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40)
탑 코더-40화(40/303)
# 40
높아진 위상
────────────────보안.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시대의 필수품으로 자리하면서 보안이라는 두 글자는 한층 더 강조되었다. 망고사에서 나온 에이폰은 폐쇄적인 운영정책으로 보안성을 강화 했으나, 선진에서 출시되는 폰은 엔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 폰.
OS의 코드 까지 공개하며 개방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만큼 보안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 단점을 선진은 강력한 기술력으로 보완해 엔진 이라는 스마트폰 브랜드를 히트시켰다. 그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시연이 끝나고 승호가 입을 열었다.
“저는 시내소프트에 근무하는 강승호 라고 합니다.”
조용한 회의실.
오로지 승호만이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말에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다.
“여기 장민재 부장님의 의뢰로 생체인식 성능 개선에 참여 하게 되었고, 검토 중 방금과 같은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홍성복은 분명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음에도 믿기지가 않았다.
‘이게 20분 만에 뚫리는 거였나.’
이대로 출시했다가 뒤늦게 이 사실이 밝혀졌다면?
생각만으로 아찔했다.
“뭐가 문제인지는 다들 인지 아셨을 테고, 다음은 개선 방안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ppt 켜주세요.”
승호의 말에 대기하고 있던 최철웅이 화면을 띄웠다. 최대한 외부 사람의 참여를 줄이기 위해 시내소프트 사람을 쓰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최철웅이 나선 것이다.
“먼저 생체인식 중 방금 보신 얼굴인식 개선 방안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계시는 얼굴인식 알고리즘은 제가 코드 까지 확인해 보진 못했기에 가칭 X라 하겠습니다.”
방금 전의 퍼포먼스 때문에 누구도 태클을 걸지 못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5개의 카메라에서 3차원으로 사진을 찍어 해당 이미지를 가칭 X. 제 추측으로는 가버-피쳐 알고리즘을 사용해 해석하고 계신 것으로 파악 됩니다.”
가버 피쳐.
이미지 처리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알고리즘으로 흔히 특정 사물의 외곽선을 추출하는데 사용되는 알고리즘이다. 우리가 얼굴인식을 위해 사진을 찍으면 얼굴 부분의 외곽선을 따라 이미지 추출을 해야 한다. 그때 사용되는 알고리즘이었다.
“이 기반에 선진 자체의 기술을 더해 X를 만드신 모양인데··· 지금부터 그 X의 문제점 개선 방안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다음.”
승호의 말에 최철웅이 ppt를 넘겼다. 어느새 승호는 선진 데이터시스템 직원을 수족처럼 부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의 누구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얼굴인식 알고리즘은 대부분 얼굴의 윤곽선을 추출하고, 눈, 코, 입. 등 얼굴의 주요 특징을 잡기 위해 기준점을 찾는 전 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승호의 말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홍성복은 아니었다.
“서론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엔진 S9 출시가 임박해서. 다들 바쁘시니 까요.”
“그러면 바로······.”
홍성복이 승호의 말을 끓고 들어갔다.
“첨언 하자면 본론은 짧고 간결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뭐가 문제여서 어떻게 해결했다.”
홍성복이 말을 마치자마자 승호가 대답했다.
“문제는 인식이 느리고, 보안에 취약하고, 인식 율은 떨어지다는 것입니다.”
승호의 혹평에 홍성복의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 승호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해결은 2017년 로봇학회지에 신하철 교수님이 출간하신 논문의 내용을 참고해 얼굴인식 알고리즘 향상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그 교수님 논문을 찾아보지 않은 게 아닙니다. 그러나 속도가 느리고 머신을 학습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어 검토 중 제외시킨 부분입니다.”
“방금 그걸 해결 했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그걸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니라, 어떻게 했는지를 물어보는 겁니다.
빠르게 이어지는 공방.
다른 이들은 대화여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논문을 보고 해결 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홍성복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그러니까 그 논문을 보고 어떻게 해결 했는지······.”
이번에는 승호가 홍성복의 말을 끊고 들어갔다.
“그러니까 논문 한줄, 한줄 설명을 해달라는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알고리즘 수식을 알려달라는 건가요?”
홍성복은 차마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회의실에 정적이 흐르자, 장민재가 중재에 나섰다.
“CTO님. 그냥 지금 보다 조금 만 더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부장님 말씀이시니까. 특별히.”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보드 마카를 들고,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그리고 쓱쓱 몇 가지 수식을 적어나갔다.
미분.
적분.
행렬.
벡터.
등등의 복잡한 수식이었다.
다른 이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러나 홍성복은 달랐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슈피겐 수식이잖아요.
“맞습니다. 신경회로망 알고리즘을 표현한 수식 중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수식입니다. 이 수식을 사용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여기.”
승호가 수식의 한 부분을 손으로 집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각 노드들의 가중치를 계산하는 부분.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해당 논문도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요.”
홍성복도 알 고 있는 내용이었다.
“데이터가 늘어날 때 마다 연결된 노드들을 전부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O의 제곱으로 늘어나니까요.”
“저는 그 부분에 라스베가스 알고리즘을 적용했습니다.”
“그건··· 말이 안 되는데······.”
“이름 그대로 운이 좋으면 빨리 찾을 수 있고, 없으면 몇 백번을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알고리즘이죠.”
홍성복의 얼굴에 서서히 감탄이 서렸다.
“아··· 그래서 늦게 찾은 노드의 가중치는 낮춘다······.”
“네. 어차피 데이터는 일시적으로 수백 장을 넘어갑니다. 그 중 한 두 개가 틀리다고 해도 대세에는 영향이 없겠죠.”
“흐음······.”
홍성복이 생각에 잠겼다. 승호가 보드 마카를 내려놓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물론 선진의 카메라 기술이 아니었다면 생각지 못했을 방법일 겁니다. 5개의 렌즈가 얼굴을 다차원 평면으로 나누어 촬영하는 그 기능이 없다면 소용이 없을 테니까요. 사용하신 가칭 X에 이런 식의 방안을 적용한다면 더 빠른 성능만이 아니라, 보안성도 더 강화 될 겁니다.”
승호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홍성복에게로 향했다. 그는 선진 전자의 핵심 인재 중에서도 S급을 자랑하는 인재.
만 명이 넘어가는 선진 전자에서 1%안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째깍.
째깍.
시간이 흘러갔다. 지금 이 자리에서 승호의 말을 이해하고 의견을 개진 할 수 있는 실력자는 홍성복 밖에 존재 하지 않았다. 몇 분의 시간이 흘러가고, 홍성복이 입을 열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내용이군요.”
그걸로 상황은 종료된 것이나 마찬 가지였다.
***
한서준의 미간이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강승호는?”
“장민재 부장이 데리고, 전자 쪽으로 외근 나갔습니다.”
“둘이 짝짝꿍이 맞아서는 매일 같이 붙어 다니네.”
“장 부장이 승진하면서 전자 쪽으로 전배 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으득.
한서준이 이를 갈았다.
“승진에 전배?”
선진 그룹의 핵심은 단연 전자였다. 선진데이터시스템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대부분이 전자에서 발주하는 이른 바 외주.
간단히 말해 전자가 돈을 주는 물주라는 말이었다. 그러므로 전자로의 전배는 영전 성격의 인사였다.
“무선사업부 고동만 사장님 라인을 탔다는 소문이 돌 정도니까요. 그쪽으로 갈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한서준이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렇단 말이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고. 장민재 부장이 뒤에 강승호를 데리고 온갖 일을 시키는 모양입니다.”
한서준이 김신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네?”
“곰을 데려와서 재주를 부리게 했으니 돈을 벌어야 할 것 아닌가.”
순간 말문이 막힌 김신우가 멍하니 한서준을 보았다.
“······.”
“SDN 구성 코드 확보했어?”
조금 더 직접 적인 질문.
김신우가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우리 회사에 입출입하는 모든 PC에는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왜 라고 생각하나?”
김신우는 알고 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룹 내에서도 아주 극소수만이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보안 프로그램 개발 관리하는 협력사에 연락해서 확인해 볼게 있다고 해. 알았어?”
저 말의 의미를 알기에 김신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갑 질은 할 지언 정 도둑질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오픈소스 nax에 종종 코드 올렸다고 했잖아. 그거 참고해서 새롭게 만들었다고 하면 되.”
이어진 침묵.
한서준의 입도 꾹 다물어졌다. 그리고 조용히 김신우를 노려보았다.
째깍.
째깍.
먼저 견디지 못한 건 김신우였다.
“이미 계약서도 작성되어 있는 마당에 그렇게 까지······.”
그러나 한서준의 생각은 단 하나였다.
“그렇게 물러 터져서 어떻게 승진 할래?”
“······.”
“일주일. 그 안에 가져와.”
한서준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입을 닫았다. 한서준이 머뭇거리며 서 있는 김신우를 향해 소리쳤다.
“뭐해. 그렇게 놀 시간에 가져오겠다.”
김신우가 할 수 없이 몸을 돌렸다.
***
턱.
또 다시 한 뭉치의 서류 더미가 박신우의 책상위로 올라왔다.
“이번 프로젝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시는 교수님들 검토 결과입니다.”
박신우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알겠습니다.”
“세 분의 교수님들이 공통적으로 꼽으신 회사의 기술은 별도로 정리해 놨으니 그걸 먼저 검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신우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며칠째 야근을 하는지 모른다. 어깨는 한 없이 무거웠고, 정신은 몽롱해 여기가 사무실인지, 집인지 조차 헷갈릴 지경이었다.
“이거까지 검토하면 서류 평가는 끝나는 거죠?”
“네. 문제는 그걸 앞으로 이 틀 안에 끝내야 한다는 거죠. 공고에 나와 있는 기간이 내일 모레라서.”
박신우가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틀 남은 거군요······.”
“만약 하루 만에 해주시면 하루 정도는 빨리 퇴근 할 수 있겠네요. 물론 바로 발표 준비해야 해서 다시 철야가 시작되겠지만.”
주무관의 팩트 폭행에 박신우가 다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제가··· 잘 못 시작한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박 사무관님처럼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야 이 나라가 굴러갈 테니까요. 하필이면 그런 분이 제 상사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뭔가, 칭찬과 불평이 교묘하게 섞여 있는 것 같은데.”
“착각 이십니다.”
“가장 잘 한 오해가 가장 잘한 이해라는 말이 생각나는 군요.”
주무관이 딱딱한 표정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러면 서류 검토 부탁드립니다.”
주무관은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홀로 남은 박신우가 서류를 뒤적거렸다.
그러다 툭.
서류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박신우가 허리를 숙여 서류를 집어 들었다.
“시내 소프트. SDN, NFV를 통한 초고속 패킷 분석 서비스······.”
SDN이나 NFV라면 자신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단어였다. 네트워크 분야 관련 벤처 기업들이 너도나도 SDN과 NFV를 구현하겠다며 정부 지원 사업을 신청했었다. 서류를 뒤적거리던 박신우가 힘없이 중얼 거렸다.
“뭐, SDN에 데이터 분석 서비스가 합쳐진 솔루션이라. 특별한 것도 없고 괜히 세금 낭비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유니콘을 탄생 시키지 못하면 세금을 헛되이 썼다는 명목으로 한직을 전전하다 공직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다.
“후우··· 일단 지금 할 일 이나 하자.”
박신우가 책상위에 쌓아둔 박카스를 한 병 마시고, 다시 검토를 시작했다.