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34)
탑 코더-34화(34/303)
# 34
더 게이트
────────────────승호의 입술이 긴장으로 바싹 말랐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더 게이트 대상을 시상하겠습니다. 시상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유철민 장관님이 수고해주시겠습니다.”
사회자의 안내에 TV에서나 보던 장관이 상패를 들고 자신에게 다가왔다. 유철민이 미소를 지으며 승호를 보았다. 그러자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에 입을 댔다.”
“대상 제로원. 총점 21점으로 제로원이 대회 대상을 차지하였습니다. 모두 축하박수 부탁드립니다.”
승호에게 다가온 유철민이 상패를 내밀었다.
“수고했습니다. 들어보니 대회가 시작된 이후 우승한 첫 번째 한국 팀이더군요. 자랑스럽습니다.”
승호가 손을 맞잡았다.
“감사합니다.”
“여기에서 우승하면 체크포인트 본선 자동 진출권이 생긴다죠? 그곳에서도 멋진 활약 부탁드립니다.”
체크포인트.
라스베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로 전 세계 가장 유명한 해킹 대회였다. 더 게이트 우승자는 체크포인트의 본선 자동 진출권을 가지게 되는 특전이 주어진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툭툭.
유철민이 승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장관이라면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 중 한 명.
그런 사람의 인정을 받자 승호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여기까지 왔구나.’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천사 보육원.
거길 나와 군대를 갔다 오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더 힘들 거라는 원장님의 조언에 따라 군 입대를 자원했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다시 3년.
사회에서 겪었던 모진 고초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승호가 감회에 젖어있는 사이.
사회자가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
“이것으로 올해 대회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저녁 만찬 전까지 숙소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시면 됩니다. 만찬은 저녁 6시 숙소 호텔 1층에서 진행 되겠습니다.”
그렇게 시상식이 끝나고, 걸음을 돌리려 할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승호야!”
최기훈, 황호근을 비롯해 시내 소프트 직원들이 총출동해 대회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강승호! 너 정말!”
황호근의 눈 가에서는 눈물마저 글썽거리고 있었다. 최기훈도 습기가 촉촉한 눈으로 승호를 보고 있었다. 함께 온 직원들이 승호를 보며 수군 거렸다.
“진짜 우승했네. 진짜로.”
“다들 만 원씩 내놔. 내가 말했지? 우승 할 거라고.”
“와, 강 부장님. 대박이다. 진짜 대박이야.”
“이걸로 회사 떠날 가능성이 더 높아 진건가.”
“너 모르냐? 강 부장님 주식 받았잖아.”
“주식?”
“어, 그것도 꽤 많이.”
“망해가는 회사 주식을 왜.”
“망하기는 강 부장님 덕에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는데. 그래도 옛정이 있는데 몇 년은 다니시지 않을까?”
“그럴려나······.”
사람들에게 둘려 쌓여 있는 승호에게 카메라를 든 기자가 다가 왔다.
“YTT 이윤민 기자입니다.”
난생처음 만나는 기자였다. 승호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기자를 바라보았다.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밀며 말했다.
“간단하게 인터뷰 하나 따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태어나 처음으로 하는 방송 출연이었다.
***
만찬장의 화제는 단연 승호였다.
짜릿한 역전극의 주인공.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승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에 운이 좋았습니다.”
“그쪽의 백도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제 참가 전략이 통한 것뿐입니다.”
“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단순한 질문에서 부터.
“아직은 이직 생각이 없어서요.”
“네. 기회가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직접적인 이직 제안까지.
사람들은 끊임없이 승호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 중에는 선진의 한서준 부장도 있었다.
“아, 한 부장님.”
“또 만나네요.”
“아, 네.”
“더 게이트를 후원해온지 벌써 8년이지만 한국 팀 우승은 처음 봅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선진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승호가 난색을 표했다.
“그런 말씀은······.”
“하하, 그래요. 그러면 이건 어떻습니까. 그 패킷 분석 서비스. 검토를 긍정적으로 해보겠습니다. 물론 사용료도 제안하신 금액으로요.”
한서준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대신 성능이 확실히 보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가 필요하고요.”
“알겠습니다. 사장님과 의논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좋은 파트너십이 되기 바랍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뵀으면 좋겠군요.”
한서준이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번에는 최도윤이 자신 에게 다가왔다. 또 비슷한 말들을 해왔다.
‘피곤하다······.’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
밤 10시.
주최 측이 마련한 행사가 모두 끝나고.
제로 원 팀원들도 각자 짐을 챙겨 호텔 로비에 모였다. 시원한 밤바람이 와인으로 인한 취기를 날려주었다. 승호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다들 수고 하셨습니다. 쉽지 않은 대회 준비 잘 따라와 줘서 이렇게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어휴, 아닙니다. 저희가 뭐 한 게 있다고요. 전부 부장님 덕분이죠.”
원지훈 대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습니다. 사실 약간 민망합니다. 우리 주제에 이런 곳에 참가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냉철한 자기비판에 분위기가 숙연해 졌다. 전민성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지금도 많이 부족 하구나 느낄 수 있는 계기도 됐고, 부장님 덕분에 정말 좋은 경험 했습니다.”
승호가 그런 전민성을 보며 말했다.
“저도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지금의 여러분 보다 못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러분들도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하시면 좋은 기회가 생길 거예요.”
“부장님만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저도 충성을 맹세 합니다!”
직원들의 말에 승호가 피식 미소 지었다. 함께 있던 황시내는 조용히 그런 승호를 지켜보기만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마무리 될 때쯤 승호가 가방에서 하얀 봉투 세 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이거. 오늘 받은 상금입니다. 정확히 N분 했으니까 확인해 보세요.”
원지훈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
“그, 그건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전민성도 거들었다.
“저희들 끼리 이야기를 해봤는데··· 만약 상금을 주신다고 해도 안 받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어요.”
이번에는 황시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부 부장님 혼자 하신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나 승호는 고개를 저었다.
“지난 1년 간. 저도 회사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직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왔어요. 시내 소프트 직원이라는 이유로요.”
시원한 밤바람이 네 사람의 코끝을 스쳐지나갔다. 콧잔등이 시큰해진 황시내가 코끝을 훔쳤다.
“이것도 마찬 가지입니다. 함께 출전한 동료니까. 받을 권리가 있어요.”
그러고는 억지로 각자의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승호를 제외한 세 사람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길게 심호흡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감정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다음 주부터 또 열심히 해 봅시다.”
승호는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렸다. 세 명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시원한 밤바람이 한 번 더 스쳐지나갔다.
***
토요일 오전.
승호는 어김없이 아침 8시에 눈을 떴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 부터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생긴 습관이었다.
아침 7시30분 기상.
아침체조.
그 이후 아침 식사.
보육원은 군대만큼 잘 짜여 진 일정에 의해 돌아간다. 그때의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이다. 비록 하루 밤을 새긴 했지만 습관을 망치지는 못했다.
“그럼 가 볼까.”
평일이었다면 바로 출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주말.
주말 아침이면 항상 하는 일이 있었다. 헬스장에 도착한 승호는 바로 러닝머신부터 시작했다.
“후욱···. 후욱······.”
30분가량을 뛰고 내려와, 벤치 프레스에 누웠다.
오늘은 어깨 근육을 단련 하는 날.
승호가 팔을 움직일 때 마다 양쪽에 달려 있는 각각 40kg의 바벨이 휘청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트레이너 김나래가 승호에게 다가왔다.
“회원님, 오늘도 열심이시네.”
“하하, 네.”
“이제 중량 더 치셔도 되겠어요.”
“그러면 일하는데 불편해서.”
“아, 개발 하신다고 했지.”
가산디지털 단지에 있는 헬스장.
당연히 헬스장에 오는 손님들 중에는 프로그래머가 많았다. 그러나 그 중에서 승호처럼 1년 동안 꾸준히 출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후욱. 후욱······.”
승호는 팔을 움직이며 운동에 집중했다. 김나래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생긴 것도 괜찮고, 꾸준히 운동하는 걸 보면 꽤 성실한 것 같은데. 한번 꼬셔봐?’
몸매에는 자신이 있었다.
위에서 아래까지.
어디를 가서도 남자들의 시선을 받지 못한 적이 없었다. 그 사이 벤치프레스를 마친 승호가 거울 앞에서 푸쉬 업을 시작했다.
“하나, 둘.”
승호에게 가까이 다가간 김나래가 한 번 더 말을 걸었다.
“요즘 블록체인인가 그게 유명하다던데, 그거 개발하시는 거예요?”
후욱.
땀 냄새가 아닌 향수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그런 건 아닙니다.”
김나래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그러면 핸드폰?”
가산디지털 단지에 입주한 가장 유명한 대기업.
MJ전자.
혹시 거기에 다니고 있다면 만나줄 생각이 있었다.
“아니에요. 시내 소프트라고 소기업입니다.”
“아··· 그러셨구나.”
김나래가 말끝을 흐렸다. 시내 소프트라는 말을 듣는 순간 김이 팍 새버렸다. 잘 생기고 몸 좋은 남자는 질리도록 만나봤다. 지금 만나고 싶은 건 잘 생기고, 몸도 좋으면서 능력 있는 남자였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
여자는 외모니까.
“그럼 운동 열심히 하세요∼.”
김나래는 콧소리를 남기고는 승호 곁을 떠나갔다. 김나래가 간단히 몸을 풀기 위해 러닝머신위에 서서 TV를 켰다.
그 순간.
뉴스 전문 채널 YTT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더 게이트 최초 한국 팀 우승.
-해킹방어대회 더 게이트에서 개최국 한국이 최초로 우승팀을 탄생시켰습니다.
-우승팀은 제로원. 시내소프트라는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이 주축이 된 팀으로 팀장 강승호는 25살이라는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리더 쉽으로 팀원들을 이끌고 결국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면 우승팀 인터뷰 들어보시겠습니다.
“초반 어려움이 있었지만 팀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영광을 함께 해준 팀원 그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회사로 돌리겠습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에 김나래가 고개를 휙 돌렸다.
후욱.
후욱.
운동을 하고 있는 저 남자.
저 남자의 얼굴과 TV 속 남자의 얼굴이 판박이였다.
더구나 시내소프트.
자신이 방금 들었던 단어.
“···강승호?”
딸꾹.
놀란 김나래가 딸꾹질을 하며 승호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