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39)
탑 코더-39화(39/303)
# 39
높아진 위상
────────────────준비된 건 한정식.
코스로 준비된 요리를 장민재는 한 점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 인식의 경우 5개의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할 때 주변에서 전파 간섭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래서 가버-피처 알고리즘이 얼굴의 외곽선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거죠.”
승호는 메인 요리로 나온 불고기를 한 점 집어 들었다.
“음······.”
확실히 매일 구내식당에서 먹던 불고기와는 맛이 달랐다. 장민재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러면 방법이 있는 겁니까? 현재 오 거부율과 오인식율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거부율 본인을 본인이 아니라 판단하는 것이다. 오인식 율은 타인을 본인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둘 사이는 트레이드오프 관계로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가는 식.
모든 생체인식 기술이 가지는 딜레마였다.
“방법은 이렇게 잠깐 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핸드폰을 가지고 연구를 해봐야 해요. 각종 설비들도 있어야 하고요.”
승호가 핸드폰을 살핀 건 불 과 수분 가량.
그 안에 무수히 쏟아져 들어오는 데이터의 의미를 전부 파악할 수는 없었다. 더 자세히 그 세계를 들여다보고, 생각나는 방법을 테스트 하고, 다시 적용해보며 실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장민재가 기함을 토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면 방법이 있다는 말입니까?”
“해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오실리코프, 네트워크 분석기 그리고 테스트를 위해서 3D 프린터도 필요 할 것 같습니다.
태연한 말투.
문제 될 것 없다는 태도에 장민재는 멍하니 승호를 보고 있었다. 너무 놀라 아직 반찬 한 점 집어 들지 못했다. 승호가 그런 장민재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오늘 가신일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그거 마무리 되면 계약 끝나기로 한 거 잊지 않으셨죠?”
장민재가 꿀꺽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멍하니 있는 장민재를 대신해 최철웅이 대답했다.
“덕분에 잘 끝났습니다. 오늘 식사도 그런 감사의 의미도 있는 거고요.”
“잘 됐네요. 혹시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그러면 잔금은 언제 입금이 될까요?
“일주일 내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다음 스케쥴이 어떻게 되십니까?”
“SDN 구성 마무리 하고, 몇 개 시스템에 적용. 그 다음에는······.”
ZONE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한다. 승호가 걱정 가득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서류 통과가 돼야 할 텐데······.”
“네? 서류 통과요?”
“아, 별것 아닙니다.”
승호가 말을 아끼며 음식에 집중했다. 장민재도 잠시 일 이야기를 멈추고 사담을 나누며 식사를 시작했다.
‘설마 진짜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자신도 학교에서 전공과목으로 임베디드 시스템을 배웠다. 그러나 현장에서 적용 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왠지 승호라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중소 벤처 기업 부 창업벤처 혁신 실. 벤처 투자 과.
박신우 사무관은 ‘유니콘 기업 육성 프로젝트’ 공고에 지원한 기업들 서류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산더미 구만. 산더미야.”
1단계 10억.
2단계 15억.
3단계 25억.
한 기업 당 50억이 지원되는 사업으로 이번 정책에 투입되는 예산만 총 600억.
총 12개 기업을 선정해 투자를 진행하고, 소위 유니콘이라 불리는 기업가치 1조이상의 벤처를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600억.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예산에 중소벤처기업부 내에서도 말이 많았다.
-벤처기업육성 사업에 600억이나 투자한다는 게 말이 되냐?
-2억 이나 3억 많으면 5억 정도의 투자로는 좀비기업을 만드는 꼴 밖에 안 납니다.
-국민들 눈높이에 안 맞잖아. 만약 유니콘이 탄생 못하기라도 해봐. 국정감사에서 감당 할 수 있겠어?
-국민들 눈높이입니까. 아니면 국회의원 눈높이입니까.
-어휴, 저걸 진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하나만 탄생시켜도 그 기업이 영속하는 동안 내는 법인세에 고용 창출 효과면 600억 정도는 충분히 감당 가능합니다. 언제까지 정권 눈치 보면서 깨작깨작 투자하는 시늉만 할 겁니까.
-야, 내가 언제 눈치 봤다고!
-지난번에도 차관님이······.
-알았어. 해봐. 대신 실패하면. 각오해야 돼.
결국 국장님을 설득했다. 그 결과물이 옆에 산처럼 쌓여 있는 서류들이었다.
“사무관님, 여기 사업계획서 1차 검토 끝냈습니다.”
함께 일하는 주무관이 또 다시 한 무더기의 서류를 내려놓았다.
“아, 알겠습니다.”
“사무관님 저는 비록 야근을 하지만 사무관님의 생각에 찬성 합니다.”
칭찬인지, 투정인지 모를 말에 박신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서류를 살폈다.
“이거 내일 까지 다 봐야 하는 거죠?”
주무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신우가 한 번 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유니콘 탄생. 시키셔야죠.”
박신우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제안하여 관철 시킨 정책.
꼭 성공 시키고 싶었다.
***
대한 대학교.
한국 최고의 대학.
수능 만점자가 가장 많은 대학 이자 역사가 가장 깊은 대학.
대한민국에서 대한 대학교를 수식하는 말은 차고 넘쳤다. 그런 대학에서 교수를 한다는 건 곧 국내 제일의 지성인이라는 말과도 같았다.
컴퓨터 공학부 허춘수 교수.
그도 그런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자리에 앉아 화면을 보던 허춘수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다음.”
“다음은 카케어란 곳에서 제안한 과제입니다. O2O 서비스의 일종으로 소비자와 정비사를 1대1로 직접 연결하여 365일 24시간 차량 정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발표를 하던 조교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카케어가 개발하고자 하는 핵심 기술은 사용자 평점을 기반으로 한 정비사 추천 및 GPS에 의한 최근 거리 정비사 연결입니다.”
허춘수는 입도 열지 않고, 손가락으로 지시했다.
검지를 튕기는 동작.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다는 뜻이었다.
“다음은 플라스크라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시중에 유행하는 소개팅 앱을 주요 서비스로 삼고 있는 곳입니다. 핵심 기술은 남녀 매칭 시스템입니다.”
허춘수가 짜증난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매칭?”
“네. 나이, 성별, 사는 곳, 학력 등등 사용자 입력 정보를 기반으로 서로에게 가장 어울리는 커플을 맺어 주는 매칭 시스템 개발을 핵심 기술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용하는 알고리즘은?”
“자사의 추천 알고리즘을 사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허춘수가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기대고 두 다리를 회의실 탁자위로 턱 하니 올렸다.
“집중.”
그 말에 회의실에 있던 대학원생들이 몸을 바로 세우고, 눈과 귀를 집중했다.
“추천 알고리즘 종류에는 뭐가 있지?”
“협업 필터링, 클러스터링, ANN, 행렬 분해 등이 있습니다.”
“그래. 그리고 그런 알고리즘들은 이미 오픈 소스로 충분히 구현되어 있는 것들. 새로울 것도 없고, 마음만 먹으면 학부생도 하루 면 구축할 수 있는 내용들이야.”
대학원들은 입을 다물고 허춘수의 말에 집중했다. 이곳에서 교수는 왕. 그의 말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카케어나, 플라스크라는 곳에서 말하는 자사 추천 알고리즘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범주를 벗어나는 것일까?”
허춘수가 고개를 저었다.
“안 봐도 비디오지. 만약 정말 새로운 것이 있었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놨을 거야. 자사 추천 알고리즘. 너희들이 봤을 때는 저것들이 정말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나?”
대학원생들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요즘 너도 나도 추천. 매칭. 말하는데 거대 포털 에서 수집되는 테라 급 이상의 데이터가 아닌 이상. 추천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 소량의 데이터로는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할 수가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일장 연설을 마친 허춘수가 입을 열었다.
“다음으로 넘어가자.”
“다음은 시내 소프트. SDN, NFV를 통한 초고속 패킷 분석 서비스입니다.”
“SDN하면.”
교수가 묻자 조교가 답했다.
“openflow 그 중에서도 nax 프로젝트가 가장 선두에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요즘 그쪽에 zerone이라는 사람이 커밋을 많이 하던데 확인해 본 사람?”
허춘수의 질문에 대학원생들이 시선을 피했다. 교수가 내려준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학과 공부를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허춘수가 그런 대학원생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넓게 봐야 한다고. 랩 에서 누가 떠 먹여주는 지식만 먹다 보면 거기 까지가 한계야.”
허춘수가 조교를 보며 지시했다.
“더구나 openflow 프로젝트는 시스토를 비롯해 전 세계 네트워크 관련 주요 벤더들이 주시하고 있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 거기에 관심을 안 가진다는 게 말이 돼?”
허춘수의 질책에 대학원생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내일까지 zerone이 겟허브 nax 프로젝트에 올린 코드 분석해서 코드 리뷰 한다.”
“아, 알겠습니다.”
“다음.”
허춘수의 말에 조교가 PPT를 넘겼다. 그 뒤로도 기술 검토는 두 시간여 가량이 더 진행되었다.
***
대 회의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잔뜩 언짢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장민재 부장 말이야. 사장님이 오냐오냐 해준다고 너무 나대는 거 아냐?
“그러니까. 자기가 무슨 하드웨어 까지 신경을 쓰려고 해.”
“하드웨어의 ‘하’자는 알긴 아나.”
“더구나 전자 쪽 사람도 아니잖아.”
“전자 쪽으로 전배 한 번 해보려고 용쓰는 모양인데 그러다 골로 가지. 쯧쯧.”
사람들은 이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렇게 구시렁거리며 앉아 있길 수 분.
처음 보는 인물과 함께 회의실로 장민재가 들어섰다.
“저건 누구야.”
“그러게 지금 선진 핵심 제품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리에 저런 외부인 데려와도 되는 거야?”
“자기도 외부인 이니까. 상관없다 이건가.”
회의실로 들어온 장민재는 가장 상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옆에 승호가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바쁘신 시간 내서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미 메일로 안내 드렸듯이 오늘 이 자리는 이번 엔진 S9에 들어가는 생체 인식 기능 개선 건을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장민재가 간단한 설명 이후에 승호에게 눈짓했다. 앉아 있던 승호가 말없이 3D 프린터의 전원을 ON 시켰다.
위이잉.
치익. 치익.
위이이잉.
치익. 치익.
조용한 가운데 3D 프린터가 기계음을 토했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며 수군 거렸다.
“뭐야, 바쁜 사람들 불러 놓고 뭐하자는 거야.”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되네.”
그러나 단 한 명.
단말 개발 1 팀에서 포트와 카운터 파트너로 일하며 엔드로이드 OS 적용을 관장하고 있는 홍성복은 달랐다.
“설마······.”
치이이익.
수분이 지나고 3D 프린터가 작동을 멈추었다. 승호는 3D 프린터 기 안에서 얼굴 모형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모형을 들어 엔진 S9 화면에 가져다 댔다.
-해제 되었습니다.
핸드폰에서 들리는 그 말에.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