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32)
탑 코더-32화(32/303)
# 32
더 게이트
────────────────두 시간 뒤.
컨퍼런스 홀이 팡파레 효과음으로 가득 찼다. 전면 스크린에는 폭죽이 터지며 FFF팀 이름이 나타났다.
FFF팀 +1.
zerone ?1.
결국 파일을 탈취 당했다는 뜻이었다. 에이든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았다. 그러나 승호는 여전히 모니터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헷, 별거 아니잖아.”
다른 곳에 정신을 판 에이든에게 헤나가 핀잔을 주었다.
“에이든 정신 안차려? 이왕 시작한 거 우승해야 할 거 아냐.”
“훗 이 몸을 막을 자는 여기 없다고.”
“두 시간 동안 겨우 1점 먹은 주제에 헛소리는. 그 동안 방어 팀에서 몇 개의 공격을 막아냈는지 아냐?”
“기다려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테니까. 어차피 다른 서버에 설치된 프로세스들이 가진 취약점도 동일 할 테니까. 지금 부터는 식은 죽 먹기라고.”
에이든이 관절을 풀며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벼락처럼 손가락을 움직이자,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축포가 울려 퍼졌다.
FFF팀 : +1
nineTonine : -1
에이든이 신이나 목청을 높였다.
“또 일 점 획득!
아직 1 라운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2점을 획득했다.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1라운드에서 1등을 차지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이거 너무 쉽 잖아.”
그런 에이든에게 헤나가 한 번 더 주의를 주었다.
“방심 하지 마. 점수를 많이 획득한다는 건 공격 대상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야. 한 번에 파일들을 전부 빼앗기면 0점이 되는 건 시간문제니까.”
한껏 콧대를 높이세운 에이든이 중얼거렸다.
“후후, 알았어. 공격은 걱정 마시고, 방어에나 신경 써 주시길.”
“하여간 저걸 진짜.”
브래들리가 중재에 나섰다.
“헤나, 저 놈은 그냥 두고 우리가 할 일에 집중하자.”
“쩝, 알았어.”
고요한 가운데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이 다이아몬드 홀에 울려 퍼졌다. 간혹 점수를 획득했다는 축포가 울려 퍼졌지만 한 번도 제로원이라는 이름은 스크린에 나타나지 않았다.
***
최도윤이 주축이 된 enter 팀.
거기에서 공격을 담당하고 있는 팀원이 최도윤을 보며 말했다.
“일점 획득했습니다.”
“좋았어.”
“지금까지 3점. 이 추세만 유지하면 2위 까지도 가능하겠어.”
“FFF팀이 너무 강적이네요.”
FFF팀 7점.
2라운드가 중반까지 흐른 현재까지 넘 사벽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게 매 대회 때마다 저런 놈들은 어디서 나타나는지 몰라. 저 놈들만 아니었어도 우리가 1등하는 건데.”
최도윤이 그런 팀원들을 진정시켰다.
“어차피 체크포인트에 나갔으면 만났을 팀들이야.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할 일에 집중하자.”
최도윤의 독려에 팀원들이 다시 자신들이 할 일에 집중했다. 최도윤의 시선이 잠시 스크린을 훑었다.
’10위 zerone ?2 꼴찌 군······.’
단 한 점도 획득하지 못하고, 2번의 라운드 동안 2개의 파일을 탈취 당했다.
결과는 꼴찌.
같은 한국 팀으로써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
“3라운드에서는 우리가 먼저 제로원을 공략한다. 이번 대회 맛 집인 것 같으니까.”
최도윤의 오더에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황시내는 승호에게 전달 받은 파일을 들고, 대회 운영진을 찾아갔다.
“여기 제로원 팀. 패치 파일입니다.”
“네. 잠시만요.”
운영요원은 황시내에게 전달 받은 패치 파일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노트북에 꼽으며 물었다.
“아쉽네요. 같은 한국 팀의 성적이 좋았으면 했는데······.”
황시내는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어요.”
“보안이 한국에서는 아직 각광 받는 기술이 아니다 보니, 돈과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긴 하죠.”
황시내가 입맛을 다셨다.
“쩝······.”
“그래도 힘내세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저도 한국 팀 응원하고 있으니까.”
“네. 그럴게요.”
“주의 사항 한 번 더 말씀 드릴게요. 패치 파일은 다음 라운드에서 전체 팀에 자동 공개 됩니다. 그 사실 주의하세요.”
“네.
“패치 적용 완료 됐습니다. 그럼 화이팅 입니다.”
황시내가 다시 USB를 받아들고 몸을 돌렸다. 전면에 설치된 스크린이 눈을 아리게 만들었다.
zerone -3.
3라운드 까지 진행한 결과였다. 단 1점도 획득하지 못하고, 번번이 파일을 빼앗겼다. 그리고 만들어낸 결과물이 겨우 패치 하나.
그마저도 다음라운드에는 그 패치가 공개 된다. 자리로 돌아온 황시내가 승호에게 말했다.
“파일 전달했습니다.”
“수고했어요. 피곤 할텐데 눈 좀 붙여요.”
밤 9시.
아침 10시에 시작한 대회도 절반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황시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순위권에는 들 수 있을 까요? 혹시 꼴찌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미끼를 던졌으니 슬슬 입질이 올 겁니다.”
“네?
승호는 계속해서 황시내가 이해 할 수 없는 알쏭달쏭한 말들을 던졌다.
“이제 부터는 미끼가 더 탐이 나 보이도록 물고기들을 유혹할 겁니다.”
“자, 잠시 만요. 패치가 미끼고, 물고기는 다른 팀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다른 팀들이 패치를 다운 받으면 뭔가 일어난다는 말······.”
승호가 검지로 황시내의 입술을 막았다.
“쉿.”
황시내의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뭐라 말 할 사이도 없이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3라운드에서는 총 3팀이 패치를 진행했습니다.
-zerone, enter, FFF 이렇게 세 팀입니다. 필요하신 분은 중앙서버에서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4라운드 시작하겠습니다.
4라운드가 시작되고, 3시간 뒤.
처음으로 zerone 팀이 점수를 획득했다는 축포가 터졌다. 그리고 -3이었던 점수가 -2로 바뀌었다.
FFF팀 -1.
7점이었던 점수가 6점으로 줄었다. 컨퍼런스 홀에 있던 해킹팀들이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확인했다.
“FFF팀 -1? 제로원이?”
“FFF을 뚫었다는데?”
“이제 슬슬 내려오겠네.”
몇몇 사람들이 쑥덕거리며 FFF팀을 보았다. 처음으로 파일을 탈취 당했다.
헤나가 신경질 적으로 중얼거렸다.
“뭐야, 어디에서 뚫린 거야.”
로그를 확인하던 브래들리가 중얼거렸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 진행한 패치. 거기에 문제가 있었어.”
“패치에 심어놓은 백도어는?”
“그게 문제였어. 백도어를 통해서 들어온 것 같다.”
에이든이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짜식, 지고만 있지 않겠다는 말이겠지.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헤나가 브래들리를 보며 말했다.
“그러면 패치를 다시 올려야 돼?”
브래들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팀들이 눈치 채기 전에 최대한 빨리.”
“그러면 엘리엇 너도 브래들리가 패치를 만들 때 까지 방어에 신경써줘. 지금은 공격보다 방어가 중요하니까.”
인도계로 보이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헤나는 다시 에이든을 향해 말했다.
“에이든 혼자 할 수 있겠어?”
“후후, 할 수 있냐고? 그런 건 나한테 어울리는 질문이 아냐. 몇 점이나 따낼 수 있냐고 물어봐야지.”
“몇 점이나 가능한데?”
“앞으로 18점.”
18점이면 3, 4라운드에서 9개팀을 대상으로 점수를 획득한다는 말이었다. 헤나가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다.
“미··· 친놈.”
“거의 다··· 됐다!”
탁.
에이든이 엔터키를 눌렀다.
퍼벙.
그러자 울리는 효과음.
FFF팀 +1.
enter -1.
“봤냐? 정의는 언제나 승리하는 법이야.”
헤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에이든은 문제없는 것 같으니까. 브래들리, 엘리엇 조금만 더 힘내자. 이제 3라운드. 12시간만 버티면 되.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우승해서 돌아가야지.”
헤나도 격려를 마치고 다시 모니터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힐끗 에이든의 시선이 닿아있는 곳을 보았다. 거기에는 단단해 보이는 체격의 남자가 열심히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제로원······.’
저 팀이 다크호스가 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가 없었다.
***
더 게이트 운영 사무국.
KISA에서 사이버침해대응 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훈이 씁쓸한 표정으로 본선 진출자들의 순위를 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다른 나라에 대상을 뺏기게 생겼어.
옆에 있던 절친이자 대회 후원사인 선진의 한서준 부장이 잔뜩 얼굴을 구기며 중얼 거렸다.
“죽 쒀서 개주는 꼴이네. 상금, 비행기, 숙식. 그 비용들이 전부. 해외로 나가는 거잖아.”
“쩝··· 1등 상금만 해도 5천 만원데.”
“이번에 KISA에서 보안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더니. 그 인력들은 어떻게 됐나.”
이정훈이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시다 시피.”
화면에는 팀 명과 팀들의 국적이 표시되어 있었다. 한국 국적 팀은 두 개 제로원과 enter.
enter는 한서준도 익히 알고 있는 팀명이었다. 한국의 대표 보안 업체인 디텍트의 최도윤 이사가 이끌고 있는 팀이었다.
그러나 제로원은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저 팀은 뭔데?”
“시내소프트 라고. 검색 솔루션 전문 회사에서 출전 했더라. 아쉽게도 우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출전한 인원은 없어.”
한서준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내 소프트?”
“왜 아는 데야?”
“혹시 강승호가 팀장이야?”
최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뭔데. 진짜 아는 사람이야?”
“얼마 전에 우리회사 해킹 당한 일 기억나?”
이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잡아 준 사람이 바로 강승호다.”
이정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뭐?”
“더 놀라운 건.”
뜸을 들이던 한서준이 화면을 주시했다. 마침 컨퍼런스 홀에 설치된 카메라에 승호의 모습이 살짝 스쳐지나갔다.
“검색 쪽에도 조예가 깊은가 봐. 우리 회사 장 부장이 저 놈 데려오려고 아주 난리다. 난리야.”
“뭐? 그 장 부장이?”
“저 조그만 머리에 어떻게 그리 많은 지식이 들어있는지······.”
이정훈은 믿기지가 않는지 한 번 더 물었다.
“진짜 그런 일이 있었어?”
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정훈도 화면을 주시했다.
대회가 펼쳐지는 컨퍼런스 홀 전경.
그 안에 앉아 있는 승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서준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아쉽네. 3라운드가 지났는데도 꼴찌라니. 그 정도 실력이면 당연히 우승 할 줄 알았 건만.”
이정훈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지금 내가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점이야. 저 친구 팀이 예전선 5위로 올라왔거든.”
“5위?”
“그래, 그런데 본선에서는 5위 정도도 아니고 꼴찌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아까 잠시 대회장을 둘러봤는데.”
이정훈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을 이었다.
“나머지 세 명은 그냥 멍 때리고 있더라.”
이해를 하지 못한 한서준이 되물었다.
“으, 응?”
“강승호 저 친구 혼자 하고 있더라니까.”
“혼자서 하고 있다는 말이. 내가 이해한 그 말 맞는 거지?”
이정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친구만 뭔가를 하고 있었어.”
“그렇다는 말은······.”
“4대 1이라는 말이지.”
한서준이 마른 침을 삼키며 다시 팀 스코어를 확인했다.
제로원 +1.
특이사항을 보니 3라운드에 패치가 한번 진행되었다.
“4대 1. 4대 1이라······.”
“아쉽게 됐어. 팀원들만 잘 만났으면 올해는 진짜 개최국에서 우승자 한 번 배출 할 수 있었는데.”
여전히 화면을 주시하고 있던 한서준이 두 눈을 부릅떴다.
퍼벙.
퍼버버벙.
제로원 +1.
enter -1.
제로원이 1점을 획득했다는 축포가 터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