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38)
탑 코더-38화(38/303)
# 38
높아진 위상
────────────────주르륵.
주르르륵.
장민재가 화면을 스크롤 할 때 마다 엔진 앱 스토어 화면이 빠른 속도로 넘어갔다. 그렇게 500개의 리스트가 넘어가고 나서. 옆 사람과 보조를 맞춰 추천 탭을 클릭했다.
또 다시 시작된 스크롤 속도 경쟁.
포트사의 앱 스토어에서도.
엔진 스토어의 앱 스토어에서도.
아직 한 번도 로딩 알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보시다시피 아직 엔진 앱 스토어는 부드럽습니다.”
인기 탭에서 500개를 조회하고, 다시 추천 탭에서 300개가량을 조회했다.
그때.
처음으로 로딩중이라는 글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포트사의 앱 스토어에서 만.
“그러나 포트 사의 앱 스토어를 보시면 조금씩 속도가 느려지는 걸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아주 미세하지만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로딩 중’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게 그 증거였다. 장민재가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
“최초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만 해도 엔진 앱 스토어는 스크롤을 내릴 때 마다 로딩 중이라는 글자를 봐야 했습니다. 뚝뚝 끊기는 UI로 인해 사용자 불편을 초래 했습니다.”
장민재는 말을 하면서도 스크롤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추천 탭에서 500개의 리스트를 화면에 띄웠을 때.
포트 앱 스토어는 아직 450개의 리스트를 밖에 검색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장민재가 말을 하는 동안 보조 직원은 여전히 포트 사 앱 스토어의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로딩 중.
-로딩 중.
한 번 스크롤을 할 때 마다 로딩 중이라는 단어가 짧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선진의 엔진 앱 스토어가 더 빠릅니다.”
그 말이 끝났을 때 이미 엔진 앱 스토어에서의 스크롤은 끝나 있었다. 보조 직원은 여전히 포트 사의 앱 스토어에서 스크롤을 하고 있었다.
결국 선진의 기술이 포트의 기술을 이겼다.
정확히는 승호의 기술이 포트의 기술을 이겼지만.
아직 장민재 말고는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고동만이 얼굴 한 가득 웃음꽃을 피우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
짝짝짝.
선진 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권력자의 박수에 아랫사람들이 동조하듯 손뼉을 마주쳤다.
“수고했네. 아주 만족스러워. 이 기회에 선진데이터시스템에서 선진 전자로 전배한번 고려해봐.”
전배.
그룹 사 내에서 직원의 직종이나 직무내용을 변경하는 걸 뜻한다.
선진 그룹의 주력은 누가 뭐라 해도 선진 전자.
선진데이터시스템에서 선진전자로의 전배는 일종의 승진이나 다름없었다. 장민재가 입 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고동만이 회의실에 모여 있는 직원들을 사나운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지금 6차 시연회 까지 왔는데, 내가 제시한 기준을 채운 건 오직 선진 데이터시스템의 장 부장 밖에 없군. 지금 이게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나?”
거대한 시연회 장에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 입을 오물 거렸다.
-그건 사장님이 제시한 기준이 너무 높아서 그렇습니다.
표정 가득한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이제 7차 시연회가 끝나면 곧 출시. 자네들 역량을 초 집중해야 할 거야. 엔진 S9 출시 된 후에 옷 벗고 싶지 않으면.”
고동만이 그 말을 끝으로 시연회장을 나섰다.
***
시연회가 끝나고 본사로 돌아온 장민재는 바로 승호를 찾았다.
“강승호씨, 어디 갔어?”
사무실에 남아 있던 직원이 대답했다.
“SDN 시연 하고 있을 겁니다.”
어쩐지.
그래서 전화를 받지 않았던 건가.
장민재는 바로 최철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부장님.
“어디야?”
-여기 IDC 내려와 있습니다. SDN 구성 시연회 보러.
“그래서 상황은?”
-완벽합니다. 이번 서류 전형 합격자 접속에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대기하는 접속 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말이야?”
전화기 너머로 흥분한 최철웅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진짜 마법처럼 승호씨가 버튼을 클릭하니까. 인바운드 트래픽이 2배, 3배로 늘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로드 밸런서에 서버를 추가하고 절체 하는데 얼마가 걸린 지 아십니까?
“궁금하게 만들지 말고, 빨리 말해봐.”
-40초. 길게 걸리는 경우가 50초였습니다.
놀란 장민재가 순간 말을 멈추었다. 둘 사이에 흐르는 정적을 깬 건 최철웅이었다.
-여기도 다들 놀란 분위기 입니다. 평소라면 3분에서 5분가량 걸리는 네트워크 작업이 대부분 초 단위로 끝나고 있어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십니까?
최철웅은 장민재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이것도 PoC(컨셉증명) 단계라는 겁니다. 앞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속도는 더 빨라질 거라고 합니다.
장민재는 더 이상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기다려 당장 내려갈 테니까.”
-빨리 오세요. 안 그래도 사람들이 너무 몰려들어서 승호씨 피곤해하는 것 같으니까요.
“피곤해 하면 이쪽으로 모시면 되잖아.”
-과장 나부레기가 낄 자리가 아니라서 드리는 말입니다. 부장급 아니면 지금 말도 못 붙이고 있어요.
전화를 끊은 최철웅이 승호가 앉아 있는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데이터 전송 부는 물리 장비에서 해결하고, 각 데이터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컨트롤 하는 부분은 어플리케이션에서 처리하고 있다 이 말이죠?”
“맞습니다. 현재 성숙 단계로 접어든 있는 기술인 openflow를 차용했습니다. openflow 프로토콜에 따라 각 스위치들이 컨트롤러에 생존신고를 하고, 자신의 상태를 올려주면 관련 API들을 호출하는 방식으로 제어 됩니다.”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에 모여 있는 건 선진에서도 부장 직급 까지 올라간 사람들.
부장이 되기 위해서는 스페셜 리스트에서 제너럴 리스트가 돼야 한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만들어 내는 건 또 다르다. 네트워크 인프라 팀의 부장 중 한 명인 정승환이 중얼 거렸다.
“그러니까 그게 정말 된 다는 말이군요······.”
“이미 포트나, 포토북, 인더스 같은 세계적인 업체들은 자사의 IDC에 설치 및 운용하고 있으니까요. 수 만대의 서버. 거기로 통하는 길인 수 천대의 네트워크 장비. 그걸 빠르게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필 수입니다.”
승호의 말에 정적이 흘렀다. 서버 인프라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성기 부장이 물었다.
“ONF(Open Networking Foundation)의 openflow 규격에서 사용하는 라우팅 방법으로 hop-by-hop과 overlay 방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 적용된 건 어떤 것인가요?”
“오버레이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건 네트워크 사용 효율이 떨어지지 않나요? 아니면 그 부분을 해결 하신 건가······.”
네트워크 효율.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유선 인터넷 100mbps를 사용할 때 다운로드/업로드 속도는 실제로 100mbps가 되지 않는다. 여러 장비와 통신선을 거치며 전송에 간섭이 일어나 속도가 느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곧 네트워크 효율.
오버레이 방식을 사용하면 그 효율이 더 떨어지게 된다.
“그 부분은 핵심에 속하는 기술이라 말씀 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아······.”
앉아 있던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질문에 충분히 응답해 드린 것 같네요. 벌써 시간도 점심시간이 다 돼서.”
그러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아, 점심. 점심 식사 저희와 같이 하시죠. 근처에 괜찮은 식당 많습니다.”
“아니, 우리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는데 새치기를 하면 쓰나.”
“새치기라니. 난 아까부터 기다렸다고.”
결국 한서준 부장이 나섰다.
“점심이라면 저희와 같이 드시죠. 예약 잡아 놨습니다.”
헐레벌떡 IDC 로 들어서던 장민재가 사람들의 벽을 비집고 들어가 목소리를 높였다.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 선약 했네.”
일순 승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승호를 향했다.
결정의 순간.
승호가 장민재를 보며 말했다.
“장 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오늘 점심은 선약이 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다른 부장들이 아쉬운 한숨을 흘렸다. 한서준이 으득 이를 갈았다.
***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
흔히 테헤란로라 불리는 그 구간에는 비싼 땅 값 만큼이나 고급 한정식 집 들이 즐비했다.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은 문호경이 중얼 거렸다.
“여기 진짜··· 좋네요.”
남준우가 문호경의 옆구리를 툭 찔렀다.
“두리번거리지 좀 마. 부끄럽다.”
“과장님은 자주 와보셨나 봐요?”
“사실··· 나도 처음이지.”
“CTO님 덕분에 갑(甲)사에서 이런 대접도 받아보고.”
“그러게 말이다. 내가 거의 십 년 동안 이 바닥에 있으면서 갑사가 사주는 밥은 처음 먹어 본다.”
“슬프네요.”
“뭐가.”
“그 말은 곧 진짜 실력 있는 사람들을 못 만났다는 뜻이잖아요.”
“애초에 실력 있는 사람들이 을(乙)에 오겠냐?”
“하긴······.”
“CTO님 케이스가 진짜 특이한 거지. 갑자기 실력이 팍 올라갔잖아.”
“그렇긴 해요. 사실 불과 몇 달 전 만해도······.”
문호경이 말을 줄였다. 그 뒤에 어떤 말이 남아 있는지 남준우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잘리지 않은 게 다행인 수준이었지. 사실 이미 누가 사장님께 건의 했었잖아. 같이 일 못하겠다고.”
“그런데 사장님이 반려 시키셨죠.”
“그게 신의 한수였어. CTO님이 저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황 사장님의 성품에 하늘이 감복해 CTO님을 내리신거지.”
문호경이 남준우의 옆구리를 툭 쳤다.
“들어오십니다.”
문이 열리고, 승호가 장민재와 담소를 나누며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오픈 소스 프로젝트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래서 짧은 기간에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거고.”
“맞습니다. 이미 프로토콜은 openflow에서 정의해 놓았고, nax라는 SDN 관련 오픈 소스 프로젝트가 openflow를 실제로 구현해 겟허브에서 활발히 커밋(코드 업로드 행위)이 되고 있었습니다. MIT 라이센스라 상업적 이용에도 자유롭고요.”
장민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과연 CTO님 답 다고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걸 너무 쉽게 말씀 하시는 군요.”
승호가 턱을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랬나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하드웨어 쪽에도 조예가 있으신가요? 들어본 바로는 L2장비에 관련 펌웨어 업데이트를 직접 진행하셨다고 해서요.”
“아··· 그건 어차피 SDN 구성을 하기 위해서는 펌웨어를 직접 만들어서 넣는 게 편해서 작업했을 뿐입니다. 임베디드 쪽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조예가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전문가?
그 말로도 부족했다.
손을 대면 보이는 0과 1의 세상.
그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장민재가 얼마 전 승호도 보았던 출시 준비 중인 엔진 S9을 꺼내들었다.
“다름이 아니고, 여기에 들어가는 생체 인식 기능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 싶어서요. 물론 지금처럼 자문비용을 치르는 조건으로.”
승호가 장민재로부터 엔진 S9를 받아 들었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오른 손을 얹자 그때 보다 많은 정보가 눈을 통해 머리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