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36)
탑 코더-36화(36/303)
# 36
높아진 위상
────────────────최기훈은 바로 황호근을 호출했다. 셋이 한 자리에 모이자, 승호가 화면에 정부 공고를 하나 띄웠다.
-유니콘 기업 육성 프로젝트.
-총 지원금 600억.
-선정기업 : 12개사.
거기까지 읽어 내린 황호근이 두 눈을 번쩍 떴다.
“12개사 면 기업 당 50억 지원?”
“선정만 되도 1단계에서 10억이 나옵니다. ZONE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에는 충분한 금액이죠.”
최기훈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투자 금이 아니니 저희가 가진 지분 희석 우려도 없습니다. 승호가 아주 복덩이에요.”
황호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금덩이지.”
“아닙니다. 다이아몬드입니다.”
승호가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제 공고가 나온 것 뿐 입니다. 최종 선정이 돼야 저 돈이 우리게 되는 겁니다.”
승호의 말에 둘 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승호를 보았다. 마치 너라면 해낼 수 있다. 그런 표정이었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만 8 가지입니다. 기업의 상태. 인력 현황. 개발 목표. 사업 계획서 등등 이 중 개발 관련 된 건 제가 할 테니 나머지 부분을 채워 주셔야 합니다.”
이미 수차례 승호가 보인 행적 때문일까.
선정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황호근이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문서작업이라면 나한테 맡겨라. 자신 있어.”
최기훈이 물었다.
“나는 뭘 해주면 좋을까?”
“어차피 PoC는 인더스 클라우드에서 진행 할 겁니다. 팀장님은 기존 솔루션 판매 및 관리에 신경써주세요. 아직 회사의 주 수입원이니까요.”
최기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고는 툭 하고 한 마디 던졌다.
“어째 네가 사장 같다.”
놀란 승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네가 지시하고 우리는 따르고.”
“하하, 그렇게 되나요.”
황호근도 한 마디 거들었다.
“사장 맞지. 지분도 30%면 너보다도 많다. 앞으로 부사장님이라고 불러.”
“네에?”
최기훈이 재빨리 장단을 맞추었다.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승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둘을 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황호근이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그러면 CTO 할래? 물론 월급도 올라간다.”
최기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더 게이트도 우승했는데 부장으로 그대로 두는 게 맞지 않다고 건의했다. 연봉도 최대한 조정해서 7천까지 맞춰 주마.”
놀란 승호가 되물었다.
“7··· 7천이요?”
“CTO가 그 정도 연봉은 받아야하지 않겠냐.”
황호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 있어. 다음 달부터 변경된 연봉으로 지급될 거다.”
연봉 7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220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불과 두달 사이에 초고속 승진에 주식. 거기에 중소기업에서 받기 힘든 연봉까지.
황호근이 자신을 생각해주는 마음에 승호의 가슴이 먹먹해 졌다.
“사장님··· 굳이 이렇게 까지······.”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연봉은 계속 올려주마. 인센티브도 팍팍 지급하고. 최대한 지원해 줄 테니까. 우리··· 진짜 한 번 열심히 해보자.”
척.
황호근이 승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황호근의 손을 맞잡았다. 그 위에 최기훈 손을 얹었다. 세 사람의 얼굴에는 서로를 향한 굳건한 신뢰가 서려 있었다.
***
20층짜리 빌딩.
승호는 그 앞에 다시 섰다.
“후우··· 언젠가 우리도······.”
이런 빌딩을 사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이 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장 오늘 만 해도, 처음 선진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대우를 받고 있었으니까.
“오셨습니까.”
빅 데이터 분석 팀의 과장.
최철웅이 시간을 맞춰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아, 네.”
“여기 출입증입니다.”
“감사합니다.”
승호는 출입증을 목에 걸고 최철웅을 따라 들어갔다.
-통과 되셨습니다.
마치 만능 키를 가진 것처럼 보안검색대를 거침없이 통과했다. 처음 방문 했을 때.
-방문신청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안내직원이 했던 그 말.
‘갑’사에 어렵사리 연락을 취하고, 겨우 방문 증을 수령해 스피드 게이트를 통과했던 그때와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스피드 게이트를 통과한 둘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에 탄 건 공교롭게도 단 둘.
최철웅이 10층으로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더 게이트 우승은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팀 원 들도 열심히 해주었고요.”
“운은 아니었을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지켜본 승호씨 라면.”
“하하, 네. 뭐······.”
“체크 포인트에도 나가실 건가요?”
“네. 본선 진출권까지 있는 마당에 출전 해봐야죠.”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거기에서 한국인이 우승하는 거··· 한 번쯤 보고 싶었거든요.”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최철웅이 입맛을 다시며 머뭇거렸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혹시 이번 성능개선 건이 마무리 되면 무엇을 하실 계획이신지 물어봐도 될까요?”
“현재 패킷 분석 서비스를 만들 생각입니다. 스플런크를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아!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만드실 생각이신가보군요.”
“네. 보안 쪽에 특화 시켜서 시작할 생각입니다. 그걸 시작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시켜보려고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한 번 써보고 싶네요.”
“하하 베타 버전이 나오면 테스트 계정을 드리겠습니다.”
띵.
담소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최철웅이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말했다.
“가시죠. 오늘은 부장님이 외부 미팅 건으로 나가 계셔서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
장민재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엔진 S9 5차 시연회 시작하겠습니다. 시연회는 이번 S9에 적용된 혁신 기술인 무선 충전, 무선 이어폰인 엔진 이어 연동. 새롭게 적용된 ONE UI. 인공지능 빅스 플랫폼. 생체 인식. 그리고 최초 출시되는 엔진 스토어 성능 순서로 확인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선진 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고동만이 입을 열었다.
“시작해.”
그 말이 끝나자 직원 한 명이 핸드폰을 조작했다. 조작 화면은 그대로 전면에 설치된 거대 스크린에 투영되었다.
“보시면 현재 무선 충전 효율은 65% 정도. 엔진 S9과 S8 사이의 효율은 60% 대입니다. 출시 전까지 둘 다 70% 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충전 중 1%
-충전 량 : 500ma
-완충 잔여 시간 : 3시간 30분.
상황을 지켜보던 고동만이 입을 열었다.
“지금이 고속 충전 모드 인가?”
“네.”
“고속 모드에서도 완충까지 3시간 30분이나 걸려?”
“S9 배터리가 4000ma라 더 이상 시간을 줄이는 건 개발상에 무리가······.”
“내가 4차 시연회에서 뭐라고 했지?”
“3시간 안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이게 뭔가?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보고를 하던 직원이 마른 침을 삼켰다. 고동만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다음은 엔진 이어입니다.”
엔진 이어.
블루투스 이어 폰으로 망고에서 나온 무선 이어폰인 망고 이어에 대항하기 위해 출시된 제품이었다.
“현재 완충 시 통화 사용 9시간. 음악 재생은 11시간 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타사인 망고 이어와 동급입니다. 또한 지하철 같은 지역에서 통화 품질 측정 결과 RSRP 75가 체크 되고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망고 이어는 RSRP 90입니다.”
RSRP.
통화 품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수로 106 이하면 통화에 불편 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는 말이었다. 수치가 클수록 통화 품질이 우수하다는 뜻.
결국 선진 전자에서 나온 제품의 성능이 망고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말이었다.
“지금 장난 합니까?”
고동만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회의실에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존댓말.
단단히 화가 났다는 뜻이었다.
“죄송합니다. 다음 시연회까지 최대한 맞춰 오겠습니다······.”
고동만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리고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 살짝 눈을 감았다. 눈치를 살피던 사회자가 말했다.
“다음은··· 생체 인식 차례입니다.”
장민재가 마른침을 삼키며 진행 상황을 지켜보았다. 자신이 참여한 분야는 엔진 앱 스토어 성능 개선.
곧 자신의 차례.
장민재가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선진 데이터시스템의 장민재 부장입니다. 엔진 앱 스토어 개선 사항 보고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장민재가 앱 스토어에 접속해 각종 앱에 대한 검색을 진행해 보았다. 옆에서 보조 인원이 같은 검색어에 대해 포트 사의 앱 스토어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보시는 바와 같인 포트 사의 앱 스토어와 동일한 성능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다음 시연회 때까지 포트 사의 앱 스토어보다 빠른 속도로 검색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고동만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서렸다.
“유일하게 일하는 친구구만. 좋아.”
그 말이 끝이었다. 그러나 장민재는 직감 했다. 임원 승진에 한 발 더 다가갔다는 것을.
***
승호는 회의를 마치고, 이미 파견 나와 있는 직원들이 있는 곳에 자리를 배정 받았다.
깔끔하게 치워진 책상.
각에 맞춰 정렬되어 있는 파티션.
미리 준비되어 있는 모니터 까지.
보통 원청 사에서 준비해주는 건 공간에 대한 지정.
그게 끝이었다.
노트북을 들고 커다란 사무실로 들어가 알아서 책상을 고르고, 의자를 골라 작업을 해야 한다.
모서리가 부서진 책상.
다리가 하나 고장 난 의자.
그런 것들을 골라내고,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책상부터가 새것이었다. 승호가 그 책상에 노트북을 내려놓았다.
일을 하던 시내소프트 직원 남준우 과장이 인사를 해왔다.
“부장님 오셨어요.”
“네. 오늘부터 두 달 정도 같이 일하게 될 것 같아요.”
“하하, 부장님이 오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함께 있던 문호경 대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부장이라니요. CTO로 승진하신 게 언제인데.”
남준우가 당황한 표정으로 문호경을 보았다.
“CTO? 우리 회사에 그런 직급이 있었어?”
“오늘부로 승진 하셨잖아요. 본사 메일 바로 바로 확인하시라니까.”
“아······.”
“하하, 괜찮습니다. 그냥 부장이라고 부르셔도 되요.”
“아닙니다. CTO님이라고 불러야죠. 호경아, CTO님 아이피랑 VPN 계정 내려온 거 알려드리고, 보안 프로그램 세팅해드려.”
“알겠습니다.”
문호경이 승호가 책상위에 내려놓은 노트북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 어디가세요?”
“이거 보안 프로그램은 지원부서 가서 설치 받아야 합니다. 어제 제가 예약해놨으니까. 바로 가서 설치 받아서 내려오겠습니다.”
순간 승호가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아, 아까 그 이야기가 이 말 이었나······.”
“네?”
“아니 아까. 회의하는데 선진 직원 분이 제 노트북 보안 프로그램 설치해야 한다고 가져 가셨어요. 그리고 회의 끝나고 다시 돌려주더라고요.”
“그러니까 선진에서 CTO님 노트북을 가져다가 직접 세팅을 해줬다고요?”
문호경이 재빨리 노트북 전원을 켜서 설치된 보안 프로그램을 확인해 보았다.
“DRM 설치 완료, VPN 설치 완료. 인터넷 접속 제한. 설치 완료··· 정말 다 돼 있잖아.
승호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문호경에게 물었다.
“그,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신입사원이 출근했는데 회사 사장이 책상을 닦고 있는 모습. 혹시 상상이 되세요?”
승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이 일어난 거나 마찬 가지입니다.”
문호경은 현재 승호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새삼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