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302)
탑 코더-302화(302/303)
302화 가족과 함께(완)
한국 코엑스.
수많은 외신 기자들부터 국내 기자들이 컨퍼런스 룸에 모여 있었다. 그들이 기다리는 건 단 한 명 강승호 대표였다. 최근 시내소프트의 물적 분할을 진행하며 각 회사 사장들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했다. 그러면서 차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탑 코더’의 첫 대회일.
승호가 기획하고 추진한 일인 만큼 전면에 나선 것이다. 모여 있던 기자들이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통령님 입장하십니다.”
그 말에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된 박신우가 천천히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행사 축전을 전하기 위해 직접 찾은 것이다. 그만큼 정부에서 시내소프트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자들의 반응은 그리 열광적이지 않았다.
“오늘 대통령님도 오시기로 했었구나.”
“뭐야 너 몰랐어?”
“난 강 대표님 취재하러 왔는데 그걸 알아야 하냐?”
“그래도 대통령님이신데.”
“지금 한국에서 대통령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누구야?”
“그, 그거야 그렇지만.”
“중국 주석도, 미국 대통령도 한 수 접어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관심 쏟아야 하나 이 말이지. 사실 박 대통령도 강 대표님 눈치 살피잖아.”
대화를 나누던 기자가 입맛을 다셨다. 동료 기자의 말에 반박할 내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 그렇기야 하지.”
“오늘 편집장님도 신신당부하더라, 강 대표님 인터뷰 제대로 따오라고. 강 대표님이 헤드라인에 뜨면 기사 조회 수가 엄청나거든.”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신도 이곳에 오기 전에 비슷한 내용을 편집장한테서 들었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박신우의 축전이 끝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승호가 단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코엑스 콘퍼런스 룸을 가득 메운 초대 형 스크린에 그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송되었다.
촤라라라라락.
박신우가 입장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플래시 세례가 터져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피켓을 든 젊은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우와아아아아아!”
“갓승호님!”
“여기요. 여기!”
“최고에요. 멋있어요!”
기업 행사장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승호가 손을 흔들자 또 한 번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악!
가히 승호의 위상을 짐작케 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한국에서 위치는 나라를 구한 영웅. 그 이상이었으니까. 그런 승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시내소프트 강승호입니다.”
또 한 번 비명이 터져 나왔다. 기자들이 취재하기 힘들 정도였다.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오늘 대회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최고의 프로그래머들이 이곳을 찾아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꾸벅.
인사를 한 후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전 세계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습니다. 컴퓨터가 물건을 생산하고, 컴퓨터가 운전하고, 컴퓨터가 진료하고, 컴퓨터가 인간 세계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세상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여러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살짝 숨을 내쉰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미래의 주역인 여러분들이 공정하게 실력을 경쟁하고, 서로 교류해 앞으로 더 나은 실력을 갖추기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대회를 주최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참가자 여러분들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두시길 바랍니다.”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기자들이 승호를 놓아주지 않았다.
“여기 질문 있습니다!”
“대표님, 앞으로 시내소프트 방향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회사를 물적 분할 하셨는데요. 각 계열사 사장에게 전권을 위임하신 겁니까.”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고, 겨우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일정이 끝난 건 아니었다. 박신우 대통령과 짧은 회의가 예정되어있었다. 박신우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입니다. 강 대표님.”
승호가 슬쩍 농담을 던졌다.
“하하, 네. 박 대통령님. 진짜 이렇게 되실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박신우도 슬그머니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하, 저도 강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분이 되실 줄 몰랐습니다.”
마주 보며 웃음을 흘렸다. 벌써 수년 전부터 관계를 맺고 있는 사이였다.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 것이다.
“저나, 박 대통령님이나 참 멀리까지 왔습니다.”
“이제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고 있다고요?”
“네. 제가 해야 할 일은 프로그래머니까요.”
“하긴··· 면접 당시 교수님과 토론하시는 모습을 보고 참 개발자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런 열정 있는 개발자에게 꼭 세금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감사합니다.”
박신우는 승호의 성격에 대해 외부인 중에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생각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건 일 적인 논의를 거의 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럼 이제 일 이야기는 각 회사 사장들과 하면 되는 겁니까?”
“네. 스마트 시티, 인터넷 서비스 부문, 자율주행차 부문 다 나뉘어 있으니 필요한 게 있다면 해당 회사의 사장들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다시 인공지능 개발로 돌아가려고요. 간간이 강단에서 경험을 나누고, 좋은 기업이 있다면 투자도 진행하고.”
박신우는 바로 수긍했다.
“알겠습니다. 일 이야기도 몇 개 준비해왔는데, 그러시다니 오늘은 인사로 마무리해야겠군요.”
승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짧은 만남이 마무리되었다. 이런 박신우의 행동 때문에 승호는 그를 신뢰 할 수 밖에 없었다.
***
며칠 뒤 한국 공주.
승호가 비서와 함께 공주로 들어섰다. 이제는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은 빌딩이 즐비했다. 그 모습을 보며 승호가 말했다.
“공주도 많은 발전이 있었군요.”
“네. 이제는 전 전 세계의 ‘프린세스’라는 애칭까지 붙어 있을 정도니까요.”
“하하, 프린세스요?”
“과거 미국의 실리콘 밸 리가 있었다면 이제 한국의 ‘프린세스’가 있다. 요즘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뉴스입니다. 그만큼 공주에 수많은 기술 기업들이 입주한 상태고요.”
승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자신이 학교를 세우고 R&D 센터를 만들 때 꿈꾸던 미래이기도 했다. 그게 현실화하고 있는 것 같아 못내 뿌듯했다.
“오늘 하실 특강은 ‘스마트 시티 적용 AI’ 사례입니다. 관련 자료는 지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가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승호의 일과가 무척 바쁘므로 정규 수업하나를 맡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낸 고육지책이 한 달에 한 번 특강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차가 공주 외곽을 달려 숲으로 둘러싸인 캠퍼스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대학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정문. 거기에는 유명 디자이너가 참여한 조형물이 서 있었다.
-시내소프트 대학.
그 이름으로 만든 거대한 조형물로 이제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승호가 지나가는 그 순간에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정문을 통과해 차에서 내리자 교정에 있던 학생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승호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육중한 덩치의 경호원들 때문에 가까이 오지는 못했다. 그렇게 교정을 가로질러 잠시 학과장으로 계신 허춘수 교수님과 대화를 나눈 승호가 수업자료를 살펴본 후 강단에 섰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시내소프트 강승호 대표입니다.”
그 말을 하자마자 학생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하하, 감사합니다. 오늘도 강당이 꽉 찼군요. 이제 여러분도 제 스타일을 아셨겠지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예고해 드린 대로 오늘 해드릴 이야기는 AI의 스마트 시티 적용입니다.”
수업을 듣고 있는 이들은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었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태국, 필리핀, 인도 등등.
능력만 있다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 덕분이었다. 그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승호가 한국말을 하는 데도.
“여러분들도 익히 아시는 ONE. 그걸 스마트 시티에 적용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그 이전 스마트 홈 시스템. 그리고 정부에서 개방한 공공데이터였습니다.”
여러 국적을 받아들이지만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한국어 능숙자.
왜냐하면, 모든 수업을 한국어로 진행하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취임한 교수들도 모두 한국어로 수업을 해야 한다. 그게 승호가 정한 유일한 규칙이었다.
“자, 그럼 이 둘의 데이터에서 어떤 특징 ONE이 찾아냈는지 그리고 ONE이 그걸 찾아내도록 우리가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의 브레인들이 몰려들었다. 세계 최고, 최강의 인공지능이 된 ONE의 아버지. 승호의 특강을 듣기 위해서. 한국어를 배우는 수고로움을 감내했다.
***
5년 뒤 삼성역.
청담 본사에서 이전한 시내소프트 빌딩이 있는 곳이었다. 지하 8층 지상 130층으로 국내 존재하는 빌딩 중 가장 높았다. 그곳에는 시내소프트의 핵심인 ONE을 관리하는 곳에서부터 자율주행차 제로, 인터넷 서비스 원 톡, 원 서치 등등의 자회사들이 전부 입주해 있었다.
그곳의 꼭대기 층.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 승호의 사무실이었다. 창가에 있던 승호에게 이성욱이 다가왔다.
“중국이 채권 시장에 다시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모라토리엄 선언을 한 지도 벌써 5년이니 다시 국채를 발행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싶은 거군요.”
“네.”
“우리가 사들인 국채 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700조 정도를 투입해서 3000조 규모의 중국 채권을 샀습니다.”
700조.
엄청난 액수였지만 현재 승호가 가진 자산에 비하면 미미했다.
“그 돈을 갚지 않으면 채권 시장에 나올 수 없다고 못 박으세요.”
“얼마를 제시할까요?”
“매년 이자 10%를 가산해서.”
“10% 나요? 현 중국의 경제력으로 그 돈을 갚을 여력이 되지 않을 겁니다. 최대한 갚는다고 해도 천조 가량이 한계입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욱은 모르고 있지만, 승호는 중국의 재정 상태를 알고 있었다.
AI정부.
그게 작동하면서 원천 정보를 보내주기에 쉽게 계산할 수 있었다. 이성욱이 말한 천조는 현 중국이 갚을 수 있는 한계 금액. AI 정부가 추정해낸 금액과 같았다. 그랬기에 지금까지 이성욱을 곁에 두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승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네. 그 한계치까지 뽑아 먹을 겁니다.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
”일단 천조를 갚으면 나머지는 이자율을 조금 낮춰서 뒤로 미뤄준다고 하세요. 그리고 새롭게 발행되는 채권도 사들이세요.“
이성욱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회사 내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이성욱만은 알고 있었다. 현 승호의 자산이 어디에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그리고 전 세계가 그 사실을 알면 아마 깜짝 놀랍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