함께
-미 경기 사상 최악의 침체기
-‘엔드’를 벗어났으나 실리콘 밸리는 이미 ‘엔드’되었다.
-한국의 공주. 세계 IT 기업의 ‘프린세스’ 취급을 받다.
-미 다우존스, 나스닥, 52주 신저가 또 한 번 갱신.
미국은 경기 침체기에 들어섰음을 공식 인정했다. 연준은 또 한 번 금리를 내려 0.5%~0.25%의 초저금리에 들어섰다. 이대로 있다가는 금융위기 이상의 경기침체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미국 내에 만연했다.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미 백악관.
에드워드 브룩이 침통한 표정으로 국무위원들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엔드’가 확산하는 건 막았지만 미 경제가 계속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금리는 0.25%, 달러는 이미 한계치까지 발행해서 양적 완화를 진행할 여력이 없고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대통령의 그 말에 국무위원들이 입을 꾹 닫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에드워드가 그중 재무부 장관을 보며 말했다.
“재무부 장관님. 지난번처럼 묘안을 한번 말해보세요.”
에드워드의 말에는 가시가 돋쳐있었다. 그런데도 재무부 장관은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에드워드가 말을 이었다.
“다우존스 지수는 만 칠 천대 거의 10년 전으로 회귀했고, 나스닥은 오천 포인트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미 경제가 10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뜻입니다.”
재무부 장관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그런.”
“장관님이 주창하지 않으셨습니까. 양.적.완.화.”
재무부 장관은 결정은 대통령인 네가 내리지 않았냐고 항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월가에 똑똑히 전하세요. 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
에드워드가 다른 국무위원들을 보며 말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기에 들어섰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투자밖에 없으나 이미 발행한 달러로 인해 양적 완화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 외부에서 돈을 끌어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그러고는 선언하듯 말을 이었다.
“시내소프트에서 대규모 미 채권을 매입해 주기로 했습니다.”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고, 그 돈을 국내에 푼다는 말이었다. 결국 시내소프트에 빚을 지겠다는 말.
꿀꺽.
여기저기서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비서실장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당장 강 대표에게 매년 지급되어야 할 돈만 수십조. 그런데 또 채권을 발행해서 부채를 진다.’
이미 미 정부 부채는 GDP 대비 100%를 넘었다. 액수로는 2경74000조원. 가늠도 되지 않은 숫자였다. 그런데 또다시 빚을 진다니. 비서실장은 반대했지만 에드워드는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
“제가 생각하는 방법은 그것 하나입니다. 그 돈을 이용해 5G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실리콘 밸리의 과거 명성을 되살리기 위한 국부 펀드를 조성할 겁니다. 전대 대통령이 쌓은 철벽을 부수고 이민자를 대대적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다시 아메리카 드림을 꿈꿀 수 있도록. 다른 생각이 있다면 말씀해보세요.”
그러자 경제 자문위원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그렇게 되면 미 부채가 급격하게 늘게 됩니다. 그리고 시내소프트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는 부작용이.”
에드워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럴 생각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여기저기서 반대의견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님. 미국이 한 기업에 의존한다는 건······.”
“시내소프트에서 ‘엔드’를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기업을 믿는다는 건 너무 큰 불확실성을 초래합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선진 전자라고 기억하십니까? 그리고 미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포트. 그 두 기업의 현재 주소가 어떻습니까?“
회의실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에드워드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시내소프트에 착 달라붙은 선진은 연일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신고가 행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내소프트에 맞선 포트는 연일 신저가 행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와 협력해야 할지는 자명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일개 기업에 불과한데.“
”만약 그들이 채권을 사주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시겠습니까?“
에드워드가 목소리를 높이며 일갈했다.
”그들이 채권을 사게 하는 게 앞으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입니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다시 회의실을 잠식했다.
”이미 중국이 발이 빠르게 움직이더군요. 류스페이가 직접 시내소프트 본사를 찾아간다고 합니다. 저도 빠르게 일정을 잡아 최대한 협력 요청을 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정부의 그런 기조를 머리에 꼭 심고 행동하도록 하세요.“
강압적인 지시에 국무위원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청담 시내소프트 본사.
이제는 승호가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한 나라의 통치자가 직접 시내소프트 본사를 찾아왔다. 그것도 한때 G2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강대국 위치에 있던 중국이.
”안녕하십니까. 강승호입니다.“
표정에서는 인자함이 흐르는 노신사가 승호의 손을 맞잡았다.
”반갑습니다. 류스페이입니다. 말씀으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하하, 아닙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신념을 위해 평생을 바치신 분이라 들었습니다.“
류스페이.
중국 공안의 핍박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신념을 굽히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저 나라가 잘되길 위한 바람일 뿐이었습니다.“
짧은 인사를 나눈 둘은 자리에 앉자마자 일 이야기를 시작했다. 승호가 격식을 차리지 않는 다 는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바로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걸 선호하신다고 하더군요.“
”하하, 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중국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모라토리엄까지 선언한 상태고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소유한 다른 회사를 통해 중국 채권을 대량으로 사들이기도 했으니까. 그건 언젠가 중국의 등에 꽂을 비수가 될 것이다. 승호의 그런 생각은 꿈에도 모른 채 류스페이가 말을 이었다.
”염치없지만 대규모 투자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세계 경제를 이끄는 건 시내소프트, 그중에서도 스마트 시티 사업이니까요.“
”아시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중국만이 아닙니다. 다른 여러 나라도 비슷한 요청을 해오고 있어서 현재 물량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승호의 말은 사실이었다. 스마트 시티 1.0 부산 그리고 2.0인 미국의 디트로이트. 점점 발전하는 스마트 시티는 전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관련 수주 물량이 폭증하는 중이었다. 류스페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게 안 된다면 베트남, 북한 쪽으로 옮겼던 생산 공장을 다시 옮겨 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리고 시내소프트 중국 지사도 다시 설립해 주심이.“
시내소프트 지사.
그게 있다는 건 아주 중요한 사실을 말해주는 지표가 되었다.
-이 나라는 성장할 것이다.
시내소프트 지사가 없는 나라는 이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그게 사람들의 심리였다. 심리가 경제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 영향을 미친다. 류스페이는 그 심리라도 개선하고 싶은 것이다.
”공장과 지사라··· 그건 중국이 나가라고 해서 나간 겁니다.“
류스페이가 마른 침을 삼켰다.
”전 권력자의 오판이었습니다. 대신 사과드립니다.“
”하하, 아닙니다. 사과라니요.“
”하긴 대표님께서는 이런 사과보다 실질적인 이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들었습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AI정부를 중앙 정부에 적용하겠습니다.“
류스페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공된 데이터만이 아닌 원천데이터도 공유하겠습니다.“
승호가 흥미를 보였다.
”중국 정부에서 발생하는 원천 데이터를 말입니까?“
류스페이가 단호히 답했다.
”네.“
중국에 적용된 AI정부는 ONE 해킹 사태를 겪으며 잠시 중단된 상태였다. 더구나 한 번에 전체 정부에 적용되는 식이 아닌 각 ‘성’별로 테스트를 하다가 중앙 정부에 적용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관계가 악화하면서 그 프로젝트가 전부 중단되었다. 승호가 살짝 고개를 흔들 었다.
”또 중단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습니까. 더구나 지금까지 중국이 지급해야 할 위약금도 제대로 납부되지 않고 있습니다.“
”위약금은 제가 이곳에 오기 전 냈습니다. 아마 확인해 보시면 입금되었을 겁니다.“
승호가 인터폰을 통해 관련 내용을 물었다. 채 1분도 되지 않아 답이 돌아왔다.
-위약금 납부되었습니다.
”흠······.“
”제가 생각한 조건은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다른 조건이 있다면 말씀 주십시오. 어떤 조건이든 최대한 수용하겠습니다.“
류스페이의 저 자세에 승호는 살짝 마음이 동했다. 하지만 그간 갈등의 골이 깊었다. 그걸 눈치챈 류스페이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AI 정부를 도입하고 원천 정보를 제공한다면 저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 시내소프트에서 전부 알게 되는 겁니다. 실질적으로 주권을 내어주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게 됩니다. 이 정도면 중국은 거의 전부를 포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자신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랬기에 마음이 동하는 것이기도 했다. 승호가 빠르게 답했다.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합시다. 먼저 AI정부가 제대로 가동되는 것을 보고, 지사 설립 생산 공장 건설 스마트 시티. 차례대로 가는 거로 하는 건 어떻습니까?“
류스페이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밝아졌다. 승호의 그 말은 꺼져버린 성장엔진에 다시 불을 피울 수도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류스페이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큰 틀에서 협의를 했으니 더 자세히 할 말은 없었다. 둘은 짧은 만남을 마무리하고 헤어졌다.
류스페이가 돌아가고, 승호는 바로 예카테리나 박사를 불렀다.
”중국이 AI정부에서 수집되는 원천 정보를 주겠다고 합니다.“
”가공된 정보가 아니라 원천 정보 그대로 말입니까?“
”네.“
”이거··· 그 데이터가 있다면 AI정부 기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하,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도 바로 박사님을 부른 겁니다. 우리 계산이 맞는다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정부 업무에 적용하면 현 공무원의 30%가 더 감축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세계 경제가 또 한 번 급변하겠군요.“
”네. 인원 채용은 비용이니 각 나라에서 AI정부 도입을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면 전 세계 정부가 시내소프트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고요.“
하지만 예카테리나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정말 시내소프트 제국이 되는군요. 시내소프트가 멈추면 세계가 멈추는.“
승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