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37)
탑 코더-37화(37/303)
# 37
높아진 위상
────────────────한서준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그 고동만 사장이 그런 말을 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회의에 직접 들어간 동기한테 들은 말이야. 유일하게 일하는 친구구만. 좋아.”
“그 고동만이··· 진짜 그런 말을······.”
“그 정도면 장 부장 이번에 무조건 별 달겠어.”
별.
군대에서는 장군이지만 선진에서는 임원을 뜻하는 단어였다. 별을 달면 모든 게 바뀐다.
위치, 연봉, 의전.
그렇기에 직장인들의 최종 목표이자 꿈이기도 했다.
“젠장.”
“입사 때는 너랑 민재가 비등하더니. 이제 민재가 치고 나가려나 보다.”
한서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들고 있던 종이컵을 꾸깃 구겨버렸다.
“그런데 신기 하단 말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능 개선이 안 된다고 골치 아프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포트랑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을까. 넌 좀 아는 거 있냐?”
한서준이 구겨진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말했다.
“나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
“으, 응?”
그러고는 휙 몸을 돌려 버렸다.
“야, 야! 오늘 저녁은.”
“다음에.”
“참치다. 참치 사기로 한 거다!”
한서준은 곧장 협력사들이 근무하고 있는 10층으로 올라갔다. 카드를 찍고, 들어서자마자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맞는데······.’
검색 솔루션 적용을 위해 시내 소프트 직원들이 근무하는 장소. 사무실의 가장 오른쪽 구석에 위치한 그곳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없었다.
분명 어제 지원팀에서 연락을 받았다. 강승호라는 사람이 출입 승인 됐다고.
그러면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한서준이 근처 다른 협력사 직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이쪽 섹터에서 근무하시던 분들 어디 가셨는지 아십니까? 시내 소프트라고 하는데······.”
“그 분들 어제 저녁에 짐 싸서 다 나가시던데.”
“네?”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갔는지는.”
사라졌다.
한서준이 급히 승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이번에도 받지 않았다.
‘이걸 진짜!’
겨우 화를 억누른 한서준이 김신우에게 전화해 소리쳤다.
“야, 강승호 어디 갔는지 알아봐. 협력사 사무실에 안보이니까. 그리고 지난 번 말했던 그 조건. 다 수용한다고 전해.”
전화를 마친 한서준이 거친 발걸음으로 협력사 사무실을 나섰다.
***
같은 시각.
승호는 12층에 마련된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CTO님 덕분에 이런 쾌적한 곳에서 일하고. 새삼 뭔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20여명은 족히 들어갈 만한 회의실에는 오직 시내소프트 사람들 밖에 앉아 있지 않았다. 승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될 겁니다.”
어제 저녁.
장민재 부장의 지시라며 전부 짐을 싸들고 12층으로 올라왔다. 편안한 의자에 깨끗한 책상.
정수기에서부터 간단한 다과 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문호경이 휘파람을 불렀다.
“휘유, 그러면 우리도 이런 빌딩에서 근무 하게 되는 건가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이곳 보다 높은 곳에서 일하게 될 거예요.”
일 하던 남준우가 문호경에게 타박을 주었다.
“CTO님 일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네 일이나 똑바로 해.”
“아니, 이게 왜 방해하는 겁니까. 직원 상담 받는 중인데요.”
“뭐?”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 그렇지 않습니까?”
승호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맞네요.”
승호의 동조에 문호경이 한층 더 의기양양해진 표정으로 남준우를 보았다. 남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 문호경도 다시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승호는 자리에 앉아 기지개를 폈다.
이곳으로 온지도 벌써 일주일.
지금은 엔진 앱 스토어 서버 쪽을 수정하는 중 이었다.
‘이건 한 이 주는 더 걸리겠어······.’
서버 쪽은 회원 인증, 추천 서버 호출, 로그 저장 등등 여러 서버가 얽기 설기 얽혀 있기에 개발에 시간이 필요했다. 더구나 자신이 개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담당자들과 협의를 해야 했다. 그 협의를 진행하는 데만도 꽤 시간이 소모 되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걸 완료 하면 2억 5천. 현재 회사에 남아있는 돈이 3억. 검색 솔루션 납품이 완료되면 들어올 돈이 잔금 3억. 인더스에서 PoC를 진행하고, 실제 장비를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4억.’
8억 5천에서 4억을 빼면 4억이 남는다. 회사 운영을 위해 매달 필요한 돈이 매달 1억을 넘는다.
3개월을 운영 할 수 있는 돈.
그걸 로는 부족하다.
‘나 혼자 모든 걸 개발 할 수는 없으니,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고 하면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될 테니까.’
ZONE 플랫폼.
그걸 완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현재 회사의 수입원은 XONE과 코드 난독화 솔루션 두 개.
황호근이 열심히 영업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였다. 선진과 계약이 되었지만 기업용 검색 시장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기댈 건 정부 지원금이나 투자 밖에 없는데··· 투자는 내 지분이 희석 되는 것만이 아니라 투자자들에 의해 회사가 휘둘릴 수가 있으니.’
가장 좋은 건 정부 보조금을 타 먹는 것이었다.
유니콘 기업 육성 프로젝트.
선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1단계에서부터 10억이 지급된다. 그 돈이면 ZONE 프로젝트를 완성 시킬 자금으로 충분했다.
‘꼭 타야해.’
일을 하면서도 그 생각을 놓치지 않았다.
***
정보보안팀.
김신우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한서준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알아보니까. 장 부장이 12층에 별도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별도로?”
“네. 분석 팀과 가까운 회의실을 통째로 전세 내서 시내 소프트에 제공해 주었습니다. 검색 솔루션 고도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요.”
“최대한 숨기겠다는 뜻 이구만.”
“알려질수록 그쪽 몸값이 올라 갈 테고, 자신들에게는 손해니까요.”
“일단 시내 소프트 최 팀장한테 연락해 놨다. SDN, NFV 적용 건 관련해서 요구사항 전부 수용하겠다고.”
“부장님 그건 저희 쪽에 너무 불리한 조건인데······.”
“일단 진행하고 나중에 빼오던지 하면 되잖아.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뭘 새삼스럽게.”
“공정위를 비롯해서 회사 윤리경영실 쪽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자칫 잘 못하면······.”
“그래서 안하겠다고?”
“그, 그런 건 아니지만.”
“해킹 사건 이후 지지부진한 차세대 보안 솔루션도 그렇고, SDN 도입건도 그렇고. 이게 다 지금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한서준의 독설에 김신우가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더 이상 입을 여는 건 자신에게 손해였다.
“알아서 잘했으면 나까지 나설 필요 없었잖아. 안 그래?”
“알겠습니다.”
“내 라인 타기로 결정했으면 내 스타일에 맞춰야지. 그래야 나도 자네를 끌어줄 수 있어.”
김신우가 꾸벅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강승호 찾아서 계약 진행하고 개발 계획 잡아봐. 지난번처럼 헛소리해서 심기 어지럽히지 말고.”
김신우의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선진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승호를 압박했던 그때.
그때는 자신에게 이런 순간이 찾아올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약에 안 만나주면 앞에서 기다려서 잡아와. 지금 SDN 개발이 얼마나 지지부지 한지는 김 과장이 더 잘 알 거 아냐.”
돌아 서서 나가는 김신우의 등 뒤로 한서준의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
겨우 승호를 만난 김신우가 계약서를 내밀었다.
“말씀 하신 조건 전부 넣었습니다.”
승호가 받아 든 계약서를 천천히 읽어 보았다.
– 계약금 : 총 400,000,000
– 개발 내용 : SDN, NFV 개발 및 도입- 개발 기간 : 2개월.
– 기술 소유권 : 시내 소프트
– 단, 기술 도입 우선순위를 가진다.
– 아래별도 표에 작성된 기준 만족 시 차세대 보안 솔루션 ZONE 서비스 도입.
– ZONE 서비스 이용 단가.
– 100GB/Day 1년 5000만원.
자신이 원했던 내용이 전부 적혀 있었다. 이미 황호근, 최기훈이 검토하고 자신에게 온 내용이었다. 크게 트집 잡을 만한 내용은 없었다.
“좋습니다.”
“그런데··· 현재 엔진 앱 스토어 성능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 신 걸로 아는데 저희 쪽 프로젝트는 언제쯤 진행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일단 기간만 적어놓고 시작 일은 공란으로 두었습니다.”
“오늘부터 됩니다.”
“오늘부터라는 말씀은··· 그쪽 프로젝트가 완료 됐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건 아닙니다. 퇴근 후에 작업을 하면 된다는 말이었어요.”
“퇴근 후 라면······.”
“오후 6시면 퇴근 할 테니, 그 이후에 작업을 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아··· 그러면 1차 적용 테스트는 언제가 괜찮을까요? 저희는 3주 뒤 선진데이터시스템 서류 전형 합격자 발표 때 했으면 하는데 가능 할까요?”
한 마디.
한 마디.
조심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예전의 김신우와는 달랐다. 일정을 확인한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확인해 보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필요한 사항 있으시면 요청 주세요.”
3주 뒤.
선진데이터시스템 서버 실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승호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
“현재 구성 상황 설명 드리겠습니다. 여기 네트워크 구조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고사양의 L4, L7는 일정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L2 스위치만으로 망 구성을 실시했습니다.”
L2는 비싼 것도 100만원이면 살 수 있다. 그러나 L4 스위치 가격은 비싼 건 수 천만 원 까지 올라간다. L2 만으로 망 구성을 했다는 건 곧 수배의 비용을 절감했다는 뜻이었다.
“화면을 보시면 대역폭 늘리기, 서버 추가, 절체 등이 버튼 클릭 한번 으로 모든 동작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윽고 승호는 다른 페이지를 클릭했다.
거기에는 현재 네트워크 장비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출력에 대한 설명과 연결되어 있는 서버 모니터링 결과 값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연결 서버 : 3대
-인바웃드 허용 트래픽 : 1G.
-인바웃드 실시간 트래픽 : 0.
-아웃바운드 허용 트래픽 : 1G.
-아웃바운드 실시간 트래픽 : 0.
인바웃드는 외부 -> 선진.
아웃바운드는 선진-> 외부.
각각이 뜻하는 바였다. 연결 서버는 현재 네트워크 장비에 연결되어 있는 서버의 대수.
아직 서류 전형 합격 서버가 오픈 되지 않았기에 실시간 트래픽이 0 이었다.
09:59:58.
09:59:59.
10:00:00.
10시가 되자마자.
-연결 서버 : 3대
-인바웃드 허용 트래픽 : 1G.
-인바웃드 실시간 트래픽 : 1G
-아웃바운드 허용 트래픽 : 1G.
-아웃바운드 실시간 트래픽 : 100M.
인바운드 트래픽이 1G로 늘어났다. 서류전형 합격자 확인을 위한 지원자들의 접속이 몰린 탓이었다. 다른 협력사 직원이 별도 모니터링 화면을 보며 말했다.
“트래픽 제한으로 접속 대기 500명 까지 올라갔습니다.”
딸깍.
승호가 마우스를 움직여 허용 트래픽을 2G로 늘렸다.
그러자.
인바웃드 실시간 트래픽도 2G로 늘어났다. 교차 모니터링을 하던 직원이 마른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대기열··· 사라 졌습니다.”
SDN과 NFV가 제대로 적용되었고,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