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35)
탑 코더-35화(35/303)
# 35
높아진 위상
────────────────운동을 마치고 오전 11시.
승호는 바로 회사로 출근했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 예상한 그곳에 몇몇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부장님 오셨어요.”
가장 먼저 황시내가 고개를 숙였다.
“아, 시내씨가 주말에 어쩐 일로 오셨어요?”
“헤헤, 말했잖아요. 느낀 바가 많다고요. 더 열심히 해보려고요.”
책상위에는 자바 책이 펼쳐져 있었고, 모니터에는 코드가 떠있었다.
“열심히 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네!”
승호는 걸음을 옮겨 자리로 이동했다.
자신의 자리는 최기훈의 옆 자리.
거기에서도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 팀장님도 계셨네.”
최기훈이 눈이 충혈 된 채 일에 몰두 하고 있었다.
“나도 있다.”
박태수 과장이 고개를 쑥 내밀며 말했다. 승호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과장님 까지. 오늘 무슨 날이에요?”
승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왁자지껄 한 소리와 함께 2명의 직원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부장님! 역시 와계셨구나.”
“거봐. 내가 있을 거라고 했지.”
“헐, 그저께 밤새시고 주말에도 출근하시다니.”
“오늘 꽁 커피 얻어먹겠네.”
“부장님, 어찌 오늘도 출근 하신 겁니까!”
원망과 환희가 뒤섞인 목소리들.
더 게이트에 함께 출전 했던 직원들이었다.
***
승호는 자리에 앉자마자 최기훈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갔다.
“다시 한 번 축하한다. 더 게이트 우승이라니. 어제 직접 보고도 아직 믿기지가 않아. 덕분에 회사 직원들 사기도 많이 올라갔어.”
박태수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우리 회사에서 더 게이트 우승자가 나오다니. 나는 너 입사했을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박태수 과장의 말에 최기훈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네가? 승호 자식 실력이 너무 안 는다고 나한테 불평한 기억은 있어도 칭찬한 기억은 없는데?”
박태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색하게 변했다.
“하, 하하. 그러니까요. 처음 봤을 때 부터 잘 할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실력이 안 느니까. 그것 때문에 말씀을 드린 거죠.”
박태수의 넉살에 승호의 입 꼬리도 슬그머니 올라갔다.
“과거에 실력이 없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 하하. 강 부장. 아니 강 부장님. 제 맘 알죠?”
승호의 입가에 장난 끼 가득한 미소가 걸렸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저도 박 과장님 처음 봤을 때 엄청 잘 하실 거라 생각했어요.”
“으, 응?”
“그 결과물을 이제 보게 되겠군요. 저 잔뜩 기대 해도 되죠?”
박태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박태수가 하고 있는 일 중에는 승호가 작성한 코드 리팩토링도 포함되어 있었다. 최기훈이 박태수를 보며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 먼저 박 과장이 한 결과물부터 보고, 차기 서비스인 ZONE의 시스템 아키텍처를 검토해 볼까?”
박태수가 애원하는 표정으로 최기훈을 보았다. 그러나 최기훈은 냉정하게 빔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해, 어서 틀지 않고. 밖에 직원들도 전부 불러. 이 기회에 우리 회사도 코드 리뷰 하는 문화를 만들어 봐야지.”
최기훈의 최후통첩에 박태수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내 부르기도 전에 회의실 문이 열리며 황시내가 들어왔다.
“헤헤,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어요.”
***
승호가 입을 열 때마다 박태수는 목이 타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더 깔끔하고 가독성 높은 리팩토링이 진행 될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쉽습니다.”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박태수는 벌컥 거리며 냉수를 들이켰다.
“예를 들면 102번 라인을 보면 이중 루프가 두 번이나 들어가 있습니다. 시간 복잡도로 보면 2n 제곱. 만약. n이 커지면 처리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입니다.”
박태수가 입맛을 다셨다. 다른 직원들이라고 해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최기훈도 코딩이 아닌 수학 강의를 듣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대학 때 들었던 말인데······.’
대학시절에도 수학에는 자신이 없었다.
혹여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까.
일부러 눈을 피했지만.
“팀장님이라면 이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순간 괜히 코드리뷰를 하자고 했다는 후회에 사로잡혔다.
“음··· 이, 일단. 이중루프를 풀어서 n제곱인 시간복잡 도를 낮춰야겠지.”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습니다. 그 작업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최기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승호가 직원들을 보며 물었다.
“혹시 방금 팀장님이 말한 걸 코드로 구현 할 수 있는 분?”
휙.
휙.
승호가 시선을 던질 때마다 직원들이 눈을 피했다. 마치 선생님과 학생을 보는 풍경이었다. 승호가 슬쩍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러면 이건 숙제로 내드려야겠네요. 일단 첫 번째 for문이 전부 돌때 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break 문을 걸 수 있다는 사실을 힌트로 알려드립니다.”
황시내가 소심한 반항을 토했다.
“우우우. 혹시 부장님도 모르시는 거 아닙니까? 아니면 애초에 이중루프 문을 풀 수 없다거나.”
“하하, 답은 다음 주 토요일에 알려드릴 테니. 관심 있으신 분은 다음 주 주말에 사무실로 나오세요.”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코드의 다른 부분은 크게 손볼 부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 과장님의 수고가 고스란히 느껴져요.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에 이어진 칭찬에 굳어져 있던 박태수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수고는 무슨. 그냥 열심히 했어. 아, 아니. 했습니다.”
“말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오히려 제가 부담스러워요.”
“그, 그럴까?”
“하하, 네.”
승호가 고개를 돌려 최기훈을 보았다.
“그러면 팀장님. 이제 ZONE의 시스템 아키텍처 한번 살펴볼까요?”
승호는 웃고 있었지만 최기훈운 그러지 못했다. 박태수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최기훈을 보았다.
‘부장님도 한 번 당해 보시죠.’
찡긋거리는 눈짓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최기훈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스크린에 ppt를 띄웠다.
“그러면 XONE 고도화 프로젝트인 ZONE의 시스템 아키텍처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승호가 입가에 미소를 지우고 집중했다. 무섭게 화면을 노려보는 승호를 향해 최기훈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커, 컨셉 수준이니까. 그거 감안해서 봐줘.”
승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한 승호의 표정에 최기훈도 최선을 다해 설명을 시작했다.
***
최기훈의 설명이 끝나고.
회의실에 단 둘 만이 남았다.
“다 내보냈으니까. 솔직히 한 번 말해 봐봐.”
최기훈이 뚫어져라 승호를 보았다.
자신이 만든 시스템 설계도.
거기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승호는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굳이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최기훈이 만든 시스템 설계도를 한 번 더 주르륵 훑은 승호가 말했다.
“필요한 서버만 50대에 각종 네트워크 장비 그리고 IDC(데이터 센터)에 서버를 넣고 관리하는 비용까지 합치면······.”
“내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하드웨어 값만 3억에서 5억. 거기에 IDC에서 랙을 빌리는 비용, 관력 인력 채용 까지 합치면. 지금 회사가 가진 자본을 전부 쏟아 부어야 돼.”
“인더스의 EC2를 사용하면 일단 하드웨어 구입 초기 비용은 절약 할 수 있습니다.”
인더스.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 제공 업체이자 최대, 최고의 전자 상거래 업체였다.
“매달 지불해야 하는 사용료는? 검색, 수집, 분석, 화면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초기 비용이 만만치가 않더라. 현실적으로 개발이 끝날 때 까지 버틸 비용이 회사에 없다······.”
최기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씁쓸한 현실이었다. 대부분의 소기업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자본과 인력의 부재.
그때 승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렇지 않아도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어제 대회가 끝나고 한서준 부장이 ZONE 서비스 사용을 적극 검토 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가격은?”
“그때 제시했던 가격 그대로입니다. 하루 1GB 처리에 100만원. 100GB를 예약하면 1GB당 50만으로.”
최기훈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그러면 꽤 괜찮은 조건이잖아. 100GB를 1년 계약하면 5000만원. 선진을 필두로 40개 회사만 만 되도. 매년 20억인데.”
“네. 그것도 먼저 사용하겠다고 한 상황입니다. 그러니 어서 개발을 해서 서비스를 출시해야하는 상황인데······.”
“개발 비용이 없다.”
대답을 하면서도 최기훈이 힐끗 거리며 승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아까 부터 왜 그렇게 보세요? 하실 말씀이 있으면 편하게 하세요.”
“사실 네게 말 할게 하나 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최기훈이 말을 이었다.
“네가 대회 준비로 정신이 없는 사이 선진에서 연락이 왔어. 너 다음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고.”
최기훈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선진 장 부장이 지난 번 자문 내용에 대해 개발에도 참여해 줄 수 있냐고 묻더라. 엔진 앱 스토어 성능 개선을 대가로 2억을 제시했어.”
2억이라는 말에 승호의 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흔히 SI라 부르는 용역 개발에서 개발자의 단가는 나라에서 정한 소프트웨어 노임단가표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거기에 보면 특급 기술자에게 한 달에 천만 원 가량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2억 이면 그 20배.
승호는 새삼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되었다. 최기훈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가 안 된다고 했지. 그쪽에 검색 솔루션 적용 건으로 벌써 우리 쪽 개발자 6명이 나가 있는 마당에 승호 너 까지 나가면 회사에 개발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20명 중 사장님. 경리. 영업직원 두 명. 기획 두 명.
그렇게 6 명을 빼면 개발자는 14명.
그 중에서 6명은 선진에 XONE 적용을 위해 파견을 나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랬더니 다음 날 2억 5천 까지 줄 수 있다고 하더라.”
승호가 마른침을 삼켰다.
2억 5천.
엄청난 돈이었다.
“그래서 일단 알았다고 전화를 끊었어. 그런데 이번에는 한서준 부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혹시 지난번 말한 패킷 분석 서비스. 출시가 언제쯤이냐고. 그래서 개발 중이라고 했지.”
목이 탄 최기훈이 앞에 놓인 물을 한 잔 마셨다.
“그랬더니 지난번 말한 SDN이나 NFV 관련해서 직접 개발에 참여해 줄 수 있냐고 묻더라. 금액은 3억.”
“삼억이요?”
최기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네게 물어본다고 했다. 더 게이트 우승으로 어쩌면 네 몸값이 더 올라갈 지도 모르고.”
“흠······.”
“그리고 네가 우승을 해버렸지. 몸값은 아마 더 부를 수도 있겠더라.”
.
“장 부장님 제안은 개발해주고 끝나도, 별 문제가 없어요. 어차피 포트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을 테니 얼마 뒤 개선 방안이 나올 겁니다. 서버도 약간 손만 보는 수준이라 2억 5천이면 나쁘지 않아요.”
잠시 숨을 고른 승호가 말을 이었다.
“한 부장님이 제안한 게 문제인데··· SDN이나 NFV은 아시다 시피 네트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 받고 있는 것들입니다. 잘하면 특허 출원도 가능하고요. 기술 소유권을 시내소프트로 명확히 하면 괜찮은 제안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뭐, 가장 먼저 선진 데이터 센터에 적용하는 건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승호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기술 소유권은 절대 시내 소프트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알았다.그렇게 전달하마.
“그 두 건을 아무리 빨리 마무리 한다고 해도 2달. 그리고 두 달 동안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2억이 들어가고······.”
“또 돈이 부족해질 위험이 있지.”
최기훈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더구나 그 서비스가 한두 달 안에 개발해서 끝날게 아니니까. 수개월 동안 버틸 자본이 있어야하는데······.”
최기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 정된 자본에 인력으로 우리가 너무 큰 목표를 잡은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 더라.”
사실 승호도 우려하던 바였다.
주식을 받고 회사의 재무상황에 대해 더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대회 준비를 통해 직원들의 실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자본.
인력.
두 가지다 풍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족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제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우리도 눈 먼 돈을 좀 먹었으면 합니다.”
“눈 먼 돈?”
눈 먼 돈.
정부 지원금을 뜻하는 단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